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감위 중독예방치유센터는 2010년 1월에 이미 도박자를 위한 자기관리 메뉴얼 '잃어버린 나를 찾는 희망 안내서'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이 책에 대한 월덴지기의 의견은 여기를 보세요 ->
클릭!).
사감위가 한 일 중 가장 잘 한 일이라고 칭찬은 했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완성도가 제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에 아쉬운 점이 많았는데(실제로 장,단점 분석에서도 단점이 더 많았습니다), 1년 6개월 만에 이번에는 가족을 위한 자기관리 메뉴얼을 내놨습니다.
지난 번 희망 안내서 1편을 만들었던 전문가들이 그대로 투입되었고 거기에 두 명의 집필진이 더 추가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보면서 좀 놀랐습니다. 최신의 자료를 review해서 꼼꼼히 반영한 것도 좋았지만 그보다 전문 지식을 현장 경험과 잘 버무려서 정리했고 무엇보다 핵심 포인트를 빠짐없이 잘 잡고 있는 점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당장 현장에서 곧바로 사용해도 별 무리가 없을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현재 국내에 나와 있는 가족 교육용 자료 중 완성도가 가장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단점도 거의 없습니다. 한번 살펴보죠.
* Good!!!
- 13p. '이 책의 목적'
-> 도박자를 변화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 스스로의 변화를 촉진하고자 하는 것이 목표라는 점을 처음부터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핵심 포인트를 제대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 15p. '도박으로 인한 결과'
-> 도박 문제로 인해 가족에게 나타날 수 있는 결과를 제시하는 표에서 '지금 경험함', '미래에 경험할까 염려됨'으로 현재와 미래를 나누어 제시하고 있는데 실제로 경험하지 않고 있지만 미래에 경험할 것으로 걱정함으로써 불안, 초조, 두려움 등이 증가하는 가족들이 있기 때문에 이를 나누어 살펴보는 건 아주 유용합니다. 세심한 구분이 돋보입니다.
- 16p. '정서적 어려움' 중 '죄책감'
-> 가족들이 겪게 되는 정서적 어려움 중 죄책감이 단연 수위권에 들텐데 어떤 경우이든 도박으로 인한 문제는 가족이 아니라 도박자 본인의 선택 때문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의 죄책감을 더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23p. '경제적 어려움'
-> 도박자가 변화를 준비하고 결심하지 않더라도 가족들이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보통 도박자가 변화해야만 치유가 된다고 생각하는 가족이 많은 만큼 이런 주위 환기는 매우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 27p. '도박의 종류'
-> 주식, 선물, 옵션, 다양한 스포츠 활동도 도박이 될 수 있다는 중요한 포인트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도박 중독을 다루는 많은 전문서적에서도 놓치고 있는 부분이지요.
- 33p. '도박을 하는 이유'
-> 도박을 하는 다섯 가지 동기만을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각각의 동기가 높은 도박자의 경우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 36p. '실수와 재발'
-> 실수를 재발로 착각해 도박자에 대한 도움을 포기하는 가족들이 많은 만큼 실수와 재발의 구분은 매우 중요한데 잘 짚었습니다.
- 39p. 재발의 촉발 요인 중 '숨겨진 채무나 예상치 못한 여윳돈'
-> 숨겨진 채무나 재정적인 압박 뿐 아니라 예상치 못한 여윳돈과 같은 긍정적인 재정적 요인도 재발의 촉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지적하고 있습니다. 도박자 뿐 아니라 가족들이 자주 놓치는 부분이니까요.
- 42p. 빚만 갚아주면 단도박에 성공할 거라는 착각
-> 빚 문제가 해결되면 오히려 신용이 좋아져서 돈을 빌리기가 더 쉬워지고 가족이 해결해주었던 경험을 통해 가족이 다시 도와줄 것을 기대하여 도박을 하게 될 위험성이 증가하는 문제를 잘 짚었습니다. 많은 가족들이 빚을 갚아주면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에 도박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고 착각하는데 실제 작동하는 마음의 원리를 제대로 지적했습니다.
- 58p. '도박자에게 생계비 담당하게 하기'
-> 많은 전문서적과 상담자들이 도박자가 빚을 스스로 갚는 동안 가족들이 생계비를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고 조언하는데 실제로는 가족의 일원으로서 고통을 분담하고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생계비의 일부를 도박자가 담당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 부분을 잘 지적하고 있습니다.
- 73p. '대처 방식을 바꾸는 4단계'
-> 상황, 도박의 결과, 우려되는 문제, 설명의 4단계로 도박 문제에 대처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을 차근차근 연습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예시까지 제공해 가족들이 혼자서 충분히 연습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 Bad!!!
- 18p. '공동의존'
-> 가족이 도박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어, 도박자가 도박의 결과를 책임지지 않고 도박을 계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공동의존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엄밀히 말하면 반쪽짜리 설명입니다. 공동의존은 가족이 enabling함으로써 도박자를 무력하게 만들어 가족에게 의존하게 만드는 문제도 있지만 책임을 떠맡음으로 인해 가족 스스로도 도박자로부터 경제적, 정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의존하는 문제를 야기하기도 하는데 이 부분도 설명을 해야 하고 가족을 위한 가이드북이라면 오히려 후자가 더 중요한 공동의존의 핵심문제입니다. 공동의존 문제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설명이 빈약한 것이 좀 아쉬운 부분입니다.
- 70p. '도박의 부정적인 결과를 대신 해결하지 않기'
-> 도박 문제에서 회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박을 끊을 수 있게 된 이유를 직접 물어본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서 도박으로 인해 부정적인 결과들이 쌓여서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도박을 끊기로 결심했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현장 전문가들이 말하는 '바닥치기'의 효과인데 문제는 이 문장만 읽으면 도박을 끊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기 위해 도박자를 반드시 나락으로 떨어뜨려야 한다고 가족들이 오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칫하면 개인적인 통찰을 통해 바닥을 치기 전에도 탈도박하기 위한 계기를 마련하는 도박자를 방치할 위험성이 있어 좀 더 상세한 설명을 제공해야겠습니다.
가족에게 당장 제공해도 손색이 없는 자가치유 매뉴얼이고 전담 상담자와 함께 작업을 하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덧.
'잃어버린 나를 찾는 희망 안내서'와 달리 2편은 아직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홈페이지에 소개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빠른 조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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