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들이 셀축에서 이스탄불로 가기 위해 이용하는 방법은 주로 버스입니다만, 저희는 조금 특이하게 기차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왜 그렇게 일정을 짰냐하면 그게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남들 하지 않은 것을 일부러 해보는 것도 여행의 재미 중 하나이니까요. ^^
사실 정보를 모으다보니 셀축역을 통과하는 기차가 이즈미르(Izmir) 공항 바로 옆으로 지나간다는 사실을 알게된 이유도 있었습니다.
어쨌거나 시린제에서 5시쯤 떠나 5시 30분 쯤 셀축역에 도착하였습니다.
셀축역은 자그마하지만, 조용하고 아담한 시골역으로 그래도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있습니다.
표는 미리 사 두었지만 이즈미르역을 거쳐가는 기차를 정확하게 타야 했기 때문에 조금 긴장이 되는 상태였습니다. 그 기차를 놓치면 상당히 곤란하게 될 수도 있었으니까요. 저희가 계속 기차의 도착 시간을 물어봐서 아마 역 직원도 상당히 귀찮았을 겁니다.
셀축에서 이즈미르까지는 기차로 대략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데 저희는 5시 41분에 셀축역을 지나 이즈미르역에 7시 6분에 내리는 기차표를 예매했습니다.
기차가 오래 정차하지 않기 때문에 빨리 타야 합니다.
터키 국영 철도(TCDD)의 기차는 좌석번호가 있는 티켓의 경우(조금 더 비싸다고 합니다)는 4~6명이 서로 마주보고 가는 별도의 칸이 있고, 그냥 타는 경우는 우리나라의 예전 비둘기호같은 분위기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자리가 있으면 아무데나 앉으면 되고 좌석에 걸터앉아 가거나, 창가에 매달리다시피 하면서 가기도 합니다. ^^;;;
가끔 Simit을 파는 사람이 지나가는데 우리나라의 홍익회 같은 개념이 아니라 그냥 보따리를 지고 물건을 파는 행상 같습니다. 그래도 사람 냄새가 물씬나서 좋더군요.
기차를 타기는 했는데 개인칸이 있는 차량에 올라타서 우왕좌왕하고 있으려니 영어를 곧잘 하는 터키인이 다가와 도와주겠다고 하더군요. 터키에서는 영어 잘하는 사람(가이드가 아니면 사기꾼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을 조심하라는 말을 많이 듣고 갔지만 워낙 상황이 다급한지라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TCDD에서 철도 설계를 하는 엔지니어인데 퇴근하는 길에 우리를 만났다고 하더군요. 다행입니다. ^^
터키인들만 타는 기차에 느닷없이 큼지막한 가방을 둘러 멘 젊은 동양인 커플이 들어가니 다들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다들 일어나서 자리를 양보하고 난리입니다. -_-;;;
저희를 도와주었던 사람이 뒷자리로 옮겨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호기심이 상당히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많이 물어보더군요. 나이가 저희보다 어린데 저보다 나이가 더 들어보였습니다. ^^;;; 보통 서양인들이 실제 나이보다 더 들어보이는 편이죠. Paradus라는 리눅스 시스템을 만드는 네트워크에서 활동한다고 하는데 자부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더군요. 인터넷 환경이 그리 좋지 않은 터키에서 Gmail과 불여우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 IT쪽에 상당히 조예가 있는 사람 같았습니다. 헤어질 때, 이메일 주소도 하나 받아와서 지금 제 구글 메신저에 등록되어 있습니다. ^^
우리나라처럼 다음 역이 전광판에 표시되거나 방송이 나오는 것도 없기 때문에 이브라힘(저희를 도와준 사람의 이름입니다)의 도움을 받았는데 이브라힘도 살짝 헷갈렸는지 기차가 역에 도착하기도 전에 내리라고 해서 하마터면 철길을 따라 20분 이상 걸어갈 뻔 했습니다. 미안하다고 백배 사과하더군요. ^^
하여간 우여곡절 끝에 이즈미르역에 내렸습니다. 기차가 잠시 멈추었다가 바로 출발하기 때문에 미리 문앞에 나와 있어야 하고, 문을 여는 것도 요령이 필요해서 이브라힘이 도와주지 않았으면 상당히 애먹었을 겁니다.
이즈미르역 승강장에 내리고 보니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기만 하면 바로 이즈미르 공항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상당히 편리하더군요.
이즈미르 공항은 Ataturk공항만큼 크지는 않지만 케이세리 공항보다는 훨씬 큰 편입니다. 공항 안을 돌아다니면서 여기저기 구경도 하고 여행 일정도 점검하면서 2시간 정도를 기다리다가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10시에 이륙이라서 9시 30분 부터 boarding을 했는데, 무슨 일인지 늑장을 부리다가 결국 10시 20분에 이륙을 했고 그런데도 11시 정각에 도착을 하더군요. 도착을 해서는 활주로에서 시간을 까먹고 결국 11시 20분에 Ataturk공항을 나왔습니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터키 교통편의 시간 관념입니다. -_-;;;
걱정했던 것과 달리 11시 30분에도 Havas와 Metro가 모두 운행을 하더군요. 예약해 둔 호텔로 어떻게 갈까 생각하고 있는데 공항 직원이 먼저 다가오더니 Metro가 운행한다고 말해주었습니다. 호텔 이름을 대니까, Havas승강장도 알려주고, 탁심 거리에 내려서 호텔로 가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공항에서 탁심 거리까지는 직행 Havas가 있기 때문에 Metro보다 편리합니다.
