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다고 착각하는 도박 중독자들은 한번만 크게 따면 빚을 갚고 운만 조금 더 따라준다면 잃어버린 돈도 되찾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더 심하게는 도박으로 돈을 따서 팔자 고칠 수 있다는 망상에 빠지기도 합니다.
도박으로 절대 돈을 딸 수 없다는 이야기는 이미 여러차례 했기 때문에 여기에서 지루하게 반복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가정 하에 말씀을 드리죠.
도박 중독자는 도박으로 돈을 따서 비싼 옷도 사 입고, 차도 바꾸고, 좋은 집을 사서 이사하고 싶어합니다. 그 돈으로 가족과 행복하게 살고 싶어하죠. 그건 진심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도박으로 돈을 따면 원하는대로 돈을 쓸 수 있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면 도박으로 번 돈은 절대로 도박판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보죠. 경마장에서 마지막 경주에 1만 원을 걸었는데 엄청나게 큰 배당을 터뜨려서 500만 원을 손에 쥐었다고 해 봅시다. 수중에 현찰 500만 원이 들어 있습니다. 집으로 오는 발걸음이 가볍기 그지 없습니다. 하늘을 날 것처럼 짜릿합니다.
집에 오는 동안에 그동안 고생했던 마누라에게 명품 가방이라도 하나 사 줄까, 아빠와 놀 시간도 없이 방치되었던 아이들에게 아이패드라도 사 줄까 하는 기특한 생각을 잠깐 해 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막상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하늘이 드디어 나에게 기회를 주신 것 같이 느껴집니다. 행운의 여신이 자신의 어깨에 내려 앉은 것 같기도 하고요. 1만 원으로 500만 원을 따왔으니 100만 원 정도 베팅해서 비슷한 경주 하나만 더 맞춰도 팔자 고치는 건 시간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단 400만 원은 고이 감추어두고 100만 원만 가져가서 자신의 운을 다시 한번 시험해보기로 합니다.
다음 주 경마일에 경마장에 가서 시험삼아 20만 원을 베팅했는데 여지없이 틀리네요. 설마 하는 마음에 30만 원을 더 베팅해보지만 역시나 맞지 않습니다. 홧김에 남은 돈 50만 원을 쏟아붓지만 행운의 여신이 어디 화장실에라도 간 모양입니다.
자, 이제 100만 원을 잃었지만 아직도 400만 원이 남아 있습니다. 지난 주에 운이 좋아 딴 거라고 생각해야 맞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멈추면 그래도 400만 원이 남아 있으니 괜찮은 장사입니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분명히 본전이 1만 원이니 399만 원은 공돈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도박 중독자의 마음은 그렇지 않습니다. 500만 원을 본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미 100만 원을 잃은 것이지요. 400만 원을 잘 베팅하면 잃은 돈 100만 원을 찾는 것 쯤은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시 100만 원 정도만 현금 서비스를 받아 경주에 베팅합니다. 이런 식으로 그날의 경주가 모두 끝나게 되면 대개 지난 주에 딴 돈 모두를 잃게 되고 거기에서 그치면 그나마 다행인데 잃은 돈을 찾을 욕심을 부리게 되면 신용카드의 현금 서비스를 받거나 '꽁지돈'을 쓰게 되어 오히려 빚만 늘어나게 됩니다.
경마의 예를 들었지만 모든 도박이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다 소 뒷발로 쥐 잡은 격의 행운이 떨어진 것을 기회가 왔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도박자는 도박으로 딴 돈을 다시 도박판에 쓸어넣고 맙니다.
그래서 도박판에서 아무리 많은 돈을 따도 가족을 위해서 뿐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쓰는 도박 중독자는 거의 없습니다. 호화유흥업소에서 양주를 마시면서 잠시 기분을 낼 수는 있지만 그 뿐입니다. 그리고 그런 도박자도 매우 드뭅니다. 대부분의 도박자는 컵라면을 먹으면서 다음 도박을 위해 자금을 비축합니다. 대부분의 도박 중독자는 가족에게 짠돌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 예사입니다.
도박을 하는 분들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가슴에 손을 얹고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적어도 한 번쯤은 꽤 큰 돈을 딴 적이 있었을 겁니다. 그 돈으로 무엇을 하셨습니까? 가족을 위해서 혹은 자신을 위해서 쓰신 적이 있습니까? 있다면 전체 딴 돈 중 어느 정도의 비중이던가요?
도박으로 번 돈은 절대로 도박판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래서 카지노이든, 불법 하우스이든, 화투판이든 간에 도박자가 딴 돈을 가져가는 것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겁니다. 왜냐하면 곧 그 돈을 그대로 들고 다시 돌아와 몽땅 바칠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도박으로 돈 딸 생각은 버리시기 바랍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도 하지만 만에 하나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돈은 도박판을 절대로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 돈은 당신의 돈이 아닙니다. 도박판에서 당신에게 잠시 맡겨 놓은 돈입니다. 그리고 그 돈을 되돌려 받을 때에는 엄청난 이자(딴 돈보다 더 많은)까지 붙여서 뜯어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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