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17년 8월 페루(미완결) - 해당되는 글 33건
원래는 일찍 출발한다고 해서 6시에 일어나 씻고 7시에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는데 숙소 바로 앞에 있는 학교의 등교 시간과 겹친다고 해서 출발 시간이 8시 30분으로 미뤄지는 바람에 방으로 돌아와 30분 정도를 더 쉬었습니다. 호텔이 골목 깊숙한 곳에 있어 어차피 버스가 호텔 앞까지 들어올 수 없을텐데 왜 출발 시간을 미루는지 이해가 안 되었지만 뭐 가이드가 어련히 알아서 했을라고요.
호텔에서 내리막길을 내려가 큰 길가에 세워져 있는 버스에 올랐는데 호텔 직원들이 캐리어와 짐을 나르느라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캐리어는 바퀴가 있으니 바닥에 놓고 끌어도 되는데 모두 어깨에 지고 내려가시더군요. 그래서 저희 짐을 날라준 분께는 따로 수고비를 드렸습니다.
버스는 곧 쿠스코 시내를 빠져나가 뿌노로 향했습니다. 이런 풍광을 보며 4시간 정도를 달렸는데 밀린 트윗을 하다 선잠을 자다 깨다 했죠.
쿠스코에서 8시 30분에 출발했는데 12시 30분 쯤 되어 휴게소에 도착했습니다. 위치가 위치이니만큼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여기에서 점심을 먹고 가는데 그야말로 인산인해입니다. 숙박을 할 수도 있고 기념품 매장도 꽤 큰 휴게소입니다.
가이드인 Cheo에 따르면 여기 햄버거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Vegetarian 메뉴가 따로 있더군요. 저희는 클래식 버거(10솔)하고 퀴노아 버거(15솔)를 치즈만 빼고 주문했습니다. 사실
이 휴게소에서 가장 유명한 건 알파카 고기로 만든 햄버거인데 호기심이 많은 극소수를 제외하면 대부분 평범한 버거를 주문하더군요.
프렌치 프라이(5솔)를 추가했고요. 음료는 콜라로 주문했지만 치차 모라다를 원하는 분들은 5솔이면 드실 수 있습니다.
2015년 세계 최고의 초컬릿으로 선정된 초컬릿 음료도 마실 수 있네요. 초컬릿이 8솔, 우유를 섞은 게 9솔입니다.
페루는 유기농 커피로도 유명한데 이 휴게소에서는 2010년 세계 유기농 커피 수상자인 원두를 사용하나 봅니다. 아이콘이 직관적이라 내용을 잘 몰라도 주문하기 쉽겠네요.
주문할 때 먼저 계산을 하고 도장을 찍은 번호표를 받은 뒤 나중에 음식이 나오면 번호를 불러 번호표와 음식을 교환하는 방식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기다리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빨리 만들 수 있는 햄버거인데도 시간이 의외로 꽤 걸립니다.
주문한 햄버거와 프레치 프라이가 나왔습니다. 치즈를 뺀 버거인데도 명성 그대로 맛있습니다. 보통 서울에서 베지 버거를 먹으면 대개 콩고기 패티가 들어있는데 퀴노아 패티가 더 맛있네요. 퍽퍽하지도 않고 식감이 괜찮았습니다. 사실 더 예술이었던 건 프렌치 프라이였습니다. 페루가 워낙 품질 좋은 감자로 유명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오늘의 목적지인 뿌노가 감자의 원산지거든요. 맛이 없을 수가 없죠. 게다가 감자도 유기농으로 기른다고 하더라고요.
식당 안을 닭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네요;;; 사람들이 먹다 흘린 빵 부스러기나 채소 조각을 열심히 사냥하고 다닙니다.
화장실은 유료 화장실(1솔)인데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휴게소치고는 꽤 깨끗한 편이지만 남녀 공용이라서 마음 편히 볼 일을 보기가 쉽지 않고 소변기가 없는 건 괜찮은데 좌변기 덮개가 없어서 사용하기가 좀 불편했습니다. 그래도 점심도 먹었겠다 2시간 이상을 더 달려야 하니 일단 화장실은 한 번 가 두는 게 좋겠죠.
휴게소를 떠나 2시간 남짓 더 달려 드디어 뿌노에 도착했습니다. 중간에 날씨가 흐려지더니 소나기도 한번 쏟아지더군요. 쿠스코에서 뿌노까지 약 320km 정도 되는데 공식 일정 상으로는 이동 시간이 7~8시간이지만 휴게소에서 보낸 시간을 포함하더라도 조금 일찍 도착한 것 같습니다.
뿌노는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감자의 원산지이고 티티카카 호수를 돌아보기 위한 베이스 캠프라고 할 수 있는 곳이죠. 해발 3,830m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페루 여행 중 고도가 가장 높은 지역입니다. 여기도 고산병을 조심해야죠.
뿌노에 퀴노아 버거를 파는 러빙헛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는데 이미 오면서 맛을 봤으니 굳이 찾아가서 먹을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2박을 보낼 Casona Plaza Hotel Puno에 짐을 풀었습니다. 겉에서 보기에는 외관이 좀 구려서 4성급 호텔이 맞나 싶었지만 내부는 고급스럽고 객실도 보시는 것처럼 깔끔합니다. 페루에서는 보기 드문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짐을 나르기 편하고요.
쿠스코에서 배탈로 탈수 증상이 왔을 때 유용했던 수액도 다 마셨습니다.
일단 짐을 풀고 4시 50분에 만나 함께 간단히 뿌노 시내를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유명한 관광지이기는 하지만 그리 크지는 않아서 시내 중심에 있는 대성당을 중심으로 1시간 정도면 돌아볼 수 있습니다. 보행자 전용 거리가 잘 조성되어 있거든요. 재미있는 건
뿌노에 있는 식당은 대부분 레스토랑+카페+바의 기능을 동시에 한다는 겁니다.
뿌노 시내를 한 바퀴 도는 걸로 오늘 일정은 끝났고 나머지는 자유 일정이라서 '유지'와 함께 'Cheo'가 추천한 곳에서 이른 저녁을 먹기로 했습니다.
대성당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Cafe Bar'는 큰 길가에 위치해서 찾기 쉽지만 입구는 뜰을 거쳐 안 쪽에 있어서 상당히 오붓한 느낌을 줍니다. 'Cafe Bar'는 트립 어드바이저에서도 추천하는 맛집이에요.
날씨가 좀 스산해서 카페 안에는 난로도 켜놓았습니다.
