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보다 30분 늦게 출발해 30분 일찍 Ataturk 국제 공항에 내렸습니다. 참으로 대단한 터키 항공입니다.
-_-;;;;
터키의 여름은 기온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높지만 지중해 부근(대표적인 곳이 안탈리아)을 제외하고는 습도가 그리 높지 않아 무덥지는 않습니다. 이스탄불도 기온은 높지만 건조해서 그런지 무덥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그늘만 들어가도 시원하더군요. 9시가 넘어야 비로소 해가 지기 때문에 처음에는 조금 낯설었습니다.
입국 수속은 정말 간단합니다. 짐 검사도 안 하고 여권에 입국 도장 쾅 찍으면 그걸로 끝입니다. 대신 나중에 다시 설명드리겠지만 출국 심사는 정말 장난이 아닙니다. 국제선은 문화재의 반출을 막기 위해, 국내선은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테러를 막기 위해 매우 엄격합니다.
공항 청사를 나가기 전 오른쪽 환전소에서 오늘 쓸 돈을 50유로만 환전(96Y, 1유료=2.0YTL, 수수료 4%)했습니다. 그냥 말없이 돈을 내밀면 지폐와 잔돈을 섞어서 알아서 바꿔주더군요. 미리 픽업 서비스를 신청한 경우는 청사 밖으로 나가면 되지만 저희는 대중 교통을 통해 조금이나마 터키 사람들을 경험하면서 시내로 들어가고 싶었기 때문에 픽업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공항 청사의 오른쪽으로 가면 보이는 Light Rail System이라고 쓰여진 표시를 따라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로 한 층 내려갑니다. 사람들도 별로 없고 공사 중인 곳이 많아 조금 썰렁한데, 꿋꿋하게 rapid transit이라고 쓰여진 이정표를 따라 5분 정도 걸어가면 바로 메트로와 연결됩니다. 제톤(Jeton) 판매대에서 제톤(동전처럼 생긴 금속으로 된 승차권입니다)을 2개 구입한 후 구멍에 넣고 들어갔습니다.
메트로는 우리나라의 지하철보다 덩지가 조금 작습니다. 승강장의 풍경은 비슷합니다. 보시는 곳은 지상역인 Otogar역인데 우리나라의 영등포역과 비슷한 분위기네요. ^^
메트로에 오르는 순간 머리가 띵하는 느낌과 함께 코를 찌르는 이상야릇한 냄새~ 그렇습니다. 우리가 소위 암내라고 부르는 몸내음이 머리를 뒤흔들더군요. 이건 어디를 가나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면 피할 수가 없습니다. -_-;;; 향수를 뿌리거나 따로 관리를 하는지 터키 여성들에게서는 별로 맡아보지 못했습니다만...
터키의 남자들은 대부분 매우 잘 생겼습니다. 조각같이 생긴 남자들도 드물지 않고 Guess 청바지 광고에서 방금 뛰어나온 듯한 수준의 미남들도 많습니다. 게다가 터키 남자들은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많고 외국인에게 친절한데다가 특히 동양 여자들에게 관심이 많아서 제가 곁에 있는데에도 아랑곳없이 보니데에게 윙크를 하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자리도 말없이 슬쩍 일어나는 식으로 양보를 하고 그러면서도 주위를 떠나지 않기 때문에 뭐랄까요. 더 매력적으로 보입니다만, 과연 터키 남자의 매력에 우리나라 여성들이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데이트를 할 때, 그 암내를 참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설레설레~).
메트로는 트램과 함께 이스탄불에서 여행자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교통 수단입니다. 버스도 있지만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노선에 익숙지 않은 여행자들이 이용하기에는 아무래도 부담이 크고, 택시는 워낙 사기꾼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꺼리게 됩니다.
공항에서 이스탄불의 구시가지인 술탄아흐멧(Sultanahmet)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메트로를 타고 오다가 트램으로 갈아타야 합니다. 악사라이(Aksaray)역에서 갈아탈 수도 있지만 메트로역과 트램역사이의 거리가 꽤 멀기 때문에 초심자들은 제이틴부르뉴(Zeytinburnu)역에서 갈아타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메트로역 밖으로 나와 Tramvay 표시만 따라가면 되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정 어려우면 터키 사람들을 그냥 졸졸 따라가면 됩니다. ^^
다시 제톤을 사고(메트로와 트램은 동일한 제톤을 이용합니다), 트램역으로 들어갑니다. 트램은 일종의 지상 전철로 메트로에 비해 시설이 매우 훌륭합니다. 터키인들의 주거 지역을 대부분 지나가기 때문에 타고 가면서 이런저런 구경하는 재미가 꽤 쏠쏠합니다. 짐도 그리 많지 않고 일정도 바쁘지 않은데 호텔의 픽업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을 저는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이런게 여행의 재미인데 말이죠.
트램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3량 정도로 연결된 지상철이죠.
