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페루 여행 중 처음으로 하루 종일 길에서 보내는 날이라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샤워하고 짐을 싸서 문 앞에 내놓고 5시 50분에 식당으로 내려갔습니다. 6시 30분에 떠난다고 해서 말이죠;;;;
그래도 부지런히 아침을 먹고 나니 잠시 짬이 나서 호텔 근처를 산책했습니다. 아침 6시인데도 해가 떴는지 환합니다. 사진만 보면 저녁 무렵 같네요. 떠오르는 햇빛에 시내가 군데군데 황금빛으로 물들었습니다.
일행을 기다리면서 호텔 간판을 찍었습니다. 로고가 토속적이어서 그런지 친근하네요.
버스 정류장에 장식되어 있는 나즈카 문양도 그리울 것 같습니다. 안녕 나즈카여~
오늘 하루종일 신세 질 메뚜기 버스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정확히 새벽 6시 30분에 출발했고 1시간 쯤 달린 후 잠시 멈췄습니다. 그냥 잠시 쉬는 줄 알았는데 보여줄 게 있다고 다 내리라네요.
멋진 풍광이긴 한데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아주 많이 추웠습니다. 하루종일 차 안에서 보낼 줄 알고 가벼운 복장에 양말도 안 신고 아쿠아 슈즈만 신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결국 오래 버티지 못하고 따뜻한 차 안으로 철수했죠. 스타워즈 영화에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풍경이었지만요.
계곡을 떠나자 곧 해안가 도로가 시작되는데 그 때는 몰랐지만 거의 3시간 가까이 이런 아찔한 풍광이 펼쳐집니다.
나즈카에서 아레끼빠로 갈 때 차량을 이용하실 분들은 반드시 오른쪽 창가 좌석에 앉으셔야 합니다. 왼쪽에 앉으시면 후회하실거에요. 저는 운이 좋아서 내내 이런 풍광을 보며 갔습니다.
도로에 경계석조차 없는 곳이 많습니다. 아스팔트 포장 바로 밖은 보시는 것처럼 그냥 흙더미가 쌓여 있고 그 옆이 바다입니다. 푸른 바다에서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가 부서져서 만드는 하얀 포말만 넋놓고 바라봐도 좋은 풍경입니다.
차량이 절벽에 바짝 붙어서 이동하기 때문에 나이트 버스 이용은 추천하지 못하겠습니다. 10시간 넘게 타야 하는데 졸음 운전이라고 하면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너무 위험해요.
이런 도로가 대부분이에요. 보는 건 멋지지만 사실 좀 아찔합니다. 실제로 도로 곳곳의 사고 장소마다 추모 사당이 많이 세워져 있습니다.
중간에 도로 공사를 크게 하는 구간이 있어서 꽤 오래 정차했습니다.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것 같으니 동네 구경도 하고 몸도 풀라고 해서 버스에서 내렸죠. 나중에 보니 한 40분 정도 머물렀던 것 같네요.
도로 양 쪽으로 운전자나 여행자들을 위한 작은 식당만 몇 개 있는 시골 마을이었는데요.
저쪽에 바다가 보이길래 한번 가보기로 했습니다. 사람이 사는 것 같기는 한데 뭔가 쇠락한 느낌을 주는 동네였습니다.
나뭇잎 하나 달리지 않은 나무에 작은 새 한 마리가 앉아서 날개를 쉬고 있습니다.
하늘을 보니 콘도르가 날고 있던데 그래서 새들이 날지 못하고 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리마에서도 느꼈지만 페루의 집들은 배색이 참 강렬합니다. 붉은색과 노란색, 파란색을 많이 사용해요.
어떤 이유인지 포장 도로가 끊겨 있습니다. 처음에는 활주로인 줄 알았는데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원래 도로가 지나갔어야 할 곳이 커다란 공터로 남았습니다. 저쪽에 바다가 보이네요.
뒤를 돌아보면 리마에서 본 것과 비슷한 민둥산이 있고 산 아랫자락에 빈민촌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황량한 빈민촌을 뒤로 하고 광활한 푸른 바다를 마주 하고 서 있으니 현실감이 없더군요. 이상한 세상에 떨어진 느낌이었습니다.
현지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삼발이 택시입니다. 사고가 나면 크게 다칠 것 같기는 하지만 나름 귀엽습니다. 좁은 골목길을 오가는데 안성마춤이겠지요.
정체가 풀려 출발했습니다. 밀린 화물차들이 많아 추월하느라고 곡예 운전을 하더군요. 시간에 맞춰 도착해야 하니 그런 것 같습니다.
