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도박 중독 국가이므로 사행산업 전반에 대대적인 수술을 감행해야 한다고 2007년 발족한 이후로 지금까지 순진한 국민들을 상대로 공포 마케팅을 해 왔습니다.
이러한 공포 마케팅을 위해 2008년 도박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문화관광정책연구원에 연구 용역을 발주하여 완전히 엉터리 연구(지금까지도 원자료 공개를 극구 반대하고 있습니다, 반면 마사회는 2009년 연구 결과의 원자료를 완전히 공개하였을 뿐 아니라 이 원자료를 바탕으로 2010년 연구 과제를 공모할 예정)를 진행하였고 이 연구가 얼마나 엉터리인지는 저만 해도 이미 다음과 같은 포스팅을 통해 수 차례 문제를 제기한 바 있습니다.
* 한국판 CPGI의 문제점* 사감위가 주장하는 검사-재검사 신뢰도 r=.352(p<.000)의 의미* 사감위가 타당도 검증의 근거로 주장하는 KMO와 Bartlett 구상 검정치의 의미 * British Columbia를 영국으로 착각하는 한심한 사감위
그런데 2009년에 KRA(한국 마사회)가 고려대학교 한성열 교수팀에게 발주한 '전국민대상 도박이용실태 유병률 조사' 결과 지금까지 사감위가 국민들을 얼마나 기만적으로 속여왔는가가 백일하에 드러났습니다.
이 연구는 사감위의 10배가 훨씬 넘는 2만 명(20,175명)의 유효 표본 수(이는 성인 인구 대비 0.053%로 다른 선진국의 실태 조사 표본 규모와 동일한 수준)를 확보하였으며 무엇보다도 연구 절차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보장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사전 시뮬레이션 연구 -> 본 연구 -> 연구 감리 용역의 3단계를 거쳐 모든 오차를 최소화한 연구 프로젝트입니다.
기본적인 연구 결과만 살펴보더라도
1) 우리나라의 도박 중독 유병률은 0.9%로 중국(1.78%), 싱가포르(2.1%)에 비해 현저히 낮아 아시아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으며 미국(1.1%)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나 사감위가 그동안 얼마나 도박 중독률을 과대포장해왔는지가 낱낱이 밝혀졌습니다. 2) 유병률만큼이나 중요한 참여도는 58.1%로 뉴질랜드(86.2%), 캐나다(86.6%)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었으며 미국이나 싱가포르와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도박 중독 국가가 아니었던거지요. 여기서 내용을 오독하고 딴지를 걸 사람들이 있어서 미리 첨언하면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도박 중독 문제를 방치해도 되는 수준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양비론으로 물타기할 분들은 사감위 홈페이지(pgcc.go.kr)로 가시길...
그동안 사감위는 도박 문제 해결이라는 반대하기 어려운 대전제의 뒤에 숨어 사실을 호도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그 대전제의 충족 자체를 방해하였습니다. 의도야 어떻든 지금까지 총량제, 전국 600개 상담센터 설립 계획, 전자카드 도입 등 하는 족족 도박 중독 문제 해결에 방해만 되는 제도적 장치를 고집하여 도박 중독 분야의 퇴보를 부채질하였습니다. 그동안 현장의 전문가들이 진실을 밝히기 위한 싸움을 하느라고 정작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을 위해 매진하지 못하고 소진한 노력의 양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겁니다. 이 모든 소모적인 싸움의 책임은 반드시 사감위가 져야 합니다.
사감위에서 언론에 실린 이 연구 결과에 대해 곧바로 반박 보도문을 냈던데 반박 요지는 2008년 사감위 연구에서 유병률 산출에 사용한 CPGI에서는 중위험 도박자와 문제성 도박자를 합쳐 9.5%로 산출하였는데 2009년 마사회 연구에서는 NODS의 병적 도박자만 사용하여 0.9%로 추정하였으니 비교 불가하다는 것입니다. 일견 일리가 있는 말처럼 들리지만 자세히 뜯어 보면 억지쓰기에 불과합니다. 2009년 마사회 연구가 2008년 사감위 연구를 비판한 점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유효 표본 수가 너무 적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엉터리 진단 척도인 CPGI를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2009년 마사회 연구에서 비교 분석을 하기 위해 CPGI로도 자료 수집을 했음에도 정작 유병률은 NODS로 산출한 것이지요. 즉 노골적으로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2009년 마사회 연구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2008년 사감위의 연구 용역이 유효 표본 수의 태부족, 엉터리 CPGI를 사용한 것이기 때문에 터무니없이 높게 나온 유병률을 믿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사감위는 2008년 연구에서 NODS를 이용해 추정한 1.1%를 우리나라의 도박 중독 유병률로 발표했어야 한다는 거지요. 그런데 엉뚱한 다리를 긁고 있네요.
9.5%라는 유병률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 하면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 인구 2,700만 명에 대입을 했을 때 8명 중 1명, 약 360만 명이 도박 중독자라는 말이 되고 이는 4인 가족 기준으로 1,440만 명이 도박 중독의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우리나라 인구를 5천만 명으로 잡는다고 해도 3~4 명 중 한 명은 도박 중독의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주장인데 이게 정녕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무리 눈가리고 아웅 한다고 해도 하늘은 절대로 가려지지 않습니다. 그 사람만 병신 인증하는 것이죠.
현장 전문가(어디까지나 현장에서 직접 도박자를 만나는 전문가들만 해당) 어느 누구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엉터리 연구 결과를 내놓아 국민을 호도하고 잘못된 정책을 입안해 시행함으로써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국력을 소모하는 기관이 바로 사감위입니다. 사감위는 도박 중독 분야의 수치입니다. 정말 창피해서 어디 가서 말도 못 꺼내겠습니다.
이번 반박문을 보니 사감위도 격년으로 실태 조사를 실시하는데 올 6월에 결과가 나온다고 하네요. 여전히 1천 명 남짓한 유효 표본에 또 그 엉터리 CPGI를 사용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별로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제가 장담하건대 사감위의 이번 연구 결과에서 2008년보다 유병률이 낮게 나오면 사감위가 일을 잘 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자화자찬을 할 것이요, 반대로 유병률이 높게 나오면 사행산업체가 딴지를 걸어 제대로 된 정책을 시행할 수 없어 이런 결과가 나왔으니 사감위법을 개정해 단속과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겁니다. 이미 결론 내놓고 실시하는 연구라는데 10만 원 걸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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