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돌아가는 날입니다. 3일 동안 정말 빡세게 공부만 했는데 오늘은 마음 놓고 쉬다가 돌아갈 수 있겠네요. 아침 댓바람부터 학회장에 갈 필요가 없으니 그야말로 편안한 마음으로 푹 잤습니다. 느즈막히 일어나 씻고 짐을 싼 뒤 아예 캐리어 백을 끌고 식당으로 가서 아침을 먹었습니다.
오늘은 하루종일 가이드가 붙어서 단체 관광을 할 것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이런 여행을 매우 싫어하지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따라다니기로 했습니다.
체크 아웃을 하고 9시 쯤에 디즈니 랜드로 향했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그냥 둘러보고 사진만 찍고 이동할거라고 합니다. 사진만 찍으려고 뭐하러 40분이나 차를 타고 가느냐고(버럭~).
미국에는 디즈니 월드와 디즈니 랜드가 있는데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 있는 것이 디즈니 랜드라고 합니다. 워낙 땅덩이가 넓어서 인구 밀도가 별로 높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디즈니 랜드에 도착하니 사람이 정말 바글바글합니다. 주차장에서 입구까지 셔틀버스를 타고 들어가 정말 달랑 사진만 찍고 다시 버스로 돌아왔습니다. 짜증나서 사진을 찍을 생각도 못했네요. 쩝...
그리고는 또 다시 버스를 타고 아울렛으로 갔습니다. 쇼핑을 하러 간다고 하네요. 뭐냐고~
저는 보통 외국으로 여행을 가면 쇼핑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현지의 기념 티셔츠 정도나 사기 때문에 단체로 쇼핑을 하러 가는 것을 아주 싫어합니다. 지옥같아요. 사람들은 좋아라 쇼핑을 하네요. 리바이스 청바지를 많이들 사더군요. 물론 대부분 '마데'이거나 방글라데시에서 만든 것이지만 일단 싸니까요.
그 다음으로는 헐리우드 거리로 향했습니다. 워낙 넓은 곳을 이동하려고 하다보니 시간이 없어서 정신없이 지나갑니다.
이곳이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코닥 극장입니다. 별로 특별하지는 않아요. 그냥 유서깊은 곳이니까 한번 둘러보는 것이지요.
코닥 극장에서 내려오는 계단의 양쪽 기둥을 보시면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을 연도별로 정리를 해 놓았습니다(좌우측 기둥의 불이 들어와 있는 흰 부분). 앞으로도 60~70년 정도는 끄떡없도록 자리를 확보해 두었다고 하네요.
근처에 차이니즈 극장이 있는데 바닥에 스타들의 핸드/풋 프린팅이 있더군요.
홍콩에 갔을 때 봤던 것과 비슷합니다. 제가 아는 수준의 스타는 많지 않았습니다. 주로 옛날 배우들이었어요.
해리 포터 시리즈의 주인공들의 단체 프린팅이 좀 색달랐고
제가 좋아라 하는 조지 클루니도 있고
윌 스미스의 최근 프린팅이 보였습니다. 발 진짜 큽니다. ^^;;;
헐리우드 거리에서도 면세점에서 거의 45분이나 쇼핑을 했습니다. ㅠ.ㅠ 지겨워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점심을 먹으러 한인 타운으로 이동했습니다.
LA 카운티에만 1백만 명이 넘게 살고 있다는데 저희가 들른 한인 타운은 정말 초라해 보였습니다. 80년대를 방불케 하는 거리 모습, 유치하기 짝이 없는 한글 서체의 간판, 지저분하고 구질구질한 식당 등. 좀 충격을 받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한인 타운이 다 이런 것은 아니라고 하더군요. 저희가 찾아간 지역이 좀 그렇다네요.
점심으로는 중국 코스 요리를 먹었는데 코스라는 이름과 달리 기름진 음식이 한꺼번에 나오는 바람에 양에 질려버려서 많이 못 먹었어요. 김치가 나왔는데 그것도 배추가 아닌 양배추 김치라서 쩝...
점심을 먹고 나서는 유니버셜 스튜디오로 향했습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 앞 광장의 조형물입니다. 많이들 기념 사진을 찍고 그러죠.
조형물에서 보이는 방향으로 직진하면 shop들이 밀집된 거리입니다. 왼쪽으로 가야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나오죠.
일단 정문에서 한장 찍고. 레드 카펫이 깔려 있네요.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도 시간이 부족한지라(가이드가 이동 중에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하더군요) 빼놓을 수 없는 코스인 Studio Tour와 공연으로 슈렉 4D, 동물 쇼, 또 하나는 이름을 잊어 버렸습니다. 무슨 귀신의 집 같은 곳을 통과하는 것이었지요. 많이 기다리지 않고 볼 수 있는 것만 선택하다 보니 '분노의 역류', '쥬라기 공원', '워터 월드' 같은 인기 볼거리를 하나도 못 봤습니다. 그야말로 맛보기만 한 것이지요. 짜증나~
귀신의 집은 썰렁했고, 동물 쇼는 중간에 들어가서 하이라이트는 거의 놓쳤으며 슈렉 4D는 재미있었지만 앞좌석에서 물이 튀고 등뒤에서 바람이 쉭쉭 나와서 좀 그랬습니다.
