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독립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도박자의 품을 떠나 홀로 서는 것만이 진정한 독립은 아닙니다. 오히려 도박자와 상관없이 자신의 삶이 행복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독립입니다.
진정한 독립을 위해서는 경제적 자립과 정서적 독립, 이 두 가지 과제를 모두 달성해야 합니다.
맞벌이 가정이라면 외벌이 가정에 비해 좀 더 나은 형편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도박자가 벌어오는 생활비에 의존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최소한 수입이 반토막 난다는 이야기라서 상당한 긴축 재정을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죠. 특히 전적으로 도박자의 수입에만 의존하던 외벌이 가정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당장 기본적인 생계를 위협받을 수도 있거든요.
어찌되었든
도박자의 수입이 전혀 없는 상황을 가정하고 생존할 수 있는 자립 수단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실제로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그만두지 않는다면 집으로 들어오는 수입이 끊기는 것은 시간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독립을 위해서는 경제적 자립 뿐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독립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인생이 도박자와 단단히 연결되어 있고 땔래야 땔 수 없다는 속박된 느낌, 도박자가 잘못 되면 자신도 큰일 난다는 위기감, 도박자가 고통받을 때 나만 행복할 수 없다는 부적절한 죄책감, 이런 것들이 모두 정서적 독립을 방해하는 감정들입니다. 그런데 정작 이런 감정들은 도박 중독자의 치유를 방해합니다. 왜냐하면 이처럼 고통받는 가족들을 도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도박으로 돈을 따는 거라고 도박자가 착각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서적 독립을 통해 도박자가 가족들을 부러워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박자가 없는 삶이 행복할 수 있을지부터 생각해봐야 하고 자기 계발이나 여가 활동을 통해 살아 있다는 느낌, 행복감, 충만감을 경험할 필요가 있습니다. 도박자와 단단히 묶인 느낌이 공동 운명체라는 절실한 감정은 생겨나게 도와줄 수 있어도 도박자와 자신을 치유하지는 못한다는 걸 명심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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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중독 전문기관에 상담을 받으러 온 가족들은 대부분 몇 차례의 재발을 거치면서 도박자에게 돈을 주는(도박 빚을 대신 갚는 대위 변제이건, 도박 자금을 마련해 주는 것이건 간에) 것이 전혀 효과가 없다는 걸 이미 체험하였기 때문에 돈을 주지 말라는 조언을 굳이 할 필요가 없지만 도박자의 도박 사실을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가족의 경우에는 한번만 기회를 달라는 도박자의 간청을 뿌리치는 것이 쉽지 않고 빚을 갚아주면 정말 정신을 차리고 도박을 그만두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마련입니다.
현실적으로 도박 중독자에게 돈을 주는 건 마약 중독자에게 마약을 쥐어주는 것과 같아서 도박자가 아무리 그 돈을 정말 치유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쓰겠다고 의지를 굳건히 다지고 있다고 해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통제가 되지 않는 도박 중독의 특성 상 도박자가 자신이 최초 마음먹은 대로 그 돈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희박한 일입니다.
대위 변제를 할 때 도박자를 거치지 않고 채권자를 직접 만나 빚을 갚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도박자들이 빚의 내역을 모두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가족들의 의도대로 모든 빚을 완전히 갚는 것조차 불가능하죠.
게다가 가족이 대신 빚을 갚아주면 안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그건 도박 중독 치유의 가장 큰 원칙을 어기게 되기 때문인데 가족이 도박자의 빚을 대신 갚으면 도박자가 자신의 행동 결과를 책임질 기회를 가족들이 빼앗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어 도박자의 무책임이 심화되며 결과적으로 도박 중독 문제가 악화됩니다.
그래서 도박 중독 치유와 관련된 모든 연구 결과와 문헌에서는 가족들이 가장 주의해야 할 행동으로 도박 빚을 대신 갚는 것을 꼽습니다. 그러니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도박 빚을 대신 갚아주는 것을 마약 중독자의 손에 마약을 쥐어주는 것만큼이나 심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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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인 문제로 뒤통수를 얻어맞기 전까지 도박과 도박 중독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가족들이 주변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대처 방법은 사실 두 가지 밖에 없습니다. 헤어지는 것과 참고 사는 것.
주변 사람들도 가족들만큼이나 도박 중독에 대해 모르는 건 마찬가지 상황인데 가족들 입장에서 헤어지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차라리 속는 셈 치고 빚을 갚아주거나 도박자의 말을 믿어보는 것이 오히려 해 볼만한 도박일 겁니다.
특히 시댁, 친정 따질 것 없이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어른들이 종용하는 경우 많은 배우자들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자신의 역할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쉬운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도박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 이 상황을 수용(accept)하는 것과 자신을 희생(sacrifice)하는 것이 전혀 다르다는 걸 아는 것입니다.
수용한다는 건 도박 중독의 문제가 도박자로부터 비롯되었고 그 문제를 해결할 일차적인 책임도 도박자에게 있다는 것,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치유의 원칙을 일관되게 지키면서 도박자 역시 그 원칙을 잘 지킬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희생은 수용과 달리 가정을 깨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기울이는 것에만 초점이 맞추어지는 것입니다. 도박 중독이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는 깨달음이 없기 때문에 그저 가정을 깨지 않기 위해, 이 창피한 일이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도박자가 직장에서 잘리는 일이 없도록, 필요하다면 도박자의 공범이 되거나, 변명과 거짓말을 하거나, 빚을 대신 갚는 것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뒤집어 쓸 수 있다는 각오를 하는 것이죠. 당연히 그 결과로 희생은 이 모든 것의 원인인 도박 중독 문제를 해결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기만 합니다.
수용은 희생이 아닙니다. 수용은 치유의 원칙을 지켜 도박 중독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지만 희생은 그저 자신을 던져 가정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뿐입니다. 하지만 수용 없는 희생은 또 다른 불행을 가져오게 됩니다.
희생이라는 단어를 잊으세요. 도박 중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희생이 아닌 수용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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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가족들이 열심히 도박 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해도 치유의 열쇠는 결국 도박자가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도박자가 치유의 길에 들어서는 것이 관건인데 문제는 자신이 도박에 중독되었다는 인식이 없는 도박자를 가족들이 어떻게 설득하는가입니다.
도박자는 도박 중독이 병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해도 자신이 그 병에 걸렸다는 건 인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래서
가족들이 도박자를 설득할 때 중독, 정신병, 병원, 치료와 같은 용어를 사용하면 거부감만 일어나게 되죠. 이보다는 좀 더 순화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인데 예를 들어 도박 중독보다는 도박 문제, 치료보다는 상담과 같은 용어를 사용하는 겁니다. 도박자를 설득하는 이유가 도박자를 치유의 길로 들어서게 하는 것이지 도박 중독자라는 낙인을 찍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박자가 전문기관을 방문하는 걸 극구 꺼리는 경우에는 현재 어떤 상태인지 살펴보기 위해 일단 평가만이라도 받아보자고 설득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도박 중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도박자라도 뭔가 잘못 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 정도는 경험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알고 싶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선택은 도박자의 몫이라는 걸 강조하는 것입니다. 상담을 받겠다고 결정하든, 아무 것도 필요 없다고 거부하든 간에 모든 결정은 도박자가 스스로 내려야 합니다. 도박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없다면 어떤 방법이든 간에 치유 효과는 반감되게 마련입니다. 또한 도박자가 스스로 선택하게 해야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가족을 탓하는 걸 방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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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게 됩니다. 왜냐하면 사공들이 제각기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배를 몰고 가려고 하니 정작 배가 가야 하는 방향과는 상관없는 산으로 올라가게 되는 것이죠.
