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을 나와 대통령 관저 앞에서 근위병 교대식을 잠시 구경한 후 남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시간이 늦기는 했지만 혹시 오늘 제우스 신전까지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죠.
제우스 신전으로 가는 도중에 만난 올림픽 경기장입니다. 2004년 올림픽이 열린 곳이죠. 입장료가 3 유로라고 하는데 굳이 들어가 볼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옆으로 지나가면서 사진 몇 장 찍고 말았습니다. 무엇보다도 15명씩 묶어서 가이드 투어를 해야 한다는데 기분이 상해서리~
올림픽 경기장 건너편 길가에 있는 무인 유료 화장실입니다. 동전을 넣고 이용하는 것인데 어떻게 통제하는지 궁금하더군요. 동전을 넣고 열리면 그 때 일행이 우르르 들어갈 수도 있을까요(꼭 궁금해도 머리 벗겨질 종류의 것들만 궁금하니.... -_-;;;)? 결국 돌아오는 날까지 이용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올림픽 경기장 근처까지 트램이 다니기 때문에 편리합니다.
제우스 신전은 신다그마 광장에서 동남쪽 방향으로 빠른 걸음을 걸으면 15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습니다. 저희가 도착한 시간이 저녁 7시 20분이었는데 7시 30분이면 문을 닫는다고 하더군요. 10분 밖에 못 보니까 무료로 입장시켜주겠다고 해서 옳다구나 하고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럭키~
제우스 신전(월요일 휴무)은 그리스에서 가장 큰 신전으로 건축하는데 무려 700년이 넘게 걸렸다고 합니다. 보시는 것과 같은 거대한 원주가 104개였는데 지금은 15개만 남아서 그 때의 웅장함을 짐작케 할 뿐입니다. 나중에야 느낀거지만 파르테논 신전보다 제우스 신전이 뭘로 보나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크기에서부터 압도 당했습니다.
조금 여유를 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매정하게도 7시 30분이 되니 여지없이 호각을 불면서 나가라고 하더군요. 서슬이 시퍼렇습니다. ^^
제우스 신전 뿐 아니라 그리스에는 사람의 손이 닿을 법한 노출된 유물에는 이런 식으로 경고 문구를 표시해 둡니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유적이니 그럴 법도 합니다만 좀 지나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드리아누스의 문은 제우스 신전 바로 옆에 있습니다. 걸어서 5분도 안 걸리는 거리에 있죠.
하드리아누스의 문 뒷편에서 쳐다보면 아크로폴리스가 보입니다.
어디선가 '콩가' 소리가 들려옵니다. 환경보호론자들이 하드리아누스의 문을 둘러싸고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띠 안쪽에 잠시 서 있으면 재활용 장바구니를 기념으로 나눠주더군요. 취지도 좋고 해서 보니데와 잠시 서 있었습니다. 장바구니는 챙겨와서 지금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
조금 멀기는 하지만 거리 구경도 할 겸 신다그마 광장까지 걸어왔습니다. 폴라포(1E)와 파워에이드(2.2E, 아무리 생각해도 엄청 비쌉니다)로 갈증을 달래면서 조금 쉰 후에 일몰을 구경하기 위해 리카비도스 언덕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원래 신다그마 광장에서 060, 022 미니버스를 타야 하지만 도무지 정류장을 찾을 수가 없더군요. 너무 복잡해요. 그래서 아테네는 도보 관광이 가능하다는 정보만 믿고 모험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걸어서 가는 것이 가능은 합니다만 힘이 좀 듭니다. 리카비도스 언덕은 신다그마 광장에서 걸어서 가기에 가장 먼 곳이 아닌가 싶습니다. 체력이 남아 있을 때 도전하세요.
신다그마 광장 주변과 달리 리카비도스 언덕으로 가는 도중은 대사관 건물과 사택으로 짐작되는 고급 주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거리가 깨끗하고 환경 미화가 잘 되어 있습니다. 노천 카페도 종종 만날 수 있습니다.
