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키 크롬로프를 떠나 텔츠로 가는 날이 밝았습니다. 아침 7시 쯤에 일어났는데 어제 8시 경에 잠이 든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죽은 듯이 잔 것이죠.
어제 샤워도 못하고 그대로 쓰러져서 잠이 들었기 때문에 일단 샤워를 하면서 빨래도 해서는 히터에 널고 아침식사를 하러 내려갔습니다.
식사를 마치고는 어제 봐뒀던 길을 따라 블타바 강변 산책을 나갔지요. 양조장까지 내려갔다가 올라오면 적당한 거리가 될 것 같았습니다.
담쟁이가 창문을 휘감아 올라가면서 고풍스러운 모습을 연출하는군요. 왠지 방안에 벽난로가 피어오르고 흔들 의자에서 책이라도 읽으면 좋을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
강가로 나가는 입구입니다.
날씨가 흐리네요. 이러다가 텔츠로 갔는데 비라도 오는 것이 아닌가 걱정입니다.
강으로 둘러쌓여 있어서 그런지 체스키 크롬로프는 공기가 참 맑더군요. 다른 것도 좋지만 맑은 공기가 정말 마음에 듭니다.
강가를 따라 걷는데 오리 가족이 강가를 거슬러 올라가네요.
얕은 물가에서 목욕도 하고 털도 고르고 여유가 있습니다. 사람을 그렇게 두려워하는 것 같지도 않아요.
각양 각색 낙엽이 물결따라 춤을 춥니다. 물이 맑아서 그런지 물 속까지 아주 잘 보입니다.
철조망에는 이름 모를 새가 날개를 쉬고 있습니다. 색깔이 참 예쁘네요.
산책을 하다가 한 무리의 체코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곁에 큰 셰퍼드가 있어서 긴장했는데 굉장히 순하고 사람을 따릅니다. 이름이 '레이디'라고 하네요. 레이디! 하고 부르니 꼬리까지 살랑살랑 흔듭니다. 좋아라~
강가의 중간중간에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 혓바닥 의자는 이슬이 내려 젖어있지 않았어도 왠지 앉기가 부끄러웠을 것 같네요. ^^;;;
이빨 바이스(!!!)입니다. 설마 실제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어제는 몰랐는데 골목 골목에도 볼만한 것들이 꽤 있더군요.
이 토르소는 생각보다 굉장히 무거워요. 속이 꽉 차 있는 토르소더군요.
노상방뇨하는 미노타우르스~
다행히 날씨가 개는 것 같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드보르작 호텔 앞에서 핫 초코 1잔을 또 사먹었는데 어제 먹은 것보다 묽더군요. 윽~ 실망입니다. 잘 보고 골라 먹어야 할 것 같네요.
호텔로 돌아와서 짐을 싼 뒤 체크 아웃(4,600K)을 했습니다. 베컴을 닮은 직원에게 기념으로 우리나라 전통 인형이 달린 휴대폰 줄을 선물했더니 좋아하네요.
저기 뿔나팔처럼 생긴 문양이 걸린 곳이 체코의 우체국이니 편지나 엽서를 보낼 분들은 참고하세요.
지금 가면 언제 다시 이 곳에 돌아올지 모르는데 참 아쉽네요.
언제 다시 이 멋진 단풍과 풍경을 볼 수 있을까요.
운이 좋게도 프라하에서 그렇게 찾아도 눈에 띄지 않았던 Trdelnik을 파는 가게를 체스키 크롬로프에 와서 발견했습니다. 크하하~
Trdelnik은 이렇게 생긴 빵(?)입니다. 만드는 과정이 독특한데 아주 유명한 군것질거리입니다. 계피, 코코넛, 아몬드, 월넛은 40K, 자두잼과 Nutela(초코 크림 비슷한)가 들어있는 것은 50K입니다.
계피가 오리지널이라고 해서 주문했는데 저게 보기보다 묵직하고 찰져서 둘이서 하나만 먹어도 든든하거든요. 참고하세요.