선반에 원두가 있길래 나중에 물어봤더니 판매하는거라고 해서 유기농 홀빈 원두를 두 봉지(각 30솔)만 사 왔습니다.
한 쪽 벽에는 페루인지 확인이 어렵지만 멋진 풍경 사진들이 걸려 있습니다.
어차피 저녁도 먹어야 해서 차를 마시는 김에 간단히 먹을 음식도 주문했습니다. 음식 선택의 폭이 기대했던 것보다 넓은 편이고 비건 메뉴 구분도 되어 있어 편리합니다.
Greek Salad(17솔)인데 구성물이 실합니다.
프렌치 프라이를 주문했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맛탕 비쥬얼의 감튀(6솔)가 나왔습니다. 물론 모양과 상관없이 페루에서 감자로 만든 음식은 실패할 수가 없죠.
색조가 좀 이상한데 핫 초컬릿(7솔)입니다. 가루를 탄 게 아니라 초컬릿을 녹여 만든 진짜 핫 초코에요.
터키쉬 커피(8.5솔)도 한 잔 주문했습니다. 페루 음식에는 감자가 있다면 음료에는 유기농 커피가 있습니다. 커피가 유명한 곳도 많이 여행해봤지만 페루 커피의 여운은 꽤 오래갈 것 같습니다.
하루종일 차를 달려 이동했기에 저녁 모임은 짧게 끝내고 이슬비가 내리는 빗길을 걸어서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도착하고 보니 마실 물이 없어서 근처 마트까지 다시 나갔다 돌아왔고요.
여행 일지만 간단히 정리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드디어 티티카카 호수를 돌아볼 겁니다.
닫기
* Make-up room 비용 : 10솔
* 호텔에서 버스까지 짐을 옮겨주신 분들 수고비 : 10솔
* 휴게소 점심 식사 비용
- 클래식 버거 : 10솔
- 퀴노아 버거 : 15솔
- 유기농 프렌치 프라이 : 5솔
- 콜라 : 3솔
= 33솔
* 휴게소 유료 화장실 사용료 : 1 X 2 = 2솔
* 버스 운전 기사 수고비 : 10솔
* 호텔 포터 수고비 : 10솔
* Cafe Bar 저녁 식사 비용
- 그릭 샐러드 : 17솔
- 프렌치 프라이 : 6솔
- 핫 초컬릿 : 7솔
- 터키쉬 커피 : 8.5솔
= 38.5솔
* Cafe Bar 유기농 홀빈 원두 구입 : 30 X 2 = 60솔
* 호텔 앞 마트
: 생수 2병, 오레오 쿠키 1개 = 7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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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마추픽추에서 무리를 한데다 체온을 빼앗긴 상태에서 급하게 점심을 먹은 게 체했는지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렸습니다. 오늘은 쿠스코 자유 일정이었기 때문에 원래 계획은 9시쯤 숙소를 나서 워킹 투어를 가는 것이었는데 몸 상태가 워낙 좋지 않아서 컨디션을 회복하기 위해 쉬기로 했습니다.
점심도 거르고 수분만 섭취하면서 오후 내내 쉬었더니 4시쯤이 되자 컨디션이 나아졌기에 살살 움직여보기로 했습니다. 괜히 저 때문에 애꿎은 반려인만 곁에서 시간을 죽였네요. ㅠ.ㅠ
일단 무리하지 말고 호텔 근처에 있는 코리칸차부터 들러보기로 했습니다. 처음 쿠스코에 도착했을 때 마추픽추를 다녀와서 들르기로 하고 미뤄두었던 곳이죠.
가이드북에는 산토도밍고 교회로 표시되어 있는 이 곳은 잉카의 태양신을 모시는 코리칸차입니다.
2015년 가이드북에는
입장료가 10솔이라고 되어 있는데 제가 갔을 때는 15솔이었습니다.
겉에서 볼 때는 그냥 교회처럼 보이지만 안에는 태양신의 신전 유적이 있기 때문에 볼 만 합니다.
신전에 대한 설명이 영어로 자세하게 적혀 있습니다.
각 상징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써 놨네요. 시간만 충분하다면 다 읽어봤겠지만 아직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패스했습니다.
코리칸차는 태양신의 신전답게 내부가 황금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 남아 있는 건 이 황금판 하나입니다. 당시 스페인군이 약탈해 본국으로 가져간 황금 때문에 유럽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고 하니 얼마나 막대한 양의 황금이 이 신전을 채우고 있었는지 짐작이 갑니다.
교회의 안쪽에는 신전으로 짐작되는 육중한 석벽 구조물이 있습니다.
석벽의 안쪽에는 발굴 당시의 모습과 의미 등이 설명되어 있고요.
코리칸차의 안뜰입니다. 파란 하늘과 늦은 오후의 햇살이 잘 어울립니다.
관리가 잘 되어 있고 둘러보기 좋은 곳입니다.
그림만 아니면 내부도 자유롭게 사진 촬영을 할 수 있습니다.
코리칸차 뒤쪽 뜰로 나왔습니다. 출.퇴근 때는 상습 정체 지역이지만 낮 시간에는 한가로이 햇볕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빕니다.
유기농 커피로 유명한 카페 꼬끌라가 쿠스코에 있다고 해서 검색하다 근처에 12각돌이 있다고 해서 그것부터 보러가기로 했습니다.
대성당을 마주하고 오른쪽 길로 두 블럭 정도만 올라가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12각돌은 쿠스코 대궁전 벽면의 일부에 남아 있는 페루의 문화유산으로 정교한 잉카 석조 기술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손가락은 커녕 종잇장 하나 들어갈 틈이 없네요. 정말 대단합니다.
이 12각돌은 쿠스코의 중심이자 잉카인들이 신성시하는 퓨마 형상의 배에 해당하는 부위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돌아가는 시간을 도저히 맞출 수가 없을 것 같아 카페 꼬끌라는 과감히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로비에서 우연히 Cheo를 만났는데 제 안색을 보더니 아무래도 안 되겠다며 마시는 수액을 사다줬습니다. 1리터들이 1병에 8솔입니다. 딸기향이 나는 걸로 마셨는데 맛없는 이온음료 같은 느낌이네요. 웩~
오후 5시 30분에 오늘 마지막 일정인 쿠스코 천문대로 향했습니다. 쿠스코에 천문대가 있어서 별 관측을 할 수 있다고 하네요.
