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 공항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인천공항으로 들어가는 택시 기사님이 2만 원에 데려다주겠다기에 냉큼 탔습니다. 가는 도중에 들었는데 미터기 요금을 받지 않고 싸게 들어가는 것도 단속 대상이라고 합니다. 공항에서 단속반원이 택시에서 내리는 승객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얼마 냈는지를 물어봐서 곧이곧대로 이야기하면 벌금이 60만 원이나 된다고 하네요. ㅡ.ㅡ 그래서 혹시나 단속반원이 물어보면 5만 3천 원이 나왔다고 말해 달라고 신신당부를 하셨습니다. 바가지 요금을 내는거야 당연히 단속을 해야겠지만 택시 기사 재량으로 요금을 덜 받는 것도 왜 단속하는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어쨌거나 공항버스보다 20분 정도 일찍 도착했습니다. 택시 안에서
'밸런스 시트 포터블'을 안 가져온 걸 알고 땅을 치며 후회했습니다. 평소에도 늘 사용하고 있지만 페루 여행과 몰디브 여행 때 제 몫을 톡톡히 해 냈는데 말이죠. 그나마 버마까지 비행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겠네요. ㅠ.ㅠ
새로 지은 제 2청사에는 처음 와봤는데 새 건물이니 시설이야 좋지만 체크인도, 수화물 처리도 거의 셀프 데스크에서 처리하도록 설계되어 있어서인지 상대적으로 창구 직원 수가 매우 적더군요. 항공편이 별로 없는 한가한 시간대인데도 이렇게 처리하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항공편이 많을 때는 어떻게 대응을 하려고 인력을 이렇게나 줄였는지 모르겠더군요.
페루 여행 때처럼 항공권의 철자라도 틀리는 날에는 얄짤 없을 것 같습니다. 발권은 창구 직원을 통해 했지만 짐은 셀프로 부치는 시스템이 도입되었더군요. 편리하기는 한데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1층으로 내려가 포켓 와이파이('도시락')를 수령했는데 이용료로 8만 원이 넘게 냈는데 기기도 엄청 낡고 뭔가 허접해 보이는 걸 주더군요. 현지에서 사용할 때는 별 문제없이 작동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복장이 터졌을 것 같습니다.
보안 검색대도 미국 LA 공항에서 경험한 360도 스캔 검색 장비가 도입되었더군요. 검색당하면서 페루 여행 때 느꼈던 찝찝함이 되살아났습니다.
제가 탈 비행기는 242번 게이트에서 출발하는데 출입국 사무소 기준으로 굉장히 멉니다. 제 1청사 기준으로 거의 건물의 끄트머리에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보딩은 정상적으로 했는데 무엇을 하는지 시간이 걸려서 30분 늦게 출발했습니다. 비행기는 2 X 4 X 2열 보잉기였고요.
이번 여행도 앞자리에 개념없는 놈이 앉아서 이륙하자마자 좌석을 뒤로 젖히려고 하기에 무릎을 끼워넣어서 못 젖히게 했습니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매번 생각하는 건데 저는 아예 비행기 좌석을 뒤로 젖힐 수 없도록 고정시켰으면 좋겠습니다. 이코노미 석에서 좌석을 뒤로 젖히면 뒤에 앉은 사람이 정말 좁고 불편하잖아요. 지만 편하자고 양해도 구하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이 좌석을 젖히는 놈들에게는 양보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항상 눈에는 눈 방식으로 응대합니다.
점심을 먹은 뒤 아무것도 안 먹어서 그런지 오랜만에 먹는 기내식도 꿀맛이었습니다. 요건 반려인이 먹은 인도 채식이고요.
이건 제가 먹은 엄격한 인도 채식이었습니다. 난이 좀 딱딱하기는 했지만 남기지 않고 싹 먹어치웠습니다.
양곤까지는 6시간 25분 비행하는데 도착하면 밤 10시라서 가는 동안 자면 안 되겠기에 일부러 영화를 봤는데 세 편 정도 보면 딱이더군요. 출발은 30분이 늦었지만 도착은 거의 제 때 해서 밤 10시 10분에 도착했습니다.
양곤 국제공항은 그리 크지 않지만(우리로 치자면 김포 공항 정도) 깨끗하고 단정한 첫 느낌을 받았습니다. 밤늦은 시간이라 도착한 비행기도 많지 않아서 입국 수속도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지요. 양곤은 이 시기에 일교차가 큰 편이라서 밤에는 22도까지 내려가는데 공항 안에도 모기가 날아다녀서 어쩔 수 없이 점퍼를 입었더니 좀 덥네요.
입국 수속까지는 막힘없이 잘 했는데 정작 수화물이 늦게 나오는 바람에 10시 50분이나 되어서 기다리던 픽업 기사와 만나 호텔로 향했습니다. 픽업 기사가 주차장에서 차를 빼 오는 동안 기다리면서 찍은 사진인데 남자들이 치마처럼 생긴 '롱지'를 입고 있는 모습이 특이하더군요.
픽업 신청은 Mozio 앱에서 미리 해 두었습니다. 공항에서 호텔로 이동하는 것만 예약했는데 확실히 편리하기는 하지만 현지 사정을 고려할 때 터무니없을 정도로 비싼 요금을 청구하기 때문에 추천드리지는 못하겠습니다. 하나만 예를 들면, 양곤 공항에서 시내 호텔로 들어가는데 Mozio 앱에서 신청하면 대략 30,000 원 정도가 결제됩니다. 그런데 호텔에서 택시를 불러 공항으로 가면 7,000 짯(우리 돈 5,500 원 상당) 밖에 안 들거든요. 거의 5~6배 정도 비쌉니다. 나중에 이 정도 차이가 나는 걸 알고 꽤나 배가 아팠습니다. 저도 왠만하면 이 앱을 다시 이용하지 않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자세히 소개는 안 하겠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검색해서 살펴보세요.
밤에는 온도가 내려간다고는 해도 습도가 높기에 에어컨이 필요하기는 합니다. 그래서 픽업 차량에는 당연히 에어컨을 틀어놓죠. 양곤 공항에서 첫 날 묵을 호텔까지는 대략 40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버마 여행의 첫 숙소이자 양곤에서 이틀을 묵게 될 Loft Hotel의 리셉션입니다. 깔끔하고 단정한 부띠끄 호텔인데 첫 인상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직원들도 정말 친절하고요.
밤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자세히 둘러보지는 않았지만 관리가 잘 된 호텔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Loft Hotel은 론플에서도 추천하는 4성급 호텔로 제가 예약하던 당시 기준으로 트립 어드바이저에서 양곤 15위에 랭크된 곳이었습니다. 숙박료는 봉사료, 세금 모두 포함해서 1박에 109불이었으니 제 기준으로는 저렴한 곳이었지만 현지에서는 훨씬 더 싼 호텔도 많으니 사람에 따라서는 비싸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겁니다. 조식이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만족도는 굉장히 높았어요. 양곤에 다시 간다해도 묵을 것 같습니다.
분위기도 마음에 들고 무엇보다 객실의 층고가 높아 답답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부띠끄 호텔 중에는 매력적이기는 해도 층고가 낮아 답답한 곳들이 좀 있었거든요. 객실 어메니티도 불편하지 않게 필요한 것만 딱 갖춰져있더군요.
일단 간단한 짐만 풀고 씻은 뒤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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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비앙 생수 2병 : 1,600 원 X 2 = 3,200 원(인천 공항)
* 호텔 포터 수고비 : 1불(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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