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gue 레스토랑을 찾아 헤매다가 골목길로 접어 들었습니다. 무심코 걸어가다 대형 슈퍼마켓을 발견했지요. 저는 그냥 호기심 정도였는데 보니데는 카파도키아 동굴 펜션에서 보았던 얇고 시원한 홑이불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나봅니다. 날도 더운 김에 음료수도 하나 살 겸해서 들어가 봤습니다.
꽤 넓더군요.
우리나라의 마트와 비슷합니다.
파워레이드(2.1YTL) 1병과 체리껌(1.6YTL) 1개를 사고 보니데가 찾던 담요는 없는 것 같아 포기하고 나가려는 찰나, 입구 쪽 진열대에서 찾아냈습니다. 보라색이어서 마음에 딱 들지는 않았지만 카파도키아에서 본 것과 재질이 똑같더군요. 34.9YTL에 사 왔습니다. 돌아와서도 그 해 여름에 시원하게 잘 썼지요. 올 여름에도 요긴하게 사용할 예정입니다.
의기양양하게 쇼핑 전리품을 들고 내려오다가 파묵칼레를 함께 여행했던 길동무 중 한 명을 다시 만났습니다. 어제 이스탄불로 들어왔는데 같이 다니던 친구와 보고 싶은 곳이 다르다고 각자 돌아보고 점심 때 만나기로 했다는군요. 대단해요~ 혼자 돌아다니다니...
갈라타 타워를 보고 싶다고 해서 함께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저희도 어차피 짐을 찾아야 하니... 갈라타 타워 앞에서 헤어지면서 명함과 연락처를 주고 받고 다시 만날 기약을 했습니다. 워낙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들이니 여행하다가 언젠가는 다시 한번은 만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짐을 찾은 뒤 트램바이를 타고 술탄아흐멧역으로 갔습니다.
국내 여행객들에게도 꽤 알려진 CAN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주인장의 우리말 인사가 유창하더군요. 문 앞에서부터 너무 유쾌하게 인사를 해 주셔서 다른 레스토랑을 둘러볼 생각도 못했습니다. CAN 레스토랑은 진열대에 놓인 음식을 이것저것 주문해서 계산하고 먹는 시스템입니다.
저희가 앉은 자리 옆에 (오늘 도착했다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남학생 2명이 식사를 하고 있길래 인사를 먼저 건넸습니다. 상당히 긴장한 표정을 보니 저희가 처음 터키에 왔을 때의 모습이 떠오르더군요(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익숙해진게지요. ^^;;;). 터키에서 한국 사람을 많이 만나지는 못했지만 여성들은 대부분 자신만만하고 당당했는데 이상하게도 남성들은 뭔가 긴장되고 주눅이 많이 든 모습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정보를 알려주고 격려했는데도 긴장을 풀지 못하더군요. 좀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공항으로 이동하기 전에 선물도 마져 사야하고, 어차피 남은 터키 리라를 다 써야했기에 카파도키아로 떠나기 전에 봐 둔 상점으로 향했습니다. 가면서 쫀득쫀득한 터키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사서(2YTL*2) 입에 물고요.
상점에서 블루 아이 28개를 흥정해서 20YTL에 샀습니다. 나중에 돌아와서 보니데가 비즈 공예를 하던 솜씨를 발휘해 장식품으로 다시 만들었지요. 1YTL짜리 수공예 동전지갑도 5개 정도 샀습니다.
비행기 시간이 되어 술탄아흐멧 역으로 올라와 트램바이를 타고 공항으로 갔습니다.
공항에 들어오니 터키 항공의 ticket office가 맨 안쪽에 자리잡고 있더군요. 그래도 터키를 대표하는 항공사인데 불편하게 맨 안쪽에 있다니요. 참 이해가 안되더군요. 어쨌거나 터키 리라를 탈탈 털어서 공항 내의 카페에서 콜라와 스프라이트를 하나씩 사서 마셨습니다. 역시 공항이라서 그런지 콜라 하나에 5.5YTL이나 하더군요. 가히 살인적인 가격입니다. -_-;;;
도장만 찍으면 끝인 입국 절차에 비해 출국 절차는 매우 엄격한 편인데, 워낙 유물이나 골동품의 밀반출이 잦기도 하고 테러 위험이 높아서 그렇다고 합니다. 검색대를 무려 4번이나 지나가야 했습니다. 그 때마다 주머니의 동전을 꺼내놓고, 허리띠까지 풀어야했지요. 사람들이 짜증날만도 합니다.