역시나 '마리아'라는 로컬 가이드가 동행했습니다. 쿠스코 천문대는 가족이 운영하는 소규모 천문대였는데 쿠스코 시내에서 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해가 지고 밖이 완전히 깜깜해질 때까지 실내에서 잉카 문명과 그들의 우주관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뜰로 나가 천체 망원경으로 토성, 목성, 백조 자리 등 별을 관찰했죠. 날씨가 추워지니 담요도 줬습니다. 영어가 매우 빨라서 전부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프로그램 자체는 꽤 좋았습니다. 추웠는데도 Cheo가 사다준 수액을 계속 마셨더니 설사는 대충 잡힌 것 같았습니다.
1시간 30분 정도 별 관측을 마치고 7시 30분 쯤에 쿠스코 아르마스 광장에 도착했습니다. '유지'에게 한국 음식을 대접하고 싶어 또 '사랑채'에 가서 김치찌개, 된장찌개, 비빔밥으로 저녁을 먹었죠.
내일은 뿌노로 이동하기 때문에 숙소로 돌아와 간단히 짐을 싸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닫기 * 코리칸차 입장료 : 15 X 2 = 30솔
* 수액 : 8솔
* 저녁(사랑채) : 80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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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원래 마추픽추에 오르는 걸로 예정된 날이라 8시에 집합하기로 해서 넉넉하게 잡아 6시에만 일어나면 되었는데 어제 Indio Feliz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온 뒤 기절하듯이 쓰러져 잠드는 바람에 새벽 4시에 일어났고 다시 잠을 청할까 하다가 자칫하면 못 일어날 것 같아서 그냥 기상했습니다. radiator가 빵빵하게 가동되기에 샤워하면서 여유롭게 모자와 바지를 빨아서 말리기까지 했죠.
짐을 챙기고 7시 15분 쯤에 식당으로 내려가 아침을 먹었습니다. 세삼스레 감자 요리가 맛있더군요. 페루에서 먹은 감자가 맛이 없었던 적은 없었지만요.
식당 뒤편에는 아보카도 나무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싸서 못 먹는 아보카도가 무슨 시골집 뒷뜰의 대추처럼 자라고 있습니다. 게다가 제 때 따지 않아서 바닥에 떨어진 아보카도가 그냥 썩어가고 있어요;;;;
오늘은 마추픽추를 둘러보고 쿠스코로 다시 돌아갈 예정이라서 더플백을 싸서 호텔에 맡겨 두고 버스로 마추픽추로 이동했습니다.
이게 아구아스 깔리엔테스와 마추픽추를 오가는 버스의 티켓입니다.
올라갈 때 녹색 티켓을 내고 내려올 때 빨간 색 티켓을 내면 됩니다.
각각 무려 24불이나 합니다. 아무리 마추픽추라고 해도 페루의 현지 물가를 감안하면 엄청난 가격이죠. 어제 따로 살 때와 달리 여행사를 통해 단체로 예매하면 할인이 적용되어 조금 싸지만 체감할 수 있는 정도의 차이는 아닙니다.
이건 마추픽추 입장권입니다. 입장료는 152솔입니다.
아침 일찍 올라갔는데도 인산인해입니다. 마추픽추 입구에 있는 화장실은 유료 화장실로 이용료가 1솔입니다.
어제의 쓰라린 경험이 있기에 오늘은 모기 기피 스프레이를 챙겨와서 미리 뿌렸지만 그래도 워낙 모기가 많아서 중간중간에 선크림을 바르듯이 뿌려줘야 했습니다. 여름철에 마추픽추를 오르는 분들은 모기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셔야 합니다.
오늘은 날씨가 화창합니다.
오늘은 로컬 가이드인 '호세'와 함께 올라와서 마추픽추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마추픽추는 1983년 쿠스코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고 2007년에는 세계 7대 불가사의에 선정되기도 했는데 보존을 위해 하루 입장객을 2,500명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마추픽추 곳곳에서 복원 작업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위에서 내려다 볼 때는 몰랐는데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니 까마득합니다. 대체 바퀴도 없던 시절에 어떻게 이 많고 무거운 돌을 이 험준한 곳까지 가져와서 쌓았는지 의문입니다.
저쪽 꼭대기에 보이는 것이 '망지기의 집'입니다.
마추픽추를 돌아다니다 보면 그 당시의 기술로 어떻게 이런 무겁고 거친 돌을 두부처럼 반듯하게 잘라서 이렇게 고르게 쌓아올렸는지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놀라운 건 또 있는데 그 당시에 만든 물길을 따라 지금도 물이 흐른다는거죠. 바꿔 말하면 지금도 사람이 살 수 있다는 이야기.
밑에서 올려다 볼 때도 까마득하게 느껴졌는데 위에서 내려다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찔한 기분이 절로 듭니다.
서부 지역인 하난(Hanan) 지역에 있는 건물인데 건물의 높이와 완성도, 내부 시설물로 비추어 신관이나 기타 신분이 높은 잉카인의 숙소였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네요.
마추픽추 내에서도 유명한 태양의 신전(Templo del Sol)입니다. 신전을 떠받치고 있는 기초석은 20톤이 넘는다고 하네요. 기초석을 다듬지 않고 그 위에 곡선으로 깎은 돌을 올린 걸 보면 정말 기술이 대단해 보입니다.
태양의 신전 기초석 아래는 파차쿠텍 왕실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곳이 있는데 3개의 계단이 보입니다. 3개의 계단은 저승과 죽음을 상징하는 뱀, 현생을 상징하는 퓨마, 천상을 상징하는 콘도르를 의미한다고 하네요.
태양의 신전에 있는 창은 정면에 보이는 산 봉우리를 통해 떠오르는 태양을 그대로 마주하게 축조했다고 합니다.
보시는 것처럼 저 두 봉우리 사이의 갈라진 틈으로 태양이 떠오르는데 그 태양빛이 정확히 태양의 신전으로 들어온다고 하네요. 그리고 햇빛이 비치는 위치를 보고 농사의 절기를 가늠했다고 합니다. 꽤 과학적이죠?
태양의 신전에서는 어제 올랐던 선 게이트(Sun Gate)도 보입니다. 태양의 신전이라고 하지만 일종의 해시계 역할을 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곳은 주신전 지역(Sector de los Templos)으로 중요한 의식 행사를 진행하던 곳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정교하게 쌓아올린 돌들도 세월의 무게는 이기지 못하겠는지 조금씩 무너지고 있네요.
