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많이 벌고 싶은 마음으로 상담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아마 없을 테니(재물과 상담이 별로 궁합이 좋지 않다는 것도 모르고 상담을 하려 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좀 곤란한 문제이기는 합니다) 일반적으로 상담자라는 직업은 내담자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과 사명감으로 충만한 사람들이 주로 택한다고 가정할 때 상담자가 내담자의 문제가 무엇인가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 상당히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게 뭐 문제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제 경험 상 내가 어떤 상담자인지 모르는 상담자라는 건 의외로 큰 문제입니다.
내가 어떤 상담자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은 여러 측면에서 할 수 있는데 가령, 나는 분석적인 상담자인가 아니면 지지적인 상담자인가, 나는 개인 상담을 선호하는 상담자인가 아님 집단 상담에 더 끌리는 상담자인가, 나는 집에서 해오는 과제를 부여하는 걸 좋아하는가 그렇지 않으면 회기 내에서 내담자와 함께 작업하는 것을 더 즐기는가 등의 문제에 어렵지 않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좀 더 학문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어떤 접근 방식을 따르는 상담자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일 수 있겠습니다.
내가 어떤 상담자인가에 대한 답이 실제로 내담자의 문제가 무엇인가를 찾는데 큰 영향을 미치는데다 그렇기 때문에 내담자에게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상담자는 본격적으로 상담에 나서기에 앞서 자신이 어떤 상담자인지 최소한 대략적으로라도 가설이나 어떤 느낌을 갖고 있어야 하고 실제 상담을 하면서도 자신이 어떤 상담자인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내가 어떤 상담자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발견이 없으면 수련 과정에서 배운 대로, 배운 것이 부족하다면 그냥 공부하면서 책에서 읽은 대로 타성에 젖어 상담을 하게 됩니다.
내담자의 문제가 무엇인지 감이 잘 잡히지 않고, 그래서 어떻게 도와줘야 할 지 알 수가 없다면 내가 어떤 상담자인지에 대한 답이 없기 때문은 아닌지부터 의심해봐야 합니다.
위에서 든 표현을 빌어 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 보자면 저는 지지적인 상담자가 아니라 분석적인 상담자에 훨씬 더 가깝습니다. 한 때는 공감을 잘 못하는 걸 크나큰 약점으로 생각하고 공감 능력을 배양하고자 갖은 애를 썼습니다만 이제는 거기에 들이는 노력을 제 장점을 강화하는데 최대한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어떤 유형의 상담자인지, 어떤 부분에 강점이 있고, 어떤 부분이 약한지, 어떤 기법을 사용할 때 편안하고 불편한지 알기 때문에 내담자를 대할 때에도 제가 도와줄 수 없는 부분에 지나친 욕심을 내거나 연연하거나 과도한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제가 도와줄 수 없는 내담자를 억지로 끌고 가지 않게 되더군요. 내담자를 좀 더 빨리 자유롭게 놔 줄 수 있게까지 되었습니다.
심리평가를 해 봐도 내담자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고 뭘 어떻게 도와줘야 할 지 모르고 혼란에 빠진 상담자라면 자신이 어떤 상담자인지부터 다시 한번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분명 도움이 되실 겁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