그런데 금속 탐지기에 계속 걸리자 교수처럼 보이는 한국 사람 하나가 공항 직원에게 되도 않는 영어로 항의를 하더군요. 막무가내로 들어오려고 해서 공항 직원이 제지하느라고 어깨를 밀치자 손대지 말라며 하도 GR하기에 공항 직원이 그냥 통과시켜줬지만 정말 추태더군요. 다른 나라 같았으면 몽둥이 찜질감인데 말이죠.
귀국하는 비행기(21일 저녁 7시 30분 출발~22일 오전 11시 30분 인천 공항 도착)에는 아마도 단체 투어를 다녀오는 것으로 보이는 대학생 그룹이 저희들이 앉은 좌석 옆으로 포진을 했습니다. 출발하기도 전부터 시작해서 끊임없이 떠들어대더군요. 심한 경상도 사투리도 귀에 거슬렸지만 어찌나 무용담을 침튀기면서 자랑을 하던지 나중에는 저도 모르게 표정이 변했나봅니다.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인솔자가 양해를 구한답시고 "저희가 좀 시끄럽죠?"라고 하기에 차가운 표정으로 "예"라고 해 버렸습니다(이놈의 까칠한 성격). 생각같아서는 "외국 여행 처음 하시나봐요?"라고 하고 싶었습니다만... -_-;;;;;
그래도 변함없이 시끄럽길래, 기록하던 일지를 빨리 마무리하고 스튜어디스를 불러서 Efes맥주를 달라고 해서 한 캔을 그대로 쭈욱 들이키고 알딸딸한 김에 잠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아쉬운 터키 여행이 끝이 났습니다.
* 여행 후기
원래 패키지 여행을 엄청 싫어하기도 하지만 이번 여행은 정말 패키지 여행 안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여행이었습니다. 가이드의 깃발을 따라 명승지를 돌면서 사진만 찍어대는 여행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디지털 카메라의 이미지 파일로만 기억되고 현지인과는 말 한마디 나눠보지 못하는 수박 겉핥기 같은 여행이...
비록 8일간의 짧은 기간 동안에 터키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살짝 엿보았던 터키 사람들의 순박함과 무뚝뚝한 표정 뒤에 숨겨진 다정다감함, 그리고 엄마의 치마폭 뒤에 숨어 쳐다보던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눈망울과 수줍은 미소... 그것은 천금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앞으로도 현지 사람들과 조금 더 자주 만나고, 이야기하고, 가슴으로 소통하는 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나이트 버스에서 뿌려주던 오데 코롱의 독특한 향기와 에크맥의 고소한 맛, 그리고 터키 사람들의 몸내음마저도 왠지 그립습니다. 터키와 터키 사람들을 사랑합니다.
* 터키 여행 총평
음식 :100%만족
잠자리 : 100%만족
일정 : 80%만족(안탈야 공항 노숙 사건때문에)
터키 사람들 : 1,000%만족
->
월덴지기가 추천하는 죽기 전에 반드시 가야 할 여행지입니다.
* 터키 교통편 요약(일정 세우실 때 좋습니다)
- 버스는 정확하게 출발해서 예정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비행기는 늦게 출발해서 거의 정확하게 도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기차는 일찍 출발해서 거의 정확하게 도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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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마바흐체 궁전 입장료
- 세라믹(15) + 하렘(10) -> 묶어서 20YTL*2=40YTL
- 카메라 Tag : 6YTL
* 생수 1병 : 1YTL
* 쥬스 1캔 : 3YTL
* 파워레이드 1병 : 2.1YTL
* 체리껌 1개 : 1.6YTL
* 홑이불 : 34.9YTL
* 제톤 8개 : 1.3YTL*8=10.4YTL
* CAN 레스토랑 저녁식사비 : 24YTL
* 터키 아이스크림 : 2YTL*2=4YTL
* 블루아이 28개 : 20YTL
* 손지갑 5개 : 1YTL*5=5YTL
* 공항 콜라 1캔 : 5.5YTL
* 공항 스프라이트 1캔 : 5.5Y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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