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인 켄이 휴게소 이후 속도를 높였는지 암튼 암보셀리 국립공원에 도착하기로 예정했던 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도착했습니다.
원래는 마사이 마라 국립공원 근처의 마사이 마을을 방문하기로 했는데 켄의 말로는 그곳이 너무 관광지화되어 그나마 덜 오염된 곳을 보려면 차라리 이곳 마사이 마을을 들르는 걸 추천한다고 해서 그 말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마사이 마라도 그렇고 암보셀리도 그렇고 마사이 마을은 국립공원 바깥 쪽에 형성되어 있습니다.
어느 지역이나 마사이 마을의 투어 비용은 1인 당 20불입니다. 암보셀리 마사이 마을에서는 처음에 30불을 이야기했는데 가이드에게 20불로 알고 왔다고 했더니 20불이 맞다면서 투어를 책임지는 마을 사람에게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이야기 안 했으면 30불을 냈을 수도 있겠지요. 어쨌거나 론플에 소개된 금액도 그렇고 1인 당 20불이 적정 금액입니다. 원래 예정에 없던 일정이라 잔돈이 없어서 100불짜리 지폐를 냈더니 잔돈이 없다네요. 하는 수 없이 가이드가 40불을 빌려 줘서 그걸로 지불하고 나중에 갚았습니다.
* 마사이 마을의 투어 순서
웰컴 댄스 -> 축복 기도 -> 마사이 전통 약재 소개 -> 불 만드는 법 시연 -> 마을 투어 -> 가정집 방문 -> 재래시장 -> 학교(생략)
투어를 하겠다고 하면 그 시간에 마을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마을 밖으로 나옵니다.
관광 수입이 큰 몫을 차지하니 평소에도 저렇게 예쁜 옷을 입고 장신구(발목의 비즈 공예품 주목)를 착용한 상태로 생활하는 것 같습니다. 미리 연락한 것도 아닌데 저희가 도착하자마자 금방 사람들이 모여들었거든요.
사람들이 적당히 모이면 웰컴 댄스를 춥니다. 일렬로 서서 그 유명한 마사이 서전트 점프를 시전하는거죠. 한꺼번에 뛰어오르기도 하고 한 사람씩 앞으로 나와서 뛰기도 합니다. 열심히 뛰는 것 같지도 않은데 엄청 높이 올라가더군요. 보시는 것처럼 우리하고는 일단 길이 자체가 다릅니다. 게다가 엄청 말랐죠.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얼굴 아닌가요? 옷 색깔도 빨간색이라 더 강렬한 느낌이고요.
하기 싫은데 돈을 벌기 위해서 억지로 하는 느낌이 아니라서 보기 좋았습니다. 자신들의 문화와 생활을 소개하는데 자부심도 있는 것 같고요.
웰컴 댄스를 추고 나면 사람들이 저희를 둥그렇게 둘러싸고 마을의 샤먼이 나와 여행의 무사안녕을 비는 축복을 빌어줍니다.
축복 기도가 끝나면 가이드 역할을 하는 마을 사람이 나서서 안내를 해 줍니다. 사진은 얼마든지 찍어도 되고 뭐든지 물어보라고 친절하게 대해주더군요.
케냐의 공공 의료 시설은 주로 가진 자를 위한 것이라서 마사이 사람들을 비롯해 대부분의 케냐인들이 제대로 이용하기 어렵습니다(엄청나게 비싸다고 하네요). 그래서 마사이 사람들은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천연 약재를 이용해 왠만한 질병을 치료한다고 하면서 모아놓은 약재들을 보여주고 설명해주더군요.
마을로 들어가기 전에 불을 만드는 법을 시연하는 모습입니다.
가축의 똥과 풀을 이겨서 만든 연료를 손으로 으깨서 준비합니다. 비즈 공예로 만든 팔찌 정말 화려하지 않습니까? 모두 본인들이 직접 만든다고 합니다.