도박 중독 치유에 있어 사공은 누구일까요? 도박 중독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사람이 사공이 될 수 있습니다. 가깝게는 배우자, 부모, 형제, 자녀이고 친한 지인이 사공이 될 수도 있죠. 그렇다면 과연 도박 중독이라는 배는 어떤 사공이 몰아야 하는 걸까요?
그 답은 도박 중독이 누구의 문제인가를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도박 중독은 일차적으로 도박자를 중심으로 한 현 가정의 문제입니다. 도박자가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었다면 도박자와 배우자, 자녀로 이루어진 가정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또 도박자가 미혼이라면 도박자와 부모님, 분가하지 않은 형제자매로 이루어진 가정의 문제일 겁니다.
그러니 현 가정에 속하지 않은 사람은 일단 뒤로 물러서는 것이 도박 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도박 중독의 전문가가 아니라면 더더군다나 그래야 할 겁니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은 돕지 않는 것이 오히려 도박자를 돕는 것일 수 있는 것이죠. 도박 중독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돕는다고 나선다면 아무래도 효과가 불확실한 민간 처방에 의존할 가능성이 커지게 마련이거든요. 그러니 도박자와 그 가정을 돕고 싶다면 마음으로만 응원하고 치유는 전문가와 전문기관에 맡기는 것이 현명한 행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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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현 현상은 우리의 몸이 좋은 영양 물질을 섭취하게 되면 생체 기능이 조절됨에 따라 몸 안의 독소가 배출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몸 상태가 안 좋은 것처럼 느껴지는 걸 주로 한의학에서 일컫는 말입니다. 잠시 눈앞에 캄캄해지고 어지러운 것 같은 느낌을 받는 등의 증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도박 중독 치유에서도 명현 현상과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쉬지 않고 열심히 하던 도박을 갑자기 중단하고 나면 잘 되던 주의 집중이 안 되거나 짜증이 늘고 잠자리도 불편해 뒤척이게 되는 등 여러 가지 금단 증상이나 문제가 갑자기 새롭게 나타날 수 있죠. 때로는 갑작스럽게 도박 충동이 강해질 수도 있어 내가 제대로 치유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모두 명현 현상의 일종입니다. 제대로 된 치유의 길로 들어섰기 때문에 도박에 익숙해진 몸과 마음이 저항하는 것이죠. 오히려 아무런 명현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더 문제인 것이니 지금까지 해오던대로 꾸준히 일관되게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치유의 원칙과 기준을 일관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지켜나간다면 명현 현상은 곧 사라지고 진정한 회복의 길로 들어서게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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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관리 능력이 상실되는 도박 중독자가 이를 회복하기 위해 맨 먼저 해볼 수 있는 방법으로는 현금 출납부를 쓰는 것입니다. 실제로 해 보면 이것마저도 그리 쉽지 않다는 걸 금방 알게 되죠.
모든 도박 중독자가 그런 것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지금까지 도박 중독자를 상담하면서 가계부나 현금 출납부를 써 온 사람을 만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열심히 써 왔지만 도박에 중독되면서 포기한 것인지, 아니면 도박에 중독되기 이전부터 현금 출납부를 쓴 적이 없는 것인지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중요한 건 도박 중독 치유 과정에서 재정 관리 능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현금 출납부를 꼭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조금 심하게 말한다면 현금 출납부를 쓰는 것 하나도 못 하면서 도박 중독이 치유될거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한 욕심입니다.
현금 출납부를 쓰는 것이 도박 중독 치유에 효과적인 방법이 되는 이유로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는데요.
첫째, 현금 출납부를 쓰는 것은 무엇보다도 가족의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일단 눈에 띄는 행동일 뿐 아니라 돈 씀씀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므로 가족들이 좋아할 수 밖에 없죠. 도박 중독이 은밀한 중독이라는 점을 상기해보면 왜 공개적인 현금 출납부를 쓰는 것이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되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겁니다.
둘째, 현금 출납부를 쓰게 되면 도박을 하면서는 전혀 알지 못했던 자신의 돈 씀씀이를 확실히 알게 됩니다. 최소한 자신이 용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고 있는지를 알게 되니 수입과 지출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게 되고 빚을 갚기 위한 계획 수립의 배경 지식을 쌓게 되며 이를 통해 알게 모르게 책임감도 생기게 됩니다.
셋째, 도박을 하면서 돈 씀씀이가 커진 도박자는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 맨다고 해도 용돈이 부족할 수 밖에 없죠. 그러나 그렇다고 무턱대고 용돈을 올려 달라고 하면 가족에게 좋은 소리를 들을 리가 없습니다.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돈 타령이나 한다고 타박 듣기 일쑤겠지요. 현금 출납부를 꼼꼼히 쓰면 긴축 재정을 통해 절약한 결과로 부족해진 용돈 인상을 당당히 요구할 수 있어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게 됩니다.
재정 관리 능력을 배양한다는 게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용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현금 출납부를 쓰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러니 도박 중독자는 현금 출납부라도 꼭 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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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가 이제는 도박을 끊겠다고 장담을 해도 정작 도박을 하는지, 하지 않는지를 알 길이 없는 가족 입장에서 도박 중독자가 나아지고 있다고 믿을 만한 행동은 대체로 도박과 상관없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매일 도박하느라 외박하고 집을 비우던 사람이 일찍 일찍 들어오고, 집에 들어오면 아이들과 잘 놀아주고, 주말에는 가족과 외식도 하고, 집안일도 솔선수범해서 도와주는 것들이 바로 그런 행동들이죠.
그런데 도박과 상관이 별로 없어 보이지만 가족들의 마음에는 흡족한 행동을 하는 도박 중독자가 있다면 그가 도박에서 확실히 벗어났다는 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요?
도박을 하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가족이 판단할 수 있는 기준으로는 이런 행동들이 유일한데 과연 바른 행동을 하는 도박자는 도박 중독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일까요?
도박 중독자는 도박에 빠져서 다른 모든 것을 잊어버린 사람들이죠. 바꿔 보면 도박 중독자가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 바로 도박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니 제대로 치유되지 않은 도박 중독자는 도박을 제외한 어떤 행동이든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유지하지 못합니다.
도박자가 가족의 마음에 드는 행동을 하고 있다면 그가 상황에 따라 바뀌지 않고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꾸준히 하는지만 유념해서 보시면 됩니다.
만약 그렇다면 그는 도박 중독의 늪에서 빠져나오고 있다고 봐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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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결정 저울로 번역되는 Decisional Balance는 도박 중독 뿐 아니라 변화 유발에 필요한 추진력을 만들어 내기 위해 많이 활용되는 기법입니다.
4개의 영역으로 나누어 한 축에는 장점과 단점을, 다른 축에는 변화하고자 하는 특정 행동이나 습관의 변화와 불변을 기입하여 교차 분면에 적힌 내용을 조사함으로써 변화 동기를 끌어내는 방법이죠.
