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쯤 출발해 아테네 현지 시간으로 오후 2시쯤에 도착을 했으니 4시간 정도 비행을 한 셈이네요. 아테네 공항의 출입국 심사에 대해 알고 온대로 여권에 도장 찍는 것으로 끝입니다. 별다른 수속이 없습니다. 공항 청사 안을 잘 둘러보면 여기저기에서 아테네 지도와 교통편에 대한 책자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잘 챙겨서 나옵니다.
공항 청사에서 나와서(5번 출구로 나오면 더욱 편함) 정면으로 가면 메트로를 탈 수 있고 오른쪽으로 꺾어서 청사 끝으로 가면 아테네 시내로 들어가는 X95 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X95 버스와 X94 버스가 같은 정류장을 사용합니다. 정류장 바로 옆에 버스표 판매소가 있어서 편리한데 버스표는 1인당 3.2유로입니다. 1일 무제한권도 있지만 공항과 시내를 오가는 교통편에는 해당이 안된다고 하네요. X95 버스는 저상버스라서 캐리어 백을 끌고 다녀야 하는 여행객들이 타기에도 편리합니다.
* 여기에서 TIP 한 가지
아테네 공항과 시내를 들고 날때 이용할 수 있는 주 교통편은 X95 버스와 메트로입니다(택시는 제외할 것. 그리스 택시의 악명은 우리나라 택시와 견줄 정도). 그런데 가격, 편리함, 시간 모두에서 X95 버스의 압승입니다. 메트로는 시설은 깨끗하지만 배차 간격이 길어서 시간의 손해가 많고, 가격도 비싸며, 버스에 비해 더 빠르지도 않습니다(뒤에서 다시 설명드리겠습니다).
버스에 타면 운전기사석 옆에 있는 펀칭기에 표를 집어 넣어서 개시(?)를 해야 합니다. 눈치보지 말고 알아서 하세요. 아무도 신경쓰지 않습니다.
아테네로 들어가는 거리 풍경입니다. 대부분은 고속도로로 이동했기 때문에 황량한 풍경들인데 어쩌다 마주친 거리 풍경입니다.
아테네 시내까지 45분 정도 걸린다고 그러던데 토요일이라 그런지 차가 없어서 차가 속력을 내는 것 같더니 35분 만에 아테네 신다그마(SYNTAGMA) 광장에 도착했습니다. 이 때가 3시 15분. 멀리 국회의사당이 보이네요.
X95번 버스 정류장 근처는 온통 은행 건물들입니다.
아테네의 첫인상은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씨에스타 시간이라서 그런지 도시 전체가 을씨년스러운 느낌을 주는 것도 그랬지만 바닥에 온통 씹다 뱉은 껌 천지인데다 건물 벽마다 볼품없는 그라파티로 도배를 해 놓아서 '이게 정말 그리스 아테네 맞나'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물론 Monastiraki 지구나 Omonia 지구와 같은 지역은 현대식 건물과 비교적 깨끗한 거리 풍경을 보여주지만 신다그마 광장의 지저분한 거리 모습은 2004년 올림픽까지 치른 나라의 수도라고 생각하기에는 첫인상이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신다그마 광장은 아테네로 들어오는 모든 여행객들이 한번쯤은 지나가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교통의 요충지입니다. X95 버스를 비롯해 시내, 시외로 연결되는 버스 노선이 다 지나가고, 트롤리 버스, 메트로까지 모두 신다그마 광장을 지나갑니다. 보고싶지 않아도 계속 마주치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 여기에서 아테네 여행 TIP 한 가지
: 아테네는 주요 유적과 볼거리가 반경 3km 내에 모두 밀집되어 있어 편한 신발과 어느 정도 마음의 무장만 되어 있다면 별다른 교통편을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 모두 볼 수 있습니다. 저희만 하더라도 어머니를 모시고 간 이번 여행에서 아테네 시내에서는 아무런 교통편을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 다녔습니다. 리카비도스 언덕을 제외하고는 걸어서 다니는데 큰 무리가 없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일방통행로가 많고 보도가 굉장히 좁아서 두 사람이 걸어가기에도 힘이 들죠. 물론 모든 아테네 시내의 거리가 이런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와 다름없이 넓은 곳도 있습니다.
호텔 정문에서 거리쪽으로 본 풍경입니다. 처음에 호텔 맞는가 싶었습니다. ^^
저희가 예약한 아킬레스(Achilleas) 호텔은 신다그마 광장에서 걸어서 10분도 걸리지 않는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관광 호텔급으로 볼 수 있는데 골목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아테네는 유적 관람 중심의 여행을 하는 곳이므로 별 다섯개 짜리의 고급 호텔에서 묵을 필요가 전혀 없다고 봅니다. 그저 편하게 쉴 수만 있으면 되지요. 게다가 그리스의 살인적인 물가는 호텔 숙박비에도 그대로 적용이 됩니다. 저희가 묵은 아킬레스 호텔도 결코 싼 곳이 아니었죠.
이 호텔의 가장 큰 특징은 엘리베이터인데 작년에 터키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재미와 공포를 체험하게 해 주더군요. 엘리베이터가 3명만 타면 꽉 차는데 엘리베이터 문을 방문처럼 열고 닫습니다(미닫이 방식이 아닙니다. -_-;;;). 게다가 엘리베이터에 문이 없어서 말 그대로 벽을 타고 오르내립니다. @#$@#%!~ 원하는 층에 도착하면 빨리 문을 밀고 내려야 합니다. 멍하니 있다가 내릴 타이밍을 놓치면 곧바로 다시 움직입니다.
