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바로 앞이 체크 포인트이고 걸어서 마추픽추 입구로 올라가는 관문이더군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략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라는데 추천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마추픽추의 내부 건물만 볼 것이 아니라 Sun Gate나 Inca Bridge까지 갈 거라면 마추픽추로부터 각각 왕복 2시간과 1시간이 또 걸리기 때문에 체력을 비축해놔야 하거든요. 그러니 꼭 마추픽추까지 트래킹을 하고 싶으면 올라갈 때는 버스를 이용하고 내려올 때 하는 걸 권장합니다.
시간표에 맞춰 운행하는 버스를 타면 예전 대관령 고갯길 저리가라 할 정도의 구절양장 꼬불길을 15분에서 20분 정도 올라가게 됩니다. 마추픽추 입구에 내리니 내려가는 버스를 타려고 오전에 올라온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습니다. Cheo의 말을 들어보니 12시 무렵이 되면 오전에 올라온 사람들이 나가는 시간이라 많이 붐빈다고 하네요.
어차피 내일 오전에 다시 올 것이기 때문에 마추픽추 내부는 local guide와 함께 내일 오전에 둘러보기로 하고 일단 오늘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Sun Gate까지만 갔다오기로 했습니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아구아스 깔리엔떼스가 있는 아랫쪽을 내려다보니 까마득합니다. 잉카인들은 대체 이 첩첩산중에 어떻게 이런 시설을 세웠는지 모르겠네요.
마추픽추를 마주보고 왼쪽길이 Sun Gate로 가는 길입니다. 케추아어로는 Intipunku라고 부르는데 말 그대로 햇빛이 들어오는 관문입니다. Sun Gate를 거쳐 들어온 햇빛이 가리키는 위치를 보고 작물의 파종, 수확 시기를 가늠했다고 하네요.
마추픽추 입구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어느새 개미만큼 작아졌습니다.
잉? 여기에도 왠 댕댕이 한 마리가 있네요. 관광객들이 많이 지나다니기는 해도 주인이 있는 개가 아니라면 생활하기에 쉬운 곳은 아닌데 말이죠. 사람들이 지나다니건 말건 햇볕을 피해 그늘에서 느긋하게 쉬고 있습니다.
올라가는 길 주변에는 곳곳에 옛 잉카인의 유적들이 있습니다.
편도 1시간 이상 오르막길을 오르는 쉽지 않은 트래킹 코스이기 때문에 간혹 만나는 꽃들이 더 반갑습니다.
마추픽추와는 벌써 꽤 멀리 떨어졌네요. 저기 보이는 꼬불길이 버스가 다니는 길입니다. 버스에 타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멀미가 날 것 같습니다;;;;;
Cheo와 4시 30분에 아구아스 깔리엔떼스 시내 버스 정류장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최소한 4시에는 내려가는 버스를 타야 합니다. 마음이 급하네요.
1시간의 트래킹을 마치고 드디어 Sun Gate에 도착했습니다. 올라오는 내내 왼쪽 절벽이 숨막히는 풍경(사진의 왼쪽 사람들 참조)이라 힘든 줄도 몰랐네요.
수분도 보충하고 땀에 젖은 몸도 식히면서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Sun Gate는 생각보다 작은 구조물로 그야말로 관문처럼 생겼습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어서 제대로 된 사진도 못 찍었네요. 사실 Sun Gate 앞이 바로 낭떠러지라서 Sun Gate가 나오는 사진을 찍을 수도 없습니다.
내려가는 길은 올 때보다 한결 수월하지만 다리가 풀렸기 때문에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야 합니다. 다행히 비가 내리지 않아서 길이 미끄럽지는 않네요.
3시 30분 경에 마추픽추로 돌아왔습니다. 어느 정도 기대를 했음에도 마추픽추의 위용을 눈앞에서 보니 가슴이 벅차네요.
최대한 사람이 없는 때를 골라서 다른 각도에서 찍었습니다. 마추픽추를 내려다보는 맞은편의 산은 와이나픽추라고 하는데 사진을 옆으로 돌려보면 딱 잉카인의 얼굴 옆모습처럼 생겼습니다.
마추픽추는 케추아어로 '오래된 봉우리'라는 뜻으로 1983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해발 2,430미터에 위치해 있고 몰타르 같은 접착제를 전혀 쓰지 않고 50년 이상 걸려 건설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500명 이상의 잉카인들이 상시 거주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한 두 군데만 더 돌아보기로 하고 일단 위로 올라갔습니다.
마추픽추 유적의 뒤쪽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여기 풍광도 가슴 벅차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뒤쪽은 깎아지른 절벽이기 때문에 외적의 침입을 원천봉쇄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요. 콘도르 한 마리가 마추픽추를 지키기라도 하듯 천천히 하늘을 선회하고 있습니다.
어느 각도에서 봐도 마추픽추의 존재감은 남다르네요.
시간이 다 되어 내려오는데 갑자기 라마 한 마리가 뙇하고 나타납니다. 귀에 표식을 달아놓은 것을 보니 여기에서 키우는 라마 같습니다. 아마도 관광객들이 기념 사진을 찍으라고 풀어놓은 것 같네요.
한 마리가 더 있습니다. 기념 사진을 찍으라고 아예 마추픽추를 배경으로 앉아있는 것 같네요.
부지런히 내려오니 다행히 버스 승강장에 기다리는 사람이 많지 않아 금방 버스를 탈 수 있었습니다. 빨간색 영수증을 내고 버스에 타니 20분 쯤 후 아구아스 깔리엔떼스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이 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내일 마실 생수 2병(큰 거, 작은 거)하고 작은 캔 환타를 근처 마트에서 샀습니다. 모두 합쳐 16솔이나 하네요. 페루에서 아구아스 깔리엔떼스의 물가가 가장 비싸다는 실감이 납니다. ㅠ.ㅠ
Cheo가 도착했을 때는 비가 꽤 많이 내리기 시작해 부리나케 오늘 묵을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시내 북쪽 끝에 있어서 올라가는 동안 비를 맞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산을 더플백에 넣어놓고 안 가져갔거든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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