그런데 이 방법을 도박 중독자에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하나는
타이밍입니다. 얼핏 보기에 변화 동기를 끌어내는 방법처럼 보이기 때문에 상담 초기에 섣불리 적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탐색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더라도 실질적인 효과가 적습니다. 왜냐하면 상담자와 충분한 신뢰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도박을 계속할 때의 장점' 영역과 '도박을 그만 두었을 때의 단점' 영역을 기입할 때 도박자가 충분히 탐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나온 결과만 보고 '도박을 그만둘 때의 장점', '도박을 계속할 때의 단점'이 상대적으로 많이 나왔다고 해도 도박자가 전적으로 인정하지 못하는 결과이기 때문에 행동 변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게 줄어듭니다.
두 번째로 고려해야 하는 건
이 방법을 적용하고 난 뒤에 단순히 탐색해 찾은 내용의 양으로만 비교하는 것에서 그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도박으로 돈을 딸 가능성을 크게 평가하는 도박 중독자일수록 단 한 번의 베팅 성공으로도 decisional balance에서 발견한 모든 단점을 상쇄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도박을 해서 돈을 따는 경우에 어떻게 될 것인지, 그 뒤를 따르는 공허감과 허무함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다루는
의미 치료적 접근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다른 글에서도 여러 차례 강조했던 것 같지만 기법은 어디까지나 기법일 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일련의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상담자는 호흡을 길게 하면서 좀 더 멀리 내다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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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 두 가지가 '거짓말'과 '무책임'이라는 건 익히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도박자가 무책임하지 않고 거짓말도 하지 않는다면 도박 중독이라고 진단할 수 없다고까지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만큼 거짓말과 무책임 문제는 도박 중독 치유에 있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박 중독이 치유되었느냐를 가늠하는 기준 중 하나도 매사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거짓말하지 않고 진실되게 사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도박 중독자의 무책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까요?
지금까지 도박을 하면서 항상 선택만 하고 통 책임을 진 적이 없으니 이제부터는 당신이 한 행동에 책임을 지라고 강요하고 거세게 몰아붙이면 될까요?
도박 중독자가 무책임해진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도박자가 책임질 겨를도 없이 가족들이 온통 나서서 모든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었던 것이 버릇이 되어 그럴 수도 있고 크게 한번 따기만 하면 한번에 보상할 수 있다고 도박자가 착각하기 때문에 책임지는 것을 계속 미루다 보니 책임질 기회를 놓쳐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유들은 아무래도 사소한 것이고 근본적인 이유는 도박으로 인해 자율성을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겉으로는 징크스만 잘 지키면 행운의 여신도 불러들일 수 있는 것처럼 도박자를 착각하게 만들어 기고만장해지지만 실상은 도박자의 모든 자율성을 빼앗고 움쭉달싹 못하게 옥죄어 버리는 것이 도박의 속성입니다. 사실 도박판에서 도박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시피하니까요. 도박자가 할 일은 그저 도박 산업이 만들어 놓은 판에서 시키는대로 놀아나는 것 뿐입니다. 본인만 그 사실을 제대로 모를 뿐이지요. 하지만 중독될 정도로 도박에 탐닉했다면 자율성을 빼앗긴 허수아비와 같은 신세가 되는 건 피할 수 없는 귀결입니다.
가끔 도박을 그만 둔 도박자가 집에서 너무나 무기력한 모습으로 아무것도 자발적으로 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하는 가족들이 많습니다. 자율성을 잃어버린 도박 중독자라면 오히려 그것이 당연한 모습인 겁니다.
그래서 치유 과정에서 도박자의 무책임 문제를 해결하려면 아주 사소한 것부터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상담을 예약하고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자발적으로 연기하는 것에서부터, 상담을 할 때 어디에 앉는 것까지 보통 사람들에게는 별 것 아닌 것까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기르는 연습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도박자의 자율성이 증진되면 가족들의 불신이 점차 사그러드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습니다. 그러니 자율성을 증진하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치유 초기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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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은 신체 질환과는 달라서 종양을 수술로 제거하듯이 도박 생각이 나지 않게 할 수도 없고 치료의 과정이 구조화되어 있어 1단계를 마치면 2단계로 넘어가고 그 다음에 회복 과정으로 들어가는 식으로 체계적으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치유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도 너무 많기 때문에 입구와 출구가 하나라고 해도(그렇지도 않지만) 동굴 안의 갈림길이 무궁무진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험많은 상담자가 필요하고 그러한 상담자라도 자만하지 않고 항상 겸허한 마음으로 상담에 임할 필요가 있죠.
이처럼 도박 중독 치유 과정이 변화무쌍하기는 해도 도박자에게 꼭 필요한 두 가지 마음이 있습니다. 마음가짐이라고 할 수도 있고 느낌이라고 할 수도 있는 데 그건 바로 '후회'와 '부러움'입니다.
'후회'는 과거를 정리하는 데 필요한 마음이고 '부러움'은 미래의 희망을 꿈꾸는데 필요한 마음입니다.
미련과 한탄, 아쉬움을 동반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후회입니다.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자원인 시간을 낭비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감정이죠. '아, 이건 정말 아니다'라는 깨달음에서 나오는 후회는 그 때까지 계속 질질 딸려오던 미련과 집착을 끊어낼 결단력을 도박자에게 줍니다.
집착을 끊어내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도박 생각이 안 나는 것도 아니고, 도박 충동이 올라올 때 완벽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왜냐하면 어떻게 살고 싶다는 계획과 희망, 설레임이 없다면 강을 거슬러 보트를 저어 올라가듯이 조금만 힘이 빠지거나 게을러지면 다시 뒤로 후퇴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러움이 필요합니다. '나도 저렇게 웃고 싶다', '나도 저렇게 마음편히 살고 싶다'는 바램을 만드는 감정이 부러움이죠. 도박자가 과거를 잊고 희망찬 미래를 꿈꾸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부러움을 느낄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들과 상담자까지 먼저 행복해질 필요가 있는 겁니다. 도박자에게 부러움을 느끼게 만들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도박 중독자가 치유되는데 꼭 필요한 두 가지 마음, '후회'와 '부러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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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에게 도박을 하는 이유에 대해 물어보면 나름의 답을 들을 수 있습니다. 빚을 갚기 위해서라든가, 잃어버린 돈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든가, 한번만 크게 따서 자신이 가족들에게 입힌 피해를 조금이라도 보상하고 싶어서라든가 등등.
그런데 도박의 목표에 대해 물어보면 제대로 답을 하는 도박 중독자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10억을 모으려고 한다든가, 우리나라 바카라 최대 승률 기록을 세우려고 한다든가 하는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도박을 하는 도박자는 없죠. 왜냐하면 도박이라는 게임 자체가 목표가 없기 때문입니다. 목표를 세우려고 하면 가능은 하겠지만 승부의 결과에 돈을 걸게 되면서 목표가 흐려진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겁니다.
그래서
얼핏 보면 도박 중독자는 목표 중심적으로 도박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과정 지향적인 사람들입니다. 물론 과정을 즐기는 사람들은 아니고 순간 순간의 목표 달성에 목숨을 걸기 때문에 그 순간 순간을 연결해 보면 과정 지향적인 것처럼 보이는 것에 불과하지만요.
그렇기 때문에 도박 중독자를 치료하는 임상가들은 목표 지향적인 부분보다 과정 지향적인 것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12주 동안 CBT를 활용해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다는 비합리적인 신념을 교정하겠다는 식의 목표 중심적이고 구조적인 방법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입니다.
