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도박자가 도박을 적절히 통제, 조절하면서 즐길 수 있는 정도는 허용하면 어떨까에 대해 치료자와 상의하고 싶어하는 가족들이 있습니다. 소위 통제된 도박(controlled gambling)을 도박자에게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인데요.
특히 도박자가 치료를 받게 되면서 당당했던 모습이 사라지고 의기소침, 위축되어 가족들이 안쓰러움을 느끼거나 가족들이 ‘간수 역할’을 거두면서 도박자가 도박을 하는 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됨으로써 궁금함을 참을 수 없기 때문에 차라리 도박자가 도박을 한다고 하더라도 어떤 상황인지 알고 싶어 하는 경우에 이런 요구를 하게 됩니다.
이 때, 우선 가족들이 ‘간수 역할’을 그만두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감시를 참아야만 하는 가족의 어려움과 동시에 불끈불끈 올라오는 호기심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최초 치료 목표가 도박을 전혀 하지 않는 것(abstinence)이라면 왜 통제된 도박이라는 새로운 치료 목표가 갑자기 대두되었는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합니다. 치료적인 측면에서 봐도 가족이 단지 도박자의 도박 여부에 대해 알고 싶어서 통제된 도박을 인정하는 거라면 가족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만큼만 도박자가 공개하고 나머지는 어차피 감출 것이기 때문에 가족들은 도박자의 도박에 대해 아주 제한된 정보만 갖게 됩니다.
따라서 가족의 호기심을 충족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치료에 효과적이지도 않습니다. 도박자에 대한 수용과 지지는 통제된 도박을 인정함으로써 도박자가 도박을 할 수 있게끔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표현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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