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만 여행에서는 모처럼 오전 11시에 출발하는 항공편으로 예약했기에 느즈막히 떠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어르신이 너무 바지런하셔서 망했습니다.
여행짐을 다시 쌀 가능성까지 고려해서 아침 7시에 오셔도 충분하다 말씀을 사전에 드렸고 알람도 거기에 맞춰 6시에 울리게 해 놨는데 들뜨셔서 그랬는지 불안하셔서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 6시 10분에 새벽같이 들이닥치셨습니다. 평소 같으면 툴툴대면서도 일어났겠지만 예전 크로아티아 여행 때 이미 경험한 일이기에 에라 모르겠다 하고 저는 그냥 7시까지 잤고 그동안에 당신 짐을 다시 싸셨더군요.
어차피 아침을 공항 가서 먹기로 했기에 8시쯤 공항버스를 타러 갔는데 배차 간격을 못 맞추는 바람에 거의 8시 30분이 되서야 버스에 올랐습니다. 혹시나 공항버스 요금도 체크 카드 결제가 되지 않을까 했는데 안 되더군요. 어쩔 수 없이 신용카드를 세 번 찍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9시 15분 쯤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벨을 누르지 않자 버스 기사가 정류장을 그냥 통과하는 바람에 국내선 청사에 내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번도 김포공항에서 국제선을 탄 적이 없어서
누구든 한 명은 내리겠지 하고 마음 놓고 있다가 제대로 뒤통수(김포공항에서 국제선을 타는 분들 주의하세요)를 맞았습니다. 아뿔싸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죠.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에서 국제선 청사까지 걸어 갈 거리는 아니라서 어떻게 돌아갈까를 잠깐 고민했는데 시내로 들어가는 손님을 오랫동안 기다린 택시가 기본요금 거리도 안 되는 국제선 청사로 가 줄리 만무했기에 information desk에 물어봐서 순환셔틀버스가 있는 걸 찾아서 기다렸다가 탔습니다.
여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런 실수를 하다니 이번 여행은 조심해야겠습니다(아무래도 불길한 예감은 적중하게 마련이죠. 이 여행은 결코 순탄하게 끝나지 않습니다. 복선;;;;).
공항버스도 늦게 탔고, 버스에서 잘못 내리는 실수까지 해서 시간을 많이 까먹었기에 부랴부랴 2층으로 올라가 발권을 했습니다. 다행히 이스타항공 카운터는 한산하고 대기자가 별로 많지 않네요. 같은 시간 대에 중국으로 향하는 대한항공은 줄이 굉장히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대신 늦게 왔다고 좌석이 전부 제각각 떨어진 곳으로 발권되었습니다. ㅠ.ㅠ 2시간 30분 남짓 비행이니 그 정도는 괜찮겠지요.
발권을 마치고 공항에 온 김에 일행의
자동출입국심사 등록을 해 두려고 출입국 사무소에 갔는데 주말에는 안 한다네요. 아 놔. 가는 날이 장날입니다.
이미 이 때 시각이 오전 10시. 10시 30분부터 보딩이었기에 살짝 고민을 했습니다. 저가 항공이라서 기내식이 안 나오고 기내에서 구입해도 채식 기내식이 아닐테니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타이페이에 내려서 먹자니 12시 50분 도착이라서 점심이 너무 늦어질테고요. 그래서 시간이 빠듯하기는 하지만 먹고 떠나자고 4층의 한식당에 올라가 '톳고시래기 돌솥비빔밥'이라는 거창하고 값비싼 메뉴를 주문했습니다(다신 안 먹을 것임).
맛도 가격에 걸맞는 수준이 아니었지만 무엇보다 채식을 한다고 달걀을 빼달라고 주문했더니 달걀을 뺀 대신 날치알, 연어알을 듬뿍 뿌려놓았더군요. 하나하나 걷어내고 먹느라고 힘들었습니다. 센스가 바가지네요.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20분 만에 부랴부랴 식사를 마치고 입국장으로 들어갔습니다. 다행히 보안 검색과 출국 심사는 사람이 많지 않아 금방 마칠 수 있었습니다.
김포공항 면세구역에는 쇼핑할 곳은 있지만 역시나 예상대로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은 안 보였습니다. 식사를 하고 들어오기를 잘 했네요.
게이트 번호가 36이라서 끄트머리에 위치해 있는 게이트면 서둘러 가느라 힘들겠다고 생각했는데 게이트 수는 몇 개 안 됩니다. 그냥 번호만 36번이더군요.
아침부터 이렇게나 서둘렀는데 정작 보딩이 딜레이 되어 이륙 시간은 예정 출발 시간보다 15분 늦은 11시 15분이었습니다.
