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K짜리 지하철 승차권은 75분 동안 무제한으로 이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호텔에 짐만 던져 놓고 부랴부랴 호텔을 나섰습니다. 서두르면 바츨라프 광장이 있는 Muzeum역까지 추가 비용 없이 갈 수 있으니까요.
체코 지하철은 사실 그렇게 편리하지는 않습니다. 앞에서 몇 번 불평한 것처럼 승차권을 구입하는 것도 불편하고, 열차 내 좌석 배치도 비효율적입니다. 교통 문화가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DMB, 휴대폰을 많이 사용하기는 해도 책 읽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순전히 개인적인 생각) 우리나라와 비교되는 모습이더군요.
바츨라프 광장(Vaclavske Namesti)은 체코 여행자들이 대개 프라하 여행을 시작하는 장소인데 저희는 어찌하다보니 마지막에 들르게 되었네요. 지하철 A선과 C선의 환승역인 Muzeum역에서 내리면 됩니다.
1918년 체코슬로바키아 공화국 선포, 1948년 사회주의 공화국 선언, 1968년 소련 연방에 대항해 일으킨 자유화 운동 '프라하의 봄', 1989년 민주화를 위한 무혈 시민 운동 '벨벳 혁명' 등 체코의 역사적 사건이 있을 때마다 등장하는 유서깊은 장소가 바로 바츨라프 광장입니다.
바츨라프 광장 초입에 있는 바츨라프 기마상입니다. 바츨라프는 체코 민족의 수호성인인데 10세기 이후부터 체코에 국난이 닥치면 동굴에 잠들어 있는 보헤미안 기사들을 깨워 적군을 물리치고 나라를 구한다는 전설의 주인공입니다. 역사적 장소에 어울리는 의미를 가진 기마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바츨라프 기마상 뒤로는 국립 박물관(Narodni Muzeum)이 있습니다. 체코 최대의 박물관이자 세계 10대 박물관 중 하나입니다. 체코인들이 자부심을 갖는 곳이라고 하네요. 프라하에 너무 늦게 도착한터라 이 박물관 관람은 과감히(ㅠ.ㅠ) 포기했습니다.
바츨라프 광장은 밤에 보면 더욱 운치가 있다더니 역시나 그랬습니다. 밤에도 여행자들로 활기가 넘치네요.
바츨라프 기마상을 뒤로 두고 쭈욱 내려가면 무스텍(Mustek) 역을 만나게 되는데 거리 양쪽으로 각종 기념품을 파는 상점과 레스토랑이 밀집되어 있습니다.
중앙 화단에는 누군가를 추모하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는데 민주화 투사들인지 확인을 못 했습니다. 전부 체코어로만 씌여 있었거든요. ^^;;; 참배객들이 끊이지 않는지 놓여진 꽃들이 시들지 않았네요.
번화가라서 그런지 큼지막한 카지노도 주머니가 두둑한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네온사인이 화려하지 않은 체코에서도 카지노만큼은 서구 사회에 뒤질세라 겉보기에도 휘황찬란합니다.
출출한 김에 길거리 음식을 먹어 보기 위해 길거리 가판대에서 핫도그를 샀습니다. 종류가 많기는 한데 그림만 보고 주문해도 좋으니 편리하네요.
빵 사이에 두툼한 수제 수시지를 끼우고 양파와 각종 채소, 감자칩을 얹은 뒤 마요네즈와 케첩을 뿌렸습니다. 가격은 70K. 한 개만 먹어도 든든합니다. 맛도 좋아요. 길거리 음식으로 추천~
바츨라프 광장 주변은 우리나라로 치면 명동하고 분위기가 비슷한 것 같습니다. 크리스탈 제품이 유명해서 그런지 프라하 어디를 가도 상점을 볼 수가 있죠.