1시간 정도 더 달려 잠시 멈추었는데 페루에 몇 개 안 되는 올리브 주산지 근처라고 합니다. 화장실도 가고 올리브 시식도 하면서 잠시 쉬었습니다. 페루 올리브는 모두 유기농이고 열매가 크고 실한데다 맛을 보니 훌륭하기에
올리브 페스토, 올리브 피클하고 호기심에 코카잎, 코카 사탕도 몇 개 샀습니다. 다 해서 24솔 밖에 안 되네요. 정말 착한 가격입니다.
페루 가시는 분들은 올리브도 꼭 사오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특히 칠리를 갈아넣은 올리브 페스토를 강추합니다.
코카차를 우리는 걸 옆에서 보니 적당량의 설탕을 넣어야 떫지 않고 맛있더군요. 여기서 코카차 티백을 좀 샀는데 집에서 마실 때 설탕을 좀 넣어봐야겠습니다.
아직 여행 초반이지만 가이드 Cheo가 센스가 있다고 느껴지는 이유가 휴게소나 식당을 들를 때마다 화장실에 가 보면 깨끗하고 관리가 잘 되어 있어요. 저는 화장실이 더러우면 기분이 쉽게 상하는 타입이라서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또 다시 길을 달렸습니다. 해안 도로를 벗어나니 갑자기 풍광이 바뀝니다. 사진의 건너편이 그동안 버스가 달려온 곳인데 안쪽으로 갑자기 강이 흐르고 농작물이 자라는 지역이 나오네요. 깜놀~
지나온 지역은 황량한 산악 지역인데 이쪽은 무슨 곡창 지대처럼 밭도 보이고 강물도 흐르네요.
푸른 녹음과 건너편 황량한 산이 대조를 이뤄 상당히 생경해 보입니다.
늦은 점심은 El Oasis라는 뷔페식 식당에서 먹었습니다. 구색은 잘 갖추었지만 역시나 저희가 먹을 음식 종류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샐러드, 채소 볶음, 감자가 있어서 배를 채울 수는 있었죠. 그냥 평범한 외관과 달리 화장실이 너무나 깨끗한 게 인상적이었고 귀여운 고양이가 있어서 호감도가 급상승했습니다. 닭고기를 일부러 덜어와 나눠줬습니다(밥 먹이느라고 사진을 못 찍었는지 아무리 찾아봐도 냥이 사진이 없습니다. ㅠ.ㅠ).
점심을 먹고 나오는데 식당 입구에서 현지 아낙들이 수공예 인형을 적극적으로 팔고 있습니다. 1개에 15솔이라는데 저는 별로 끌리지 않아서 사지 않았는데 역시나 저희 일행 중 할머니들은 하나씩 사줍니다. 정이 많은 분들이에요.
그동안 번갈아 운전을 해 오신 드라이버 두 분이 여기까지만 함께 한다고 해서 일행들이 수고비를 거둬서 드리고 감사를 표했습니다.
이후로 몇 차례 휴게소에 섰던 것 같은데 반려인의 화장실 사용료 때문에 주머니의 동전을 찾느라고 잠시 깼던 걸 제외하고는 계속 잤습니다. 새벽부터 이동해서 꽤 피곤했나 봅니다.
이후로도 2시간을 더 달려 저녁 7시 30분이 다 되어 아레끼빠에 입성했습니다. 도로 정체 때문에 기다렸던 시간을 빼더라도 거의 12시간을 달린거더군요. 거리 상으로는 나즈카에서 아레끼빠까지 420km 정도 되는데 제한 속도에 맞춰 이동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린거지요.
나즈카에서와 마찬가지로 아레끼빠에서도 Casa Andina 체인 호텔에 묵었습니다. 시설이 아주 흡사하네요. 다만 나즈카에서와 달리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짐을 편하게 옮길 수 있습니다.
늦은 시간에 도착했기 때문에 내일 일정만 듣고 곧바로 해산했고
아레끼빠부터는 고산 지역이기 때문에 Cheo에게 부탁해 고산병 치료제인 다이아막스를 사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타이레놀을 갖고 오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예방 차원에서 먹어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아레끼빠에서는 10정에 17솔 가격으로 구할 수 있습니다.
하루종일 차를 타고 오느라 피곤하기도 해서 식당에서 텀블러에 뜨거운 물을 얻어다가 미소 된장국을 풀고 코카차와 과일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닫기* 올리브 구입
: 올리브 페스토, 코카차 티백, 코카 사탕 = 24솔
* El Oasis 점심
: 콜라 추가 5솔
* 드라이버 수고비
: 100 X 2 = 200솔
* 휴게소 이용료
- 화장실 이용료 1솔
- 잉카 콜라 2.5솔
* 다이아막스 10정 : 17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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