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몽골 여행은 작년 겨울 길리 여행 때보다 항공기 출발이 더 이른 시간이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거의 밤을 샌 거나 다름없는 시간에 일어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무려 아침 7시 15분에 출발하는 비행기였거든요. 물론 일찍 출발하는 만큼 현지에서 하루를 길게 쓸 수는 있겠지만요.
어쨌거나 미리 짐을 싸 두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새벽 3시에 일어나 씻고 간단히 요기만 한 뒤 카카오 택시를 호출했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공항버스 리무진을 이용했겠지만 너무 이른 시간인데다 시간을 절약해야 해서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나을 것 같았습니다. 그 새벽인데도 호출한 지 2분 만에 택시가 도착했습니다. 급하게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 카카오 택시가 정말 편리한 것 같습니다. 행선지를 미리 입력하기 때문에 구구절절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고요.
4시 5분 쯤 탔는데 새벽이라 길도 막히지 않아 불과 35분 만에 인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toll 비용 7,100원을 포함해 47,900원이 나왔네요. 공항버스 리무진에 비해 3배나 비싸지만 이렇게 특별한 상황에서는 호사를 좀 부려도 되겠지요.
택시를 타고 가면서 보니 안개가 많이 꼈던데 비행기가 정상 출발할 수 있을지 살짝 걱정이 되었습니다. 공항에 도착해서 보니 확실히 새벽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환승하는 여행자들이 공항 의자에 누워 노숙하는 게 곳곳에서 보이는게 좀 다른 풍경이라면 풍경이랄까요?
5시 현재 체크인 카운터가 열리지 않았습니다. 아직 직원들이 올라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혹시나 해서 대한항공에서 휴대폰 문자로 보내준 모바일 체크인 링크를 눌러서 접속해 봤지만 최종 단계에서
울란바타르 공항이 모바일 체크인이 불가한 공항이라는 메시지가 뜨는 걸 보고 포기했습니다. 쩝...
5시 30분이 되자 카운터가 열려 발권 업무가 시작되었는데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몽땅 몽골에 가는 사람들인지 대한항공 카운터에만 몰리더군요. 이러다 비행시간에 맞출 수 있을지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그 북새통에 몽골에 선교하러 가는 종교단체가 4개 밖에 없는 카운터 중 하나를 갑자기 독점하는 바람에 담당 가이드가 제 앞에서 줄 서 있던 젊은 신혼부부에게 큰 소리로 욕을 먹기도 하고, 당황한 대한항공 직원이 전화로 다른 직원에게 빨리 올라오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는 등 여행 출발 전부터 북새통이었습니다.
저흰 비교적 빨리 발권을 한 편인데도 제 뒤로 줄이 굉장히 길게 늘어섰고 당연히 보안검색대에서도 시간이 지체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출국 심사도 지연되고 겨우 면세 구역으로 나온 뒤 시간을 보니 어느새 6시 35분입니다. 보딩 시간이 7시 45분(원래 출발 시간이 7시 15분이니 이미 30분 이상 지연되었다는거지요)이니 그 새벽에 일어나 택시로 공항에 나왔는데도 겨우 한 시간 남짓 남은거네요. 허탈...
그래도 승강장이 출국 심사장과 가까운 8번이라서 다행입니다. 예상했던대로 보딩 시간에 맞춰 저흰 바로 탑승했지만 발권이 늦어지는 바람에 늦게 도착한 사람들을 태우느라 예상 시간보다 20분 늦게 비행기가 출발했습니다. ㅡㅡ;;;;
생전 처음 마일리지 항공권으로 여행을 하는거라서 미리미리 좌석을 사전 예약했기 때문에 날개 바로 뒤쪽 비상구 근처에 자리를 잡았죠. 그런데 이게 왠 일. 화장실 냄새가 너무 나는겁니다. 승무원을 불러 사정을 설명하고 자리가 남으면 바꿔달라고 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늘 만석이라고 하네요. ㅠ.ㅠ
채식 기내식을 신청한 비건들이 화장실 냄새가 난다고 자리를 바꿔달라고 했으니 승무원도 어지간히 긴장탔을 듯 합니다. 승무원이 잔뜩 긴장해서 밑의 직원을 시켜 수시 관리하겠다고 했지만 그래봤자 탈취제를 자주 뿌리는 정도지요 뭐...
출발이 늦어졌기 때문에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곧 음료가 나왔고 기내식도 일사천리로 서빙이 되었습니다.
유제품은 포함된 인도 채식을 주문했더니(대한항공의 경우 완전 비건식을 주문하면 거의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수준의 음식이 나오거든요) 음식은 먹을 만 했는데 '떠먹는 불가리스 요구르트'가 떡하니 나오네요;;;
기내식으로 아침 식사를 마치자마자 새벽부터 일어났던 여파가 이제서야 나타나는지 곧바로 잠에 곯아 떨어져 입국 신고서를 작성하라는 안내가 나오기 전까지 정신없이 취침했습니다. 착륙 10분 전에 겨우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부랴부랴 입국 신고서를 작성했죠. 그래도 기장이 서둘러 비행기를 몰았는지 11시 5분에 울란바타르 국제공항에 착륙했습니다(원래 착륙 예정 시간은 10시 45분).
