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쯤 눈을 뜨기는 했지만 어제 하루종일 비행기를 갈아타고 인도네시아로 날아오느라 피곤했다는 핑계로 이불 속에서 밍기적거리다 8시쯤 일어났습니다.
이맘 때쯤의 인도네시아에 모기가 극성이라길래 전자 모기향도 챙겨 왔는데 리조트 측에서 전자 모기향을 알아서 제공해 줘서 짐에서 꺼낼 일이 없었습니다.
오픈 샤워실이라서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샤워하는 맛이 정말 기가 막히네요. @.@
물도 fresh water인데다(나중에 말씀드리겠지만 섬 지역으로 들어가면 짠물 샤워를 하게 되는 일이 많습니다) 뜨거운 물도 잘 나오네요. 아무래도 롬복은 발리처럼 큰 섬이라서 그런가 봅니다.
샤워를 마치고는 미리 걸어둔 알람에 맞춰
Nancy McWilliams 정신분석적 심리치료 워크샵 등록/입금을 하고(해외에 나와서까지 이러다니 저도 참 극성맞죠;;;) 아침을 먹으러 나섰습니다.
어젯밤 묵은 방입니다. 건물 하나에 1층과 2층 각각 방이 하나씩 있는 구조인데요.
제가 묵은 방은 1층 305호였습니다.
방 앞 테라스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워낙 날씨가 더워서 그늘이라고 해도 오래는 못 앉아 있습니다.
도로를 마주보고 객실이 배치되어 있지만 커튼을 칠 수 있고 바로 앞 화단에 키가 큰 식물을 심어서 시야를 가리게끔 배치를 해 놓았더군요.
어젯밤에 들어올 때 리셉션에서 한참 들어오기에 멀다고 투덜거렸는데 아침을 먹는 식당과는 아주 가깝습니다. 저 앞에 보이는 게 바다인데 오른쪽이 실외풀이고 왼쪽이 식당입니다. 발리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롬복은 파도가 꽤 높기 때문에 밤새 파도가 철썩이는 소리가 객실까지 들리더군요. 파도 소리를 자장가 삼아서 잘 잤습니다.
해안까지 걸어나와서 뒤를 돌아다 본 풍경입니다. 꽤 높은 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하얀 뭉게구름이 산을 감싼 것이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이네요.
오른쪽에는 바다를 보며 수영을 즐길 수 있는 side pool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왼쪽에는 역시 바다를 면하도록 배치한 부페식 레스토랑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바다에 면한 테이블에 자리가 있길래 앉을 수 있었습니다. 아침부터 30도에 가까운 날씨라서 그늘에 있다고는 하지만 오픈 테이블이니 부채질을 하지 않고는 오래 버티기 어렵습니다. ㅠ.ㅠ
아침부터 아이들이 해변에 나와 놀고 있습니다. 롬복 해변이 다 이렇지는 않을 것 같은데 이 리조트의 해변은 모래는 고운 반면 색깔은 흰색이 아니더군요.
모래 색깔이 중요한 게 아니라 파도가 꽤 높게 치기 때문에 보기에는 시원하고 좋지만 물가에서 놀기에는 적당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뭐 아이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지만요.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포말이 부서지는 모습이 장관이었습니다. 덩달아 바닷바람도 세게 불어 시원하기도 했고요.
뷔페 구성이 아주 다양하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quality는 높은 편이었습니다. vegan이라면 tofu rice와 grilled potato를 추천합니다. 첫번째 접시라서 사진에는 없지만 과일 종류가 많고 당도도 높은 편이라서 이번 여행에서는 과일을 많이 먹었습니다. 특히 수박은 우리나라 수박처럼 달고 수분도 많더군요.
인도네시아에서 과일 드실 땐 수박을 추천합니다. 워터멜론 주스도요~
음식도 괜찮았지만 커피가 아주 맛있어서 마무리까지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침부터 일진이 좋네요.
탁 트인 바다를 보면서 아침식사를 하는데 뭐가 안 맛있겠습니까마는;;;;;
식당 앞 해변에 여기 터줏대감으로 보이는 강아지 한 마리가 누워서 투숙객들이 주는 음식으로 요기를 하던데 저쪽에 있는 다른 강아지에게 주려고 힘껏 던지니 늘어진 채 누워 있다가 쏜살같이 달려가서 그 강아지를 쫓아내더군요. 나름 자기 영역이 확실한 듯;;;;
날씨가 워낙 더우니 해변에 나와 있는 강아지들도 해변에 웅덩이를 판 뒤 그 안에 웅크리고 누워 있습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발이라도 담궈보고 싶어서 잠시 side pool에 앉았습니다. 오른쪽에는 pool bar도 있어서 음료도 주문할 수 있는 것 같았습니다.
side pool도 근사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바다를 보면서 민물 수영을 할 수 있다는 게 참 좋더군요. 아쉽지만 발만 살짝 담그고 일어섰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마음에 들어서 찍은 꽃. 굉장히 높은 위치에 피었던데 잎이 푸르고 싱그러워서 그런지 더 화사하고 깨끗하게 보입니다.