오히려 치유 과정에서 그동안 한번도 귀 기울이지 않았던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무장해제를 시키고 도박 및 도박과 관련된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도록 시야를 넓혀주고 좀 더 나아가 사는 의미, 자신이 꼭 지키고 싶은 가치관, 이런 의미와 가치관에 도박이 미치는 영향 등을 두루두루 살펴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도박에 빠졌던 과정과 도박 중독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도박 중독 치료는 목표 지향적인 것보다는 과정 지향적인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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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과 관련해 외국의 치료적 접근법을 살펴보면 반드시 포함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도박으로 돈을 딸 것으로 믿는 도박자의 신념을 인지적으로 교정하는 기법입니다. 이것을 좀 더 폭넓게 변형해서 결정 저울(decisional balance) 등으로 활용합니다.
이 기법의 전제는 도박 중독자가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없다는 것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도박 행동을 멈추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없다는 것을 확률을 배우는 아이들의 교과 과정에 포함시켜 가르치는 예방 교육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이건 우리나라에도 시급히 도입해야 합니다).
초기에 외국에서 활용되는 치료 기법을 그대로 도입해서 사용해보니 가장 잘 들어맞지 않는 것이 바로 도박으로 돈을 딸 것으로 믿는 비합리적인 신념을 교정하는 것이더군요.
나중에 알고 보니 심리치료나 상담을 통해 도움을 구하러 전문기관을 방문할 정도의 상태인 우리나라 도박자(개인적으로 외국의 도박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만)는 이미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없다는 것을 대부분 체험적으로 잘 알고 있었습니다.
물론 정말로 도박으로는 돈을 따는 것이 불가능한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도박자도 간혹 있습니다만 대부분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제동이 걸리지 않으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라서 외부의 도움을 받으러 오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언제부터인가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없다는 것을 도박자에게 이해시키는데 들이는 노력을 대폭 줄이고 오히려 돈을 딸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것이 도박자에게 어떤 의미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상담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게 더 효과적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요.
어느 정도 도박으로 쓴맛을 본 도박자가 도박을 하러 가기 전에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오늘은 딱 ~만 원만 하고 와야지'입니다. 왜 '~만 원만 따고 일어서야지'라고 하지 않을까요?
이미 도박으로 돈을 따고 일어서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든, 딸 수 있어도 중간에 멈출 수가 없어서 결국은 잃게 된다고 생각하든 상관 없습니다. 결과는 동일하니까요.
도박자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결국은 자신이 잃게 될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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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감위가 2007년에 출범한 이후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그동안 5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고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설립된 이후 본격적으로 가동할 때까지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입니다만 그동안 쌓은 치유, 예방의 노하우가 어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러나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설립되고 중장기 발전 계획대로 전국에 20여 개의 센터가 운영된다고 해도 해결되지 않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주말 상담'과 '병원 치료'문제입니다.
주말 상담은 도박자의 사회 적응과 가족의 상담 참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치유 서비스로 현재 사행사업체에서 운영하는 센터에서만 제공하고 있습니다. 주말 상담에 주력하던 한국 마사회 유캔센터가 이미 문을 닫았고 나머지 사행사업체 운영 센터의 폐소내지는 축소 운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사감위 센터가 주말 상담을 실시하지 않으면 직장을 다니면서 도박 중독을 치유하고자 하는 도박자와 그 가족은 상담을 받을 길이 없게 됩니다. 주중 야간 상담을 한다고 해도 임시방편일 뿐 모든 수요를 충족할 순 없습니다.
이런 실정인데도 사감위는 주말 상담을 할 계획이 없을 뿐 아니라 지방에 설립되는 지역 센터도 주말 상담을 하지 못하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물론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 운영 요일을 통일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거 저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도박자와 그 가족의 치유가 아닐까요? 사감위 중독예방치유센터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지 다시 한번 심사숙고하시기 바랍니다.
또 다른 문제는 병원 치료의 미제공입니다.
도박 중독은 행위 중독인 만큼 알코올 중독이나 마약 중독처럼 약물 치료에 큰 비중을 두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울증처럼 약물 치료가 필요한 공존 장애로 고통받거나 자살 충동이 너무 심해 단기간이라도 입원 치료가 필요한 도박자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사감위는 병원(외래, 입원) 치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지금까지 병원 치료가 필요해보이는 내담자는 모두 사행사업체에서 운영하는 센터로 넘겨 왔는데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사행사업체에서 운영하는 센터의 치유 업무가 축소되면 당연히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병원 치료부터 축소할 겁니다. 그러면 병원 치료가 필요한 내담자는 앞으로 어디에서 도움을 받아야 하나요?
솔직히 사감위는 그동안 사행사업체에서 운영하는 센터들이 주말 상담, 병원 치료 등을 전담하는 바람에 편하게 일해왔습니다. 전국에서 밀려드는 내담자도 이미 전국 네트워크를 가동 중인 사행사업체 지역 센터로 넘기기만 하면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작년에 사감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사행사업체가 분담하는 분담금의 액수도 대폭 늘어났으니 이제 주말 상담과 병원 치료처럼 도박자과 그 가족에게 필수적인 치유 서비스를 보완하는 문제부터 신경써야합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의 설립을 앞둔 이 시점에서 당장 고민해야 할 문제이고 주말 상담과 병원 치료와 같은 당연한 치유 서비스를 도입하지 않으면 앞으로 어떤 비난을 듣게 되더라도 할 말이 없을 겁니다.
사감위의 결단을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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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충동을 통제하는 힘을 기르는 것은 단도박 유지 뿐 아니라 재발 예방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치유 과제입니다.
바꿔 말하면 도박 충동을 통제할 수 없으면서 도박 중독을 치유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입니다.
게다가 도박 충동을 야기하는 원인이 도박자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각 중독자에게 중요한 원인을 찾고 그 원인에 맞춘 조절 방법을 익히는 것이 필요합니다.
도박 충동을 야기하는 주요 원인 중에서 특히 중요한 두 가지가 바로 '가족 갈등(부부 갈등)'과 '재정적 어려움'인데 이 두 가지 원인에 의해 야기되는 도박 충동을 다루는 방법은 조금 다릅니다.
예를 들어 아내가 신세 한탄을 하면서 도박 중독자인 남편의 과거 행동을 탓할 때와 수입이 일정치 않아 이자 납부가 늦어져서 전화로 채권 추심을 당하는 경우를 비교해 보죠.
어느 것이 더 강한 도박 충동을 야기하느냐를 구분하는 것보다 충동을 통제하기 위한 접근법이 다르다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상황에 대한 통제 권한이 자신에게 없어 노력에 의해 바뀌기 힘든 상황일수록 대체로 충동이 잘 줄어들지 않습니다. 위의 예에서는 배우자와 말싸움하는 상황보다 빚 독촉을 받는 상황이 도박자의 통제 권한이 더 적습니다. 부인의 마음을 달래주거나 대화로 감정이 더 격화되는 건 충분히 막을 수 있지만 이자를 내지 않는 이상 빚 독촉을 피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통제력(controllability)은 도박 중독자에게 특히 중요한 문제로 이들은 어떻게든 자신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상황마저도 어떻게든 해 보겠다고 매달리다가 높아진 도박 충동을 감당하지 못하고 다시금 도박에 손을 대게 되는 것이죠.
