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도 불구하고
국립중앙박물관에 다녀왔습니다.
얼마전에
'도자기 : 마음을 담은 그릇'을 읽은 뒤로 그 책에 나온 도자기들을 직접 보고 싶었거든요. 직접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느낌을 다시 경험할 수 있을지 확신도 못했지만 그냥 문득 그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걍 갔습니다. ^^
국립중앙박물관은 예전 용산가족공원 자리에 있습니다. 지하철 4호선 이촌역 2번 출구로 나가서 쭈욱 직진하면 주차장 입구가 나오는데 정문은 거기에서 150m 정도 더 걸어가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정문까지 들어가지 마세요. 주차장 관리소 옆으로 보면 작은 샛길이 있습니다. 그 길로 들어가면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곧바로 매표소를 만날 수 있습니다. 정문으로 들어가면 박물관 왼쪽 끝에 있는 매표소까지 어차피 다시 나와야 합니다. 그러니 쓸데없는 발품을 팔지 마시고
주차장 입구의 샛길을 이용하는 것이 더 편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휴관일은 1월 1일과
매주 월요일입니다.
관람 시간은 평일의 경우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이고 주말에는 1시간 더 연장됩니다. 특이한 것은 수요일인데
수요일은 야간 개장이 있어 오후 9시까지 문을 엽니다. 제가 간 날이 수요일이라서 넉넉하게 둘러볼 수가 있었지요. 직장인들의 경우 호젓하게 둘러보고 싶다면 수요일을 이용하는 것도 좋겠더군요. 다만 박물관 안의 문화상품점과 각종 편의시설은 야간개장을 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
올 연말까지 상설전시관은 관람료가 없습니다. 특별 전시나 기획 전시만 입장료를 냅니다. 물론 상설전시관만 둘러보더라도 관람권은 끊어야 합니다.
보시는 것처럼 입장료가 무료입니다. ^^
왼쪽 끝에 ticket booth가 보이시죠? 여기에서 관람권을 받아야 합니다. 보시는 것처럼 여러가지 기획전과 특별 전시회가 열리고 있으니 입맛대로 관람을 하셔도 되겠습니다.
용산가족공원이 헐리고 국립중앙박물관이 이전한다는 소식을 듣기는 했습니다만 실제로는 처음 방문했는데 사진으로 보여드리겠지만 규모가 어마어마하더군요. 주눅이 들 정도였습니다.
입구로 들어서면 커다란 광장이 나오는데 화려하고 깨끗한 것은 좋은데 한국적인 냄새가 하나도 안 나서 좀 실망이었습니다. 너무 현대적으로 꾸며놓았더군요.
오른쪽 끝에 안내 데스크가 있는데 무슨 호텔 reception같습니다. 너무 화려하네요. 시골에서 갓 상경한 사람마냥 여기저기 둘러보느라고 처음에는 정신이 없었습니다.
너무 넓어서 도저히 짧은 시간에는 다 볼 수 없을 것 같고 게다가 오늘의 목적은 도자기를 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곧장 3층의 미술관 II로 올라갔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커피와 샌드위치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카페도 있더군요.
박물관이라기보다는 인천 공항에 나와 있는 것 같아서 생경합니다. -_-;;;
초딩 한 무리가 현장학습을 나와 있던데 대체 무슨 생각인지 선생이 인솔하지도 않고 그냥 박물관에 풀어 놨더군요. 소리를 지르면서 술래잡기를 하던데 들고 있던 D300으로 뒤통수를 후려칠 뻔 했습니다. 솔직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문화 경험은 시간 낭비라는 것이 제 평소 생각입니다. 그냥 박물관에 애들 풀어놓는 것은 다른 관람객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죠.
용산가족공원의 넓은 공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서인지 아주 거대하게 꾸며놨지만 솔직히 낭비되는 공간이 아깝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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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는 도자기들은 모두 '도자기 : 마음을 담은 그릇'에 소개된 것들입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북 크로싱을 하고 있는 책을 통해 살펴보세요. ^^
'도자기 : 마음을 담은 그릇'에 나오는 도자기 중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도자기는 다 찾아보고 싶어서
'북다트'로 체크하고 갔습니다만 아무리 찾아도 다 못 찾겠더군요. 책이 나온 뒤에 전시품이 바뀌었을 수도 있을 것 같고요.
미술관 II의 전시실 중 도자기 관련 전시실은 도자공예-청자실, 도자공예-분청사기실, 도자공예-백자실, 이렇게 3개 전시실입니다. 비교적 깔끔하게 전시해 놓았더군요.
삼성 리움 미술관과 달리
flash만 사용하지 않으면 사진 촬영도 허용됩니다.
도자기를 하나 찾으면 책의 해당된 부분을 다시 보고 나서 천천히 도자기를 보면서 마음으로 느껴지는 부분을 음미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니까 참 좋네요. 예전에는 그냥 국보급 희귀한 도자기나 특이하게 생긴 도자기 위주로 수박 겉핥기를 하면서 관람했는데 이렇게 보니 평범하게 생긴 도자기에서도 많은 것이 느껴집니다.
1층 로비를 거쳐 나가는 출구에는 문화상품점과 수유실, 카페 등이 있습니다. 바닥이 반질반질한 것이 화려하기는 한데 저는 영 못마땅합니다. 다른 나라의 박물관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고유의 멋을 살린 부분이 별로 없어요. 복도에 놓인 다보탑 모형 정도가 그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그게 뭐야~).
좁고 덜 깨끗하고 덜 화려해도 좋으니 우리만의 멋과 특징을 살릴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어쨌거나 쉬는 날 또는 직장인들은 수요일 밤에 공짜로 가을 정취도 만끽하고 문화 체험도 할 수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나들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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