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예비 배터리는 갖고 갔는데 예비 메모리 카드를 호텔에 두고 왔더군요. 운이 없게도 프라하 성을 둘러보는 중간에 메모리 카드가 꽉 차는 바람에 호텔에 다시 들러야 했습니다.
프라하 성의 후문으로 내려와 오른 쪽으로 꺾어 5분 정도만 내려가면 Malostranska역입니다. 저희가 묵은 호텔이 있는 Staromestska역까지 한 정거장이죠. 그래도 걸어가려면 다리를 건너가야 할 정도의 거리가 되기 때문에 지하철을 탔습니다. 화근은 한 정거장이라고 10K짜리 티켓을 끊은거지요.
Staromestska역은 티켓을 점검하는 감시원이 가장 많은 곳입니다. 구 시가 광장과 연결되는 역이라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내리는 곳이거든요. 아니나다를까 정복을 입은 감시원이 표를 보자고 잡습니다. 티켓을 보여주니 정색을 하고는 저희를 어디로 데리고 갑니다. 티켓 구매 방법을 설명하는 보드판 앞에서 저희가 산 티켓은 프라하 외곽 지역에서 도심으로 들어오는 경우에만 해당이 된다고 부정승차라고 하는 겁니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니 사정을 봐 달라고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절대로 안 된답니다. 이런...
그래도 계속 사정을 하니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니 원래는 두 명 각자에게 벌금을 물려야 하지만 두 티켓을 한 사람 것으로 인정하고 벌금을 한 사람 것만 물리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벌금이라는 것이 무려 700K(우리 돈으로 대략 5만 원)이나 됩니다. 그것도 그 자리에서 현금으로 내야 그 정도이지 신용카드로 내거나 나중에 내면 추가금액이 더 붙습니다.
분명히 저희가 잘못 안 것이고 그 감시원이야 자기가 할 일을 한 것 뿐이지만 기분을 완전히 잡쳤습니다. 나중에 보니까 다른 역에서는 감시원이 없더군요. 꼭 가장 많은 여행자가 드나드는 Staromestska역에만 감시원이 있고 그것도 여행자가 많이 들어오는 오후 시간대에만 있는 것을 보고 나서는 '이 사람들이 프라하의 티켓 체계를 모르는 여행자들이 내는 벌금으로 장사를 하나'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괘씸하더군요. 썩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시려면 마음 편하게 one day ticket을 끊으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어쨌거나 호텔에 들러서 예비 메모리를 갖고 나오니 벌써 오후 4시 경이 되었더군요. 유대인 지구를 둘러보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배를 채워야 할 것 같아서 간단히 KFC에서 요기만 하고 가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유대인 지구도 저희가 묵은 호텔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더군요. 유대인 지구는 5시 30분에 문을 닫기 때문에 조금은 서둘러야 합니다.
KFC에서 트위스터, 징거버거, 치킨 2조각 세트(+ 케첩 -_-;;;)를 279K에 사서 우걱우걱 먹었습니다. 상하이와 마찬가지로 체코에서도 먹은 트레이를 그냥 두고 나가면 직원이 알아서 치워주는 시스템이더군요.
유대인 지구로 알려진 요제포프는 13 세기에 신성 로마 제국이 유대인과 기독교인을 분리하면서 유대인을 강제 이주시킨 게토(Gheto) 지역입니다. 2차 대전 때에는 이 지역에 거주하는 유대인의 3/4이 나치에 의해 학살을 당하는 참극이 일어난 비극의 지역이기도 합니다.
이곳은 토요일과 유대인의 휴일에는 문을 열지 않습니다. 6개의 회당(synagogue)과 유대인 묘지 등을 둘러볼 수 있는 묶음 티켓이 300K(21,000원)이고 거기에 사진을 찍고 싶으면 사진기 당 1장의 허가증을 40K를 주고 사야 합니다. 그런데 거의 대부분의 회당이 사진 촬영 불가이고 구 유대인 묘지에서만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데 그곳은 상당히 엄숙한 분위기라서 사진을 찍을 엄두가 잘 안 납니다. 그러니 사진 촬영 티켓은 될 수 있으면 사지 마세요.
유대인 지구는 관광객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추모를 위해 들른 유대인들이죠. 동양인들은 그야말로 거의 없습니다. 저희가 갔을 때에는 한 명도 못 봤습니다. 대부분의 회당은 나이 든 어르신들이 안내와 티켓 확인을 담당하는데 제사를 드릴 때 사용하던 제기와 성물 등을 전시해 둔 회당이 많고 간혹 나치 치하에서 박해받던 유대인들의 물건을 전시한 곳도 있습니다. 분위기가 자연스레 숙연해지더군요.
