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후 내내 Urgup 지역을 (싸)돌아다니느라고 매우 피곤했음에도 불구하고 미리 예약한 열기구 투어를 놓칠까봐 긴장을 했는지 겨우 5시간 남짓 자는데도 두 번이나 깼습니다. ㅠ.ㅠ
새벽 4시 10분에 미리 부탁해 둔 wake-up call이 울렸고 부리나케 씻고 준비하고 30분에 길을 나섰습니다.
새벽 4시 35분 Elkep Evi의 reception desk 앞입니다. 미리 알려준 시간에 나가 있으면 열기구 투어를 담당하는 회사에서 차량으로 pick-up을 해 줍니다.
여름철이라고는 해도 새벽에는 제법 쌀쌀하기 때문에 미리 챙겨간 후드티를 입었습니다. 조금 기다리니 돌무쉬가 오는군요. 안에는 일본인들로 꽉 차 있습니다. 부지런하기도 해라~ 보니데를 일본인으로 착각한 일본 아가씨와 화기애매한 대화를 나누면서 새벽길을 달렸습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가운데 이미 평원 여기저기에서 열기구를 띄우기 위한 작업이 한창입니다. 대충 세어봐도 10개는 넘어 보입니다. 열기구는 일단 뜨면 뜨고 내리는 것을 제외하고는 바람의 영향에 취약하기 때문에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 새벽에 주로 띄운다고 합니다.
카파도키아에는 열기구 투어를 하는 회사가 많지만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사고(실제로 저희가 터키에 가기 바로 전에 열기구 하나가 추락해서 한국인 아주머니 한분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매우 드문 사고이기는 하지만)를 대비해서 큰 회사(
www.goremeballoons.com)에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을 하고 갔습니다.
열기구 투어는 카파도키아에서도 놓치면 후회하는 여행 상품이지만 워낙 고가라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여행객들은 엄두를 못냅니다만, 무리를 해서라도 꼭 해보고 싶었습니다. 카파도키아 열기구 투어는 페티예 패러글라이딩과 함께 죽기 전에 해봐야 할 activity에 매번 빠지지 않고 들어갈만큼 유명하거든요. 그리고 결과는 아주 좋았습니다. 꼭 해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단, 상당한 출혈을 감수해야 합니다. TLT
열기구 회사의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준비하는 동안 사람들은 따뜻한 차와 쿠키를 먹으면서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열기구 투어를 하기 위해 모였더군요. 확실히 100명은 넘어 보였습니다. 동양인 중에서 단체 관광객이 아닌 사람은 저와 보니데 밖에 없더군요. -_-;;;
기다리고 서 있으니까 회사의 수금 담당(?) 직원이 돌아다니면서 호텔의 이름을 부릅니다. Elkep Evi를 부르길래 가 보니 그 자리에서 바로 신용카드로 결제합니다. 원래 예약한 비용은 1인당 160유로였는데 Elkep Evi의 손님에게만 특별히 할인해주는거라면서 135유로에 결제해 주었습니다. 539.78YTL로 찍히더군요. 어디 가서 소문내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던데 이것도 상술이 아닌가 싶었지만 어쨌거나 가격을 심하게 할인해 준 것은 맞으니까요.
저희가 이용한 괴레메 벌룬의 경우 1시간짜리 standard tour가 160유로, 1시간 30분짜리 deluxe tour가 무려 230유로나 합니다(참고로 standart tour로 충분합니다. 1시간도 짧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1시간 30분이나 하늘에 떠 있으면 나중에는 조금 지루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상술이든 어쨌든 많이 할인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싫을리가 없지요. 당시 환율이 1유로당 거의 1200원 꼴이었으니까 270유로만 하더라도 30만 원이 넘는 거금이었으니까요.
