학회의 마지막 날입니다. 이제 좀 적응할 만 하니까 내일 밤에는 돌아가네요. 쩝.... 시간 참 빨리 갑니다.
오늘은 긴장이 풀렸는지 7시 50분이 되어서야 일어났습니다. 6시 30분에 깨기는 했는데 깜박 다시 잠이 들었나 봅니다.
8시 30분에 강의가 시작되기 때문에 서둘러서 준비를 하고 식당에 내려갔습니다. 둘이서 17불이었는데 주말이라고 23불이나 받네요. ㅠ.ㅠ
매일 아침마다 흐린 날씨여서 하루는 가져간 우산을 들고 다니기까지 했는데 오늘 보니 아침마다 흐린 것이 아니라 원래 날씨가 그런 것 같습니다. 스모그인가?
부랴부랴 아침을 먹고 나서 부지런히 걸었는데도 첫 강의에 15분 정도 늦었습니다. 다행히 아직 발표를 시작하지 않았네요.
8시 30분에서 10시까지 예정된 강의는 'Building a Road Map for Pathological Gambling in the DSM-V'였습니다. 어제 retention을 증가시키는 방안 session에 나왔던 UCLA의 의사 Tim Fong이 (또) 연자로 나왔습니다.
초반에는 DSM의 역사에 대해 설명을 했는데 개인적으로 DSM의 역사에 대해 왜 장황하게 설명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추측하건대 미국의 현장 치료자들은 DSM에 대해 잘 모르거나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누구나 다 아는 DSM에 대해 시시콜콜 늘어놓을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러다보니 시간이 거의 끝날 때쯤에야 DSM-V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1999년에 프로젝트가 시작되어 2012년 5월이 되어야 나올 예정이랍니다. 허거덕. 정말 긴 여정이네요. 13개의 범주로 DSM-IV에 비해 3개의 범주가 늘어났고요. 아직 각 카테고리의 개별 미팅도 launching이 되지 않은 상태랍니다. 참가한 의사들은 제약 업체를 포함해서 어떤 fund로부터도 5만 불 이상을 받을 수 없고 DSM-V 프로젝트 자체는 전혀 funding을 받을 수가 없답니다. 그래서 그렇게 속도가 느린가?
도박 중독은 어느 카테고리에 속할 것인가에 대해선 아직 알 수 없답니다. addiction에 속할 가능성도 있고 Impulse Control Disorder에 계속 있을지, excessive behavior category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고요. Tim Fong은 도박중독이라는 새로운 범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하지만 저는 그럴 일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1시간 30분이나 시간을 들여 DSM-V에 대해 강의를 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아마도 보험회사와 상관이 있을겁니다. DSM-V에서 도박 중독을 어떻게 진단하느냐에 따라 많은 변화(진단에 따른 보험 청구 가능성, 수가 변동 등)가 예상되니까요. 다시 한번 미국의 도박 중독자들이 불쌍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10시부터 45분 동안 진행된 session은 'Self Help Workbooks for Problem Gamblers'가 제목이었습니다.
2005년에 실시한 California Prevalence Study 결과를 소개하고 97%의 도박자가 치료를 받지 않으려고 한다는 NGIC(1999)의 결과를 소개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습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 개발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최근에 개발한 Self Help Workbook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UCLA gambling study program팀에서 개발했고요. 주로 CBT방법을 썼습니다. 자동적 사고 탐색, 확인 및 교정 등이 포함되었고요. 끊는 것 뿐 아니라 줄이는 것을 목표에 포함시켰더군요. Craving을 다루는 기법, 새로운 습관이나 여가를 창출하는 법, 실수와 재발 예방하기 등등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도박자가 치료를 받지 않으려는 가장 큰 이유는 병식이 없어서인데 그런 도박자에게 자습서를 준다고 자가 치료를 할까요? 일종의 혐오적인 자극이기 때문에 그냥 집어던지지 않을까요? 동기 강화 상담적인 기법을 추가하거나 천상 상담자가 있어야 할 것 같더군요.
www.adp.ca.gov/OPG/index.shtml -> pdf파일로 다운받을 수 있음.
이어서 자습서의 효과를 살펴보기 위한 연구를 소개했습니다. 한 그룹은 자습서만 주고 확인하고 다른 그룹은 상담자가 함께 자습서를 다루었다고 하네요. 52주 동안 실시하는 것으로 계획을 잡고 있는데 아직 진행 중이랍니다. 7주까지 진행된 initial data만 소개했는데 craving등을 측정하는 측정치에서는 상담자 개입 집단이 훨씬 더 나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당연한 결과로 보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도박 시간 등의 도박 행동을 측정한 바에 의하면 효과가 '자습서 only집단'이 더 낫네요. 그것 참 이상하군요. sample size가 각각 13, 11밖에 되지 않아 명확하게 알 수는 없겠습니다. 여러 가지 관련 변인이 있을 것 같은데 완전 통제가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20불의 상품권 제공에 대한 부분도 그렇고, social desirability도 연구에서 다루지 못했고요. 최종 결과가 나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비용을 줄이고 보험을 신경 써야 하는 미국의 사정은 이해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자습서만 주는 것의 치료 효과에 대해 매우 회의적입니다. 경험 상 자습서를 제공하더라도 상담자/치료자가 제대로 개입하지 않으면 오히려 여러 가지 역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거든요.