신다그마 광장에서 국회의사당을 오른쪽에 두고 계속 직진하면 전쟁 박물관이 나오는데 거기에서 좌회전을 해서 오르막길을 계속 오릅니다.
보시는 것처럼 주차된 차량들도 대부분 수입차입니다.
케이블카 매표소까지는 이런 길이 계속 이어져 있습니다. 마치 홍콩의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던 풍경과 흡사합니다. 바닥이 온통 대리석이라서 밟는 느낌이 참 좋습니다. 대신 물에 젖은 곳은 조심해야 합니다. 아차 하면 휘딱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리스까지 여행 와서 객사하면 안 되죠. ^^;;;
케이블카 승강장입니다. 알고 보니 케이블카가 아니라 홍콩의 피크트램처럼 지하의 철로를 이용하는 일종의 지하열차입니다. 일인 당 5.5 유로(5 유로로 알고 갔는데 그새 0.5 유로가 인상되었더군요. ㅠ.ㅠ)를 내면 표를 끊어 줍니다.
상당히 가파르지만 워낙 천천히 이동하기 때문에 별로 무섭지도 않고 무엇보다도 너무 짧습니다(돈이 아까웠다는... ㅠ.ㅠ).
24명 정도 타는 열차인데 중간에 열차가 엇갈려서 지나갈 수 있도록 넓어지는 '공동'이 나옵니다. 올라간다 싶으면 도착일 정도로 거리가 매우 짧습니다.
리카비도스 언덕의 중앙 첨탑입니다. 리카비도스 언덕은 '늑대의 언덕'으로도 불리는데 아크로폴리스보다도 더 높은, 아테네에서는 가장 높은 지역입니다. 그래서 야경을 보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분위기가 좋다보니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는 연인들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쪽쪽'거리는 모습이 처음에는 적응이 잘 안되더군요. ^^
뭐 그런가보다 할 정도로 금방 익숙해졌지만...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아테네에는 고도 제한이 있어 고층 건물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시가지를 내려다보아도 스카이라인이라고 할 만한 것 자체가 없습니다. 대신 나즈막한 건물들 사이로 불켜진 가로등이 마그마가 흘러내리는 것 같은 야경을 만들어 냅니다. 독특하죠. 주말이라서 그런지 불빛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원래 관광지의 목이 좋은 곳에는 반드시 음식점이 자리잡고 있는데 리카비도스 언덕도 예외는 아니어서 전망이 좋은 곳은 어김없이 레스토랑과 카페가 자리를 잡고 있더군요. 얼마나 비쌀 지 대충 예상이 되어서 저희는 아예 고려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리카비도스 언덕의 야경을 충분히 구경하고 나서 천천히 걸어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거리를 달리는 차량의 숫자가 줄어들다 보니 더욱 을씨년스럽더군요. 가게들도 문을 닫은 곳이 많았습니다.
아테네 거리에서 특징적인 것은 신호등이었는데 보행신호로 바뀌면 깜박이지 않고 그대로 있다가 갑자기 빨간불로 바뀝니다. 게다가 그 시간이 매우 짧기 때문에 대체 어떻게 건널목을 건너라는 것인지 모르겠더군요.
신다그마 광장에 도착하니 여기는 확실히 사람들로 붐비는군요. Athens Plaza Hotel과 King George II Palace Hotel도 밤에 보니 볼 만 합니다.