45분 정도 걸리는 Studio Tour가 그나마 괜찮았지요.
Studio Tour 정문입니다.
저 아래 보이는 세트장을 쭈욱 돌아보는 것입니다. 전망이 좋네요.
요건 폭우와 급물살을 재현한 세트인데 캠코더로 찍은 동영상으로 봐야 제 맛이에요. 나중에 편집해서 올릴 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부 개척 시대에 사용된 마차 등의 소품이 전시된 세트도 있고,
고대 고리스의 아고라 장면을 찍을 때 사용했던 세트도 있고요.
오래된 영화 어느 장면에서 봤음직도 한 세트네요.
이 세트는 어느 영화에서 사용되었는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이 세트는 알프레드 히치코크 감독의 영화 '새'의 모텔 장면에서 사용되었다고 하네요. 날씨가 맑은데도 분위기가 묘하게 음산하네요.
재난 영화에서 비행기 추락 현장을 묘사한 세트입니다.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까지 세심하게 꾸며 놓았습니다. 헐리우드 영화라서 그렇겠지만 규모가 장난이 아닙니다. 진짜 충돌 현장 같아요.
습도가 낮아서 쾌적하기는 한데 햇살이 너무 강해서 조금만 직사광선에 노출되어도 상당히 지치네요.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살펴보고 저녁을 먹으러 다시 한인 타운으로 이동했습니다.
저희가 저녁을 먹은 청운 부페의 모습입니다. 각종 고기와 한식을 먹을 수 있는 부페 형태의 식당이었습니다. 김치도 제대로 된 김치이고, 고기도 정말 다양하더군요. 그래도 LA 갈비는 왠지 꺼림칙해서 안 먹었습니다. 환기가 잘 안 되는 문제는 있지만 모처럼 한식다운 한식을 먹었네요.
저녁식사를 하면서 좀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인들 중에 상당 수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촛불집회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는데 유학생이나 지사 파견을 온 사람들이 아닌 한국 국적을 버리고 미국인이 되고자 하는 한인들은 한국이 잘 되는 꼴을 못 본다고 하네요. 예전 신정아 사건으로 우리나라가 떠들썩 할 때에도 내심 쾌재(?)를 불렀다고 합니다. 생각해 보면 이것도 일종의 자기 정당화(self justification) 기제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한국이 부강해지고 잘 먹고 잘 살면 한국을 버리고 미국으로 와서 힘들게 사는 자신의 선택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니 자신의 선택이 옳다는 것이 입증되려면 한국이 잘못된 길로 가야 하니까요. 참 씁쓸한 해석입니다. 대부분의 한인들은 그러지 않으리라고 믿고 싶습니다.
저녁을 먹고 일찌감치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비행기가 자정이 넘어서 출발하기는 하지만 들어오면서 보니까 Bradley공항이 워낙 낡고 좁아서 발권부터 보딩까지 절차가 만만치 않을 것 같았거든요.
8시쯤 도착을 하니 아직 아시아나 항공의 economy class의 발권 카운터가 문도 열지 않았더군요. 그제서야 따로 산 선물과 쇼핑한 물건을 다시 패킹하느라고 잠시 소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제가 치료하는 도박자의 부인을 딱 만난 것이 아닙니까? 미국에 간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목적지도 다르고 귀국 날짜도 훨씬 빨랐기에 기대를 안 했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저와 같은 비행기를 탄다고 하더군요. 참 세상이 좁지요. 정말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역시나 미쿡이라서 출국 심사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신발을 벗는 것은 기본이고 (그러면서도 슬리퍼 하나 안 줍니다. 나쁜 놈들), 노트북은 커버를 벗겨서 따로 검색대를 통과시켜야 합니다. 그러니 시간이 만만치 않게 걸리지요. 대기줄이 무지하게 깁니다.
미리 들어가기를 잘했습니다. 제가 탈 비행기의 게이트가 완전 끝에 위치하고 있네요.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장거리 비행을 대비해 속옷도 갈아입고 모자란 잠도 좀 잤습니다.
지구 자전 방향으로 가는 비행이라서 돌아가는 시간이 1시간 정도 더 걸릴 예정이네요. 어흑~
그래도 통로 쪽 좌석을 확보한데다 가운데가 비어 있어서 짐도 올려놓고 편하게 기대고 왔습니다.
반가운 기내식이네요. 비빔밥입니다. 김치에다가 북어국까지... 감동의 물결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속이 느글거렸는데 확실하게 달래주네요. 싹싹 비웠습니다.
중간에 간식으로 무슨 햄 샌드위치를 줬던 것 같은데 비몽사몽 간에 맛도 모른 채 먹어 치웠고.
아침으로 나온 매콤한 낙지 덮밥입니다. 원래 아침 기내식으로는 항상 오믈렛을 먹었는데 이번에는 도저히 느끼해서 못 먹겠더군요. 속도 확실하게 달래줄 겸 먹었습니다.
새벽 5시 30분 쯤에 인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습도가 높다 보니 기온이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데도 엄청 덥게 느껴지네요. 연신 부채질을 했습니다. 짐을 찾고 나서 간단하게 인사를 한 뒤 각자 집으로 향했습니다.
여행이 아닌 외국 체류로는 가장 긴 날짜가 아니었나싶네요. 아무리 공짜라도 미국을 또 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