공항 직원이 알려준 Havas 승강장에서 Havas(8.5YTL*2=17YTL)를 타고 탁심 거리까지 갔습니다. 한 40분 정도 달려서 내렸는데 바로 옆에 택시들이 많이 주차되어 있더군요. 아무래도 느낌이 좋지 않아 이런저런 말을 붙여 보니까 역시나 능숙한 영어로 이스탄불 거리가 위험하다고 택시를 타라고 공갈을 치더군요(처음 도착한 사람은 속을지도). 바로 무시하고 조금 걷기로 했습니다.
탁심 거리는 서울의 명동이나 충무로하고 비슷한 분위기입니다. 노천 호프에서 자유롭게 술을 마시는 젊은이들도 많고, 역시나 젊은이의 거리답습니다. 광장에서 만난 경찰에게 갈라타 호텔로 가는 길을 물었더니 걸어가기에는 멀다고 택시를 타라고 권하더군요. 그래서 길을 건너 택시 승강장으로 갔습니다.
숀 코너리 같이 잘생긴 아저씨가 앉아 있는 택시로 다가가 "How much?"라고 물어보니, 미터기를 가리키더군요. 일단 여기에서부터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아저씨, 꼬불꼬불 골목길을 헤치고 지름길로 가주시고, 중간에 트럭 때문에 길이 막히니 차에서 내려서 항의를 하는 등 정말 친절하시더군요. 감동이었습니다.
기본요금 2.25YTL(Gese)에서 시작했는데 얼마가지 않아서 미터기가 작동하더군요. 올라가는 속도가 조금 불안하기는 했지만 금방 갈라타 타워에 도착했습니다. 6.45YTL이 나왔는데 친절함에 반해서 그냥 10YTL 드렸습니다. ^^
저희가 예약한 Anemon Galata Hotel(
www.anemonhotels.com)은 갈라타 타워 바로 옆에 있는 호텔입니다. 물론 매우 비쌉니다(Double Room의 경우 하룻밤에 120유로). ㅠ.ㅠ 게다가 이 호텔은 갈라타 타워가 보이는 전망 때문에 예약했는데 너무 늦게 도착해 테라스 바의 문이 닫혔더군요. 100만불짜리 야경도 놓쳤습니다.
지금까지 묵은 호텔과 달리 Anemon Galata 호텔은 흔히 볼 수 있는 현대식 호텔입니다.
깨끗하고 쾌적하기는 하지만 터키 전통 호텔이나 카파도키아의 동굴 펜션과 같은 색다른 맛은 없죠. 어쨌거나 오랜 여행에 지친터라 wake-up call을 신청하고 잠에 곯아 떨어졌습니다. 터키에서의 마지막 밤이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닫기
* make up room 비용 : 1YTL
* 셀축역 -> 이즈미르역 기차표 : 2YTL*2=4YTL
* Efes로 가는 돌무쉬 : 1.5YTL*2=3YTL
* Efes 입장료 : 10YTL*2=20YTL
* Efes에서 사먹은 폴라포 : 3YTL*2=6YTL
* Selcuk으로 돌아오는 돌무쉬 : 1.5YTL*2=3YTL
* 생수 2병 : 0.35YTL*2=0.7YTL
* 아이란 1팩 : 0.5YTL
* Efes 박물관 입장료 : 5YTL*2=10YTL
* 셀축 시내 레스토랑 점심 : 총 39YTL
- 미트볼 : 5YTL
- 오크리(고추요리) : 4YTL
- 쥬크라니(전 종류) : 4YTL*2=8YTL
- 필라프 : 3YTL
- 수프 : 2.5YTL*2=5YTL
- 생과일 : 5YTL
- 과일주스 : 3YTL*3=9YTL
* 성 요한의 교회 입장료 : 5YTL*2=10YTL
* 시린제로 가는 돌무쉬 : 2YTL*2=4YTL
* 시린제에서 사먹은 폴라포 : 3.5YTL*2=7YTL
* 시린제에서 쇼핑한 것들
- 털로 짠 아이 덧신 : 3YTL
- 올리브 비누 단품 : 2YTL*4=8YTL
- 수건, 타월이 포함된 올리브 비누 선물세트 : 6YTL*2=12YTL
- 블랙베리주 : 8YTL
- 석류주 : 13YTL(15YTL에서 2YTl 할인받음)
* 셀축으로 오는 돌무쉬 : 2YTL*2=4YTL
* 셀축역 화장실 사용료 : 0.5YTL
* 이즈미르 공항에서 산 캔음료 : 2.5YTL*2=5YTL
* Ataturk 공항 Havas : 8.5YTL*2=17YTL
* 탁심거리에서 갈라타 타워까지 택시비 : 10Y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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