국회의사당 앞에는 밤인데도 여전히 근위병의 모습을 보려는 관광객들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리카비도스 언덕에서는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았는데 신다그마 광장에 도착하니 배가 출출하더군요. 시간도 9시를 넘었고요. 그리스 사람들은 저녁을 늦게 먹는 편이라 대체로 9시부터 저녁을 먹는다고 하니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그건 아닌가? -_-a) 저희도 저녁을 먹기로 했습니다. 플라카 지구에 괜찮은 식당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나중에 알고 보니 Plaka 지구보다는 Monastiraki 지구가 더 낫더군요) 기왕 걷는 김에 플라카 지구까지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플라카 지구에는 노천 카페와 레스토랑이 많아서 거리 분위기가 한결 밝네요. 사람들도 많고요. 안심이 됩니다. ^^;;;
광장의 구석에 있는 노천 레스토랑에 들어갔습니다. 종업원이 가져다 주는 메뉴가 식사 메뉴가 아니더군요. 외국 여행객들은 자신들과 달라서 저녁 식사를 일찍하는 것을 알고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저희가 실망한 기색을 비치자 얼른 식사 메뉴를 가져다 줍니다. 센스쟁이~
제가 주문한 '무사카'입니다. 무사카는 다진 고기와 각종 야채를 올리브로 볶아서 위에 치즈를 얹은 그리스의 대표 음식으로 그라탕과 비슷합니다. 고소하고 맛있습니다. 사람에 따라 약간 느끼하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하지만 무려 8 유로나 합니다. ㅠ.ㅠ
Greek Salad입니다. Greek Salad는 그리스의 대표적인 샐러드로 우리나라에서 김치 먹듯이 많이 먹습니다. 피망, 토마토, 올리브를 썰어서 위에 페타 치즈(산양 젖으로 만든 그리스의 전통 치즈로 그리스산 치즈만 페타 치즈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를 얹어서 함께 먹습니다. 페타 치즈는 끈기가 없고 잘 부서지는 퍼석퍼석한 치즈로 햄버거에 넣는 슬라이스 치즈에 익숙한 분들은 식감이 좀 좋지 않다고 느끼실 겁니다. 어쨌거나 대부분의 식당에서 샐러드는 신선합니다. 6.5 유로.. ㅠ.ㅠ
사진은 못 찍었지만 Fried Sausage(5 유로)도 주문했습니다. 여기에서 처음 느꼈는데 우리가 흔히 짠맛이 나겠다고 예상한 음식을 그리스에서 주문하면 매우 많이 짤 것을 각오해야 합니다. 그래서 함께 나오는 오이, 토마토, 양상치와 함께 먹어야 했습니다.
보시는 것은 ALFA 맥주로 그리스에서 생산되는 맥주입니다. 맛이 참 부드럽더군요. 기린 맥주하고 비슷해요. 저희는 여행을 가면 항상 그 지역의 특산 맥주를 먹어보려고 노력합니다. 왜냐? 재미있잖아요. ^^
보니데가 ALFA 맥주를 주문하는 바람에 저는 아일랜드 레드 맥주인 McFarland를 주문했는데 이건 향이 너무 강해서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식사를 하고 나서 술을 한잔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자정이 넘었습니다. 내일이 휴일이라서 그런건지 그리스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설 줄 모르네요. 여기저기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 꽃을 피웁니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그리스 음악도 자꾸 들으니 팝송처럼 가락이 익숙해지네요. 아니면 술에 취해 편안하게 들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분좋게 취한 상태에서 숙소로 들어와 씻고 바로 잠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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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바이 공항의 던킨 도너츠에서 먹고 마신 것
- 아이스 라떼(Large) : 15 DH
- 아메리카노(Large) 2잔 : 10*2=20 DH
- 먼치킨(25pcs) : 15 DH
= 50 DH = 10.7 유로
* 폴라포 2개 : 1*2=2 유로
* 파워에이드 2개 : 2.2*2=4.4 유로
* 리카비도스 언덕 케이블카 요금 : 5.5*3=16.5 유로
* 플라카 노천 레스토랑에서 먹은 저녁 식사
- Fried Sausage : 5 유로
- 무사카 : 8 유로
- Greek Salad : 6.5 유로
- ALFA 맥주 2병 : 4*2=8 유로
- McFarland 맥주 : 6 유로
- 진토닉 2잔 : 3*2=6 유로
= 39.5 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