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라치치 광장을 마주보고 왼쪽으로 가다 모퉁이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돌라체(Dolac) 시장으로 이어지는 골목이 나타납니다. 입구에는 주로 꽃이나 허브를 파는 가판대가 많습니다.
라벤더를 묶어서 생으로 팔기도 하고 말려서 포푸리를 만들거나 기름을 짜서 에센셜 오일로 팔기도 하네요. 라벤더를 생으로 파는 건 처음 봤습니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크로아티아가 라벤더로 유명한 것 같더라고요. 지방으로 내려가서도 꽤 여러 곳에서 라벤더를 파는 걸 봤습니다.
이 계단을 올라가면 돌라체 시장의 중심(?)입니다. 사진 왼쪽 위를 보시면 머리에 무언가를 이고 가는 여인의 조각상이 보이시죠? 돌라체 시장의 상징으로 꽤 유명합니다. 관광객들이 배경으로 사진을 많이 찍습니다.
계단 위에서 옐라치치 광장을 내려다 본 모습입니다. 멀리 지나가는 트램이 보이네요.
돌라체 시장 입구에서 시장을 보면 건너편에 성모승천 대성당의 첨탑이 보입니다. 성모승천 대성당이 워낙 커서 자그레브 시내 어디에서나 보이기도 하지만 돌라체 시장에서 워낙 가깝습니다. 바로 옆이에요.
시장이라고는 해도 우리나라 시장처럼 그렇게 규모가 큰 건 아니지만 크로아티아에서 살 수 있는 거의 모든 생필품을 파는 시장이기 때문에 '자그레브의 배'라고 불리기도 한답니다. 특히 과일값이 싸기로 유명하기 때문에 관광객들도 많이 들르는 곳입니다.
독특한 건 전자 저울을 쓰는 상인이 없더군요. 하나같이 보시는 것처럼 추를 올려서 무게를 재는 구형 저울을 사용해서 무게를 잽니다.
보시는 것은 무화과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돌라체 시장은 과일값이 싸기로 유명한데 그 중에서도 무화과는 가격도 그렇고 맛도 그렇고 강추합니다. 가격표를 보시면 1kg에 20쿠나라고 되어 있죠. 맛이 어떤지 몰랐기 때문에 일단 500그램만 사 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대박이었습니다~ 과육이 실하기도 실하지만 정말 꿀맛이더군요. 국내에서는 무화과 생과를 먹기가 쉽지 않죠. 대개는 말린 걸 사용하는데 저도 생과는 이번에 처음 먹어봤는데 이렇게 맛있는 줄은 몰랐네요. 크로아티아에 가는 분들은 꼭 무화과를 드셔보시기 바랍니다. 푸른 빛깔이 도는데다 생김새가 그리 맛나게 생기지 않았지만 맛 하나는 보장합니다. 가격도 싸고요.
산딸기도 팩으로 덜어서 파는데 12쿠나입니다. 보기보다 신 맛이 강해서 별로 추천드리지는 않습니다.
자두도 좀 샀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능숙하게 무게를 재는 모습입니다. 손놀림이 굉장히 빠르시더라고요.
자그레브에서 2박 3일을 묵기 때문에 쇼핑을 해도 들고 다닐 필요가 없고 여행하면서 먹을 간식으로 평소에도 과일을 애용하기 때문에 돌라체 시장에서 이것 저것 많이도 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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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화과 500그램 : 10쿠나
* 자두 1kg : 4쿠나
* 산딸기 1팩 : 12쿠나
*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1리터 : 80쿠나
* 청포도 1kg : 4.99쿠나
* 적포도 1kg : 7.99쿠나
* 사과 2kg : 12쿠나
* 피칸 200그램 : 14쿠나(100그램 당 7쿠나)
* 리치타르(생강 쿠키) 1상자 : 35쿠나
* 카카오 꿀 1통 : 30쿠나
* 계피+오렌지 꿀 1통 : 30쿠나
목록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전반적으로 물가가 쌉니다. 자두도 그렇고 사과도 그렇고 가공되지 않은 생과일은 특히 싸죠.