그러니
도박 충동을 야기하는 원인 중 객관적인 상황 자체를 바꿀 수 없는 경우에는 수용(acceptance)과 내려놓기 혹은 바라보기 같은 기법을 활용하도록 guide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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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자신이 얼마나 심한 중독 상태인지를 궁금해하고 이를 상담자에게 물어보는 도박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자신에게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나머지 두려워져서 상담자의 확인을 바라고 물어보는 도박자도 있기는 있지만 모든 도박자가 그런 것은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왜 그것이 궁금한지에 대해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어설프게 다른 도박자에 비해 나은 편이라고 안심시키는 말을 하는 상담자가 있는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도박 중독 문제가 심하다는 걸 도박자에게 강조해서 상담의 초기 과정을 버틸 수 있는 권위를 얻으려고 하거나 병식이 없는 도박자를 두렵게 만들어서 계속 상담을 받게끔 압력을 행사하려는 것 만큼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거든요.
특히 어떤 마음가짐으로 상담을 받으러 왔는지 알 수 없는 상담 초기에는 어설프게 안심시키려는 노력을 자제해야 하는데 많은 도박자가 자신에게 별로 문제가 없으니 상담을 받을 필요 없이 혼자서 도박을 끊어보겠다는 방어 논리로 악용하거나 '다행히 일반적인 도박 중독자만큼 망가진 것은 아니군'하는 생각의 지지 근거로 사용함으로서 너무 빨리 안심해버리는 나머지 적절한 치유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회피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도박 중독 문제를 명확하게 다룰거면 도박자의 현재 상태 그대로를 도박자의 눈높이에서 가장 이해하기 쉬운 말로 풀어서 전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상담자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걸 명심하셔야 합니다.
항상 강조하지만 모든 도박 중독 치료와 관련된 기술은 진실성을 기반으로 해야만 효력을 발휘한다는 걸 잊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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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도박자가 반드시 잊어야 하는 낱말'이라는 글에서 과거의 실수나 실패를 보상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낱말을 잊어야 한다고 설명하면서 '본전'도 예로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도박자가 본전 생각을 없애는 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본전 생각만 안 나면 단도박 하는 것이 훨씬 쉬워질 것 같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정말 어렵다고 말하는 도박자가 많으니까요.
그래서 실제로 도박 중독 치료에서 본전 생각을 없애는 건 기술적으로 어떻게 하는지 나름대로 정리를 해 봤습니다.
본전 생각을 없애는 건 경제학에서 말하는 매몰 비용의 덫에서 빠져나오는 것과 유사합니다. 자꾸 고장나는 제품의 수리를 반복하다가 제품 가격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것이 매몰 비용의 덫에 빠진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제품 수리를 포기하고 버린 뒤 필요하면 새로운 제품을 사는 것이 매몰 비용의 덫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이죠.
일단 이런 질문을 도박자에게 화두로 던집니다. 이 때 도박자는 도박의 확률 문제를 배워서, 또는 이미 알고 있어서 도박으로 돈을 딸 수는 없다는 걸 인지하고 있는 상태여야 합니다.
1. "만약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대로 갖고 도박에 빠지기 직전으로 돌아간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보통 이 질문에 그래도 도박을 하겠다고 대답하는 도박자는 거의 없습니다. 매몰 비용이 발생하기 이전이고 도박으로 돈을 딸 확률이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2. "만약 현재의 단도박 상황이 일년 동안 지속된다면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겠습니까?"
이는 과거에 들어간 비용이 아닌 미래에 새롭게 들어갈 비용으로 초점을 옮기기 위한 징검다리 질문입니다. 새롭게 투입될 매몰 비용이 없을 때 어떤 느낌일 지 단기간이라도 한번 예상해 보도록 하는 거죠.
3. "도박을 그만둔다면 무엇이 나아지나요?"
이는 매몰 비용을 포기했을 때의 장점에 초점을 맞추는 질문입니다. 이 때 지금까지 도박을 하면서 매몰된 비용(꼭 돈이 아니어도 됩니다. 도박자가 생각하는 주관적인 비용이라도 상관없습니다)과 도박을 하지 않는다면 매몰되지 않아도 될 비용(매몰 비용 포기 시 장점)을 비교하지만 너무 오래 하면 안 됩니다. 비교보다는 매몰 비용을 포기했을 때의 장점을 부각해야 합니다.
혹시 매몰 비용을 포기한다고 생각할 때마다 부정적인 감정으로 고통을 받을거라고 믿는 도박자가 있다면 얼마나 오랫동안 고통을 받을 것 같냐(한 달, 일 년, 10년?)고 묻는 것이 편향된 지각을 바로잡는데 도움이 됩니다.
이 중에서 3번째 질문을 다루는 것이 가장 어려운 단계입니다. 왜냐하면 많은 도박자가 매몰 비용을 포기했을 때 자신에게 주어질 긍정적인 부분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도박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에 맞는 것을 예로 제시해야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그래서 매몰 비용의 덫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도박자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난 뒤인 상담 중반 이후에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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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자가 진정으로 자신의 도박 문제에 대한 통찰을 얻고 탈도박하기 위해 상담자를 찾아온다면 도박 중독 치료가 뭐가 어렵겠습니까마는 그런 도박자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도박 중독 상담의 문제 중 하나입니다.
설사 가족의 설득이나 강권에 의해 상담을 받으러 와도 자신의 도박 문제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으니 그저 가족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억지로 앉아서 시간이나 때우고 있거나 혼자서 도박을 끊을 수 있다면서 상담자를 설득해서 상담을 종결하려고 애쓰는 도박자도 많습니다.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도박자가 도박에 중독된 것이 맞고 혼자서 도박을 그만두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상담자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어차피 상담이란 것이 내담자의 치료 의지와 동기가 중요한 것이니 내담자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한편으로는 다시 도박으로 돌아가 최대한 빨리 바닥을 치고 그 가운데 깨달음을 얻어 다시 돌아오도록 도박을 하는 것이 나을까요?
아니면 상담을 그만두지 않도록 도박자를 설득하고 필요하다면 가족을 통해 압력을 행사하는 한이 있더라도 내담자가 상담을 임의로 종결하지 못하게끔 만드는 것이 나을까요?
저는 단연코 후자가 치료 효과가 높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도박자가 일상으로 돌아가서 다시 도박을 하고 그것 때문에 문제가 생기고 그 문제의 원인이 도박이라는 것을 깨닫는데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고 그 사이에 가족들의 인내심과 치료 의지가 바닥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정작 도박자가 다시 치료받기 위해 돌아왔을 때 그의 곁에 가족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이죠. 또한 가족만이라도 상담을 유지한다고 해도 이미 도박자는 상담자의 손을 떠났기 때문에 도박자에 대한 정보는 부족하고 더 이상 정확할 수 없습니다. 가족을 통해 간간히 전해지는 단편적인 정보에 의지해 눈 가리고 수술하듯이 가족을 대상으로 상담을 해야 하거든요. 효율성이 굉장히 떨어집니다.
물론 상담자는 상담에 대한 의지도 없이 삐딱하게 앉아서 건성으로 대답하고 상담자의 말을 귓등으로 흘려듣는 도박자에게 분노를 느낀 나머지 확 밀어내고 자신의 말을 경청하는 가족만을 대상으로 상담하고 싶은 충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내담자를 붙잡고 설득해서 어떻게든 상담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어쨌거나 함께 굴러야만 그 가운데에서 치료적 개입을 할 수 있는 틈이 생겨납니다. 한번 떠난 도박자가 다시 돌아오는 건 훨씬 더 어렵습니다. 도박자가 가족의 손을 잡고 방문하는 것이 상담자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로 간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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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1일자로 국내 최초의 도박중독 전문치료기관인 유캔센터가 문을 닫게 됩니다.