역시 광활한 평원의 나라는 뭐가 달라도 다릅니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이 반기네요.
공항 근처라고 해도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건물은 고사하고 길도 제대로 없습니다.
울란바타르 국제공항은 그렇게 넓지는 않지만 여러 비행기가 한꺼번에 내리지 않아서 입국 심사에 걸리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습니다. 다만 짐이 좀 늦게 나오고 Baggage Claim 구역이 넓지 않아서 다소 혼잡한 정도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늦었는데 짐까지 찾아서 나오는데 30분 정도가 더 걸렸습니다. 첫날 묵을 호텔에 픽업 서비스를 신청해놨기 때문에 두리번거리면서 찾았는데 후줄근한 차림에 종이 피켓을 든 사람들 틈으로 말쑥한 정장에 제 이름이 화면에 떠 있는 아이패드를 들고 서 있는 호텔 직원이 보이더군요. 주차장에 대기시켜 놓은 차량도 깔끔한 세단이네요. @.@
몽골의 첫 인상은 하늘이 파랗고 햇볕이 정말 강하다는 거 였습니다. 선글래스를 안 쓸래야 안 쓸 수가 없더군요. 기온은 높지만 습도가 낮아서 텁텁하지는 않습니다. 흡사 그리스와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울란바타르 시내로 진입하는데 서울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나중에 보여드리겠지만 도심은 별로 차이나지 않습니다. 고층 빌딩도 많고요. 전체 몽골 인구의 2/3가 몰려 사는 곳이니 번화할 수 밖에 없겠지요.
40분 정도 차를 달려 이틀을 묵게 될
'Kempinski Hotel Khan Palace'에 도착했습니다.
중심가에서 벗어나 있기에 도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을 제외하면 제가 여행하면서 묵어 본 호텔 중 가성비 최고 등급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예약할 때 트립 어드바이저에서 계속 1위를 고수하고 있었고 론플에도 소개된 최고의 호텔이었습니다. 게다가 당시 프로모션을 진행하던 중이라서 원래 가격보다도 훨씬 싸게 묵을 수 있었죠.
전형적인 비지니스 호텔인데 객실은 꽤 넓습니다. 전력을 공급하는 콘센트가 여기저기 많은 것도 마음에 듭니다. 침대 옆에 콘센트가 없으면 아주 불편하거든요.
평범하고 무난한 인테리어입니다. 전망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창이 넓어 채광이 좋은 편입니다.
더블 베드가 있는 룸으로 예약한 것 같은데 트윈 베드로 배정되었네요. 큰 문제는 아닙니다만...
옷장에는 가운과 슬리퍼, 헤어 드라이어가 있습니다. 요새 슬리퍼를 제공하지 않는 호텔이 꽤 많은데 마음에 듭니다. 가운도 통상적으로 호텔에서 사용하는 면으로 된 무거운 가운이 아니어서 더 좋았습니다.
금고, 우산 등 기본적인 객실 어메니티는 물론 물건을 담을 수 있는 작은 쇼핑백까지 제공하는 등 꽤나 꼼꼼합니다.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객실에 별도의 공기 청정기가 설치된 건 처음 봤습니다. 세계 1, 2위를 다투는 공기 오염 최고의 도시(물론 겨울철에 한하지만)답습니다;;;
욕실은 넓지 않지만 역시나 꼼꼼합니다. 샤워 부스와 욕조가 따로 제공되고 왼쪽 세면대를 보시면 각종 욕실용품이 빠짐없이 제공됩니다. 건조기까지 있네요.
이것도 처음 봤을 때 놀란 점 중 하나인데 비데까지 설치되어 있네요. 비데가 설치되어 있는 호텔도 처음 본 것 같습니다.
객실을 둘러보고 있는데 직원이 캐리어를 들고 왔길래 팁을 주면서 연습해 둔 몽골어로 고맙다고 인사했는데 못 알아 듣네요. 발음을 물어본 뒤 다시 해 봤지만 역시나 불가능. 발음이 너무 어렵습니다. 이번 여행 중에 몽골어로 고맙다는 인사는 못 쓸 듯 합니다. ㅠ.ㅠ
체크인 할 때도 느꼈지만 몽골인들의 영어 발음도 특유의 엑센트 때문에 알아듣기가 힘들더군요. 아무래도 이번 여행 만만치 않을 듯 합니다;;;
점심 식사를 간단히 할까 하는 생각에 체크인 할 때 3시까지 가능하다고 한 brunch 뷔페가 어떤지 내려가 봤는데 가격이 1인 당 20불이나 해서 일단 pass했습니다. 이틀 동안 묵으면서 한번은 먹을 기회가 있을텐데 첫날부터 그러기는 싫었거든요. 한데 Kempinski 호텔의 뷔페는 울란바타르 내에서도 유명합니다. 이걸 먹으러 일부러 호텔까지 오는 여행자들이 많다고 하니까요.
배가 아주 고픈 건 아니었기 때문에 일단 객실로 돌아와 짐 풀고 잠시 쉬다가 점심도 먹고 시내를 둘러볼 겸 2시쯤 길을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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