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내용을 읽기 전에 우선 제목의 의미를 명확하게 이해해야 합니다. 이 포스팅의 제목은 '도박중독자는 왜 자신이 도박에 중독되었음을 부인하는가?'가 아닙니다. 도박중독자가 자신이 도박에 중독되었음을 부인하는 이유는 도박중독이 정신질환이라는 인식 자체가 없거나, 인식이 있다고 하더라도 나만은 아니겠지하고 믿고 있(싶)거나, 또는 설사 도박중독이라고 하더라도 언제든 원하면 빠져나올 수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주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함에도 불구하고 도박중독자가 자신이 도박에 중독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근거를 도박중독과 유사한 알코올중독의 시각에서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알코올 중독 치료의 권위자인 Gorski는 알코올 중독이 진행되는 과정을 3단계로 나누고 있습니다. 초기 단계인 1단계에는 내성(telerance)과 의존성(dependency)이 증가하며 중기 단계인 2단계에는 조절능력의 점진적인 상실이 나타나며, 마지막으로 말기 단계인 3단계에는 신체적(Bio)-정신적(Psycho)-사회적(Social) 건강의 악화로 귀결된다고 하였습니다.
Gorski의 3단계 알코올 중독 진행과정을 가지고 도박중독자가 자신의 도박중독상태를 부인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해 보자면, 초기 단계인 1단계에서 도박중독은 '은밀한 중독(hidden addiction)'이라고 불릴 정도로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가 거의 없기 때문에 내성과 의존성이 증가하더라도 주변 사람들이 알아차리지도 못합니다. 2단계에서는 스스로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간혹 그것을 인정하기도 하지만 그 문제가 도박과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도박문제로 바가지를 긁으면 자신의 도박문제가 아닌 배우자의 성격이나 재정문제가 그런 갈등을 유발했다고 둘러대는 것이죠. 마지막 3단계에서 도박중독자는 도박에 중독된 정도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생각을 할 수가 없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도박에 중독되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게 됩니다.
알코올중독과 도박중독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연결해보고자 한 개인적인 시도에 불과하고 논리적인 체계는 전혀 없으니 이 설명을 검증된 사실로 받아들이면 안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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