이미 12월부터 신규 상담을 받지 않았는데 빠르면 1월 중으로, 늦어도 3월 이전에 현재 진행 중인 상담도 모두 종결해야 하고 도박 중독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조직이 해체됩니다.
따라서 전국 14개소에 이르는 네트워크 치료기관과의 협약도 일제히 해지되어 도박자와 가족들은 더 이상 유캔센터의 도움을 받으실 수 없게 됩니다.
공식적인 폐소 이유는 사감위에 분담금을 내면서 동시에 별도의 치료 기관을 운영한다는 것이 비합리적이라는 것(이 문제는 이전부터 계속 대두되었던 것입니다)입니다만 경기 불황이 계속되고 사감위 분담금이 큰 폭으로 증액되면서 예산 부담을 크게 느꼈기 때문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14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사행사업체에서 도박중독치료기관을 운영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 속에서도,
국내 최초의 도박중독 전문치료기관,
국내 최초의 도박중독 치료 프로그램 개발,
국내 최초의 전국 치료 네트워크 구축,
국내 최초의 전국 도박중독 실태조사연구 실시,
국내 최초의 국제 도박중독 치료사례 conference 개최,
국내 최초의 도박중독 사례관리 전산시스템 개발 등
많은 국내 최초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도박중독 전문기관이었는데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올해 사감위법 개정으로 인해 사행사업체가 내야 하는 분담금 액수가 폭증하면서 각 사행사업체가 운영하는 치료 기관들의 향방에 대한 일말의 우려는 있었습니다만 이처럼 급작스럽게 폐소 결정이 날 것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에 관련된 모든 분들의 충격이 클 것 같습니다.
유캔센터가 문을 닫는 것 이상으로 추가 우려되는 것은 (주) 하이원에서 운영하는 KLACC,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경륜-경정 클리닉도 유캔센터의 뒤를 따라 잇달아 조직을 축소하거나 문을 닫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사감위에서 앞으로 직영으로는 치료 기관을 운영하지 않을거라는 흉흉한 소문이 나도는 가운데(내년 4월이나 되어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현재 전국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4개(경기, 강원, 부산, 광주)에 불과한 지역 센터가 모든 도박중독 문제를 감당해야 합니다. 현재 사감위 계획으로는 매년 2개의 신규 센터를 최대 20개까지만 개설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수많은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의 치유, 재활은 모든 걸 스스로 알아서 해야 했던 1998년 이전 상황으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여러가지 우울한 일들이 겹친 연말에 마음이 더 무거워지는 비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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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 치료 기법 중 하나로 'imagination'을 활용하는 것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대로 도박을 그만두지 않고 계속한다면 10년 뒤의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될 지에 대해 상상을 해 보도록 했는데 너무 끔찍한 미래를 상상하거나 상상 자체를 못하는 문제(죽어버려서 아무 것도 안 보인다고 함;;;;)가 있어서 최근에는 도박을 그만두고 살게 된다면 10년 후 어떤 삶을 살게 될 지처럼 긍정적인 방향으로 상상을 하도록 합니다.
그런데 그냥 상상해 보라고만 하면 도박으로부터 자유로운 미래의 자기 모습을 쉽게 상상하는 도박자의 수가 생각보다 매우 적다는 걸 알게 됩니다.
치료를 받으러 온 도박 중독자는 도박에 빠져 사는 자신의 삶에 너무나 익숙해진 나머지 영원히 도박을 하지 않고 사는 자신을 상상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박을 완전히 그만두기보다는 조절하면서 즐기고 싶어하고 치료의 종반부에 이르기까지 그 마음을 내려놓는 것을 주저하고 끊임없이 타협하려고 합니다.
그러니 imagination을 통해 강한 치료적 효과를 노린다면 상담자가 적극적으로 유도하여 도박 중독자가 자신의 밝은 미래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상상하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그러려면 단순히 시각적인 유도만 하지 말고 청각, 후각, 촉각까지 총동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리 힘든 인생을 살았던 도박자라도 장면을 연상하기만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이미지가 있으니 그런 이미지를 먼저 떠올려 이완하도록 연습을 하고 그런 연습에 익숙해지면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도록 하는 것이 좀 더 효과적입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상담자 스스로 imagination을 통해 상상 연습을 많이 해 볼수록 좀 더 수월하게 도박 중독자의 상상을 도와줄 수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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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가 가족과 상담자에게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한번만 더 해보고 따든 잃든 그만두겠다, 믿어달라"
이 말을 하는 이유가 자신의 모든 기술과 정보를 쏟아 부운 뒤 정말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없다는 걸 확인하고 도박을 그만두겠다는 결심에서 나온 것이든 잃어버린 돈에 대한 본전 집착이든 간에 상관없습니다.
이 말을 하는 도박자는 그 결과가 어떻든 간에 도박을 그만두지 못하니까요.
왜냐하면 이 말은 도박을 계속하기 위한 일종의 방어 기제처럼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상 어떤 조건을 걸고 도박을 그만둘 것을 결정하는 모든 방법은 실패할 수 밖에 없습니다. 도박을 끊고자 하는 자신의 마음이 아니라 도박을 지속하고자 하는 도박 충동이 만들어낸 방법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운 좋게 돈을 따면 '역시 내가 옳았다. 이렇게 하면 딸 수 있는 거였어'. '행운의 여신이 나에게 왔으니 이제는 계속 딸 수 있을거야', '지금까지 잃었으니 이제 앞으로는 딸 수 있다'고 착각하게 되고, 설사 또 다시 돈을 잃어도 돈을 잃게 된 원인을 '확실하게 베팅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자금을 주지 않아서 뒷심부족으로 잃었다', '그 날 잔소리만 안 했어도 운이 내 편이었을텐데 가족 때문에 재수 없어서 망했다'는 식으로 외부 요인에 돌리고 환경만 탓하게 됩니다.
결국 이번 한번만이라는 도박자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죠. 그러니 도박을 끊고자 한다면 아무런 조건 없이 당장 단도박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게 어렵다면 차라리 '나는 도박 중독자이기 때문에 도박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걸 인정하고 도박을 하러 가기 바랍니다.
그래야 양심에 타격을 받게 되고 자신의 도박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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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가 계속 치유의 길에 들어서는 걸 주저하면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 자신의 도박 문제를 진정으로 깊이 들여다보고 도박과 이별하고자 결심한 상태라면 그 방법이 상담이 되었든, 단도박 모임이 되었든, 신앙 생활이 되었든 간에 걸리는 기간의 차이는 있더라도 결국 도박자는 도박에서 빠져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도박으로 점철된 삶을 살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질수록 치유 속도는 빨라져서 가끔은 가족이나 상담자가 놀랄 정도로 빨리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처럼 도박 중독자의 모습에서 벗어나 빨리 나아지는 도박자도 있는 반면 시간이 갈수록 상대적으로 더 힘들어진다고 느끼는 가족들도 많습니다.
대체 왜일까요?
치유 초반에 기대했던 것처럼 도박자가 도박만 하지 않으면, 성실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기만 하면 어떤 어려움도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던 굳은 마음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온통 초조함과 짜증, 불만만 가득하게 되니 말이죠.
그건 역할 변화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중독이든 중독 상태에서 건강한 상태로 바뀌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일단 바뀌기 시작하고 속도가 붙으면 굉장히 쉬울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도박 중독자의 역할과 도박 중독자가 아닌 역할이 너무나 극명하게 구분되기 때문이죠.