하늘이 정말 파랗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노란색 건물벽과 빨간색 파라솔이 두드러져 보이네요.
돌라체 시장에서 산 과일 등을 바리바리 손에 들고 성모승천 대성당으로 향했습니다.
성모승천 대성당으로 가는 길목 초입에 있는 기념품 가게를 만납니다. 주로 나무로 된 물건들이 많은데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난감들도 눈에 띄네요.
함께 간 사람에게 물어보니 좋은 나무를 쓰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이 가격에 좋은 원목을 쓸 수는 없겠지요.
가격이 비싼 건 아니었지만 가져와봤자 아무래도 쓸 일이 없을 것 같기에 그냥 통과했습니다.
돌라체 시장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지면 만나게 되는 카프톨 광장(Kaptol Square)입니다. 광장이라고 부를 정도로 넓은 것도 아니지만 살짝 경사가 있어서 그런지 더 광장 같지 않습니다.
카프톨 광장에서 성모승천 대성당을 마주 보고 서 있는 황금빛 성모상입니다. 푸른빛 하늘과 대조가 되어서 그런지 황금빛이 더 휘황찬란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성모승천 대성당입니다. 멀리서 봐도 위용이 대단합니다. 특히 하늘을 찌를듯이 우뚝 솟은 첨탑 두 개가 인상적인데 북쪽 첨탑이 105미터, 남쪽 첨탑이 104미터에 이릅니다. 가이드 북을 보면 항상 복원 공사 중이라고 나와 있던데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웅장함을 더합니다. 이렇게 가까이서 높은 건축물 사진을 찍으려면 광각 렌즈가 필요하죠. 렌즈를 바꿔 껴서 그런지 색감도 좀 달라졌습니다.
입구에 보면 양쪽으로 3명 씩 총 6명의 수호성인이 지키고 있습니다. 굉장히 웅장해 보이는 외관과 달리 내부는 평범합니다만 분위기가 경건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사진 촬영을 금지한 것도 아닌데 내부 사진을 찍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가이드 북에는 5천 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나와 있던데 그 정도로 넓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성모승천 대성당을 방문했을 때 꼭 보라고 권하는 알브레히트 뒤러의 3폭 제단화 비슷한 그림을 찾기는 했는데 확실하지 않더군요. 위치도 좀 다른 것 같고. 크로아티아 여행 계획이 있는 분들은 성모승천 대성당을 방문했을 때 저 대신 찾아봐주시기를....
앞에서 볼 땐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역시나 측면을 보니 보수 공사가 한창입니다.
대성당 옆에는 나무 그늘과 벤치가 있어 걷기에 지친 다리를 잠시 쉬어갈 수 있습니다. 목도 축일 겸 벤치에 앉아서 자두와 무화과 열매를 하나씩 먹었습니다. 날씨가 참 좋네요.
조금 쉬고 난 뒤 Stone Gate로 향했습니다. 성모승천 대성당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오가는 관광객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사람들이 향하는 뒤로 졸졸 따라가기만 해도 됩니다.
Stone Gate로 향하던 도중에 잠시 들른 기념품 상점입니다. 유명 관광지의 기념품들은 대개 거기가 거기라서 조악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잘 살펴보면 정말 기념할만한 물건을 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예전 같으면 거들떠도 안 봤는데 요새는 한번씩은 기념품점에 들러서 어떤 기념품들이 있는지 살펴봅니다. 구경만 해도 재미 있잖아요.
크로아티아에서 추천하고픈 기념품 중 하나는 흔히 냉장고 자석이라고 부르는 마그넷입니다. 돌, 나무, 금속 등 특이한 재질에 인상적인 그림이나 글씨를 새긴 독특한 마그넷이 꽤 있더군요.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고요. 저도 자그레브에서는 안 샀지만 스플리트와 두브로브니크에서는 몇 개 사 갖고 왔습니다.
성모승천 대성당에서 출발해 사람들을 따라 걷다가 보시는 것과 같은 골목에서 왼쪽으로 접어들면 Stone Gate로 향하는 대로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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