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와 관련해서 서로 반대인 성향의 사람에게 끌릴 수도 있다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일반적으로 심리학에서는 유사성의 원리(principle of similarity)에 의해 자신과 비슷한 사람에게 끌린다고 알려져 있지요.
하지만 반대 성향의 사람에게 끌리고, 연애를 하다가 결혼까지 이르는 커플들이 실제로 많거든요. 대체 왜 반대 성향의 사람에게 끌리는 걸까요? 그냥 자신과 너무 다른 사람에게 호기심이 생기기 때문에 그런 걸까요? 이는 사실 반대처럼 보이는 성향 안에 공통점이 있고 그 공통점 때문에 끌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TCI의 기질 유형을 통해 이를 증명해 보고자 합니다.
사실 예전에
'MMPI-2/A의 Hy 척도 상승 시 연극성 성격이 아닌 이유' 포스팅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하기는 했습니다만 그 때는 MMPI-2/A의 특정 척도가 상승했을 때 원래 그 척도가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과 반대의 내용으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핵심이었다면 오늘 이야기는 반대되는 기질은 서로에게 끌린다는 내용입니다.
위의 포스팅에서 예로 들었던 강박성-연극성 기질 조합의 예를 먼저 설명해보지요.
TCI에서는 기질과 성격 모두 spectrum의 측면에서 서로 반대되는 상극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조합이 생깁니다.
강박성(LHL) <-> 연극성(HLH)
강박성 기질의 상극은 연극성입니다. 이는 유형 코드를 뒤집으면 간단히 알 수 있습니다. 신기한 건 실제로 강박성 기질의 남자와 연극성 기질의 여자가 부부의 연을 맺거나 사귀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자신과 반대되는 기질에 끌리는거지요. 강박성은 C군이고 연극성은 B군이니 Cluster 자체가 다를 것 같지만 이 두 기질은 모두 '관심'이라는 핵심 공통 분모를 갖고 있습니다. 연극성에게 관심은 '애정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강박성에게 관심은 '안전 욕구'를 충족시켜주지만 어쨌든 '관심'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공통적입니다.
물론 이 상반되는 기질의 두 사람이 결혼을 한다했을 때 둘 다 성격이 잘 발달되어 기질을 매끄럽게 조절한다면 관심을 추구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다르다고 해도 생활 속에서 어느 정도 공통 분모를 맞춰가면서 살 수 있습니다. 문제는 성격 미발달로 인해 내면 아이가 미성숙할 때는 자신의 욕구만 중요하게 생각함으로써 갈등을 빚을 수 밖에 없고 그래서 밀월 단계가 끝나면 곧바로 전쟁이 시작되는거지요.
그럼 다음 조합도 살펴보겠습니다. 두 번째 조합은 반사회성-의존성 기질입니다.
반사회성(HLL) <-> 의존성(LHH)
보시다시피 반사회성과 의존성 기질도 서로 상극입니다. 반사회성 남성과 의존성 여성이 사귀거나 결혼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힘(power)'을 원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사회성 기질에게 힘은 상대방을 착취하여 자신의 이득을 추구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필요하지만 의존성 기질에게는 자신의 안전을 위해(위험을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힘이 필요합니다. 반사회성 기질은 자신이 힘을 갖고 싶어하지만 의존성 기질은 힘을 가진 사람에게 의존하고 싶어합니다. 반사회성 기질은 자신이 힘을 휘두를 수 있도록 허용하는 의존성 기질에게 매력을 느끼고 의존성 기질은 반사회성 기질이 그 힘을 자신을 보호하는데 사용할 거라고 생각(사실은 착각)하기 때문에 강한 반사회성 기질에게 매력을 느낍니다.
물론 이 기질의 조합도 둘 중 한 사람이라도 미성숙하다면 파국으로 끝날 수 밖에 없는데 의존성 기질은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강압하는데 힘을 사용하는 반사회성 기질에게 속았다고 느끼게 되고 반사회성 기질은 자신에게 매달림으로써 자신이 힘을 마음대로 사용하는데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 의존성 기질에게 금방 질리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나의 조합을 더 보겠습니다. 자기애성-뱀파이어 기질입니다.
자기애성(HMH) <-> 뱀파이어(LML)
뱀파이어 기질은 제가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닉네임 같은 것으로 정식 명칭은 Self-effacing 기질입니다. 저는 어둠 속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모습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뱀파이어 하면 흡혈을 먼저 떠올리기 때문에 '은둔자' 기질이라고 이해하시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이 두 기질의 공통점은 'Self-centeredness'입니다. 이 두 기질의 소유자들은 자신과 자신의 행동에만 관심을 둡니다. 그래서 뱀파이어 남성과 자기애성 여성이 서로에게 잘 끌리는 편이죠. 뱀파이어 기질은 자꾸 자신에게 뭐라고 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자기애성 기질이 자신의 'Self-centeredness'를 수용하는 걸 마음에 들어합니다. 자기애성 기질은 자신을 재수없다고 생각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뱀파이어 기질이 자신의 'Self-centeredness'를 인정해 줬다고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 두 기질의 차이는 방향성에 있죠. 뱀파이어 기질의 'Self-centeredness'는 오로지 자신을 향한 겁니다. 자극추구,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낮기 때문에 다른 사람 따위는 필요없습니다. 그저 자기가 좋아하는 걸 조용히 혼자 할 수 있게 놔두는게 중요합니다. 이와 달리 자기애성 기질의 'Self-centeredness'는 다른 사람을 향해 있습니다. 자극추구와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높기 때문에 밖으로 드러내고 다른 사람의 추앙을 받고 싶어합니다. 그러니 이들 중 미성숙한 성격의 소유자가 있다면 곧 이들은 자신들이 큰 착오를 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뱀파이어 기질은 끊임없이 자신을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자기애성 기질에게 넌더리가 날테고 자기애성 기질은 맨날 자기 방에 처박혀 자신에게는 신경쓰지 않는 뱀파이어 기질 때문에 narcissistic injury를 받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 가지 상반된 기질 유형의 조합을 통해 극과 극은 서로 통한다는 통설을 증명해 봤는데 상극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핵심 개념이 관계를 파국으로 이끌지 않도록 조율하려면 결국은 두 사람 모두 성숙한 성격이어야 하므로 기질 상의 차이보다는 성격의 성숙함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