열기구가 준비가 되면 직원이 다시 호텔의 이름을 불러 안내합니다. 현재 시각 5시 25분으로 주변은 환해졌지만 아직 해는 뜨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탈 열기구는 12인승으로 파일럿까지 9명이 탔습니다. 딱 중간 정도의 크기라고 하네요. 열기구까지 가는 동안 회사에서 나온 사진사가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지만 싫다고 거절했습니다. 이것도 나중에 별도로 charge할 것이 분명하니까요. 출발하기 바로 전에 투어를 할 사람들이 모두 함께 찍는 사진만 찍겠다고 했습니다. 2장을 찍었는데 역시 1장에 5YTL이나 합니다. 비싸다~
열기구에 탔습니다. 생각보다 튼튼한 재질로 만들어져 있고 안도 깊어서 생각보다 무섭지는 않습니다. 헬륨을 이용해 열기구에 열을 공급하는 주입구 옆에 좋아라 자리를 잡았는데 나중에 경험해 보니 '비추'인 자리입니다. 일단 너무 뜨겁고 재인지, 먼지인지가 머리 위로 계속 떨어집니다. 나중에 땅에 내려와서 털면 그만이기는 하지만 사진찍는데 조금 귀찮더군요.
저희가 탄 열기구를 조종하던 파일럿은 경력 6년의 베테랑 Brett Smith씨였습니다. 성격이 낙천적이고 쾌활한데다 유머 감각 또한 탁월해서 열기구를 타고 있는 동안 참 유쾌하고 재미있었습니다.
함께 투어를 한 사람들은 은퇴 후 세계 여행을 다니는 노부부(이분들 정말 너무 부러웠습니다. 흑~)인데 남편은 아무래도 교수삘이 좀 나고 부인은 고상한 귀부인 컨셉이었습니다. 멋져라. 버마에서 열기구 투어를 2번했고 이번이 세번째 열기구 투어라고 하더군요. 버마의 열기구 투어를 꼭 해보라고 추천하는데 어흑~ 버마에는 언제 가볼라나~
또 다른 커플은 금발의 커플인데 키가 껑충하고 귀엽게 생긴 미소년 스타일의 청년은 인터넷 기자라고 하면서 취재한답시고 계속 사진찍고 이런저런 질문을 하더군요. 덕분에 귀동냥으로 열기구에 대한 좋은 정보 많이 들었습니다.
Brett이 헬륨 가스를 강하게 주입하자 열기구가 잠시 뒤척이더니 둥실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상승하는 속도가 느려서 사진에 보이는 돌산에 부딪히는 것이 아닌가 걱정도 했습니다만 점차 속도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오금이 저리지만 곧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내가 날고 있다니...
평원의 여기저기에서 열기구들이 잇달아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떠있는 열기구를 잘 보시면 '기아'의 로고가 보일겁니다. 대단하네요. 터키의 열기구에까지 광고를 하다니...
드디어 아침해가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사실 이 날은 제 생일이었습니다. 생일 아침해를 열기구에서 보는 맛도 참으로 각별하네요. 감동입니다. 작년에는 앙코르와트에서 생일을 맞았죠. 생일이 여름 휴가 기간과 겹쳐 당분간은 해외에서 계속 생일을 맞게될 것 같습니다. ^^
햇살이 어둠에 잠겨있던 카파도키아 평원의 구석구석을 비추기 시작합니다.
카파도키아의 평원은 참 아기자기한 맛이 있습니다.
아직 햇빛이 미치지 않은 마을은 적막한 가운데 잠들어 있습니다.
몇 번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갑자기 위로 상승합니다. 고도계를 보니 1658피트까지 올라갔네요. 땅이 빠른 속도로 멀어지니 어질어질합니다. 아래에 뒤쳐진 열기구가 조그맣게 보이는군요.
