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으로 여행을 갈 때마다 숙소에서 wake-up call을 부탁하는 것도 은근히 스트레스라서 이번 그리스 여행 때는 한 손에 쏙 들어가는 미니 자명종을 사 들고 갔는데 시차 적응이 안되었는지, 아니면 아직 긴장이 덜 풀려서 그런지(주로 후자인 경우가 많지만) 6시도 안 되었는데 저절로 잠에서 깨더군요. ㅠ.ㅠ
머리는 맑았지만 온몸이 누구에게 두들겨 맞은 것처럼 찌뿌드드한 것이 컨디션이 영 좋지 않았습니다. 에구구~ 겨우 둘째날인데 앞으로의 일정이 걱정이 되네요.
아킬레스 호텔의 아침 식사 시간은 7시부터 10시라서 일찍 일어난 김에 7시에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습니다.
체크인을 할 때 봤던 것 보다 아담하네요. 아침 일찍이라서 그런지 식당은 한산합니다.
메뉴는 정갈합니다. 시리얼과 요구르트를 먹을 수 있고 각종 쨈과 쿠키, 빵이 차려져 있네요.
소시지와 오믈렛, 그리고 Greek 커피가 맛있습니다. 든든히 먹고 방으로 올라와서 짐을 싼 후 나갈 채비를 하고 8시 30분 쯤 길을 나섰습니다. 12시 비행기로 산토리니로 가야 했기 때문에 오전에는 Flea market(벼룩 시장)만 가볍게 둘러보고 오기로 했습니다.
Flea market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사원입니다. 낡아서 유적인 줄 알았는데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을 보니 지금도 사용을 하는 모양입니다.
Flea market도 아테네 대부분의 지역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입니다. Lonely Planet에는 '주일'에만 여는 시장이라고 되어 있지만 느낌이 평일에도 열 것 같았습니다. 아테네를 찾는 관광객의 수가 얼마인데 주일에만 열겠습니까?
오전 7시에서 오후 2시까지만 문을 여는 시장이라고 해서 일부러 일찍 간 것인데 가게문을 연 곳이 거의 없습니다. 역시나 게으른 그리스인들... -_-;;;
시장도 어김없이 그라파티로 도배가 되어 있습니다. 여기는 그나마 볼 만 하네요.
하는 수 없이 Ancient Agora만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Ancient Agora는 Flea market과 연결되어 있습니다(Adrianou북쪽 지구). 철길을 중심으로 왼쪽이 Adrianou지구이고, 오른쪽이 Ancient Agora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12 유로짜리 패키지권(combination ticket)을 끊으면 하루동안 아크로폴리스를 포함해 대부분의 유적을 볼 수 있으니 확실히 이득이지만, 저희에게는 시간이 더 소중하기 때문에 마지막 날에 아크로폴리스에 집중하기로 하고 오늘은 온 김에 Ancient Agora만 먼저 보기로 했습니다. Ancient Agora의 입장료는 1인당 4유로입니다.
Ancient Agora에서 바라본 아크로폴리스의 모습입니다. 별로 멀지도 않습니다. 쉬엄쉬엄 올라가면 될 정도의 거리죠.
Ancient Agora 내부에도 송아지만한 개들이 어슬렁거리거나 길 한가운데 누워서 자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들개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밥을 주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을 보니 이것도 관광 상품의 하나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낯선 사람을 별로 가리지 않지만 워낙 덩지가 커서리 동물을 좋아라하는 저도 쉽사리 접근을 못하겠더군요.
그리스 유적에는 유적 감시인(?)으로 보이는 직원들이 사각지대가 없도록 배치가 되어 곳곳에 앉아 있습니다(위의 사진을 보시면 하얀 초소같은 것이 보이실겁니다) 이들은 유적에 대해 설명을 해주는 일을 하는 것은 아니고 주로 관광객들이 유적을 함부로 만지지 않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참 속편한 직업인 것 같지만 저보고 하라면 심심해서 죽을 것 같습니다.
Ancient Agora는 소크라테스가 청년들을 대상으로 토론법을 가르치던 곳으로 상업, 행정, 입법 지구였던 유적입니다.
복원이 된 Stoa of Attalos와 그나마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대장장이 신 헤파에스토스 신전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적은 말 그대로 폐허에 가깝기 때문에 볼 것이 거의 없습니다. 헤파에스토스의 아내인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바람을 피웠던 전쟁신 아레스의 신전도 토대만 남아 있고(헤파에스토스신이 열받아서 다 때려부쉈는지도~ ^^;;;), 아폴로 신전도 지도와 표지판이 없었다면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존재감이 없더군요.
헤파에스토스 신전은 대장장이 신답게 튼튼하게 지어져서 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실제로 신전의 안쪽이 시커멓게 그을린 것은 신의 풀무때문이 아닐까요? ^^
헤파에스토스 신전에서 내려다 본 전쟁신 아레스의 신전입니다. 그냥 터만 남아 있습니다. 인생무상~
아레스 신전의 건너편에는 Stoa of Attalos가 있습니다.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왼쪽에는 어제 저녁에 오른 리카비도스 언덕이 보입니다. 사진의 오른쪽 아래에 석상 하나가 보이시나요? 바로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석상입니다. 가까이 가 보겠습니다.
