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부터 안개 때문에 인천 공항이 마비되다시피 했다는 이야기를 매스컴을 통해 들어서 익히 알고 있었지만 25일 밤 비행기로 출발하니 그 전에는 해소되겠지 기대하면서도 내심 걱정을 하기는 했습니다.
24일부터 휴가를 냈기에 하루하고도 반나절을 꼬박 집에서 느긋하게 쉬면서 여행 준비를 했네요. 이렇게 여유있게 여행 출발을 하는게 얼마만인지 기억도 안 납니다.
25일 오후 5시 30분에 집을 나섰는데 그렇게 쉬고도 뭐가 그리 피곤했는지 공항버스를 타자마자 곯아떨어졌습니다. 그동안 꽤나 피로가 누적되었나 봅니다.
길이 막히지 않았는지 저녁 7시쯤 공항에 도착했고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일부 저가항공 노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정상 출발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대한항공 발권 카운터는 한산하게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발권을 마치고 두꺼운 겨울 외투는 한진 택배의 겨울옷 보관 서비스를 이용해 맡겼습니다(
'라오스 여행 때 포스팅' 참조). 보관 비용이 그 새 많이 올랐네요. ㅠ.ㅠ
한층 가벼워진 반팔 옷차림으로 보안 검색과 자동출국심사를 일사천리로 통과하고 면세구역으로 들어갔습니다. 이 때가 8시 쯤. 반려인이 갑자기 감자튀김이 먹고 싶다고 해서 여행 때만 마시는 콜라와 함께 폭풍흡입하고 어르신들 선물 쇼핑을 좀 하니 시간이 후딱 가네요.
어느새 면세점이 마감하는 9시 30분이 되어 6번 탑승 게이트로 이동했습니다. 함께 비행기를 탈 사람들의 면면을 보니 크게 세 부류로 구분되네요. 가장 많은 숫자는 고국으로 돌아가는 스리랑카인, 그 다음이 스리랑카 성지 순례를 가는 우리나라 어르신들, 의외로 가장 적은 수가 커플룩을 갖춰 입은 신혼부부들입니다. 아무래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결혼하는 신혼부부들이 많지는 않겠죠?
10시 15분 쯤 보딩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2 X 4 X 2열 비행기인데 코드쉐어하는 승객까지 태웠는데도 비교적 한산한 모습입니다.
그런데도 역시나 공항이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았는지 10시 40분 출발인데 11시 20분이 되어서야 이륙했습니다.
이륙한 지 1시간쯤 지나 첫 기내식이 나왔습니다. 인도 채식이라서 먹을만 했지만 머리가 아파서 많이 먹지는 못하고 좀 남겼습니다. 식사 후 곧바로 두통약을 꺼내 먹고 승무원에게 수면 안대를 하나 달라고 해서 곧바로 잠을 청했습니다.
이건 여담이지만
현지에 내려서 곧바로 일정을 시작해야 하는 경우, 즉 기내에서 잠을 자야 하는 경우에 대한항공 이용자는 수면 안대를 달라고 해서 사용하면 좋습니다.
스리랑카 콜롬보 공항에 도착하기 1시간 30분 전 쯤에 간단한 아침 식사로 샌드위치가 나왔습니다. 약효가 돌았는지 이 때쯤에는 머리가 아프지 않아서 다 먹었습니다. 샌드위치 안에 두부가 들어 있는 비건 샌드위치라서 맛나게 먹었죠.
현지 시간으로 새벽 4시 20분에 공항에 내렸습니다. 일단 비행기를 다 비운 뒤 청소와 급유를 하고 스리랑카에서 몰디브로 가는 승객까지 태우는가 봅니다.
스리랑카가 불교 국가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크리스마스 트리는 보이지 않고 보시는 것처럼 천정의 등만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장식해 놓았습니다.
라운지에서 대기하는 동안 화장실을 가려고 하니 문 앞에서 공항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담배 피우냐며 말을 겁니다. 잘은 몰라도 개인적으로 담배를 팔려고 시도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부수입을 올리려는 걸까요?
1시간 쯤 지나 5시 20분부터 보딩을 시작했습니다. 델타 항공과 코드쉐어하네요. 인천에서 콜롬보로 올 때와 거의 비슷한 인적 구성입니다. 저희는 미리 좌석 지정을 해 놓았기에 동일한 자리에 앉았습니다.
5시 40분 쯤 이륙을 했고 곧바로 기내식이 나왔습니다. 입맛이 별로 없기는 했지만 신선한 샐러드와 과일이라 남기지 않고 다 먹었습니다. 드레싱이 좀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26일 아침 7시에 몰디브 말레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아침인데도 기온이 30도라고 합니다. 굉장히 덥고 습하네요. 관광객이 몰리는 나라인데도 공항은 규모가 작은 편이고 무슬림 국가 답게 공항 내의 모든 여성들이 히잡을 쓰고 있습니다.
