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 :
YES24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건 아니지만 2004년부터 블로그를 운영(홈페이지를 운영한 건 1998년부터이니 온라인 생활을 한 세월도 만만치 않네요;;)하면서 항상 우리글을 올바로 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블로그 운영 초기부터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를 설치하기도 했고요.
최근에 트위터에서 화제가 되는 책이 있길래 점찍어 놓았다가 읽게 된 게 이 책입니다. 교정/교열 전문가인 김정선 선생이 쓴 책으로 200페이지에 불과한 작은 문고판 서적인데 우리가 글을 쓸 때 흔히 범하기 쉬운 실수를 정리해 놓았습니다.
내용만 보면 매우 딱딱할 수 있는데 액자식 구성을 취해 '문장을 다듬는 내용' 중간에 이 책을 쓰게 된 계기인 어떤 사건을 소설 속 이야기처럼 배치해서 긴장감도 높이고 읽는 재미도 더했습니다.
김정선 선생이 결국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이라고 제 마음대로 짐작한 것은 글을 쓰는 것에 왕도는 없지만 글을 잘 쓰려면 대충 편하게 쓰려는 게으름과 협상하지 말아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별 거 아닌 블로그 포스팅을 하면서도 나름 신경을 많이 쓴다고 했는데 정작 이 책을 읽고 나서 돌아보니 비문도 많고 유식한 체 하려고 에헴하는 글, 일본식 표현, 고답적인 문체도 참 많더군요. 반성이 많이 되는 책이었습니다. 여전히 고칠 점이 많네요. 노력해야겠습니다.
글을 써서 먹고 살지 않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글을 쓰고 싶은 분이라면 한번쯤 읽어보기를 권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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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쓸 때 주의해서 사용해야 하는 법칙 : 적의를 보이는 것들
- 접미사 '적' : 사회적, 개인적, 정치적
- 조사 '의' : 문제의 해결, 혼자의 힘
- 의존 명사 '것' : 내가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증거
- 접미사 '들' : 수많은 무리들이 열을 지어 행진해 갔다
* 좋은 문장은 주로 빼기를 통해 만들어진다
* 대개 문장 앞에 '~한다는 것'을 쓰면 뒤에서도 '것'을 쓰게 된다. '~한다는 것'이 문장을 어색하게 만드는 이유이다.
* 앞일을 예상하거나 다짐할 때도 유난히 '것'을 많이 쓴다. 이럴 땐 '것이라고'나 '것이라는'을 '~리라고' 또는 '~겠다고'로 바꾸어 쓰면 좀 더 부드러워진다
: 내일은 분명히 갈 것이라고 믿었다. -> 내일은 분명히 가리라고 믿었다.
* '있다'는 동사이기도 하고 형용사이기도 하다. 동사일 때는 동작을, 형용사일 때는 상태를 나타낸다. 하지만 구분해 쓰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문장 안에 쓰인 '있다'를 '있어라'로 바꾸어도 이상하지 않으면 동사, 이상하면 형용사라고 생각하면 그나마 좀 쉽게 가릴 수 있으려나.
* 문장의 주인은 문장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문장 안에 깃들여 사는 주어와 술어다. 주어와 술어가 원할 때가 아니라면 괜한 낱말을 덧붙이는 일은 삼가야 한다.
: 회원들로부터 정기 모임 날짜를 당기라는 요청이 있었다 -> 회원들이 정기 모임 날짜를 당기라고 요청했다.
* '있었다' 뿐만 아니라 '틀림없다' 또한 중독성이 강해 자칫 문장을 어색하게 만들 수 있으니 가려 써야 한다.
: 그의 말은 일전에 언급한 내용과 관련이 있음에 틀림없다. -> 그의 말은 자신이 일전에 언급한 내용과 관련이 있는 게 분명했다.
* 지적으로 게을러 보이게 만드는 표현
- ~들 중 한 사람, ~들 중(가운데) 하나, ~들 중 어떤
- ~같은 경우
- ~에 의한, ~으로 인한
* '~로의'나 '~에게로'처럼 조사가 겹친 표현은 쓰지 않는 게 좋겠다.
* 조사 '~에'와 '~에게'의 차이는 '~에'는 무생물에, '~에게'는 생물에 붙인다는 것이다.
: 적국에게 선전포고를 하다 -> 적국에 선전포고를 하다
* 당할 수 없는 동사는 당하는 말을 만들 수 없다.
: 휴가가 너무 기다려진다. -> 휴가를 손꼽아 기다린다 (또는) 휴가만 기다리고 있다.
* 문장은 손가락이 아니다 : 그, 이, 저, 그렇게, 이렇게, 저렇게
: 지시 대명사는 꼭 써야 할 때가 아니라면 쓰지 않는 게 좋다. '그, 이, 저' 따위를 붙이는 순간 문장은 화살표처럼 어딘가를 향해 몸을 틀기 때문이다. 특히나 '그, 이, 저'가 한 문단에 섞여 쓰이면 문장은 이리저리 헤매게 된다.
: 같은 지시 대명사라도 '여기, 저기, 거기'보다는 '이곳, 저곳, 그곳'이 훨씬 객관적일 뿐만 아니라 글쓴이는 물론 읽는 이의 자리도 배려한 '지시'처럼 보인다.
* 그 어느, 그 어떤, 그 누구, 그 무엇
: 지시 대명사 '그'에 '어느', '어떤' 따위의 관형사를 붙이거나 '누구', '무엇' 같은 인칭 대명사가 지시 대명사를 붙여 쓰는 표현도 중독성이 제법 강하다.
: 그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된다. ->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된다.
*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문장의 주인이 문장을 쓰는 내가 아니라 문장 안의 주어와 술어라는 사실이다. 문장의 주인이 나라고 생각하고 글을 쓰면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넘어가게 되거나(왜냐하면 나는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문장의 기준점을 문장 안에 두지 않고 내가 위치한 지점에 두게 되어 자연스러운 문장을 쓰기가 어려워진다.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덧2. 아주 좋은 책인데 이 책을 출판한 유유 출판사에서 자신들의 책 목록을 무려 16페이지에 걸쳐 부록처럼 붙여서 광고를 해 놨기에 평가에서 별 하나를 뺐습니다.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부록으로 제공했으면 좋았을텐데 광고비를 독자에게 전가하는 이런 꼼수를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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