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땡볕에 걸었던 것이 꽤나 피곤했는지 새벽에 한 번도 깨지 않고 7시까지 푹 자고 일어났습니다.
오늘은 하루종일 카약을 타고 움직여야 하는데 운이 없게도 아침부터 빗줄기가 굵은 것이 영 심상치가 않아 보입니다. ㅠ.ㅠ
그래도 9시에 어김없이 픽업을 하러 온다고 해서 서둘러 씻고 아침을 먹으러 식당으로 갔습니다.
여느 호텔이 다 그렇듯이 이곳도 부페식이네요. 메뉴에 고기 종류가 많기는 하지만 다행히 요리사가 나와 있어서 물어보고 비건이 먹을 수 있는 것만 골라서 먹었습니다. 감자 볶음, 오리엔탈 소스를 뿌린 샐러드, 구운 토마토, 찐 채소 등이라서 요기하기에는 괜찮더군요. 커피는 어디나 맛있습니다. 라오스 커피의 명성이 헛되지 않네요.
식사 후 짐을 챙겨 리셉션에 내려왔습니다. 욕조에 물이 새는 것 같길래 green discovery의 픽업 차량을 기다리는 동안에 호텔 직원에게 이야기해서 살펴봐 달라고 했습니다.
리셉션의 벽에 걸려 있던 장식품인데 처음에는 악기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아닐 수도 있겠네요;;;
9시가 되자 픽업 차량(썽태우)이 칼같이 나타났습니다. 싱가포르 부부가 먼저 타고 있어 반갑게 인사를 했는데 남편이 IT쪽에 근무하는 분 같더군요. 남편이 먼저 말을 붙이는 걸 보니 호기심 많고 사교적인 성격 같았습니다. 반대로 부인은 조용한 성격인 듯 보였고요. 남편되시는 분이 한국에 관심이 많더군요. 한국 사람들과도 자주 일을 같이 한다고.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나온데다 삼성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제가 삼성을 아주 싫어한다고 하니 농담으로 알더군요. 진짜 싫어하는데;;;
이동하는 중간에 나이지리아 출신의 영국 흑인 여성을 한 명 더 태웠습니다. 함께 투어를 하면서 보니 상당히 신중하고 사려깊은 스타일이더군요. 싱가포르인 남편과 영어로 신나게 대화하는데 역시나 영어가 짧은 저로서는 듣는 것만도 벅차기에 그냥 조용히 경청했습니다. ㅠ.ㅠ 이렇게 해서 오늘 투어를 함께 할 구성원은 가이드 빼고 모두 5명. 투어는 인원이 적을수록 오붓하고 좋죠.
남송강에 카약을 띄우는 drop-off point가 여러 군데여서 그런지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비오는 아침에 잠시 드라이브를 했습니다. 이 와중에도 남편되시는 분은 입을 쉴 틈이 없습니다. ㅡㅡ;;;;
드디어 출발지에 도착했네요. 건기인데도 밤새 비가 와서 그런지 물이 많이 불었다고 합니다. 이 사진부터는 방수 범퍼를 장착한 아이폰4로 찍은 겁니다. 물놀이를 할 건데 DSLR을 가져가는 모험을 할 수가 없어서 말이죠. 이번 여행 때는 방수 범퍼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타고 갈 카약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두 명의 가이드가 함께 가는데 한 명은 1인용 카약을 타고 저희를 에스코트 할 예정입니다.
카약킹에 대한 기본 강습을 하고는 곧바로 2인 1조로 카약에 탑승했습니다. 저쪽 기슭 쪽에 있는 카약에 탄 것이 싱가포르인 부부이고 저를 보고 웃고 있는 것이 가이드인데 혼자 온 영국인과 함께 탔습니다.
혹시라도 모를 사고에 대비해서 구명조끼는 입었지만 물이 그다지 깊지 않고 유속도 빠르지 않아서 카약킹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들에게 아주 좋더군요.
처음에는 물이 차게 느껴지지만 금방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물은 짙푸른 빛인데 아주 맑습니다.
짙푸른 색이라서 처음에는 겁이 좀 나지만 유속이 빠르지 않아서 그런지 노 젓는 일에 익숙해지면 마음이 느긋해지더군요.
가져간 짐을 보시는 것과 같은 방수팩에 넣어 각자 갖고 갔는데 메고 간 가방을 통째로 넣지 못한다는 말에 당황해서 내용물을 제대로 확인도 못하고 스마트폰 정도만 옮긴 뒤 가방은 차량에 그냥 뒀습니다만 그럴 필요가 전혀 없더군요. 방수팩이 꽤 크기 때문에 웬만한 건 다 옮기는 것이 좋습니다. 지갑에 가져온 돈이 얼마 안 된다고 안 옮겼다가 나중에 엄청 후회했습니다.
