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조금은 따갑게 느껴지는 오후 햇살을 맞으며 터키 사람들과 섞여 천천히 걸었습니다. 보스포러스 해협을 오른편에 두고 행상을 만나면 구경도 하면서 한껏 여유를 부렸죠.
갈라타 다리가 보이는 곳까지 왔습니다. 선착장이라서 그런지 사람도 북적거리고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도 많네요. 여기에서 저희는 왼쪽으로 꺾은 뒤 육교를 건너 시내로 향했습니다.
시내로 향하는 중에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습니다. 가격이 1.5YTL인데 위에 뿌린 피스타치오의 압박~ 찰기가 있어서 끈적끈적하지만 맛있습니다(피스타치오 빼고~ 신맛이 좀 강하거든요). 게다가 넉넉하게 퍼줘서 더욱 좋았습니다.
걸어오는 도중에 넋을 잃고 쳐다보는(대체 뭐가 그렇게 신기한지...) 터키 아이들하고 '메르하바 놀이'를 했습니다. '메르하바'란 '안녕하세요' 정도의 인사말인데, 날으는 코끼리가 자신에게 말을 걸었을 때의 표정과 같은 반응을 아이들로부터 이끌어 냅니다. ^^;;; 말을 걸면 아이들은 화들짝 놀라서 어쩔 줄 몰라하거나 부모의 등 뒤에 숨지만 그러면서도 계속 호기심어린 눈망울로 쳐다봅니다. 정말 귀엽죠. ^^ 대체 터키 아이들은 왜 하나같이 그렇게 인형처럼 예쁘게 생겼는지... 애들을 싫어하는 저도 터키에서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아이들과 놀았답니다.
Sultanahmet역에 도착하였지만 Otgar로 출발하기에는 시간이 좀 남아서 근처의 공원에서 망중한을 즐겼습니다. 터키인의 군것질거리인 시미트(Simit, 1개 1YTL)를 사서 참새에게 던져주기도 하고(참깨가 붙어있는 도넛의 일종인데 사실 퍽퍽하고 맛이 심심합니다.), 벤치에 누워서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산들바람을 느껴보기도 하면서요.
그 때, 히잡을 쓴 여인들과 아이들이 등장했습니다. 저는 벤치에 걸터앉아 Lonely Planet을 읽고 있었고, 보니데는 시미트를 뜯어서 참새에게 먹이로 주고 있었는데 계단을 올라오다가 저희와 얼굴이 딱 마주쳤습니다. 그래서 씨익 웃어줬더니 갑자기 다가와서는 사진을 함께 찍자고 하더군요. 얼떨결에 그러자고 했더니 아이를 저희 무릎에 앉히고 사진을 찍지 않나, 게다가 젊은 여인은 저와 보니데 사이를 비집고 앉아서 저희를 양팔로 안고 사진을 찍더군요. 꽤 잘 생긴(의미 그대로) 여인이었습니다. 게다가 인사를 하고 가다가 갑자기 뛰어와서는 보니데를 껴안고 '비쥬'까지 하더군요. 조금 과격하게요. 둘 다 깜짝 놀랐죠. 그래도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호텔에 가서 맡긴 짐을 찾은 뒤에 Sultanahmet역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Otgar역으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Lonely Planet에서 추천한 Karadeniz Kebap ve Pideci를 찾던 도중에 목이 말라 구멍가게에서 환타(1.25YTL)하고 Cappy라는 이름의 오렌지맛 탄산음료(1.25YTL)를 사서 마셨죠. Cappy는 달착지근하면서도 괜찮았습니다.
경쟁이 치열해서 그런지 식당마다 잘 차려입고 잘 생긴 삐끼가 나와서 호객 행위를 (심하게) 하더군요. 야경이 잘 보이는 자리를 싸게 주겠다는 둥, 당신한테만 싸게 해 주겠다는 둥, 여자 친구가 예쁘다는 둥(-_-;;;). 웃으면서 그냥 지나갔습니다.
