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원래 좀 막귀라서 음질을 그렇게 심하게 따지는 편이 아닙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음질을 위해 투자한 최대값이
'B/O A8' 이어폰이죠. 그것도 해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큰 맘 먹고 기내 면세 할인으로 산 것이 다입니다.
게다가 헤드폰은 답답하다는 선입견이 있어서 밖에서 헤드폰 사용자를 보면 저렇게까지 음질이 중요할까 내심 측은하게 생각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출,퇴근 중에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사람들의 소음이 심히 신경에 거슬리기 시작했습니다. 특별히 예민해질 일도 없는데 사람들이 대화하는 소리마저 스트레스가 되더군요. 사는 것이 각박하니 사람들이 점점 시끄러워질 수 밖에 없다고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그러던 중 이 녀석이 갑자기 눈에 띄는 바람에
'천원 모으기'로 그동안 모은 돈을 갖고 질렀습니다~
Parrot ZIK라는 블루투스 헤드폰입니다. 물론 음질만 갖고 비교하자면 훨씬 우수한 고가의 제품도 많습니다만 ZIK는 현재까지 출시된 블루투스 헤드폰의 최고봉으로 평가받는 녀석이니 비교의 급이 좀 다르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디오 기기 전문 리뷰어의 리뷰는 여기(
Luric님의 리뷰)에서 확인하시고 저는 그냥 일반 사용자의 입장에서 소개드리겠습니다.
ZIk는 세계 3대 디자이너 중 하나로 꼽히는 프랑스의 필립 스타크(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 아님;;;)가 디자인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흔히 보는 일반적인 헤드폰과는 디자인이 좀 다릅니다.
헤드 부분의 곡선 처리도 그렇고 무광 알루미늄 재질도 그렇고 상당히 고급스러워 보입니다. 알루미늄 밴드의 끝은 오렌지색으로 포인트를 줘서 단조롭지 않고 예쁩니다.
크기는 4단으로 조절할 수 있어 저처럼 머리가 큰 대두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양쪽 헤드의 디자인이 좀 다른데 오른쪽에 알루미늄 처리가 된 부분의 왼쪽부터 마이크로 USB, 3.5mm AUX, 그리고 맨 오른쪽이 전원 버튼입니다. 마이크로 USB는 충전을 할 때 사용하고 3.5mm AUX는 유선으로 사용할 때 활용하지만 이 헤드폰의 장점 중 하나가 블루투스라는 것이니 유선으로 사용할 일은 거의 없습니다.
구성품으로는 충전케이블, AUX 케이블, 파우치, 매뉴얼 등이 제공됩니다. 충전케이블을 제외하고는 사용할 일이 별로 없습니다만....
ZIK의 장점 중 하나는 일시 멈춤, 곡 skip, 음량 조절 등을 오른쪽 헤드 부분을 터치함으로써 모두 조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폰 등의 기기를 건드릴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한 번 터치하면 재생, 다시 한번 터치하면 일시 정지, 위로 swipe하면 음량 증가, 아래로 내리면 음량 감소, 앞으로 swipe하면 다음 곡, 뒤로 하면 이전 곡이 재생됩니다.
왼쪽 헤드에는 탈착식 배터리가 들어가는데 뚜껑에 적당한 자력의 자석이 세 군데 장착되어 있어 쉽게 분리됩니다. 배터리는 추가로 구매할 수 있는데 모든 기능을 다 활용했을 때 6시간 정도 사용 가능하답니다. 저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배터리 용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용자가 많나 봅니다. 배터리 추가 구매에 대해 물어보는 댓글이 의외로 많더군요.
왼쪽 헤드 안쪽에 버튼처럼 보이는 것이 있는데 이건 무슨 스위치가 아니고 압력을 읽는 센서입니다. 헤드폰을 쓰고 음악을 듣다가 헤드폰을 벗으면 자동으로 음악이 멈추고 다시 쓰면 재생되는 기능이 있거든요. 음악을 듣고 가다 누가 말을 걸거나 할 때 음악을 끄거나 소리를 줄이려고 허둥지둥 기기를 조작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벗기만 하면 음악이 자동으로 멈추니까요. 센스있는 기능입니다.
착용감은 굉장히 좋은 편입니다. 원래 밀폐력이 강해 헤드폰을 쓰기만 해도 주위 소음이 잘 안 들리는데 노이즈 캔슬링 기능까지 켜면 주변의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하는 성능 중 하나인데 지하철에서 헤드폰을 쓰고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켜면 곧바로 무음 상태로 돌입합니다. 아무런 소리가 안 들려요. 영화를 보다가 mute시킨 것 같습니다. 길을 걸을 때에는 사고의 위험성이 있을 정도로 너무 강력해서 문제가 되는 기능입니다.
ZIK 헤드폰은 차세대 블루투스 헤드폰 답게 무료로 제공되는 찰떡궁합 앱으로 성능을 배가시킬 수 있습니다.
완벽하게 한글화가 된 앱으로 모든 기능을 통제하는데 노이즈 캔슬링 기능은 앞에서 설명을 드렸고...
배터리 잔량도 앱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이퀄라이저 기능도 기본적으로 제공하고요. 기본적으로 보컬, 팝, 클럽, 펀치, 딥, Crystal 옵션을 제공하고 사용자 설정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콘서트홀 기능이 있어 사용자가 원하는 만큼 공간감을 줄 수 있습니다. 스피커의 각도 조절도 되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공간감을 설정할 수 있죠.
음질은 주관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블루투스 헤드폰의 음질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분이라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수준입니다. 개인적으로 A8과 비교해 봐도 손색없더군요.
아, 그리고 또 하나의 유용한 기능 중 하나는 고사양의 마이크가 탑재되어 있어 헤드폰을 쓴 채로 걸려온 전화 통화가 가능합니다. 게다가 통화 중에 다른 전화가 걸려오면 받고 있던 전화를 대기시킨 상태에서 나중에 걸려온 전화를 받을 수 있는 기능도 있습니다.
선이 걸리적거리는 것이 싫어서 무선으로 음악을 듣고 싶은데 음질이 좀 걱정되고 일반 헤드폰은 별로 예쁘지 않아서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고 소음 차폐까지 잘 되는 헤드폰을 찾고 계시다면 이 제품을 한번 고려해보세요.
* 장점
- 블루투스 헤드폰이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의 훌륭한 음질(원음 그대로를 재현한다는 의미는 아님)
- 필립 스타크의 고품격 디자인
- 헤드폰을 벗으면 자동 멈춤되는 센스 기능
- 음악 재생과 관련된 대부분의 기능을 터치 하나로 구현
- 음장, 공간감 설정을 앱에서 간단히 조작 가능
- 거의 완벽한 소음 차폐 기능(너무 강력해서 길거리를 다닐 때 사고당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함)
* 단점
- 아웃도어용으로 부적합하다고 느낄 정도의 엄청난 무게(325g). 여성분들이 사용하기에 아무래도 부적합
- 음악 매니아에게는 다소 부족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배터리 용량
- 만만치 않은 발열(여름철에 장시간 사용할 수 없을 정도. 겨울에는 보온 용도로까지 사용할 수 있을 듯)
- 음악을 듣던 중 통화하게 되면 소리가 작고 멀게 느껴짐(콘서트 홀 기능을 꺼야 제대로 통화 가능)
- 아무리 훌륭한 디자인과 기능이라고 해도 역시나 후덜덜한 가격
- 전원을 꺼둔 상태에서 다시 켜면 페어링되는데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림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2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