그런데 도박 중독에서 가족들이 맡았던 감시자의 역할은 스스로 자초한 것이 아닙니다. 도박 중독자에 의해 자의반 타의반 떠맡겨진 것이죠. 내 옷이 아닌 옷을 입은 것처럼 껄끄럽고 그렇다고 안 입을 수도 없는 그런 역할입니다. 그걸 억지로 하다보니 이제 슬슬 몸에 익을 때쯤 되었는데 그걸 갑자기 버려야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도박 중독 치유를 위해서는 감시, 관리, 통제하려는 마음과 의도, 행동을 모두 내려놓아야 하거든요. 도박 중독에 대응하기 위해 움켜쥐고 있었던 유일한 무기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뜻이죠.
가족들이 그걸 받아들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앞으로 감시자의 역할이 아닌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분명한 모델이 없기 때문에 더더욱 쉽지 않은 것이죠.
그래서 이런 저런 시행착오를 거치며 새로운 역할을 정립하느라고 시간이 들게 마련입니다. 그것이 쉽지 않다보니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서 생각보다 쉽게 적응하는 도박자에 비해 가족들은 역할 변화에 따르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는 겁니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적응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좀 더 마음을 편히 가지고 시간의 힘을 믿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시간이 모든 불협화음을 정리해 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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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자는 도박에 중독되면 근시안(tunnel vision)이 됩니다. 터널 속에 들어가면 당연히 터널 밖의 상황은 모르고 터널 끝의 출구만 보이듯이 도박과 관련된 것(도박으로 생긴 빚, 잃은 돈을 다시 따 와야 한다는 욕심, 어떻게 도박을 할 시간을 몰래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등등)에만 모든 생각의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그래서 회복 과정에서 상담자는 도박자가 도박이 아닌 것에 신경을 쓰는 것(가족의 안위, 경조사, 일에 집중하는 것 등)을 보고 근시안에서 빠져나왔는지를 짐작하게 되죠. 도박에 중독되었을 때 도박자는 앞만 보고 달리지 옆이나 뒤를 돌아보지 않습니다. 도박 중독에서 빠져나오고 나서야 드디어 주변을 살피게 되지요.
가족들은 이와 반대입니다. 가족에게 도박은 당연히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도박자가 도박을 하지 않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가지 않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니까요. 특히 도박자가 도박을 하지 않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도박과는 큰 상관이 없지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집안일을 잘 돕는지, 출, 퇴근 시간이 일정한지, 늦잠을 자지 않고 일찍 일어나는지, 누구를 만나고 다니는지, 담배나 술을 끊는지 등)들에 온통 신경을 쓰게 됩니다.
그런 일들을 도박자가 제대로 하지 않으면 도박자를 비난하거나 공격(술, 담배도 못 끊으면서 어떻게 도박을 끊겠다는 말이냐는 식)함으로써 갈등이 격화되게 됩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자신의 중독 문제를 인정하고 치유에 적극적인 도박자일수록 그런 공격을 심하게 당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가족 입장에서는 도박만 안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정작 도박 중독에서 빨리 벗어나서 일상 생활로 너무나 빨리 돌아와 천연덕스럽게 생활하는 도박자가 너무나 밉고 마음 고생을 한 자신은 억울하기 때문에 단도박만 아니라 다른 것까지 자꾸 요구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게 되고 도박 문제에 집중하게 되면서 주변만 바라보던 시야를 좁혀서 도박 문제와 그로 인해 파생된 결과들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리고 좀 더 여유로운 마음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도박자는 앞만 내다보며 줄기차게 달리다가 점차 주변을 살필 여유를 갖게 되고 가족들은 반대로 주변만 두리번거리다가 점점 앞을 향해 달리는 것(도박 문제)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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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받는 도박자들이라고 해도 모두 동일한 치유 과정을 거치거나 똑같은 치유 단계에서 시작하는 건 아니라서 상담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다고 믿거나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없다는 걸 알아도 너무나 재미있는 유흥 도구이기 때문에 상담을 받아서 조절 능력을 획득하게 되면 나중에 나이들어 은퇴한 이후에 소액으로 즐기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그렇게 호되게 당해서 그만큼 피눈물을 흘렸으면서도 도박의 무서움을 잊고 다시 손을 대려는 도박자를 보면 도박 중독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교통 사고를 당해 뼈가 부러지고 오랜 입원과 재활 기간을 거쳐도 일단 몸이 낫고 나면 다시 차를 몰고 다니듯이 망각은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도박 중독 치유에서만큼은 그렇지 않습니다.
도박 중독자에게 도박은 마약 중독자에게 쥐여지는 마약보다 해롭고 횃불을 든 사람에게 주어지는 다이너마이트보다 위험합니다.
한번 데었다고 다시 데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고 도박 중독에서 치유되었다고 내성이 생기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도박 중독은 항체가 생기지 않는 병과 같아서 도박에 더 취약해질 따름이죠.
도박으로 다시 돈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겨도, 언제든 원할 때 일어설 수 있는 조절 능력을 얻었다고 생각해도, 도박으로 돈을 따게 되어도 절대로 감정적으로 흥분하지 않고 무리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해도 그건 도박자의 머릿속에서만 가능한 소설입니다.
아무리 근사하고 멋져보여도 그건 어디까지나 소설일 뿐이죠.
그리고 그 소설에 해피엔딩이란 절대로 없습니다. 주인공의 파멸로 끝이 나는 새드엔딩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 한번이라도 도박에 중독되었던 도박자라면 도박과 관련된 어떠한 소설도 구상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도박자에게 필요한 건 소설이 아니라 다큐멘터리, 진솔한 체험 수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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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도박과 관련된 생각이 떠오를 때 생각의 꼬리를 물고 계속 따라갔을 때 결국 도박을 하게 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자신의 생각이 아닌 도박 충동이 만들어낸, 도박을 허락하는 생각이니 그대로 따라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생각이 떠올랐을 때 따라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호소하는 도박자가 많습니다. 그도 이해가 됩니다. 우선 치유 중의 도박자는 아직 주의 집중력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처럼 오랫동안 집중해서 생각을 이어가기 어렵고 충동적인 경우가 많아서 빨리 결론을 내고 싶어 조바심을 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차분히 앉아서 그것이 자신의 순수한 욕구에서 비롯된 생각인지 가라앉지 않은 도박 충동에 의해 촉발된 생각인지 구분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죠.
그럴 때 제가 제안하는 구분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도박과 관련이 있다고 짐작되는 어떤 생각이 떠올랐을 때 그 생각만 붙잡되 아주 구체적으로 떠올려보세요.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가능하면 치유적인 생각이고 그렇지 않으면 도박 충동의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고 숨겨둔 친구에게 빌린 돈 50만 원을 갚는 문제가 있다고 하죠. 용돈을 모아서 갚는 것 말고 좀 더 빨리 갚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고 했을 때 그 돈을 갚을 체계적인 계획이 그려지지 않고 그저 빨리 갚고 싶다는 모호한 생각 이상으로 더 나아가지 않을 때 그것은 도박 충동이 만들어낸 생각입니다.