저와 보니데의 손이 찬조 출연했습니다. ^^ 수첩에 연신 이것저것 기록하느라고 볼펜을 놓지 않았죠.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본 마을의 모습입니다. 장난감처럼 보이는군요. 자세히 보면 실외 풀장이 드문드문 보입니다. 아마 펜션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진에 보면 당나귀가 끄는 수레를 끌고 아침장으로 나가는 터키인이 보이는데 나중에 보니 당나귀가 줄을 끊고 냅다 줄행랑을 치더군요. 이를 발견한 Brett이 무전기로 지상에 연락해서 결국은 도망간 당나귀를 잡았는데 무슨 헬기로 범죄자를 잡는 추격전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해는 완전히 떠올랐습니다. 저쪽 언덕에 어제 방문했던 Uchisar Castle이 보이네요. 1시간 동안 비행을 하고 이제 착륙할 장소를 찾아야 하는데 바람이 불기 시작해서 기구가 바람을 타고 자꾸 엉뚱한 곳으로 날아갑니다.
아직 착륙 못한 열기구가 우리가 움직이고 있는 길목으로 끼어들어 Brett이 황급히 고도를 높여 아슬아슬하게 비켜갔습니다.
바로 저 녀석입니다. 평지도 아닌 절벽 위에서 그런 일이 생기니 조금 당황스럽더군요. Brett은 계속 기구를 조종하면서 지상의 착륙을 도와주는 팀과 무전기로 연락을 주고 받았는데 아무리 차량으로 이동하지만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 다시 부리나케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고생입니다.
적당한 착륙 장소를 찾아 줄을 내리니 지상에서 유도하는 사람들이 줄을 잡아 차에 묶고 잡아당깁니다.
차 뒤의 짐칸에 바로 착륙을 해버리더군요. 내린 다음에 싣는 것이 아니라... 지금 기구에서 내리는 친구가 인터넷 기자라고 소개했던 젊은 친구입니다.
기구는 열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눕혀서 바람을 뺍니다.
무사히 땅에 착륙한 뒤 샴페인으로 축하를 하고 열기구 탑승 증명서(certificate)를 받았습니다. 기념 촬영도 하고요. 정말 즐거운 비행이었습니다. 꼭 한번 해보시라고 추천합니다.
Brett이 운전기사와 함께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숙소에 내려주더군요. 돌아가면서 잠시 이야기를 했는데 열기구 조종수 일에 아주 만족하고 있더군요. 제가 보기에도 부러운 사람이었습니다.
Elkep Evi에 도착하니 8시 10분이었습니다. 일단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짐을 싼 뒤 아침식사를 하러 테라스 레스토랑으로 갔습니다.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한국말이 들려서 돌아보니 가족 관광객이더군요. 엔조이터키에서 온 팀이었습니다. 사이트에서만 보던 엔조이터키의 여주인장과도 잠시 인사를 나누고... 자신만이 아는 비장의 동굴 펜션을 제가 찾아낸 것에 대해 심기가 좀 불편해 보이더군요.
터키가 많이 알려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터키에서 한국인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숙소도 그렇고 한국인이 없는 곳으로만 저희가 돌아다녀서 그런 이유도 있겠고, 단체 관광객들은 차량으로 이동하는데 저희는 터키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접하려고 주로 대중 교통이나 도보로 이동했거든요. 그래서 많이 만나지 못했습니다.
하여간 이들과 헤어져서 check out을 했습니다. 숙박비를 현금으로 결제해서 10% 할인받아 72$, 저녁 식사 20$, 도착한 날 아침 식사 10$, 케이세리 공항에 transfer 해주는 요금 20$, 차이 4$해서 총 126$을 냈습니다.
헤어지면서 기념 선물로 휴대폰 고리를 Elkep Evi의 직원에게 하나씩 줬습니다. 좋아하더군요. 여직원 하나는 자기가 예쁜 것을 가지려고 고르는 모습까지... ^^
Elkep Evi를 나와 미리 예약 해둔 Yama Tour의 돌무쉬를 타고 Goreme에 있는 사무실로 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