여기는 '3개 창문의 신전(Templo de las Tres Ventanas)'으로 불리는 곳입니다. 잉카인들이 영혼을 위해 제사를 지내던 신전이라고 하네요.
이건 아무래도 해시계 같습니다. 경사도도 그렇고 방향도 그렇고 말이죠.
마추픽추의 메인 광장입니다. 예전에 잉카인들의 장이 서는 곳이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메인 광장을 지나 앞쪽으로 돌아오면 알파카를 풀어놓은 곳을 만나게 됩니다.
날씨가 더워서인지 몰라도 다들 퍼져 있는 모습이어서 방문객들에게 웃음을 줍니다.
귀에 식별표가 있는 걸 보니 관리를 받는 알파카 같습니다.
다들 따사로운 햇볕을 쬐며 평화롭게 졸고 있습니다.
페루 현지인들은 선명한 색상을 참 좋아하는 것 같더군요. 빨간색과 파란색을 거침없이 사용합니다.
마추픽추를 한바퀴 돌며 설명을 듣고 난 뒤에 호세가 한 자리에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는 자유 시간을 줍니다.
오후 2시 30분까지 기차역에 집합해야 하는 걸 감안하여 계산해 보니 잉카 브릿지까지 다녀올 시간이 얼추 될 것 같습니다. 어제는 선 게이트를 다녀왔으니 오늘은 잉카 브릿지를 다녀오는 걸로 마추픽추 일정을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잉카 브릿지로 가는 길은 깎아지른 절벽길이기 때문에 풍광에만 정신팔려 발이라도 헛디디면 큰일납니다.
잉카인들은 대체 이런 절벽을 깎아서 어떻게 길을 낼 생각을 했는지 의아하기만 합니다.
예상했던 것만큼 좁거나 위험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험한 길이기 때문에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걸어야 합니다.
보시는 것처럼 길 바깥쪽에 안전망이나 지지대가 없기 때문에 떨어지면 그대로 사망입니다;;;;;
그래도 거의 다 와 갑니다.
왕복 30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잡아먹지는 않습니다.
잉카 브릿지 바로 앞은 막혀 있어서 더 나아갈 수 없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절벽 위에 난 길 중간에 통나무로 다리를 만들어 걸어놨는데 저기는 정말 위험하겠죠? 저기를 걸어가다가 떨어지면 정말 답이 없거든요. 그래서 막아놓은 것 같습니다.
잉카 브릿지로 가는 길에는 초입에 체크 포인트가 있어서 이름, 나이, 국적, 체크인 타임을 꼼꼼히 적어야만 통과할 수 있고 돌아올 때도 자기가 적었던 곳 옆에 체크아웃 타임과 서명을 해야 합니다. 체크 포인트가 하루일과를 마치고 닫힐 때 서명이 안 된 곳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는 불상사가 생긴 것이니 구조대가 출동하겠지요. 덜덜덜...
돌아오는 길에 슬슬 빗발이 날리기 시작합니다. DSLR은 가방에 넣고 방풍 점퍼를 꺼내 입고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오후 시간이라 그런지 마추픽추 앞 버스 정류장에도 사람이 많습니다. 줄이 엄청나게 길기는 한데 차가 자주 오기 때문에 한 30분 정도만 기다리면 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마을에 도착해서 시간을 보니 오후 2시쯤 되었는데 잉카 브릿지를 다녀오면서 긴장해서 그런지, 버스를 오래 기다려서 그런지 지쳐서 그 짧은 이동 시간에 깜박 잠이 들었네요.
Cheo가 이야기한 시간이 2시 30분이었기 때문에 아르마스 광장 주변에 밀집한 식당 중 눈에 띄는 한 곳을 얼른 들어가 small size 피자를 주문했습니다. 피자에는 음료 하나가 서비스로 나온다고 해서 치차 모라다를 선택하고 오렌지 주스만 한 잔 추가했죠. 전부 해서 30솔이니 역시 살인적인 아구아스 깔리엔테스 물가답네요. ㅠ.ㅠ
허겁지겁 음식을 밀어넣고 부리나케 기차역으로 이동했습니다. 짐에 깨질 것이 많으니 조심해 달라고 Cheo에게 미리 부탁했는데 포터 두 분이 신경써서 날라주셨기에 감사의 마음으로 흔쾌히 별도의 수고비를 드렸습니다.
조금 기다리니 오얀따이땀보로 돌아가는 기차가 도착했고 다행히 올 때와 달리 정방향 좌석이었네요. 모두 4인승 테이블 좌석만 있는 줄 알았는데 2인승 테이블도 있었고 운좋게 거기 앉아서 편하게 이동.....할 줄 알았는데 누가 바닥에 물을 흘렸는지 좌석 아래에 놓아둔 장비백이 젖어서 안에 있던 내용물을 다른 가방으로 옮겨 담느라 부산을 떨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도착한 오얀따이땀보역에는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렸는지 억수같은 비가 내리고 있었고요. 다행히 챙겨간 우산이 진가를 발휘해서 많이 젖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우루밤바 호텔에 맡겨둔 짐을 찾으러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도 계속 잤습니다.
우루밤바 호텔에서 짐을 싣는 동안에는 거리의 화가에게 마음에 드는 그림도 한 두 점 샀고요. 짐을 싣고 출발한 버스가 쿠스코에 도착한 게 대략 저녁 7시쯤이었습니다. 마추픽추에서 무리를 했기 때문에 내일 저녁까지는 자유 일정이었죠.
사실 계속 잠을 잤던 게 나중에 알고 보니 몸이 피곤해서 그렇기도 했지만 마추픽추에서 비를 맞으며 돌아다닌데다 땀이 식으면서 체온을 빼았겼고 점심을 허겁지겁 먹으면서 급체를 했기 때문이더군요. 쿠스코에 도착하니 이미 몸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저는 원래 여행 중에 식욕이 떨어지는 적이 거의 없는데 쿠스코에서는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더군요. 이 때 어느 정도 감을 잡았습니다. 사실 그냥 호텔에서 자고 싶었지만 반려인이 한식을 먹고 싶다기에 사랑채까지 가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저는 된장찌개를 주문했는데 두 입 먹고 거의 남겼습니다. 사진에는 김치전이 안 나왔는데 김치전도 남아서 싸 갖고 왔죠.
숙소로 돌아와 씻는 둥 마는 둥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 마추픽추 요약
- 마추픽추 안에는 화장실, 쓰레기통이 없습니다. 입구에 유료 화장실이 있으나 워낙 사람이 많아서 사용하려면 오래 기다려야 합니다.