입국심사는 간단합니다. 기내에서 작성한 입국카드와 함께 여권을 내면 도장찍고 끝입니다. 질문 하나 없습니다. 미리 부친 짐을 찾아서 출국장으로 나오니 JA Manafaru 팻말을 든 직원이 저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른 리조트의 직원들은 종이에 인쇄된 이름을 들고 있는데 고급스럽게 나무로 조각된 팻말을 들고 서 있어서 한참 찾았네요.
수상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우선 캐리어와 짐 무게를 재야 합니다. 수상 비행기 적재량이 정해져 있어서 정확하게 측정해야 한다네요. 몰디브의 수상 비행기는 TMA(Trans Maldivian Airways)가 독점하고 있습니다.
JA Manafaru의 직원들이 제 캐리어와 개인 수하물, 여권을 가져가서 발권 처리를 하는 동안 앉아서 기다렸습니다. 이 때 직원이 튀면 꼼짝없이 국제미아가 되겠다는 쓸데없는 생각을 뜬금없이 잠시 했더랬습니다. (다행히) 직원이 돌아오고 청사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차량으로 15분 정도 이동했습니다.
JA Manafaru 리조트는 공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별도의 출발 승객용 private lounge를 갖고 있습니다.
들어가면 왼쪽은 테이블과 소파가 있어서 짐을 놓고 편하게 쉴 수 있고,
크리스마스 트리로 구분된 오른쪽 구역은 침대까지 비치되어 있어서 피곤한 사람은 잠시 누워서 자도 됩니다. 와이파이는 라운지 어디서나 빵빵하게 터지네요.
한쪽에는 뷔페가 마련되어 있어서 요기를 할 수 있고 그 옆은 샤워장이 딸린 화장실입니다. 원하면 샤워도 할 수 있죠.
테라스로 나가면 야외석도 있어서 흡연을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너무 더워서 오래는 못 있습니다;;;;
라운지에서 바라본 전망이 그리 좋지는 않은데 공항 여기저기에서 공사가 한창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몰디브에는 중국 자본이 물밀듯이 들어와서 제 2여객 터미널을 비롯해 제반 시설을 공격적으로 짓고 있습니다. 나중에 돌아오는 날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전체 관광객 대비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워낙 높은데다 간접자본투자가 많아서 중국인에 대한 현지인들의 호감도가 꽤 높다고 합니다. 실제로 말레 시내에서 들른 가게마다 몰디브 대통령이 시진핑과 악수하면서 찍은 신문 사진을 오려서 붙여놓았더군요;;;;
해외 여행하면서 중국에 호감을 보이는 나라는 처음 만나서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예전 케냐 여행 때도 중국이 공격적으로 아프리카에 투자를 하는데도 아프리카인들은 중국인들 아주 싫어한다고 했거든요. 몰디브는 분위기가 이와 사뭇 달랐습니다.
JA Manafaru 라운지에 도착한 게 대략 8시 30분 정도였는데 정작 수상 비행기는 11시 30분에 떠난다고 하네요. 그러니까 그냥 할 일 없이 3시간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거지요. 그 새 함께 갈 다른 승객들이 속속 도착했습니다. 그러니까
국제선 비행기 시간을 아무리 잘 맞춰서 일찍 도착해봤자 다 쓸 데 없는거지요. 어차피 리조트로 들어가는 수상 비행기 출발 시간이 늦기 때문에 기다려야 합니다. 말레에서 멀리 떨어진 고급 리조트를 이용할 때 가장 짜증나는 부분입니다.
게다가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11시 30분에나 떠난다는 그 비행기도 연착되어 12시 30분에 이륙하는 걸로 일정이 조정되었습니다. 슬슬 스팀이 올라오던 차에 라운지 직원이 오더니 이 때라는 듯이 부채, 물티슈, 휴대용 쌍안경, 이어 플러그가 들어있는 파우치를 기념품으로 나눠줍니다. 그리고 리조트에서 쓰라면서 갤럭시 탭과 이어폰이 든 파우치도 주네요. 저는 태블릿 PC도 갖고 왔기 때문에 받아봤자 짐 밖에 안 되겠지만 일단 받았습니다.
12시 15분 쯤 되니 함께 비행기를 타고 갈 사람들을 호명해서 다시 차량에 태웠습니다.
닫기* 공항버스 요금 : 8,000 X 2 = 16,000원
* 한진 택배 겨울옷 보관 서비스 : 56,000원
* 롯데리아 간식(콜라, 감자튀김) : 9,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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