항공기는 보잉 기종으로 3 X 3 좌석이었습니다. 항공기가 구형인 건 그렇다쳐도
확연히 구분이 될 만큼 좌석 앞 뒤, 옆 공간이 좁습니다. 제가 다리가 긴 편이 아닌데도 무릎을 직각으로 굽히니 앞 좌석에 닿을 듯 말 듯 합니다. 좌석을 늘려서 가격 보전을 하는 것도 좋지만 이건 좀 심하네요.
별도로 기내식이나 음료를 주문한 승객이 아닌 경우 생수 이외에는 아무런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습니다. 대신 이륙하자마자 입국 서류를 나눠주는군요. 이거나 쓰라는 이야기지요;;;; 작성 중에 비자발급번호를 쓰는 란이 있어서 순간 당황했습니다. 알고 보니 비자를 받아야 했던 옛날 양식을 그대로 쓰고 있어서 생긴 해프닝이었습니다.
원래는 김포공항에서 쑹산공항까지 비행 시간이 2시간 50분이어서 현지 시각으로 12시 50분 도착 예정이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활주로에 착륙한 시간이 12시 35분이었습니다. 15분 늦게 출발해서 15분 일찍 도착했으니 30분 이득인건가요?
쑹산 공항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착륙 직전에 난기류 때문에 비행기가 상당히 많이 흔들렸습니다. 예전에 앙코르 와트 여행 때의 공포가 살짝 느껴지더군요.
쑹산 공항은 우리나라 김포공항과 비슷하지만 오래된 공항인데도 불구하고 효율적으로 잘 유지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굳이 이동시간이 많이 걸리는 타오위안 공항으로 갈 필요가 없겠더라고요.
시간 효율성이 중요한 분들은 김포공항에서 쑹산공항을 거쳐 입국하는 걸 고려해보시기 바랍니다.
입국 심사는 여권 내고 카메라 사진 찍고 양손 검지 등록하는 걸로 끝입니다. 하지만
입국 신고서를 작성할 때 사인은 반드시 영문으로 작성해야 하며(한글, 한자 안 됩니다), 대만 내 거주 주소도 정확히 쓰지 않으면 출입국 사무소 직원들이 돌아다니면서 체크하고 고치라고 합니다. 제 경우는 Dandy Hotel이라고만 썼는데 in Taipei라고 추서하라고 시키더군요. 쩝.... 어쨌거나 정확하게 기재하셔야 합니다.
짐은 생각보다 금방 나오더군요. 제일 마지막에 실어서 제일 먼저 나온 것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입국장으로 나오자마자 왼쪽에서 i-wifi 유니폼을 입고 대기하고 있던 여직원에게 가서 예약번호를 말하고 포켓 와이파이를 수령(내용물 확인 후 사인하면 됩니다)했습니다. 이 회사의 포켓 와이파이를 대여하는 한국인이 많은지 아예 지시문을 한글로 출력해서 가져왔더군요. 세밀한 서비스 좋았습니다.
기온은 살짝 덥게 느껴지는 수준으로 한국으로 치자면 늦여름 내지는 초가을 날씨 같습니다. 나중에 픽업 기사님이 차를 가져오려고 주차장으로 간 사이에 한국에서 입고 간 두꺼운 점퍼를 벗어 캐리어에 넣었습니다.
공항 청사를 나서자마자 MRT 출입구와 바로 연결되어 편리합니다. 저는 어르신을 모시고 가는 여행이라 픽업/샌딩 서비스를 신청했지만
자유 여행이라면 시내에서 많이 떨어진 숙소를 예약한 것이 아닐 경우 MRT를 타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픽업 기사를 못 찾아서 당황했는데 두리번거리다 결국 만나기는 했지만 제가 예약한 업체의 이름이 한글로 적힌 팻말을 들고 서 있더군요. 아 놔..... 제 이름을 써 놔야 보고 찾지요. 지네 회사 이름을 써놓으면 무슨 수로 저를 기다리는 기사인 줄 알겠어요;;;;
게다가 영어라고는 Ok, 딱 한마디만 할 줄 아는 완벽한 현지인 기사였습니다. 차는 넓고 승차감이 좋은 SUV 스타일의 차를 몰고 왔지만 업체에서 다른 댄디 호텔 주소를 알려주는 바람에 중간에 차를 세우고 가져온 boucher의 연락처로 제가 전화를 걸어 못하는 영어로 예약 상황을 확인하고 전화를 기사에게 넘겨줘 통화하게 했습니다. 의사소통이 안 되니 이런 돌발 상황이 생기면 속수무책이네요.
댄디 호텔은 타이페이 내에만 세 개의 지점이 있기 때문에 정확한 주소를 모르면 픽업 기사도, 택시 기사도 엉뚱한 곳에 데려다 줄 수 있습니다. 댄디 호텔에 묵을 때는 정확한 주소를 챙겨둘 필요가 있습니다.
네비가 있었어도 어차피 헤맸겠지만 네비게이터 마져 장착이 안 된 차이기에 거의 30분은 헤맨 것 같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댄디 호텔 티안문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2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