- 마추픽추 안에는 일방통행 보도가 많아 뒤로 돌아갈 수 없어서 자칫 길을 잘못 들면 꽤 먼 길을 돌아서 다시 와야 하기 때문에 길을 잃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시간을 엄청 잡아먹거든요. 물론 일일권을 갖고 있다면 실수로 마추픽추 출구로 나갔다고 해도 입구로 몇 번이든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염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 강력한 모기 기피제가 필수품입니다. 아주 작은 모기들이 극성인데 물리면 피가 맺힌 뒤 나중에 엄청 가렵습니다. 현지에서 파는 모기 기피 스프레이는 20솔이나 하지만 향만 강할 뿐 모기를 쫓는 효과가 약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강력한 것으로 가져가는 걸 추천합니다.
- 출발할 때 날씨가 맑아도 마추픽추에 오르면 갑자기 구름이 몰려들어 소나기가 내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산 또는 우비는 반드시 가져가야 합니다.
- 등산용 스틱은 갖고 들어갈 수 없습니다.
- 잉카 브릿지와 선 게이트는 마추픽추를 기준으로 반대 방향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위치 상 한번에 다 보기가 어렵기 때문에 두 번 오르는 걸 추천합니다.
- 잉카 브릿지로 가는 길이 훨씬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가 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절벽으로 접근하는 길이 좁아서 위험하게 느껴질 뿐이지 선 게이트로 가는 길이 훨씬 멀고 체력 소모가 컸습니다.
닫기 * 마추픽추 화장실 사용 : 1솔
* 가이드 호세 수고비 : 50솔
* 아구아스 깔리엔테스 아르마스 광장 식당 점심 식사
- small size 피자
- 오렌지 주스 1잔
= 30솔
* 포터 수고비 : 10솔
* 우루밤바 숙소 앞 거리화가 그림 구입비 : 100솔
* 쿠스코 사랑채 저녁
- 된장찌개
- 비빔밥
- 김치전
- 콜라 1잔
= 88솔
* 2리터 생수 구입 : 5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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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구아스 깔리엔떼스에서 묵은 Taypikala Hotel Machupicchu입니다. 이번 페루 여행에서 묵은 숙소 중 뿌노에서 묵을 호텔과 더불어 유일한 4성급 호텔이죠. Taypikala 체인 호텔입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나름 엘리베이터도 있어서 캐리어를 옮기는데 편리했습니다.
방도 작기는 하지만 아담한 편이고 분위기가 괜찮습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전망도 괜찮은 편이고요. 호텔 위치가 아구아스 깔리엔떼스에서도 북쪽이고 여행자 거리 초입이라서 접근성은 좋으면서도 시끄럽지 않습니다.
4성급 호텔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지금까지 묵은 호텔과는 욕실에 비치된 어메니티의 수준도 다릅니다.
젖은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한 뒤 6시쯤 저녁을 먹기 위해 나섰습니다. 일행 중 '유지'가 저희랑 함께 했죠.
론리 플래닛에서 추천한 프렌치 레스토랑인 Indio Feliz로 갔습니다. 구글맵을 켜고 갔는데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더군요. 아구아스 깔리엔떼스 자체가 그리 크지 않아서 금방 찾을 수 있었습니다.
분위기가 상당히 독특한데요. 화려하면서도 고풍스럽달까 그런 느낌입니다. 아무리 봐도 프렌치 레스토랑은 아닌데 나름 공을 들인 인테리어입니다.
식탁 위에 접어서 올려둔 넵킨 색깔까지 강렬합니다. 종업원이 가져온 메뉴판을 보니 아구아스 깔리엔떼스라서 그런지 확실히 가격이 센 편이지만 음식이 워낙 훌륭하다는 평이 많아서 기대를 했습니다.
에피타이져로 시킨 토마토 스프(25.5솔)입니다. 원래는 파마산 치즈를 뿌려주는데 주문할 때 빼달라고 했습니다. 제가 찾던 바로 그 맛이네요. 맛나게 먹었습니다. 시작부터 마음에 듭니다.
음료로 주문한 칵테일, Campari Orange(25솔)입니다. 비쥬얼은 근사하지만 음식과 함께 마시기에는 너무 셉니다. 이걸 홀짝홀짝 마시다가 취했습니다;;;;
반려인이 주문한 레모네이드(16.5솔)입니다. 모히또 느낌인데 양이 엄청납니다. 이것만 마셔도 배부를 듯;;;
샐러드는 좀 식상해서 신선한 과일을 먹자고 주문한 'Trujillo Melon'(28.5솔)입니다. 안데스 산맥의 엘더베리로 만든 소스로 맛을 냈다고 하는데 맛도 있지만 비쥬얼이 엄청나네요.
제가 주문한 'Tagliatelle Indio Feliz'라는 이 집의 대표 메뉴입니다. 뜨겁게 달군 접시에 면만 따로 나옵니다. 가격이 49.5솔이나 하니 대체 뭔 요리인가 싶은데 사실 파스타에요. 하지만,
버섯, 파마산 치즈 등 고명이 따로 나와서 원하는 만큼 넣어서 먹을 수 있는 custom 파스타입니다. 그런데 이게 대박인게 페루 뿐 아니라 제가 평생 먹어본 파스타 중에서도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특히 면발이 예술이에요. 이걸 먹으러 마추픽추에 다시 가고픈 정도의 수준입니다.
멀리 페루까지 와서 이렇게 맛난 인생 파스타를 먹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마추픽추에 가시는 분들은 아구아스 깔리엔떼스에서 식사를 할 기회가 있으면 Indio Feliz에서 이걸 꼭 드셔보셔야 합니다.
8시 30분까지 유지와 페루 여행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놀다가 숙소로 돌아와 여행 일지를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닫기* 모기 퇴치제 구입 : 20솔
* 마추픽추 오후 입장료 :100 × 2 = 200솔
* 마추픽추 왕복 버스 요금 : 78(77.8) × 2 = 156솔
* 마추픽추 역사 박물관 입장료 : 22 × 2= 44솔
* 점심 식사비
- 바나나 2개 : 2솔
- 샌드위치 2개, 콜라 1병 : 12솔
* 장 본 것
: 생수 큰 병 1개, 작은 병 1개, 환타 작은 PET병 1개 : 16솔
* Indio Feliz 저녁식사
- 토마토 스프 : 25.5솔
- Campari 오렌지(칵테일) : 25솔
- 레모네이드 : 16.5솔
- Trujillo Melon : 28.5솔
- Tagliatelle Indio Feliz : 49.5솔
= 145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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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바로 앞이 체크 포인트이고 걸어서 마추픽추 입구로 올라가는 관문이더군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략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라는데 추천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마추픽추의 내부 건물만 볼 것이 아니라 Sun Gate나 Inca Bridge까지 갈 거라면 마추픽추로부터 각각 왕복 2시간과 1시간이 또 걸리기 때문에 체력을 비축해놔야 하거든요. 그러니 꼭 마추픽추까지 트래킹을 하고 싶으면 올라갈 때는 버스를 이용하고 내려올 때 하는 걸 권장합니다.