11시 15분부터 45분간 진행된 session의 제목은 'Pathological Gambling and the Law: The Role of Neuropsychological Testing'이었습니다. 또 Tim Fong입니다. -_-;;; session이 많다고는 해도 몇 몇 사람을 너무 남용하네요. 최대 참석자, 최대 session 수를 자랑하던데 그 자랑이 무색합니다.
도박과 관련해 법정에 계류되는 문제가 많이 발생하면서 법정 증언을 위해 신경심리검사에 눈을 돌리게 되었고 그에 따라 도박 중독자의 신경심리검사 결과를 위한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대뇌 피질과 네 개의 lobe에 대한 지루한 설명으로 시작했으며 전두엽(Frontal Lobe)이 도박 중독과 관련(의사결정, 반응억제, 추론, 판단을 하는 영역이므로)된다면서 이를 측정하는 것이 도박 중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겠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현장에 있는 임상심리학자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내용을 뭐라도 되는 양 설명하는 것을 듣고 있노라니 짜증이 납니다. 무슨 학부 수업도 아니고 말이죠.
Stroop task를 통해 반응 억제 검사 동안에 left 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의 활동이 감소되는데 이 영역이 impulse control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이어진 뒤 Neuroimaging보다 저렴하고 표준화되어 있으며 적용하기 쉽고 논리적으로 쉽기 때문에 신경심리검사를 한다고 하는군요. 확실히 싸기는 하죠. 적용하기 쉬운지는 모르겠지만. 여기까지는 그래도 참을 만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핵심인 신경심리검사에 대한 내용이 없습니다. 당연히 질문이 나왔지만 그냥 다양한 source를 사용한다고만 하지 제시하는 검사 내용이 없습니다. 뭡니까? 이거 완전히 사기당한 기분이에요.
혹시나 도박 중독을 진단하는데 신경심리검사가 사용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신경심리검사가 도박 중독을 진단하는 신뢰로운 검사 결과를 산출하느냐는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의 도구로는 neuroimaging뿐 아니라 신경심리검사도 도박 중독에 specific한 결과를 산출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현재 신경심리검사 뿐 아니라 neuroimaging도 법정에서 도박 중독자임을 증명하는 검사 결과로 사용될 수가 절.대.로. 없습니다. 강연에 나온 사례에서 history 상 도박 중독임이 분명한 한국인이 신경심리검사 상 정상으로 나와 사채업자를 죽인 혐의로 15년을 선고받아 복역중이라고 하네요. -_-;;;
점심은 역시나 치킨 샐러드였습니다. 치즈 크림 케익이 맛있더군요. 체중 조절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조금만 먹고 참았습니다. 점심을 먹고 호텔 앞에서 단체 사진 촬영이 있다고 해서 시간에 맞추어 나갔더니 아무도 나오지 않았더군요. 5분 정도 기다렸지만 아무도 오지 않아서 선착장으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날씨가 정말 끝내주더군요.
정말 날씨가 쨍합니다.
멀리 등대섬도 보이네요. 그래도 우리나라 소매몰도의 등대섬만 못합니다. ^^b
요트를 빌려주기도 한다는데 선상 파티를 하면 딱이겠습니다. 돈이 없어서 문제지...
오후 강의 시간이 다 되어서 강의장으로 돌아왔더니 그제서야 촬영을 하더군요. -_-;;; 촬영을 마치고 오후 session을 소화하러 갔습니다.
1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은 'Termination Phase of Treatment in Clinical Supervision'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필리핀 출신의 의사인 Nora가 진행하였습니다. 시작보다 끝이 중요하죠. trauma가 될 수도 있고 celebration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치료 목표를 달성했을 때, 증상이 감소되었을 때, 미래의 문제를 다루는 것과 관련된 충분한 insight를 획득했을 때, 적절히 기능할 수 있을 때가 바로 끝낼 때를 알리는 신호라고 하더군요. 동감입니다. 현장에서 오래 치료를 담당했던 사람이라서 그런지 상당히 통찰력있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런데 항상 그렇게 쉽지는 않은 것이 강제로 끝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니까요. 치료자가 바뀌거나, 치료자에 대한 위협이 있을 때, 도박자가 치료를 계속하는 것을 거절했을 때와 같은 상황은 늘 있거든요.
돈의 문제가 역시나 나옵니다만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해당이 안 되니 통과해도 될 것 같고요.