이런 식입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무섭군요. -_-;;;
아테네는 유적 보호를 위해 고도 제한 뿐 아니라 건물의 개보수가 매우 엄격한 도시이기 때문에 호텔에 triple room도 없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예약한 방도 싱글 침대 2개를 붙이고 골방(?)에 침대 하나를 더 들여놓은 방식으로 방을 만들어놓았더군요. 쩝... 헤어드라이 등 편의 시설은 대부분 있지만 욕조도 좁고 테라스라고 있기는 하지만 건너편이 재개발 아파트라서 전망이 영 형편 없더군요. 그래서 주로 빨래 말리는 건조 공간으로 사용했습니다. ^^;;; 그래도 다행히 에어컨은 있습니다. 휴우~
테라스입니다. 그리스 여행 중의 테라스 중 가장 넓지만 전망이 정말 황~
간단히 짐을 풀고 씻은 뒤 씨에스타가 끝나는 5시까지 휴식을 취했습니다.
호텔을 나와 다시 신다그마 광장까지 이동했습니다. 날씨는 쾌청하지만 햇살이 정말 따갑군요. 참고로 그리스에서 선글라스와 자외선 차단제는 완전 소중 아이템입니다. 더불어 모자도 챙겨가는 센스~
신다그마 광장(헌법 광장) 바로 옆에 있는 Athens Plaza Hotel과 King George II Palace Hotel입니다. 별 다섯개짜리 특급 호텔인데 그렇게 보이지 않죠?
그리스는 해가 상당히 늦게 지는 편이라서 8시는 넘어야 해가 지고 9시가 넘어도 환해서 활동하기에 지장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러니 씨에스타가 끝났다고 해도 바깥이 더운데 사람들이 북적거릴 턱이 없지요. 신다그마 광장에는 여기저기에서 송아지만한 개들이 널부러져 자고 있습니다. 덩지 큰 개들은 그리스 어디에서나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길 잃은 개들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면 식별표가 붙어 있는 것이 아마도 관리를 받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시간이 되면 먹이를 주는 사람도 있는 것 같고요.
일단 신다그마 광장의 지하철역으로 향했습니다. 지하에 '언더그라운드 갤러리'라고 불리는 문화 공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사진의 오른쪽이 메트로로 내려가는 입구입니다. 왼쪽으로 올라가 길을 건너면 국회의사당이고요. 계단이고 뭐고 온통 지저분합니다. 쩝...
마침 전시실에 시리얼 홍보 박람회가 열렸더군요. 여러 시리얼 회사에서 '아침 식사는 시리얼로' 뭐 이런 문구를 가지고 홍보를 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에서 아이들을 위한 게임과 그림 그리기 행사를 하는데 정작 아이들은 별로 없고 온통 어른들만 북적거리는군요.
지하 1층 갤러리는 신다그마역을 건설할 때 출토된 유적을 전시하는데 신다그마역이 위치한 곳이 5세기의 무덤터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무덤과 묘석 등이 많고, 여러가지 토기도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이 많지 않아 한산하더군요. 한 쪽 벽면을 그대로 복원해 둔 곳도 있습니다.
무덤 속까지 복원할 필요는 없을텐데 말이죠. 덜덜덜~
묘석(Tombstone)입니다.
각종 토기들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보시는 것은 향유 항아리입니다.
신다그마역을 나와 길을 건너면 국회의사당 건물이 보이는데 그 앞에 위병소가 있습니다. 아테네에서는 위병들의 근무 교대식이 또 하나의 볼거리입니다. 벌써 관광객들이 엄청 모여있네요.
동작이 다소 과장되어 있어 우스꽝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위병들은 굉장히 진지합니다(보시는 것은 다른 위병 교대식).
터키의 위병처럼 군기가 엄청 든 모습입니다. 관광객들이 근무 교대를 하고 자리잡은 위병 곁으로 가서 기념 사진을 찍기도 합니다(말을 걸어도 전혀 대답하지 않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습니다). 복색이 독특하죠?
국회의사당의 앞에는 '무명용사의 묘'가 있습니다.
위병 교대식을 보고 바로 옆의 국립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국립공원은 생각보다 훨씬 넓어서 상당히 호젓한 분위기입니다. 산책하기 좋더군요.
중간에 고양이하고 놀아줬습니다. 도서관 앞마당에서 늘어져 있던 녀석인데 이 녀석하고 친해지니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와서 마당에 고양이가 금방 그득해지더군요. -_-;;;
국립공원의 끝까지 간 김에 시간이 되면 제우스 신전까지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아테네 시내를 돌아다니는 코끼리 열차입니다. 씨티투어를 하는거지요. 저희는 안 탔습니다만 잘 이용하면 짧은 시간 안에 주요 유적을 멀리에서나마 둘러볼 수 있겠더군요.
여기는 오렌지 나무가 가로수입니다. 물론 손이 닿는 곳까지는 사람들이 다 따 갔는지 열매가 보이지 않지만 그 위로는 잘 익은 오렌지가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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