Karadeniz Kebap ve Pideci에 도착했습니다. 트램바이가 지나는 대로에서 한 블럭 정도 들어간 골목에 있는데 대로와 가까운데도 시원하고 한적한 것이 다른 동네에 온 것 같은 묘한 분위기 입니다.
저희가 앉은 자리 바로 옆의 노천 식당입니다. 저희가 앉은 곳도 비슷한 분위기.
이 식당 담당(?)의 고양이인데, 엄청난 '미묘'더군요. 사람으로 치자면 미스코리아급이라고나 할까. 자세히 보면 표정이 사람 같지 않습니까? 식탁 밑에서 음식을 얻어내는 스킬도 뛰어나더군요. -_-;;;
잘게 썬 야채가 들어간 피데(Pide, 9YTL)입니다. 피데는 터키식 피자로 반죽이 두텁고 계란형이 많습니다. 약간 매콤한 맛인데 고기도 들어간 것 같더군요. 양이 많아서 결국 남기고 싸달라고 했습니다. 카파도키아에서 먹으려고 가지고 갔는데 결국 못 먹고 냉장고에 두고 나왔습니다. 아까워라~
스페셜 케밥(18YTL)입니다. 모듬 정식 분위기입니다. 조금씩 맛보려고 주문했는데 역시 양을 제대로 짐작하지 못해서 결국 남겼습니다. ㅠ.ㅠ
이건 라크(Raki)라는 터키술입니다. 아니스 열매로 빚은 것으로 일명 '사자의 젖'이라고 불리는데 물을 타서 희석해 마십니다. 무색이지만 물을 섞으면 보시는 것처럼 희뿌옇게 됩니다. 값이 저렴하기 때문에 터키 사람들이 전채 요리인 메제(meze)를 안주로 해서 즐겨 마신다고 합니다. 하지만 상당히 독한데다가 병원에서 주는 물약같은 냄새가 심하기 때문에 저는 몇 모금 못 마셨습니다.
이 식당은 음식맛이 좋고, 주인이 영어가 유창해서 주문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것은 마음에 들었지만 계산을 하고 나서는 종업원의 태도가 돌변해서 퉁명스러워지더군요. 음식을 싸달라고 해도 성의없게 대충대충, 가격에 10%의 부가세가 붙은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음식 가격이 46.5YTL이나 돼서 세부 내역을 보려고 내역서를 달라고 하니 주인이 없다고 그러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잡아떼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바가지를 쓴 것 같았습니다. 다시는 가고 싶지 않더군요. 비추입니다. 너무 알려진 곳이라서 그런지 터키인의 트레이드 마크인 친절함이 없는 것이 마이너스 100점이었습니다.
어쨌거나 배를 든든히 채우고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사서 입가심을 하고는 트램바이를 타고 Otgar역으로 향했습니다. 바이 이스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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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nuk Evi 숙박비 : 110Euro
* Make-up Room Tip : 1$
* Aya Sofya 입장료 : 10YTL*2 = 20YTL
* Yerebatan Sarnici 입장료 : 10YTL*2 = 20YTL
* 생수 3병 : 1YTL*3 = 3YTL
* Jeton : 1.3YTL*14 = 18.2YTL
* 초코 아이스바 2개: 1YTL+0.6YTL
* 카파도키아행 메트로 버스표 : 40YTL*2 = 80YTL
* 보스포러스 해협 근처에서 산 팔찌 5개 : 1YTL*5 = 5YTL
* 고등어 빵 2개 : 2.5YTL*2 = 5YTL
* 펩시 콜라 1병 : 1YTL
* 메디에 : 1YTL
* 적선 : 1YTL
*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 : 1.5YTL
* 시미트 : 1YTL
* 환타, Cappy : 1.25YTL*2 = 2.5YTL
* Karadeniz레스토랑 저녁식사
: Raki+Cay+생수+meze+Pide+Special Kebap = 9YTL+3YTL+4YTL+?+9YTL+18YTL = 46.5YTL
* 노천 아이스크림 : 1.25YTL*2 = 2.5YTL
* Otgar 화장실 사용료 : 0.5YTL*2 = 1Y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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