내부의 모습입니다. 깨끗한 새 열차이고, 에어컨도 시원합니다. 좌석은 KTX처럼 앞뒤로도 있고, 우리나라 지하철처럼 옆으로 앉는 좌석도 있는데 극장처럼 앉을 때에만 앞으로 내려서 앉는 의자입니다. 공항에서 술탄아흐멧까지는 기다리는 시간을 포함해 대략 45분 정도 걸립니다.
술탄아흐멧역에 내려서 본 풍경입니다. Hanti & Okmir님이 묵었던 호텔(사진의 오른쪽)과 Sultanahmet Kofte레스토랑이 보이는군요. ^^
술탄아흐멧역은 그야말로 교통의 요충지입니다. 술탄아흐멧 역을 중심으로 아야 소피아(Aya Sofya), 블루 모스크(Blue Mosque), 토카피 궁전(Topkapi Palace), 오벨리스크(Obelisk) 등이 10~15분 거리에 밀집되어 있습니다. 저희가 예약한 호텔도 술탄아흐멧역에서 걸어서 10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였기 때문에 check-in을 하기 전에 술탄아흐멧역 주변을 조금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근처 공원에서 구운 옥수수를 하나 사서 까먹으면서 돌아다녔습니다.
멀리 블루 모스크가 보입니다. 블루 모스크와 아야 소피아 사이에는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연인, 가족들이 마실을 나옵니다.
기온이 높기는 하지만 무덥지는 않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눈여겨 보니 반바지를 입은 남자는 죄다 여행자들뿐입니다. 터키 남자들은 반바지를 입은 사람 보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대부분 긴 청바지를 입고 있더군요. 그래도 꽤 더운데 말이죠. 이것도 특이하다면 특이하달까~
비잔틴 시대의 대경기장인 히포드롬(Hippodrome) 근처의 야경이 훌륭하다고 해서 일부러 check-in하기 전에 찾아갔는데 조명이 어둡고 을씨년스러워서 다소 실망했습니다.
히포드롬에서 바라본 블루 모스크의 모습입니다. 바로 옆입니다. ^^
제일 처음 만날 수 있는 테오도시우스(Theodosius) 1세의 오벨리스크(Obelisk)의 모습입니다. AD 390년에 이집트에서 가지고 왔다고 합니다. 매끈한 모습입니다.
테오도시우스 1세의 오벨리스크 바로 옆에 있는 Spiral Column입니다(사진이 좀 흔들렸네요. ^^;;;). 자세히 보시면 세 마리 뱀이 함께 또아리를 틀고 있는 모양이라서 '뱀머리모양원주'라고 부릅니다.
히포드롬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Rough-Stone Obelisk입니다. Theodosius 1세의 오벨리스크와 달리 표면이 거친 모습이죠. 원래는 청동판으로 덮여 있었는데 제 4차 십자군 원정 때 약탈을 당해서 이런 모습이 되었다고 하는군요.
딱히 배가 고프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저녁은 먹어야 했기에 Lonely Planet에서 추천한 Sultanahmet Kofte 레스토랑에 들어갔습니다. Kofte로 유명한 레스토랑으로 무려 1842년에 문을 열었다는 전통있는 레스토랑입니다(사실일까?). 별로 배가 고프지 않기에 hanti님처럼 1인분만 주문했습니다. 터키 식당에는 어디나 아웃백에서 부시맨 브레드가 나오듯이 에크맥(Ekmek)이라는 빵이 나오기 때문에 너무 많은 음식을 시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
유명하다는 Kofte와 Pillav, 그리고 콜라를 한잔 시켰습니다. 쾨프테는 기름기를 제거한 고기를 곱게 갈아 다진 양파와 파슬리, 계란, 양념을 넣고 반죽하여 여러가지 모양으로 빚은 뒤에 걸쭉한 소스를 넣어 굽거나 튀긴 음식입니다. 맛은 뭐랄까요, 고기완자 같은 맛인데 저는 입맛에 맞더군요. 필라브와 같이 먹으면 밥이랑 떡갈비를 먹는 느낌이... ^^ 함께 나온 고추는 잘 보고 먹어야 합니다. 가끔 청양고추에 버금가도록 매운 녀석이 있거든요.
필라브는 리조또와 비슷한 맛과 모양을 가지고 있는데 버터를 듬뿍 넣어 익힌 것이라서 밥알이 서로 들러붙지 않습니다. 조금 낯설기는 하지만 안남미처럼 푸석푸석하지는 않아서 먹을 만 합니다. 여행의 후반부에 가면 국물이 나오는 음식에 비벼서 싹싹 먹었지요. ^^;;;
밥을 먹고 나서 예약한 호텔로 갔습니다. 터키 항공이 직항이라 경유 노선에 비해 비행 시간이 짧았는데에도 출발 전 일을 처리하고 오느라고 무리를 한데다 일정에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지 피곤해서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닫기
- 제톤 (1.3YTL X 4 = 5.2YTL)
- 구운 옥수수 (1YTL)
- Sultanahmet Kofte 레스토랑 저녁 식사 (Izagara Kofte 6, Pillav 3, 콜라 330ml 2 : 총 11YTL)
= 17.2Y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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