광장을 지나가는데 갑자기 체코 아이들이 종이를 하나씩 들고서 서툰 영어로 말을 걸더군요. 인근 학교에서 영어 현장 학습을 나왔답니다. 덕분에 잠시 즐거운 talking(?)을 했네요. ^^ 저 뒤에 챙 있는 모자를 쓰고 이쪽을 보고 있는 분이 영어 선생님이랍니다.
마을 밖으로 나가는 다리에서 바라보니 저희가 묵었던 호텔이 보이네요. 정말 전망이 좋았죠.
11시 30분 쯤에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체스키 크롬로프에서 텔츠로 바로 가는 버스는 없기 때문에 일단 부제도비스 터미널로 가서 다시 텔츠로 가는 버스로 갈아타야 합니다. 어제 마을의 information center에서는 부제도비스에서 텔츠로 가는 버스만 예매를 했기 때문에 부제도비스로 가는 버스표는 버스를 탈 때 사야 합니다. 성수기가 아니라서 그런지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더군요.
local bus라서 그런지 그렇게 좋은 버스는 아닙니다. 의자가 좀 낮더군요. 그래도 등받이가 높아서 머리를 기대고 자기는 좋습니다. 버스표는 버스를 탈 때 기사에게 직접 사면 됩니다(32K). 영수증도 발급해 줍니다. 짐은 아래 짐칸에 싣든, 갖고 타든 갯수에 따라 추가로 비용을 내야 합니다(1개에 3K).
30분 정도를 달려 부제도비스 버스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부제도비스는 교통의 요충지라서 버스터미널도 꽤 큽니다. 안에 쇼핑몰도 있어요.
부제도비스에서 버스를 탈 때에도 매표소에서 굳이 표를 살 필요없이 행선지에 따라 승강장에서 기다렸다가 직접 버스표를 사도 됩니다. 대신 버스를 타면서 표를 사면 좌석 번호가 없기 때문에 무조건 표를 가진 사람이 우선이고 비켜달라고 하면 비켜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죠. 외국 여행자의 경우에는 예매를 해 두는 것이 편합니다.
부제도비스에서 텔츠까지는 거리가 멀어서 그런지 짐을 싣는 비용도 비쌉니다(8K).
버스 시간까지 시간이 좀 있어 아예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습니다. 3층이 Platform인데 간단히 식사를 할 수 있는 'Guty'라는 중국 fast food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종업원들이 모두 중국인이네요. 어디나 그렇지만 체코에서도 음식점을 운영하는 중국인들이 꽤 많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메뉴판이 그림으로 되어 있어 주문하기가 편합니다. 대신 음식 종류가 너무 많아서 살펴보는데 시간이 좀 걸리더군요. ^^
음식이 조금 짜기는 하지만 친절하고 음식도 빨리 나옵니다. 추천할 만 합니다.
74번 게살 잡채(69K)입니다. 담백하고 맛있습니다.
112번 쿵바오(69K)에 밥(15K)을 추가했습니다. 밥이 안남미로 지었지만 우리식으로 약간 진득하게 나오기 때문에 비벼 먹으니 맛있네요. 전반적으로 체코의 중국 음식이 약간 기름지다는 점을 감안해야겠습니다.
펩시 콜라도 가장 큰 것(22K)을 시켜 나눠 먹었습니다. 국내에 있을 때에는 밥을 먹으면서 콜라를 마신다는 것을 상상도 못하겠는데 외국을 여행할 때에는 이상하게 자연스럽단 말이죠. ^^;;;
식사를 하고 1시 15분에 텔츠로 출발했습니다. 프라하에서 체스키 크롬로프로 가는 버스는 체스키 크롬로프가 종점이지만 텔츠는 중간 경유지이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내려야 합니다. 여행자들이 많이 내리기 때문에 어렵지는 않지만 그래도 지나치면 곤란하니까요.
부제도비츠에서 텔츠까지는 버스로 2시간 정도 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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