시간표에 맞춰 운행하는 버스를 타면 예전 대관령 고갯길 저리가라 할 정도의 구절양장 꼬불길을 15분에서 20분 정도 올라가게 됩니다. 마추픽추 입구에 내리니 내려가는 버스를 타려고 오전에 올라온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습니다. Cheo의 말을 들어보니 12시 무렵이 되면 오전에 올라온 사람들이 나가는 시간이라 많이 붐빈다고 하네요.
어차피 내일 오전에 다시 올 것이기 때문에 마추픽추 내부는 local guide와 함께 내일 오전에 둘러보기로 하고 일단 오늘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Sun Gate까지만 갔다오기로 했습니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아구아스 깔리엔떼스가 있는 아랫쪽을 내려다보니 까마득합니다. 잉카인들은 대체 이 첩첩산중에 어떻게 이런 시설을 세웠는지 모르겠네요.
마추픽추를 마주보고 왼쪽길이 Sun Gate로 가는 길입니다. 케추아어로는 Intipunku라고 부르는데 말 그대로 햇빛이 들어오는 관문입니다. Sun Gate를 거쳐 들어온 햇빛이 가리키는 위치를 보고 작물의 파종, 수확 시기를 가늠했다고 하네요.
마추픽추 입구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어느새 개미만큼 작아졌습니다.
잉? 여기에도 왠 댕댕이 한 마리가 있네요. 관광객들이 많이 지나다니기는 해도 주인이 있는 개가 아니라면 생활하기에 쉬운 곳은 아닌데 말이죠. 사람들이 지나다니건 말건 햇볕을 피해 그늘에서 느긋하게 쉬고 있습니다.
올라가는 길 주변에는 곳곳에 옛 잉카인의 유적들이 있습니다.
편도 1시간 이상 오르막길을 오르는 쉽지 않은 트래킹 코스이기 때문에 간혹 만나는 꽃들이 더 반갑습니다.
마추픽추와는 벌써 꽤 멀리 떨어졌네요. 저기 보이는 꼬불길이 버스가 다니는 길입니다. 버스에 타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멀미가 날 것 같습니다;;;;;
Cheo와 4시 30분에 아구아스 깔리엔떼스 시내 버스 정류장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최소한 4시에는 내려가는 버스를 타야 합니다. 마음이 급하네요.
1시간의 트래킹을 마치고 드디어 Sun Gate에 도착했습니다. 올라오는 내내 왼쪽 절벽이 숨막히는 풍경(사진의 왼쪽 사람들 참조)이라 힘든 줄도 몰랐네요.
수분도 보충하고 땀에 젖은 몸도 식히면서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Sun Gate는 생각보다 작은 구조물로 그야말로 관문처럼 생겼습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어서 제대로 된 사진도 못 찍었네요. 사실 Sun Gate 앞이 바로 낭떠러지라서 Sun Gate가 나오는 사진을 찍을 수도 없습니다.
내려가는 길은 올 때보다 한결 수월하지만 다리가 풀렸기 때문에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야 합니다. 다행히 비가 내리지 않아서 길이 미끄럽지는 않네요.
3시 30분 경에 마추픽추로 돌아왔습니다. 어느 정도 기대를 했음에도 마추픽추의 위용을 눈앞에서 보니 가슴이 벅차네요.
최대한 사람이 없는 때를 골라서 다른 각도에서 찍었습니다. 마추픽추를 내려다보는 맞은편의 산은 와이나픽추라고 하는데 사진을 옆으로 돌려보면 딱 잉카인의 얼굴 옆모습처럼 생겼습니다.
마추픽추는 케추아어로 '오래된 봉우리'라는 뜻으로 1983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해발 2,430미터에 위치해 있고 몰타르 같은 접착제를 전혀 쓰지 않고 50년 이상 걸려 건설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500명 이상의 잉카인들이 상시 거주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한 두 군데만 더 돌아보기로 하고 일단 위로 올라갔습니다.
마추픽추 유적의 뒤쪽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여기 풍광도 가슴 벅차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뒤쪽은 깎아지른 절벽이기 때문에 외적의 침입을 원천봉쇄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요. 콘도르 한 마리가 마추픽추를 지키기라도 하듯 천천히 하늘을 선회하고 있습니다.
어느 각도에서 봐도 마추픽추의 존재감은 남다르네요.
시간이 다 되어 내려오는데 갑자기 라마 한 마리가 뙇하고 나타납니다. 귀에 표식을 달아놓은 것을 보니 여기에서 키우는 라마 같습니다. 아마도 관광객들이 기념 사진을 찍으라고 풀어놓은 것 같네요.
한 마리가 더 있습니다. 기념 사진을 찍으라고 아예 마추픽추를 배경으로 앉아있는 것 같네요.
부지런히 내려오니 다행히 버스 승강장에 기다리는 사람이 많지 않아 금방 버스를 탈 수 있었습니다. 빨간색 영수증을 내고 버스에 타니 20분 쯤 후 아구아스 깔리엔떼스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이 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내일 마실 생수 2병(큰 거, 작은 거)하고 작은 캔 환타를 근처 마트에서 샀습니다. 모두 합쳐 16솔이나 하네요. 페루에서 아구아스 깔리엔떼스의 물가가 가장 비싸다는 실감이 납니다. ㅠ.ㅠ
Cheo가 도착했을 때는 비가 꽤 많이 내리기 시작해 부리나케 오늘 묵을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시내 북쪽 끝에 있어서 올라가는 동안 비를 맞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산을 더플백에 넣어놓고 안 가져갔거든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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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여행 9일차에 접어 들었습니다. 오늘은 마추픽추에 한걸음 더 다가갑니다.