체코 전통 음식 중 하나인 족발(pecene kolno)과 갈비(uzeny veprovy zbirka)를 먹어보기 위해 400년 전통으로 유명한 U Vejvodu에 들렸으나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그야말로 사람으로 폭발할 지경) 내일을 기약하고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마지막 날이니 한국 음식을 먹어보기 위해 가이드 북에서 추천한 Yami를 어렵게 찾아갔습니다만 메뉴가 바뀌었더군요. 가이드 북에 소개될 당시의 한국 요리사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일식 위주로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모처럼 왔으니 한국 음식을 해 주겠다고 친절하게 대해주셨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냄새로 불쾌감을 줄까봐 그냥 나왔습니다.
만화 심슨을 패러디한 제품을 전문으로 파는 상점입니다. 문이 닫혀 있어 진열장에 전시된 것만 봤는데 재미있네요. 그럴듯해 보이죠?
유태인 지구에 있는 Marco Polo IV도 찾아갔지만 역시나 너무 늦었는지 이미 문을 닫았더군요. 체코에서의 마지막 날인데 운이 별로 없네요. 할 수 없어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배 위에서 음악과 음식, 술을 즐길 수 있는 유람선이 끊임없이 다리 위를 오가네요. 시끌벅적합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금방 알아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프라하는 체코의 수도인데도 유럽 대부분의 도시가 그런 것처럼 상업 조명이 많지 않습니다. 네온사인에 익숙한 우리가 볼 때에는 처음에는 어둑해서 무섭기도 하지만 적응이 되면 그런대로 운치가 있고 우리나라가 너무 전기를 낭비한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치안만 안전하다면 이런 분위기 있는 조명 하나로도 길을 밝히기에 충분하지 않을까요?
결국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바츨라프 광장 근처에서 핫도그를 먹었기 때문에 배가 고프지는 않아서 씻고 일찍 자기로 했습니다. 아무리 프라하가 걸어서 돌아다닐 수 있는 넓이라고 하더라도 계속 걸으니 상당히 피곤하군요. 시차도 한 몫을 했고요.
유럽에서는 체인 호텔이 아닌 경우 고급 호텔이라도 겉에서 보기에는 작고 아담한 경우가 많습니다. Hoffmeister 호텔도 겉에서 보기에는 우리나라 모텔급 정도 밖에 안 됩니다.
보시는 것처럼 호텔 로비도 아담하고 고전적이죠. 대리석에 조명이 번뜩이는 현대식 호텔하고는 거리가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여행 마지막 날이라 푹 쉬는 의미에서 좋은 호텔로 방을 잡았습니다. 요기는 거실입니다. 앞서 묵었던 호텔들하고는 확실히 비교되죠.
요기는 침실입니다. 굉장히 넓죠. 벽에는 이 호텔의 주인이었던 Hoffmeister씨가 그린 그림들이 걸려 있습니다. 이분은 미술 쪽에 조예가 깊었다고 합니다.
욕실도 굉장히 넓고 천장도 높습니다.
게다가 shower booth와 욕조가 함께 있어요. 세면대도 두 개이고. 월풀 욕조는 보기 쉬운 것이 아닌데 말이죠.
월풀 욕조를 활용해서 가져간 목욕 소금으로 반신욕을 하고 12시쯤 잠이 들었습니다.
27,199보나 걸었으니 많이 걷기는 걸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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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텔츠 Celerin 호텔 make up room 비용 : 22K
* 숙박비 결제 : 1,470K
* Chateau 입장료 : 90K X 2 = 180K
* 점심 식사 비용(Pizzerie, 137K)
- 마가리타 피자 작은 것 : 59K
- 치즈 케익 : 32K
- 콜라 한 잔 : 24K
- 오렌지 쥬스 한 잔 : 22K
* 텔츠 -> 프라하 Roztyly 버스 요금
- 차비 : 124K X 2 = 248K
- 짐 보관료 : 17K X 2 = 34K
* 75분 지하철 승차권 : 26K X 2 = 52K
* 바츨라프 광장 핫도그 1개 : 70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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