도박 충동이 만들어낸 생각의 의도는 결국 도박자를 도박하게 만드는 것 뿐이기 때문에 근거와 체계가 없습니다. 그래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거나 예상을 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구분이 어려울 때에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면 됩니다. 아주 구체적으로 세부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으면 자신의 생각이고 막연하고 모호하기만 하면 그건 도박 충동이 만들어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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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에게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는 도박을 그만두는 것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도박을 계속한다면 희망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현장의 상담자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도박자가 도박을 끊을 수 있겠느냐는 말입니다.
물론 단도박은 중요합니다. 도박을 그만두지 않으면 다른 부분이 치유된다고 해도 결국은 도박 중독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도박만 하지 않으면 모든 문제가 자연스레 해결될까요?
도박 중독은 브레이크가 고장난(또는 없는) 차를 타는 것과도 같습니다. 운전자는 언제든 제동을 걸 수 있다고 장담하지만 정작 제동을 걸어야 할 시점에서 차를 멈출 수가 없지요. 그래서 더 큰 사고가 나기 전에 브레이크를 수리하거나 새로운 차로 갈아타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상담자가 단도박에만 매달리는 건 기껏 견인차를 불렀더니 사고 현장에서 장애물만 치워주는 것과 같습니다. 장애물을 치워준다고 브레이크가 저절로 고쳐지는 건 아니죠.
그러니 도박 재발의 위험 요소를 관리하고 채무 변제 계획을 수립하는 등의 환경 조성은 꼭 필요한 치유 과정이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합니다.
도박이 도박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행복과 가족이 도박자에게는 무엇인지, 삶의 가치관이 무엇인지와 같은 의미론적, 관계론적 접근이 꼭 필요합니다.
도박 중독 치유는 단도박 그 이상의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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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의 거짓말이라는 게 있습니다. 상대망을 기망하거나 어떤 손해를 끼칠 악의적인 의도가 없는, 때로는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만들기 위해 부정적인 정보를 감추는 소극적인 거짓말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죠.
사람들은 이런 사소한 거짓말에 비교적 관대한 편입니다. 거짓말이라는 걸 알아도 기분좋게 넘어가 주기도 하고요.
하지만 제가 볼 때 이런 사소한 거짓말이 의도가 있는 악의적인 거짓말에 비해 훨씬 더 해롭습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사소한 거짓말이 악의적인 거짓말에 의해 찾아내기 어렵고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소한 거짓말은 진실의 경계선에 가깝게 있기 때문에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눈을 흐리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 경계가 불분명할 때 사람들은 진실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모두 거짓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더 강합니다. 그게 더 쉽거든요. 결국 아무 것도 믿지 않게 됩니다.
사소한 거짓말이 더 해로운
또 다른 이유는 인간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신뢰를 악의적인 거짓말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무너뜨리기 때문입니다. 악의적인 거짓말은 빈도수도 적지만 일단 알게 되어도 상대적인 중요도가 크기 때문에 오히려 면죄부를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오죽했으면 그런 거짓말까지 했을까', '그럴만한 이유가 뭔가 있겠지'라고요.
하지만 사소한 거짓말은 그렇지 않습니다. 얼핏 보면 파괴력은 약해 보이지만 거짓말을 할 만한 이유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장난일 뿐인데', '이 정도 거짓말은 괜찮겠지. 아마 이해해줄거야' 하는 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순진한 기대일 뿐 실제로 거짓말을 당한 피해자는 아래와 같이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이런 사소한 것까지 거짓말을 하는 놈이니 중요한 일에는 얼마나 거짓말을 할까. 이렇게 믿을 수 없는 놈이니 앞으로 조심해야겠군'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말은 비단 도둑질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거짓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사소한 거짓말부터 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쓰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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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현장에서 흔히 하는 말이 있습니다.
"머리 나쁜 사람은 도박에 중독되지 않는다"
물론 역으로 모든 도박 중독자가 머리가 좋다는 말이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도박의 종류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도박은 대체로 예상과 추리, 과감함과 결단력, 승부욕과 근성, 집중력 등이 총동원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볼 때 머리가 좋은(속된 말로 머리를 잘 굴리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도박에 일단 중독된 다음에는 빠져 나오기가 더 어렵기도 합니다.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보다는 차라리 돈을 딸 수 있다는 증거를 찾겠다고 그 좋은 머리를 낭비하거든요.
그런 패턴에 익숙해진 도박자는 도박이 답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뒤에도 여전히 주저앉아 생각과 계산만 하고 있습니다.
상담을 받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 내가 도박 중독자라는 것이 알려지면 어쩌지, 지금 사귀고 있는 이성 친구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가계부를 쓸까 말까, 도박 빚의 내역을 오픈해야 할까 말까 등등...
이제는 생각을 그만해야 합니다. 생각만으로는 도박 중독에서 빠져 나올 수가 없습니다.
혹시라도 잘못된 선택을 할 지 모르니 좀 더 신중히 예상되는 결과를 따져봐야 한다고요? 그건 본인이 직접 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차피 본인이 경험해 본 일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곰곰히 생각해본다고 해도 생각대로 되지 않으니까요. 경험많은 상담자와 한시라도 빨리 상의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방법입니다.
그러니 이제 생각은 그만하세요. 생각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두렵고 치유를 주저하게 됩니다.
지금은 행동을 해야 할 때입니다. 일단 치유의 길로 한 걸음 들어서고 나면 계속해서 걸어갈 용기가 생겨나게 됩니다. 생각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지만 일단 해버린 행동은 바꾸는 것이 매우 어렵거든요.
그러니 일단 치유의 발걸음을 내딛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늦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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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자와 함께 채무 변제 계획을 꼼꼼히 세우고 차근차근 빚을 갚아나가는 도박자의 경우 예상보다 더 일찍 채무 변제를 완료하게 되는 것이 통상적입니다.
하지만 초반에는 어쩔 수 없이 상당한 재정적 압박에 시달릴 수 밖에 없죠. 도박을 하던 당시에는 돈이 필요하면 도박으로 돈을 따서 해결하거나 정 안 되면 돌려막기를 해서 어떻게든 될 것 같지만 도박에 의존하지 않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빚을 갚고 재정을 관리하려면 모든 수입 내역이 투명해야 하고 지출을 할 때에도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알음알음, 대충대충 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그렇게 돈을 아껴 쓰면서 땀흘려 버는 돈의 소중함을 알게 모르게 깨닫게 되는 장점은 있습니다만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는 소박한 깨달음을 얻기 전에 재정적인 궁핍이 먼저 오기 때문에 도박자와 가족들을 힘들게 하죠.
그러면 도박을 하던 때와 달리 방만하게 살지 않으려고 꼼꼼히 수입 지출 내역을 챙기고 긴축 재정을 다소 무리하게 운용하는데도, 채권자가 점점 줄어들어서 여유 자금이 생기는 것처럼 보이는데 왜 돈 가뭄이 해소되지 않는 걸까요?
그 이유는 간단한 예를 들자면 너무 말라서 바닥이 갈라진 논에 물을 대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물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서야 갑자기 많은 물을 퍼부어도 바닥을 완전히 적시고 물이 고일 만큼 될 때까지는 어쩔 수 없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긴축 재정을 한다고 해도 그동안 너무 계획없이 돈을 썼기 때문에 생긴 구멍으로 소리소문없이 돈이 스며들어서 없어지기 때문에 티가 나지 않는 겁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은 마른 논에도 물이 차오르듯이 최초에 세운 채무 변제 계획을 꾸준히 지켜나가면 언젠가는 남은 돈을 어떻게 모으고, 무엇에 써야 할 지에 대해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되는 그 날은 반드시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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