특히 구 유대인 공동묘지(Stary Zidovsky Hrbitov)는 핀카소바 유대교회당(Pinkasova Synagoga) 바로 옆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핀카소바 유대교회당에는 테레진(Terezin) 강제 수용소에 수감되었다가 수많은 생체 실험실에서 죽음을 맞이한 무려 7만 7천 297명이나 되는 유대인의 이름이 벽면에 온통 빼곡하게 씌여 있습니다.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해지는 광경이죠.
구 유대인 공동묘지는 15세기 초에 조성이 되었는데 유대인의 매장이 허용된 유일한 장소라서 묘 자리 한 곳에 평균 12구의 시신을 겹쳐 매장했다고 합니다. 비좁은 공간에 빼곡하게 들어찬 비석의 숫자가 1만 2천여 기라고 하니 대략 12만 명 이상이 매장되었다고 보면 됩니다.
유대인 지구에서는 유대인 공동묘지에서만 사진 촬영이 허가되는데 그 분위기에서는 도저히 셔터를 누를 엄두가 안 납니다. 창끝처럼 빽빽하게 땅 위로 솟아오른 비석들 위에 추모객들이 올려놓은 돌과 편지들이 눈에 띄는데 나치의 잔학상을 사죄하는 독일인의 편지가 기억에 강하게 남았습니다.
보시는 것은 1270년 경에 세워진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유대교회당인 신구 유대교회당(Staronova Synagoga)입니다. 골렘이 있는 교회당으로 유명한데 아쉽게도 오후 5시에 문을 닫아서 들어가보지는 못했습니다. 요제포프 유대인 지구의 회당들은 비교적 가까운 거리이기는 하지만 모두 떨어져 있어 지도를 참고해 부지런히 다녀야 합니다. 그래도 2개를 제외한 4개의 교회당은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굳게 닫힌 문은 열릴 줄을 모르네요.
마이셀로바 유대교회당(maiselova Synagoga)은 유대 마크인 다윗의 별이 선명해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 곳은 현재 유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어 2차 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박해한 유대인들의 유품과 기록물을 살펴볼 수 있죠.
9월 30일부터 10월 1일까지 유대교 휴일에 문을 닫는다는 게시판입니다.
묶음 티켓을 사니 Kafka 특별전 무료 관람 티켓을 함께 주네요. 저희는 이런 걸 또 절대로 놓치지 않죠. ^^
길을 가던 도중에 만난 5인용 자전거입니다. 타고 가면서 관심을 보여주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면서 유쾌하게 지나가네요. 힘은 덜 들지 몰라도 사고가 나면 아주 대박인 자전거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Kafka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지역에 있는 Spanish Synagogue입니다. 5시 45분 쯤 도착했는데 아직 늦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희가 본 것은 Jamila Maranova의 특별전입니다. 인상이 참 강하죠?
Jamila는 Kafka의 책 중 'Castle'의 삽화가로 일한 적이 있는데 전반적으로 그림의 분위기가 매우 어둡고 침울합니다. 대충 보니 변호사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것 같더군요. ^^;;;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카프카 생가를 열심히 찾아 돌아다녔는데 막상 찾고 보니 등잔 밑이 어둡다고 저희가 묵었던 호텔과 마주보고 있네요. -_-;;; 아래 사진의 건너편이 저희가 묵었던 호텔 건물이고 오른 쪽으로 꺾어지면 바로 구 시가 광장이 나옵니다.
7시 30분 쯤 호텔로 돌아왔는데 너무 피곤해서 씻는 둥 마는 둥 그냥 골아떨어졌습니다. 20,383보나 걸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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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ke up room 비용 : 40K
* 생수 : 15K
* 프라하 성 입장료(ticket B) : 250K X 2 = 500K
* 황금소로 기념품 구입
- 북마크 A : 520K X 2 = 1,040K
- 북마크 B : 150K X 2 = 300K
* 프라하 성 -> 구 시가 광장 지하철 요금 : 10K X 2 = 20K
* 벌금 : 700K
* KFC 저녁(트위스터, 징거버거, 치킨 2조각 세트, 케첩) : 279K
* 요제포프 지구 입장료
- 입장료 : 300K X 2 = 600K
- 사진 촬영 티켓 : 40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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