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리니 공항은 작고 아담한 크기의 공항이기는 하지만 활주로가 꽤 넓고 항공기가 공항 청사까지 직접 들어오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활주로 한복판에 내려서 공항버스를 타고 청사로 이동을 해야 합니다.
수하물로 미리 부친 짐을 찾고 공항 밖으로 나왔는데 조금 게으름을 부린 탓으로 사람들이 제각각 뿔뿔이 흩어져 공항 밖은 썰렁했습니다. 픽업 서비스를 신청해 두었는데 아무도 저희를 찾는 사람이 없어서 잠시지만 걱정을 했습니다. 알고 보니 저희가 하도 안 나오니까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이더군요. ^^;;;
호텔에서 보내준 미니버스는 새것이고 직원도 친절했습니다. 저희가 산토리니에 머무는 동안 이용했던 파노라마 호텔은 피라 마을에 있는데 일반 호텔과 수트(Suite)로 나뉩니다. 수트는 실내 풀장이 딸린 곳으로 주로 신혼 여행자들이 많이 이용하죠. 저희도 파노라마 수트를 이용하는 한국인 신혼부부와 함께 이동했습니다. 호텔 바로 앞까지 차량이 들어갈 수가 없기 때문에 진입로에서 내렸습니다. 역시 직원이 마중나와 있더군요.
저희가 산토리니에 있었던 2박 3일동안 이용한 파노라마 호텔은 시설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니지만 전망 하나는 확실히 대단합니다. 산토리니는 원래 숙박 업소의 가격이 전망에 따라 많이 좌우되다고 합니다. 베란다가 2명이 겨우 앉을 정도로 좁기는 하지만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쪽빛 에게해의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베란다로 나가 왼쪽을 본 모습입니다. 오후라서 화려한 모습이 덜하지만 햇살이 부서지는 아침의 모습은 정말 장관입니다. 호텔과 식당들이 피라마을의 서쪽 절벽을 빼곡하게 메우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오른쪽을 본 모습입니다. 깎아지른 절벽이 멋집니다. 사진의 아랫쪽을 보시면 조그마하게 움직이는 케이블카의 모습도 찾으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쪽 바다 건너에 보이는 마을이 일몰로 유명한 이아 마을입니다. 이따가 저리로 갈 겁니다. ^^
일단 간단히 손빨래만 해서 널어놓고 마을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욕실의 타일도 올리브 문양이군요. ^^
바다색이 정말 예술입니다.
대형 크루즈선은 선착장까지 들어올 수가 없기 때문에 관광객을 실은 자그마한 보트가 끊임없이 선착장과 크루즈선 사이를 왔다갔다합니다. 산토리니에서는 밤에는 한 척도 보이지 않던 크루즈선이 새벽이 되면 어디에선가 여러 척이 마술처럼 나타난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멀리 옛날 화산활동으로 산토리니에서 분리된 화산섬 2개가 보입니다. 항구 가까이에 있는 돛대 달린 범선은 바로 이 화산섬 투어를 하는 배들입니다.
햇살이 쨍해서 그런지 마을의 모습에도 생동감이 더 넘치는 것 같습니다.
Fira 마을은 마을 끝에서 끝까지 걸어서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넓이입니다. 대부분의 건물은 하얀색과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어 통일감이 있습니다. 자주 페인트를 다시 칠하는데 워낙 건조하고 햇볕이 좋아서 2시간 정도면 다 마른다고 하죠. 그리스 정부에서 관광 진흥을 위해 시설유지비 조로 지원금을 준다고 합니다.
피라 마을의 중심부라고 할 수 있는 사원의 모습입니다. 왼쪽에 독특한 형태의 구조물은 일종의 쇼핑몰로 들어가는 입구로 우리나라로 치자면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 정도가 되겠습니다.
사원 앞으로 지나가는 도로는 선착장에서 연결되는데 크루즈 승객들이 단체 관광을 하는 루트입니다. 주로 귀금속 상점이 양쪽으로 늘어서 있습니다. 그리고 골목으로 한 블럭만 들어가면 다양한 기념품 샵과 음식점들이 있죠.
산토리니에서도 개들은 태평성대를 구가하고 있더군요. 아무데서나 원하면 이렇게 자빠져서 놉니다. -_-;;;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보니 배가 고프더군요.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Lonely Planet에서 추천한 '니콜라스'입니다. 상당히 찾기 어려운 곳에 숨어 있더군요. 골목 구석에 있는데다 간판도 눈에 잘 띄지 않아서 애 좀 먹었습니다.
인테리어는 그냥 평범합니다. 크기도 아담한 편이고요.
칼라마리(9 유로)입니다. 오징어를 썰어서 올리브 오일에 익힌 그리스의 대표 음식으로 먹을만 합니다. 그리스에서 먹은 음식 중에 가장 짜지 않았던 요리로 기억합니다. 역시나 밥이 날라가는 안남미라서 안습~
일종의 오징어 덮밥인데 양이 적은데도 8 유로나 합니다. ㅠ.ㅠ 맛은 있었지만 정말 너무 비싸더군요.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닭고기로 된 요리인데 콩깍지가 많이 들어간 건강식(틀려~)입니다. 맛있지만 역시 양이 너무 적었습니다. 그런데도 무려 9 유로...
그 밖에 와인(4 유로), 물(2 유로)을 시켰습니다. 물가가 비싼 그리스에서도 산토리니와 미코노스 같은 유명 관광지는 물가가 더욱 비싸다고 합니다. 밥 한번 먹고 확실하게 절감했습니다.
와인은 자그마한 주전자에 나와서 따라 먹더군요. 꼭 우리나라에서 새참 때 나오는 막걸리 먹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방도, 홀 서빙도 모두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들이 하시는데 퉁명스럽고 불친절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제가 주문하면서 음식에 대해 물어보니(메뉴판에 영어가 한 글자도 없습니다) 제 영어 발음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영어를 능숙하게 못하면 아주 불편할거라고 원하지도 않는 충고를 하시네요. 그것도 아주 기분나쁜 어투로... 어이 없어서~ 게다가 백인 할머니에게는 아주 다정스럽게 대하는 것을 보고 정나미가 다 떨어졌습니다. 동양인이라고 차별하는건지... 음식은 그런대로 입에 맞았지만 비추인 곳입니다. 무슨 욕쟁이 할머니네도 아니고 그리스까지 가서 기분나쁘게 음식을 먹어야겠습니까? 아주 불쾌한 경험이었습니다.
저희가 조금 늦게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씨에스타 시간이 되자 가게 문 앞에 의자를 가져다 놓아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경고하고 멋모르고 들어온 관광객은 여지없이 쫓아냅니다. 쩝...
니콜라스는 절대 비추인 식당입니다. 나중에 소개할 Stani가 백배 더 낫습니다.
이렇게 늦은 점심을 먹고 5시 15분 쯤 그 유명한 일몰을 보기 위해 이아 마을로 출발 했습니다.
피라 마을의 버스 정류장에 가면 시간표가 붙어 있습니다. 이아 마을로 가는 차편은 30분마다 있고 요금은 1인 당 1.2 유로입니다. 버스표는 매표소(매표소라기보다는 information booth라고 봐야죠)에서 파는 것이 아니라 버스를 타면 매표원이 차 안에서 직접 팔기 때문에 일단은 버스에 그냥 타면 됩니다. 이아 마을까지는 20분 정도 가는데 신형 벤츠 버스라서 에어컨도 빵빵하고 타고 갈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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