아침 6시 30분 출발이라 4시 30분에 일어났습니다. 마추픽추에는 캐리어를 갖고 갈 수 없기 때문에 GAdventures에서 미리 나눠 준 더플백에 1박 2일 동안 생활할 수 있는 짐만 나눠 담았습니다. 캐리어는 여기 숙소에 맡겨 둘 예정입니다.
이른 아침 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내려갔습니다. 꽤나 넓지만 목재로 인테리어가 되어 있어 그런지 따뜻하고 안락한 느낌을 줍니다.
너무 일찍 일어나 입맛이 없기에 주로 과일 위주로 간단히 배만 채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먹던 강냉이가 있기에 신기해서 몇 개 가져왔습니다. 당연하겠지만 맛이 똑같네요. :)
식사를 마치고 잠시 산책도 할 겸 정원으로 나갔습니다. Villa Urubamba는 여행 당시 트립 어드바이저에서 우루밤바 지역 10위권에 랭크된 숙소였습니다.
객실 앞쪽에는 작은 수영장도 있지만 물이 깨끗하지는 않습니다. 이미 수영을 할 시기가 지나서 관리를 안 하나 봅니다. 분수대도 물이 말라 있네요.
아침 식사를 했던 식당 밖에서 본 모습입니다. 바깥 벽도 목재로 덧댄 것 같네요. 아니면 통째로 목재일 수도 있겠네요.
6시 30분이 되어 모두들 숙소 로비로 집결했습니다. 더플백 모양이 똑같기에 헷갈리지 말라고 네임택을 붙여 차에 실은 뒤 오얀따이땀보로 40분 정도 이동했습니다. 오얀따이땀보에서 아구아스 깔리엔테스까지는 기차로만 이동할 수 있거든요. 차량 접근이 안 됩니다.
역 구내로 들어가는데도 티켓과 여권을 일일히 확인합니다. 역 구내에서 기다리다가 예약한 기차가 오면 탑승하게 됩니다. 역 구내까지 들어와 물건을 파는 잡상인들이 많은데 혹시 몰라서 모기 퇴치 스프레이를 하나 샀습니다. 20솔이나 하는데 정작 마추픽추에 올라갈 때는 다른 가방에 넣어두는 통에 가져가지 못해 모기에 10방 이상 물렸습니다. ㅠ.ㅠ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이용하는 페루 레일은 티켓 가격이 50불에 18% 세금이 붙어서 59불(편도)입니다. 페루 물가를 고려할 때 이것도 싼 가격이 아닌데 럭셔리 열차인 잉카 레일은 티켓 가격이 무려 600불이나 합니다. ㅡ.ㅡ
쿠스코 내지는 오얀따이땀보에서 아구아스 깔리엔떼스로 가는 기차표를 현장에서 구매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반드시 사전 예약을 하는 게 좋습니다.
이게 우리들이 타고 갈 페루 레일입니다. 출발 전에 전망이 잘 보이라고 지붕 쪽 창을 닦고 있습니다.
이게 그 비싼 럭셔리 기차인 잉카 레일입니다. 대체 어떤 수준이길래;;;;;
발차 시간이 되어 기차에 탑승했습니다. 객차 내부의 인테리어는 대충 이렇습니다. 대략 KTX의 4인 가족석처럼 생겼죠.
기차에 탈 때 티켓을 가져가기 때문에 Cargo 이름(A or B)과 좌석 번호는 기억해둬야 합니다. 저는 스마트폰으로 찍어두었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고 제 자리를 찾아갈 수 있었죠. 사실 외국인은 A Cargo에만 타기 때문에 좌석 번호만 기억해 두면 됩니다.
중앙의 조명 양쪽으로는 환기 시스템이 있고 나머지는 모두 유리창입니다. 기차를 타고 아구아스 깔리엔테스까지 가는 동안 멋진 풍광을 최대한 감상할 수 있도록 해 놨습니다.
거의 썬루프 수준으로 유리창을 곳곳에 만들어 놨습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사진을 안 찍은 것 같은데 가는 동안 만년설이 덮인 베로니카 마운틴(케추아어로 와카이 윙카라고 불리는)의 멋진 모습을 계속 볼 수 있습니다. 와카이 윙카의 뜻은 '성스러운 낙루'라고 하네요.
기차가 출발한지 20분 정도 지나면 free 음료를 제공합니다. 생수, 물, 치차 모라다, 주스 중에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오얀따이땀보를 떠난 지 1시간 20분 정도 되면 아구아스 깔리엔떼스에 도착합니다.
아구아스 깔리엔떼스(Aguas Calientes)는 '뜨거운 물'이라는 뜻으로 실제로 온천수가 나오는 곳입니다. 해발 고도 2,040미터에 위치한 마추픽추의 관문으로 쿠스코에서 출발하는 기차의 마지막 종착역이기도 합니다.
아구아스 깔리엔떼스에서 마추픽추까지는 버스로 15분에서 20분(대부분의 가이드북에서는 30분을 이야기하지만 정체가 있을 때 이야기고 보통 15분 정도면 충분합니다) 정도 걸리기 때문에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여기에서 숙박을 하고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마추픽추 등정에 나섭니다.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관광버스에도 온통 마추픽추가 랩핑되어 있어 드디어 마추픽추에 거의 다 왔다는 실감이 납니다.
숙소의 방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기에 일단 더플백만 기다리고 있던 직원에게 넘기고 곧바로 일정을 소화하기로 했습니다.
시내에서 어떻게 할까 갑론을박하다가 가이드인 Cheo의 의견에 따라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박물관에 갔다가 거기에서 버스를 타고(마추픽추로 가는 버스가 박물관 앞으로 지나갑니다) 마추픽추에 올라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원래 일정은 내일인데 오늘 미리 한번 올라가보기로 한거죠.
사람들이 시끄럽게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도 곤히 자는 페루 댕댕이들~~~
동물을 학대하는 못된 인간이 없어서일까요? 너무나 평화롭게 단잠을 즐기는 중입니다.
지금까지 만났던 개들은 페루 전통견이 아니고 얘가 페루 전통견입니다. 온몸에 털이 하나도 없고 머리에만 모히칸족처럼 털이 났습니다. 정말 신기하죠. 보호종인가 그리 많지 않은가 보더라고요. 저도 이번 여행 중에 딱 한번 봤습니다.