방비엥 시내에서 방수팩만 따로 살 수도 있는데 이 방수팩에 소지품을 넣어서 들고 다니는 여행객들도 간간히 볼 수 있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대충 엉성하게 여미면 안 되고 공기를 빼고 단단히 말아야만 방수가 제대로 된답니다. 나중에 가이드에게 지적 당했습니다. ㅠ.ㅠ
론플에서 추천하는 여행사라는 것만으로도 꽤 신뢰가 갔는데 Green Discovery, 정말 괜찮더군요. 일하는 솜씨가 프로입니다. 가이드도 아주 노련하고 프로그램도 아주 좋았어요. 강력 추천합니다.
온통 물안개가 뽀얗습니다. 내려가는 여기저기에 점핑대가 보이는데 수량도 많이 줄었지만 약이나 술에 취해서 점핑하다가 죽는 일이 자꾸 생겨 저희가 갔을 때에는 점핑이 금지된 상태라고 해서 점핑하는 사람을 한 명도 못 봤습니다. 게다가 나중에 가이드에게 들으니 남송강변에 밀집된 바에서 마약을 팔다가 단속에 걸리는 바람에 일제히 영업 정지를 당했다고 하네요. 쩝...
노를 저으면서 내려가다가 힘들만 하면 내려서 지상에서 할 수 있는 activity를 하는 방식인데 그렇게 해도 카약킹을 하는 시간 자체가 길어서 그런지 나중에는 힘들더군요.
카약킹 -> 동굴 트래킹 -> 점심 식사 -> 카약킹 -> 농장 견학 -> 카약킹 -> 동굴 트래킹 -> 카약킹으로 끝나는 코스였습니다.
카약에서 내려 첫번째 동굴 트래킹을 하러 올라갑니다. 보기와 달리 반팔, 반바지를 입고 다녀도 춥다고 느낄 정도의 날씨는 아닙니다.
방비엥은 중국 구이린, 베트남 하롱베이와 더불어 세계 3대 카르스트 지형에 속하는 곳이라서 동굴이 굉장히 많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동굴이 개발되어 있지 않아 원래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곳이 많죠. 보시다시피 입구가 굉장히 좁은데다 비까지 내려 상당히 미끄럽더군요. 내일 블루 라군에 갈 때도 말씀을 드리겠지만 라오스의 동굴 트래킹을 할 때는 바닥을 잘 잡아주는 신발을 신고 가야 합니다. 싱가포르 남자는 용감하게 쫄쫄이만 신고 왔다가 두 번째 동굴 트래킹에서 해 먹었습니다;;;;;
간단히 동굴에 대한 소개를 하고 밴드 처리를 한 헤드 랜턴을 하나씩 줍니다. 저는 네팔 여행 때 요긴하게 쓴 LED 랜턴을 가져갔습니다만 양손을 모두 써야 할 정도로 트래킹 자체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그냥 헤드 랜턴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동굴의 일부는 머리를 숙이고 지나가야 할 만큼 좁은 곳도 있어서 폐소 공포증이 있는 분들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나이 드신 분들은 트래킹하기 어렵겠더군요. 역시 여행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가야해요.
보시는 것은 동굴의 반대편 입구인데 굉장히 넓죠. 이 동굴은 산을 관통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쌀을 나르는 통로로 사용된답니다. 차량으로 산을 돌아서 나르는 것보다 사람이 일일이 지고 나르는 것이 더 싸고 효율적이라고 하네요. 헐~
보시는 것처럼 사람이 쌀 한 가마니씩 직접 지고 나릅니다. 트래킹을 하다가 이분들을 만나면 지나갈 때까지 옆으로 비켜서 기다려줍니다. 싱가포르 남편님은 이 와중에도 사진 찍느라고 정신이 없으십니다.
내부에 개울이 흐를 정도로 넓습니다.
반대편 입구도 역시나 좁습니다. 넓힐 생각도 안 합니다. 그냥 그대로 이용하더군요.
동굴벽은 카르스트 지형의 독특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박쥐가 쏟아져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네요.
보시는 것처럼 동굴을 관통해서 나른 쌀을 쌓아놨다가 일정량이 되면 트럭에 실어서 시내로 운반합니다. 여러 가족이 함께 일을 하는 것 같더군요. 마침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가 저희가 지나가니 수십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일제히 저희를 쳐다봐서 상당히 민망했습니다. ㅡㅡ;;;;
일단 카약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서 물과 짐을 챙겨서 점심을 먹으러 이동했습니다. 멀리 가지는 않고 바로 옆에 정자 비슷한 곳에서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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