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페이 Railway Station에서 택시를 타고 2박 3일 동안 묵을 Les Suites Ching Cheng 호텔로 향했습니다. 타이페이에 도착했을 때 묵은 댄디 호텔도 그렇고 타이루거 협곡에서 1박 한 Leader Village Taroko Hotel도 만족도가 워낙 높았기에 여행 후반부에 묵게 될 이 호텔까지 은근히 기대가 되었습니다.
아는 분은 아시지만 저는 가능한 한 여행 후반부로 갈수록 숙소의 quality를 높여서 맨 마지막에 가장 좋은 곳에 묵도록 일정을 짜는데 Les Suites Ching Cheng Hotel은 예약 당시 트립어드바이저에서 4위에 랭크되어 있기는 해도 론플에 전혀 나와있지 않은 곳이라서 살짝 염려가 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이번 여행은 어르신을 모시고 하는 여행이니 이런 저런 신경을 쓰지 않도록 숙소가 편안해야 했거든요.
하지만 결론을 말씀드리면 아주 만족스러운 곳이었습니다. 흠을 잡을 만한 구석이 거의 없었어요. 위치도, 시설도, 직원들의 접대 수준이나 친절도까지도요. 일단 추천부터 하고 소개 시작합니다.
나중에 보여드리겠지만 Les Suites Ching Cheng Hotel은 접근성이 좋은 대신 정숙성을 높이기 위해 입구를 골목 쪽으로 냈기 때문에 리셉션이 있는 구역이 그리 넓지 않습니다. 그래서 옆으로 로비 같은 응접실을 따로 만들어놨더군요.
여긴 반대편의 응접실입니다. 서재 분위기가 나는 좀 더 고급스러운 공간입니다.
각 응접실은 천정을 높게 올려서 그리 넓지 않은 공간임에도 답답하지 않게 설계했습니다. 제가 묵은 방 앞의 복도에서 내려다 본 모습입니다.
객실의 모습입니다. 침대는 평범합니다. 트윈 베드를 붙여놓은 형태지만 여행할 때 유독 예민해져서 뒤척임에 잘 깨는 저로서는 더블 베드보다 낫기 때문에 오히려 좋더군요.
편리하다고 생각한 기능 중 하나는 침대 옆에 버튼이 있는데 그걸 누르면 make up room을 해 달라는 신호가 리셉션으로 전달되더군요. 보통은 두꺼운 종이나 플라스틱으로 된 안내판을 문 밖에 거는데 이 호텔은 버튼 하나로 번거롭지 않게 해결됩니다.
침대 옆 협탁(이것도 상판이 대리석입니다) 위에 올려놓은 웰컴 초컬릿도 범상치 않은 수준입니다.
객실 한 쪽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원통형 캐비넷이 눈에 들어옵니다. 한번 열어봤습니다.
각종 술과 차를 마실 수 있는 용품을 정리해 놓은 일종의 미니바입니다. 감각 있습니다.
그 옆에는 캡슐 커피 머신도 있습니다. 당연히 묵는 동안에는 매일 리필 됩니다. 예전 싱가포르 여행 때 캡슐 커피 머신을 경험한 뒤로는 여행가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마시는 커피 한 잔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캡슐 커피 머신이 있는 숙소에 묵으면 사용하지 않아도 왠지 기분이 좋습니다.
전자 금고입니다. 특이한 건 보통의 4버튼식이 아니라 신용 카드로 여는 방식입니다. 신용 카드로 여는 전자금고는 생전 처음 봤는데 평소 사용하던 금고가 아니라서 낯설었는지 나중에 여권과 비상금을 남겨 놓고 공항으로 출발하는 바람에 중간에 다시 돌아오는 해프닝을 겪게 됩니다. ㅡ.ㅡ
대개는 책상 서랍까지 열어보지 않지만 이 호텔의 시설이 워낙 깨알같기에 혹시나 하고 열었는데 역시나 싶었습니다. 여분의 볼펜, 자 뿐만 아니라 클립, 연필깎이, 지우개, 수정테이프에 이르기까지 꼭 필요한 문구가 빼곡합니다.
이제는 기대감을 갖고 욕실을 살펴봤습니다. 아주 넓지는 않지만 역시 기대 이상으로 공간을 효율적으로 잘 활용해서 집기를 배치해 놨습니다.
변기도 일반적이지 않은데 비데 제어 스위치가 변기 옆에 장착된 것이 아니라 벽에 따로 붙어있습니다. 훨씬 위생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보통 용변을 보고 변기 뚜껑을 닫고 물을 내리지만 그러지 않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으니 변기 옆에 있는 제어 스위치가 오염될 가능성이 크니까요.
욕실 한 켠에 마련된 화장대 위에는 각종 욕실 용품이 쓰기 편하게 수납되어 있습니다. 알콜 거즈까지 준비해놨네요.
샤워실에 비치된 샤워젤이나 샴푸 등의 용품도 싸구려 같지는 않습니다.
전반적으로 편의 시설이나 집기가 고급스러우면서도 투숙객이 편리하게 비치되어 있습니다.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짐을 풀고 기분좋게 내려와 호텔 컨시어지에게 근처에 갈만한 채식 레스토랑이 있는지를 물었더니 호텔 바로 앞의 쇼핑몰 2층에 있다고 하더군요. 반가운 마음에 점심을 먹으러 곧바로 그리로 향했습니다.
레스토랑 '
十里安'입니다. 채식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채식 메뉴가 많습니다.
에피타이저로 주문한 건데 방울 토마토를 달콤한 시럽에 절여서 시원하게 냅니다. 상큼하고 입맛을 돋게 만드는 맛이네요.
시장기가 돌기도 하고 채식 요리가 다양하게 있기에 무리해서 이것저것 많이 시켰습니다. :)
땅콩 가루가 많이 뿌려져 있어 고소하기만 하고 별로 맛이 없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굉장히 맛있어서 놀랐던 국수(80불)입니다. 이거 강추합니다.
고기 없이 채소로만 빚은 채식 만두(80불)입니다. 식감도 좋지만 만두 맛(피와 소 모두) 자체도 훌륭합니다. 조금 모자라는 듯 하지만 메인 음식이 아니라서 이 정도에서 참았습니다.
제가 먹은 채식 볶음밥(120불)입니다. 밥도 꼬슬꼬슬하고 윤기나게 잘 지었고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맛입니다.
어르신이 주문한 해물이 들어간 요리(220불)입니다. 해물 국수같기도 하고 해물탕 같기도 한 음식인데 담백하고 맛있답니다.
음료도 주문했습니다. winter melon lemonade(100불)인데 향신료가 들어가서 인삼 비슷한 향이 나지만 맛있습니다.
음식이 전반적으로 깔끔하게 나오고 향이 과하지 않고 맛있습니다. 양이 좀 적은 게 흠이지만 오히려 그래서 이것저것 맛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여기 가실 분들을 위해 메뉴판 사진을 첨부합니다.
맛나면서도 거하지 않은 채식 점심을 잘 먹고도 오후 시간이 남기에 융캉제를 한바퀴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시겠지만 여기서 엄청 질렀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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