탈 것 위에 홈을 낸 나무판을 올려놓고 막대기를 홈에 끼위 손바닥으로 빠르게 돌려서 마찰로 불을 일으키는 거죠.
영화에서처럼 대충 비벼서는 어림없고 순간적으로 굉장히 빠르게 돌려야 하더군요. 확실히 요령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열심히 불을 일으키고 있는 마사이 전사가 찬 칼과 칼집이 인상적이라서 찍은 사진입니다. 허리띠도 비즈 공예품이네요.
금방 불이 만들어졌습니다.
이제는 안내를 받아 마을로 들어갑니다.
원형으로 된 마을의 중심부에 가축들을 풀어 놓는 우리가 있고 그 주위를 집이 둘러싼 형태입니다. 가축을 기르는 것이 마사이족의 가장 큰 일이니 마을 곳곳이 똥투성이인 것은 어쩔 수 없지만(사실 건기에는 수분이 없어서 금방 건조되니까 냄새가 나거나 지저분하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그걸 노리고 달려드는 엄청난 수의 파리떼입니다.
날아드는 파리를 쫓으려고 손으로 얼굴 앞을 휘저으면 그 사이로 파리들이 달려들 정도로 엄청나게 많습니다. 가이드 해 주는 마사이 전사의 말이 안 들릴 정도로 신경 쓰이더군요. 저는 그렇게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 살짝 짜증이 나는 정도였지만 청결벽이 있는 사람은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입니다.
마사이족이 사는 집은 (당연히) 진흙과 가축의 똥으로 이겨 지은 집인데 천정이 낮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문이 벽에서 튀어나온 통로처럼 되어 있는데 허리를 숙이고 들어가면 미로처럼 돌아돌아 집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어둡기는 하지만 분위기가 꽤 아늑한 편인데 신기한 건 마을에는 파리떼가 엄청난데 비해 집 안에는 파리가 한 마리도 없다는 겁니다.
가이드를 해 준 마사이 전사가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서 집 구경을 했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요새는 마사이족도 결혼을 늦게 하는 편이라 예전과 달리 20대 중반이 되어야 결혼을 생각한다고 합니다. 집은 아내 당 한 채를 줘야하기 때문에 결혼을 세 번 해서 아내가 셋이 되면 집이 세 채가 필요한거지요;;;; 마사이족도 일부다처제인데 보통 아내는 10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제한은 없고요;;;;
우리를 안내한 사람은 아내가 한 명에 아들도 하나 뿐인데 교육시키는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초등교육은 마을 학교에서 가능하지만 고등교육은 도시에서 받아야 하므로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것 같았습니다), 결혼을 또 하거나 아이를 더 낳을 생각은 없다고 하더군요. 나중에 보니 저희의 전담 가이드였던 켄도 아이가 하나인가 둘인가 그랬습니다. 교육비가 많이 들어서 하나만 집중적으로 투자한다고. 양육비, 교육비 걱정은 우리나라와 별반 차이없어 보였습니다.
마을 한 켠에 있는 재래 시장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만든 다양한 장신구와 공예품을 관광객을 대상으로 팝니다. 저희가 갔을 때는 시간이 이른 편이어서 그런지 관광객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걸 골라보라는데 솔직히 마음에 드는게 없어서 아무것도 못 샀습니다.
물건을 사 달라, 학교에 기부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강매 수준은 아니고 죄책감을 자극하지도 않습니다. 그럴 의사가 없다고 하면 순순히 물러나던데 암보셀리 마사이 마을만 그런건지 마사이 마라의 마사이 마을도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예상했던 것과 많이 다르지 않아 마음에 확 와닿는 체험은 없는 반면 엄청난 파리떼의 습격때문에 마사이 마을 방문은 마음놓고 추천하기 어렵겠습니다.
모든 일정을 마치는데 30~45분 정도 시간이 걸렸네요. 다시 마을 어귀로 돌아와 기다리고 있던 켄과 합류하여 암보셀리 국립공원으로 출발했습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