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하겠다고 공언한 사람 혹은 임상가가 판단하기에 자살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과 접촉하게 되었다면
가장 중요한 건 '뭔가를 하는 것'입니다. 뭔가 잘못할까봐 두렵다고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됩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바로 사람을 죽게 하니까요. 잠재적으로 자살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가족이나 임상가와 함께 있다면 적어도 그의 일부에는 살기를 소망하는 마음이 남아 있다고 간주해야 합니다. 그러니 가만히 있지 말고 뭔가를 하세요.
자살을 막기 위해 임상가가 할 수 있는 그 '뭔가'를 단계별로 살펴보겠습니다.
1단계. 질문을 하라.
자살에 대해 물어보세요. 질문하지 않으면 그 잠재적인 자살자는 자신이 스스로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암시한 것에 대해 상담자가 말도 꺼내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믿을 수 있습니다. 전문적인 상담자인 당신이 자살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없다면 과연 누가 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 자살에 대한 생각과 계획에 대해 물어보세요.
자살에 대해 질문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최상의 결과는 질문을 받은 사람이 즉각적으로 안도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누군가 자신의 고통을 알아보았고, 그것을 물어봐 줄 정도로 관심을 기울여 준 것이죠. 이것이 생명을 구하는 개입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어떤 사람의 자살 감정이나 생각을 부정하거나 최소화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축소하는 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내담자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자살에 대해 물어보려면 상담을 시작한 지 20분 이내에 물어봐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그 대답이 '그렇다'일 때 적절한 평가 과정을 거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2단계. 시간을 벌어라.
내담자가 자살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1단계의 질문을 통해 알게 되었다면 그 다음은 심각성의 정도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아래의 두 가지 질문에 답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이 사람은 자살을 조금 뒤로 미룰 수 있는가?
* 우리가 이야기를 나눌수 있을까?
두 질문의 답이 모두 '그렇다'이면 아직은 시간이 좀 있는 것이니 비상벨을 울릴 필요는 없습니다. 이제 내담자의 이야기를 경청할 준비를 하세요.
3단계. 안전한 치료적 환경을 마련하라.
자살을 잠시 뒤로 미루고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면 아래의 두 가지 중요한 사항을 확인해야 합니다.
* 안전한 환경을 조성한다.
* 자살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알아본다.
자살의 수단을 갖고 다니거나 집에 있다면 그것을 버리겠다는 동의를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때로 이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지만 반드시 해야 합니다.
불안정하고 불안하며 절망에 빠진 사람이 자살 수단을 가지고 있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도와주려는 사람이 자신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는 식으로 해석될 수 있으니까요.
4단계. 자살하려는 사람이 계속 이야기할 수 있게 하라.
중요한 건 내담자가 자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을 때까지 계속 살아있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다 들어줘야 합니다. 전심을 다해.
자살에 대해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듯 담담하고 개방적으로 이야기하세요. 자살하려는 사람들은 따뜻하고 유능하고 차분한 사람을 애타게 찾습니다. 자살 생각에 쉽게 놀라지 않으며 자살에 대해 말로 표현하기를 꺼리지 않는 사람을 원합니다.
자살 생각에 대해 비난하지도 좋게 말하지도 마세요. 자살을 가능한 대안 중 하나로 수용하긴 하지만 현재 당면한 문제에는 가능한 해결책이 그것 말고도 많이 있다는 입장을 취해야 합니다.
"당신이 어떤 기분인지 저는 정확하게 알고 있어요"라거나 "내일 아침이면 기분이 좋아질거에요. 그러니 푹 주무세요"처럼 상투적인 이야기를 늘어놓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꾹 참으세요.
5단계. 안전망을 형성하라.
자살하려는 사람이 상담자가 자신을 이해했다고 더 많이 믿을수록 상황은 잘 풀리는 겁니다.
이제 정보를 좀 더 얻으세요.
가족에게서 정보를 얻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합니다. 자살 위험성을 정확하게 평가하는데 있어 가족의 정보는 때로 결정적일 수 있습니다.
5단계는 전문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을 개입시킬 수 있는 단계입니다. 이들의 개입을 위해서라도 상담자는
자살하려는 사람의 상태에 대해 비밀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비밀을 지키겠다고 합의하는 것은 상담자와 내담자 모두를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습니다.
6단계. 생존 계획을 수립하라.
자살하려는 내담자가 당장 병원에 입원하지 않을거라면 안정성, 전화 연락, 상황이 악화되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지침 등의 요소를 포함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수입니다.
내담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자살하려는 사람을 언제든지 그리고 진심으로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을 가까이에 배치해야 합니다. 같이 살면 더 좋겠지요. 또한
자살하려는 사람이나 생존 계획의 일부가 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든 적어도 세 가지 전화번호를 알려줘야 합니다. '그 지역의 위기상담전화', '즉각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응급실 전화번호', '상담자의 사무실 전화번호나 상담자에게 곧바로 연결되는 다른 전화번호'.
7단계. 안전에 대한 동의를 구하라.
별로 적절한 용어는 아니지만
'자살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도록 노력하세요.
자살하지 않겠다는 계약에서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자살로 죽지 않겠다는 약속을 성실하게 지키라고 요구하지만 이것은 상호 관계이기 때문에 상호적 의무는 상담자와 내담자 모두에게 부과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자살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는 상담자의 제안은 내담자의 어떤 제안과 교환하는 걸까요?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은 제안이 있을 수 있습니다.
* 당신은 내담자가 당신 휴대폰으로 개인적으로 전화하는데 동의합니까?
* 당신은 내담자가 상담료를 지불할 능력이 있든 없든 간에 계속 상담하기로 약속할 수 있습니까?
* 당신은 내담자가 당신을 필요로 할 때라면 언제나 거기에 있을 것이라고 약속할 수 있습니까?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상담자는 '긍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되었다고 확신하기 전'에 안전에 대한 합의나 위기 관리 계획에 참여할 것을 내담자에게 절대로 요구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니
신뢰로운 관계 확립이 최우선이고 합의나 계획 참여는 나중입니다.
출처 : '자살 심리치료의 실제' 중 일부 내용 발췌 및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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