얼굴과 팔이 모두 훼손되었지만 옷깃의 주름과 갑옷의 정교한 세공이 인상적입니다.
The Church of the Holy Apostles입니다.
자세히 읽어보고 싶었지만 시간도 촉박하고 무엇보다도 교회 앞에 유적 감시인들이 진을 치고 있어서 뻘쭘하더군요. 그래서 그냥 통과했습니다.
아직 복원에 사용되지 않은 유적의 일부를 이렇게 보관해두었습니다.
교회 앞에 있는 벤치입니다. 보아하니 복원하다가 남은 짜투리를 갖고 그대로 만든 것 같습니다. 역시 반질반질거리는 대리석입니다. 앉으니 엉덩이가 시원하네요. ^^;;
Stoa of Attalos는 최근에 복원되었는데 조각상들이 진열된 회랑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꽤 넓습니다. 역시 반질반질한 대리석입니다. 비라도 오면 미끄러지는 것을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건 헤라클레스의 상이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생각보다 평범한 몸매지요? ^^;;;
이건 아르테미스 여신인지, 아프로디테 여신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승리의 여신 NIKE의 두상입니다. 가장 깨지기 쉬운 부위가 코라서 그런지 역시 이 조각상도 코가 깨져 있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상당히 양호한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돌아다니던 중에 우연히 마주친 거북이 녀석입니다. 육상 거북같은데 껍질을 쓰다듬어도 목만 살짝 집어넣을 뿐 느긋합니다.
Ancient Agora 위쪽으로 계속 올라가면 아크로폴리스로 바로 연결되지만 시간 관계 상 Stoa of Attalos까지만 보고 다시 Flea market으로 돌아왔습니다.
아까보다는 문을 연 가게도 많고 활기차네요.
마리오네뜨 인형을 파는 가게입니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고 예뻤지만 여행 중에 거추장스러운 짐이 될 것 같아서 사지는 않았습니다. 보니데는 산토리니에서 맨다고 파란 색깔의 가방(13 유로)을 하나 샀습니다.
Flea market의 입구는 Monastiraki 역으로 바로 연결되는데 입구에는 과일을 파는 노점상이 있습니다. 다른 과일이야 한국에서도 먹을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엄청나게 비싼 체리를 무려 1kg에 2 유로 밖에 안 되는 가격으로 팔고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그리스 체리는 잘 익은데다 아주 달고 맛있습니다. 게다가 정말 엄청 착한 가격이죠. 간식으로도 훌륭합니다. 1kg이 너무 적어서 나중에 아테네로 돌아왔을 때 또 사서 먹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다시 말씀을 드리겠지만 Flea market 입구의 노점상을 이용할 때에는 아주 조심해야 합니다. 이 날은 다행히 괜찮은 체리를 샀지만 마지막 날 아테네로 돌아와 샀을 때에는 저희도 사기 상술에 당했습니다. 방법이 아주 치사하더군요.
호텔로 돌아와 체크아웃을 하고 주일에만 있다는 대규모 근위병 교대식을 보러 국회의사당 앞으로 갔지만 11시 45분에 한다는 말과 달리 아무런 변화가 없어서 조금 기다리다가 공항으로 가기 위해 X95 버스에 올랐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11시 45분이 아니라 11시에 한다고 하더군요. 흑~ ㅠ.ㅠ X95 버스는 15분 간격으로 있다고 하니 운행 간격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아테네 공항은 국내선 발권 카운터도 엄청 넓기 때문에 헤매지 마시고 곧장 게시판으로 가서 check in counter를 확인하고 이동하는 것이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입니다.
저희가 아테네에서 산토리니로 이동하는데 이용한 에게안 항공(
www.aegeanair.gr)은 그리스의 아시아나 항공인데 다행히 카운터가 붐비지 않아서 기다리지 않고 쉽게 발권을 받았습니다. 창구의 직원도 그리스인치고는 친절한 편이고요. 국내 항공도 역시 액체 기내 반입이 금지되고 10kg이 넘으면 무조건 수하물로 부쳐야 합니다.
발권을 하고 짐을 부친 후 공항 내 카페에서 커피와 쥬스를 마셨습니다. 공항인데도 그릭 커피는 역시 맛있더군요. 그런데 쌉싸름한 맛이 나는 bitter orange음료는 무려 2.2유로~ 용량도 '미에로 화이바' 정도~ 정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비쌌습니다. ㅠ.ㅠ
저희가 타고 갈 에게안 항공의 비행기는 쌍발 제트기로 시설도 쾌적하고 승무원들도 친절해서 좋았습니다. 11시 50분에 이륙해서 12시 15분에 산토리니 공항에 내렸습니다. 25분 정도 밖에 안 걸리더군요. 이륙하자 마자 내릴 준비를 해야하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라고 할까요?
기내에서 저희 바로 뒤쪽에 앉은 털복숭이 남자가 옆에 앉은 여자에게 계속 작업을 걸더군요. 여자도 싫지 않은 듯 남자가 친근함을 가장해서 무릎을 만지는데 웃으면서 맞장구를 치고~ 안 보려고 해도 워낙 눈에 띄게 작업을 하는지라~ 짧은 비행시간인데도 매우 유용하게 활용하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