객실로 돌아와 짐 싸고(별로 풀어놓은 것도 없지만) 10시 40분 쯤 체크아웃을 위해 나섰습니다.
어제는 밤에 들어왔기 때문에 리조트를 둘러볼 시간이 없어서 몰랐지만 아침에 나갈 때 보니 굉장히 넓고 큰 리조트더군요.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숙소도 많고 계속 여기저기에 건물을 짓고 있었습니다. 사진에는 잘 안보이지만 저쪽 길로 쭈욱 나가면 리셉션이 나오는데 가는 길에 Spa도 있어서 필요한 분들은 이용할 수 있습니다.
리셉션도 오픈되어 있어서 덥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대신 선풍기도 있고 통풍이 잘 되어 식당보다는 덜 덥더군요.
체크아웃을 한 뒤 리셉션에 있는 소파에서 잠시 기다렸습니다. 어젯밤 체크인 할 때 private boat를 예약해 뒀거든요. 원래 일정은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겨놓은 뒤 오전에는 셍기기 시내를 둘러보는 것이었는데 어제 들어오면서 보니 셍기기 시내에 별로 볼 것이 많지 않아 보이기도 했고 리조트에서 셍기기 시내까지 생각보다 멀더군요. 그래서 그냥 길리 메노섬으로 일찌감치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private boat fee는 선착장까지 차량 이동까지 포함해서 70만 루피아(한화 7만 원선)였습니다. 리조트에서 부킹한 것이니 좀 비쌀 수는 있겠습니다.
방살 선착장에서 public boat를 타는 것과 비교한다면 터무니없이 비싸보일 수 있지만 선착장까지 이동하는 수단을 마련하는 것, time table에 맞춰 가야 하는 것, 방살 선착장에서 public boat 티켓을 사기 위해 기다리는 것, 인원 수가 찰 때까지 또 기다리는 것, 낡은 보트에 인원을 초과해서 태우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 길리 메노섬에서도 공용 선착장에 내려 리조트까지 걸어서 찾아가야 하는 것까지 고려한다면 그렇게 비싼 금액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절약되는 시간에 편이성까지 고려한다면 말이죠. 다음에 또 길리섬에 간다고 해도 저는 그냥 private boat를 이용할 것 같습니다.
10시 50분이 되자 운전을 해 줄 드라이버가 동료와 함께 차량을 갖고 리조트에 도착했습니다. 스타렉스급의 넓고 큰 새 차량이네요. 만족입니다.
운전자가 한국말을 곧잘 하길래 물어보니 안산 공단에서 일을 한 적이 있다고 해서 속으로 뜨끔했습니다. 한국에서 일을 할 때 얼마나 안 좋은 일을 겪었는지, 착취를 당했을지 몰라서 겁이 나 도저히 한국 생활에 대해 물어보지 못하겠더군요. 굉장히 눈치 빠르고 영민해 보이는 사람이던데...
리조트에서 15분 정도를 달려 도착한 곳은 방살 선착장 근처의 해변이었습니다. 드라이버는 제가 길리 메노섬으로 가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어느 리조트로 가느냐고 묻기에 마하마야 리조트를 마하야마로 잘못 알고 발음했더니 다들 배꼽을 쥐고 넘어가네요. 제 말 실수가 재미있나 봅니다. :)
작은 스피드 보트로 옮겨 탔습니다. 굉장히 날렵하게 생겼고 실제로 빠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비추천입니다. 속도가 빠른 대신 파도가 조금만 세게 일면 요동이 심해서 멀미나기 딱 좋습니다. 엉덩방아를 찧는 건 기본이고요. 실제로 함께 간 사람이 허리가 좋지 않아 허리에 무리한 충격이 가해질 것을 두려워 해 긴장하느라 정신이 없었거든요.
풍광은 근사하고 바다색도 너무 멋집니다만.....
보트가 속도를 올리기 시작하면 주변 아무거라도 꽉 붙잡지 않으면 인천 월미도의 놀이기구인 디스코 팡팡을 타는 것과 같은 꼴이 납니다. 그래도 엉덩방아를 몇 번이나 제대로 찧었답니다. ㅠ.ㅠ
예전
코타키나발루 여행 때 만따나니 섬에 가던 생각이 절로 나더군요. ㅡㅡ;;;;
다행히 롬복 선착장에서 길리 메노섬까지는 그리 먼 거리가 아니라서 견딜 만 했습니다. 언제쯤 도착하나 싶을 때쯤 리조트가 위치한 해안이 보였거든요.
덧. 그건 그렇고 Living Asia Resort and Spa는 강추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묵어본 숙소 중 가성비 최고였어요. 롬복 가실 분들이라면 꼭 한번 고려해보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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