중간 질문이 많기는 했습니다만 강의 시간 배분을 너무 못하네요. 20%도 못 다루고 session이 끝났습니다. 그래도 PPT 자료를 보니 치료자와 환자 양쪽의 관점에서 termination을 위해 생각해야 할 내용들을 비교적 꼼꼼하게 정리했네요. 가장 아쉬운 점은 도박자 specific한 내용이 아니더군요. 도박 중독자는 굉장히 다른 종류의 내담자이기 때문에 termination에 대해서도 다른 방향의 접근이 필요한데 너무 일반적인 내담자에 대한 내용에 그쳐 매우 아쉬웠습니다. 아마도 도박 중독자를 주로 다루는 치료자가 아닌 듯 싶었습니다.
2시 30분부터 3시 30분까지 진행된 session은 가족 치료 전문가인 Gary Lange이 진행하는 'Seven Steps to Help Couples Build Trust and Stability'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학회 기간 중 그나마 가장 나은 강의였다고 평가합니다.
Gary Lange이 초반부터 강조했듯이 현장에서 도박 중독자를 치료하는 치료자가 필수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은 바로 돈의 의미이죠. 물론 도박자 개개인의 개인적인 의미도 중요하지만 돈이 power로 간주된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도박자에게 있어 돈에 대한 통제력을 잃는다는 것은 바로 power를 잃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환경 조성을 할 때 충분한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가족에게 재정 관리를 맡기게 되는 것은 도박자에게 상당한 trauma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항하거나 반대로 depressive하게 되기도 하는 것이죠.
Gary Lange가 제시한 7단계의 순서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지만 그 내용에 대해서는 십분 공감합니다. 현장 경험이 많은 노련한 치료자라서 그런지 내용이 충실하고 아주 제대로네요. 도박 관련된 가족 문제를 현장에서 많이 다뤄본 경험자의 노하우가 많이 살아있습니다. 우리나라 현장에서도 조금만 변형하면 곧바로 적용할 수 있겠습니다. 오늘까지 들은 강의 중에 가장 집약적이면서도 전문가의 노하우와 현장감이 넘치는 강의였습니다.
이번 학회의 마지막 강의는 오후 4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되었으며 제목이 "Interactive Exploration of Literature, Stigma & Problem Gambling"이었습니다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저는 pass했습니다.
그동안 들은 강의 노트도 정리할 겸 혼자 호텔로 먼저 돌아와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다가 너무 피곤하여 잠시 눈을 붙였는데 퍼뜩 정신이 들어 깨 보니 6시 30분이 넘었네요. 6시에 최종 미팅을 하기로 했는데... ㅠ.ㅠ
부랴부랴 내려갔습니다만 미팅룸 바깥에서 살짝 엿들으니 이미 내일 관광 일정에 대해 갑론을박(?)을 하고 있네요. 에라 모르겠다 하고 올라와 조금 더 잤습니다. 그리고 8시쯤 일어나 호텔 레스토랑에 내려가 이번 학회에서 산 책을 읽으면서 호젓하게 저녁을 먹었습니다.
학회에서 3권의 책을 샀는데 두 권은 Ladouceur와 Lachance가 지은 Workbook과 Therapist Guide였고, 다른 하나는 Linda Berman과 Mary-Ellen Siegel이 공저한 'Behind the 8-Ball'이었습니다. workbook과 Therapist Guide는 뭐 특별한 내용은 없습니다만 나중에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업데이트를 할 때 참고하려고 구입했고요. 'Behind the 8-Ball'은 도박자의 가족을 위한 지침서인데 현장에서 수십 년을 일한 사람들이 쓴 책이라서 그런지 상당히 내용이 좋더군요. 읽기 쉽게 써 있고요.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읽었습니다.
이것으로 Conference를 마쳤고 내일은 휴식을 위해 관광을 하고 나서 밤 비행기로 한국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NCPG에 대해 간단하게 평가를 하자면 미국 APA는 어림도 없고 우리나라 심리학회 분과 학회 수준도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참석자 수는 3천 명을 웃돌지만 상당수의 recovery가 포함되어 있고 현장에서 치료를 담당하는 사람의 수가 많지 않을 뿐 만 아니라 그나마도 그 중의 상당수는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을 본 경험이 그리 많지 않아 보였습니다. 양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질적으로는 우리나라와 비교해 보았을 때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couple therapy 분야에서는 우리보다 노하우가 더 부족한 것 같았습니다. 잘난 척을 좀 해본다면 개인적으로는 별로 배운 것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도 managed care system이기 때문에 무료 치료를 제공하는 캐나다나 우리나라 현실과 괴리가 커 보였습니다. controlled gambling, Self-help wookbook 등을 강조하는 것을 보니 제 짐작이 확실히 맞는 것 같네요. 안타깝지만 들인 노력과 돈에 비해 얻을 것이 별로 없는 Conference였습니다. 앞으로는 차라리 캐나다나 호주 쪽의 conference를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비추입니다.
내년에 국제 치료자 conference를 할 때에도 현장 경험이 풍부한 노련한 치료자를 골라서 부르는데 상당한 애로사항이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