우선 마추픽추 입장권을 사야 했기에 시내 가운데에 있는 매표소에 가서 입장권을 구입했습니다. 12시 이후 입장하는 경우는 꽤 할인을 받는데도 1인 당 100솔입니다. 가히 살인적이죠. 마추픽추 입장권을 구매할 때는 여권을 보여줘야 합니다. 티켓에는 입장 시간이 찍혀 나오는데 아마도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는 걸 방지하려고 입장 시간을 정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다음에는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왕복 버스 티켓을 구매했습니다. 오른쪽에 보시면 아시겠지만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마스터 카드를 사용할 수 있고 유니온 페이 카드도 되는데
희안한 건 비자 카드 결제가 안 됩니다. 저는 비자 카드만 가져갔기에 어쩔 수 없이 현금 결제를 했죠.
여권을 보여줘야 하지만 매표소 직원이 제대로 살펴보지는 않습니다. 다분히 형식적이에요. 왕복 버스 티켓은 78솔(정확하게는 77.8솔)입니다. 이것도 만만치 않은 금액이죠. 왕복 티켓은 세 가지 색깔로 구분하는데 갈 때는 파란색을 뜯어서 내고, 올 때는 빨간색을 내면 됩니다. 노란색은 승객 보관용으로 영수증의 기능을 합니다.
사실 박물관에 가자고 Cheo가 제안했을 때 시내에 있는 줄 알고 흔쾌히 오케이 했는데 막상 가 보니 시내 밖으로 나가는 건 물론이고 대략 숲길을 1킬로미터 이상 걸어가야 하더군요;;;;;
양쪽으로 깎아지른 산에 둘러싸인 숲길을 트래킹하는 코스입니다. 길이 좋지 않지만 공기 하나는 확실히 좋더군요. 삼림욕이 절로 됩니다.
이런 다리를 건너서 왼쪽으로 가면 마추픽추, 오른쪽으로 가면 박물관입니다.
박물관에 도착했습니다. 티켓 비용은 22솔입니다. 역시나 여권을 내야 합니다.
페루에서는 티켓을 살 때 신분증을 내는 게 통상적인 절차입니다. 박물관에서는 여권 번호를 입력하는지 티켓팅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박물관 관람 비용에는 식물원 입장료도 포함되어 있지만 버스 시간이 간당간당해서 식물원은 못 봤습니다.
규정이 꽤나 엄격합니다. 가방도 못 갖고 들어가고 아무것도 만지면 안 되고(이건 당연하지만), 사진이나 비디오 촬영도 안 됩니다(그래서 내부 사진이 한 장도 없습니다)
박물관의 전시물은 대부분 마추픽추와 관련된 것들인데 발굴 과정 이야기, 출토된 유물들입니다. 영상관에서 보여준 짧은 영상물이 꽤 유익했습니다. 마추픽추에 오르기 전에 한번 보면 좋겠더군요.
박물관을 후다닥 둘러보고 바로 옆에 있는 작은 레스토랑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때가 12시 쯤이었는데 마추픽추 티켓에 입력된 입장 시간이 1시이므로 버스를 12시 30분 정도에는 타야했죠.
다행히 버스가 레스토랑 옆으로 지나간다기에 여기에서 간단히 점심 요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점심으로는 야채 샌드위치 2개, 바나나 2개, 콜라 1캔을 주문했는데 바나나는 엄청 큰 것이 1솔이라서 아주 저렴했는데 정작 야채 샌드위치가 엄청 부실해서 14솔이라는 금액까지 비싸게 느껴졌습니다. 시장이 반찬이니 어쩔 수 없이 먹어야겠죠.
이제 드디어 마추픽추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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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얀따이땀보(Ollantaytambo)는 마추픽추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아구아스 깔리엔떼스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유적지입니다.
주차장 뒤로 보이는 산세도 만만치 않습니다;;; 차량은 모두 여기에 주차하고 입구까지는 걸어서 이동해야 합니다.
13세기 이후로 지금까지 예전 모습을 잘 유지하고 있는, 좁지만 운치있는 골목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오얀따이땀보는 쿠스코에서 88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태양신인 비라꼬차를 비롯한 신들을 모시기 위한 신전이자 잉카 제국의 지도자 망코 잉카가 임시 수도로 삼고 마지막으로 항전한 격전지이기도 합니다.
이 티켓(70솔) 한 장이면 오얀따이땀보와 모라이, 피삭, 친체로 네 곳을 모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안에 화장실이 없는 줄 알고 매표소 앞의 유료 화장실(1솔)을 이용했는데 알고 보니 안에도 화장실이 있어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더군요. 쩝....
입구를 통과하면 곧바로 거대한 계단식 테라스를 만나게 됩니다. 사진만 봐도 얼마나 거대한 유적인지 아시겠지요?
계단식 테라스의 오른쪽은 산허리를 깎아서 만든 아찔한 길이 놓여 있습니다. 하이킹 코스라고 하기에는 후덜덜하지만요.
4시 20분에 도착했는데 공교롭게도 오늘은 5시에 문을 닫는다고 해서 부지런히 돌아봐야 했습니다. 꼭대기에서 바라보니 주차장의 버스들이 미니카처럼 보이네요.
주차장을 내려다보던 곳에서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 보면 무슨 만리장성같은 느낌의 요새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얼마나 거대한 유적인지 실감이 납니다. 햇볕을 받아 황금색으로 빛나는 저 맞은편 산을 자세히 보면 비라꼬차의 얼굴 모습이 보인다고 합니다. 저는 못 찾았지만 잉카의 창조주인 태양신이 잉카 제국의 마지막을 내려다보는 얼굴이라면 꽤 비감이 어린 슬픈 모습일 것 같습니다.
오얀따이땀보는 해발 2,792미터에 위치한 고산 지대여서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함부로 움직여서는 안 됩니다. 고산병을 조심해야죠.
잉카인들은 대체 이 높은 곳까지 이렇게 무거운 돌을 어떻게 날라서 거대한 요새를 건설한 걸까요?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잉카인들이 쌓은 석벽은 굳건히 서 있습니다.
벽을 쌓을 때 디딤돌로 삼을 수 있도록 튀어나오게 쌓았습니다.
40분 만에 후다닥 둘러보고 입구로 내려왔습니다. '왕녀의 목욕탕'으로 불리는 곳에서는 지금도 깨끗한 물이 흐릅니다.
버스를 타고 숙소가 있는 우루밤바(Urubamba)로 향했습니다. 가는 도중에 오늘이 운전기사 두 분의 마지막 날이라고 해서 수고비를 거둬서 드렸고요.
숙소에 도착하기 전에 꽤 큰 마트에 들러서 필요한 물건을 사라고 하기에 생수, 간식을 좀 사고 가져간 전기면도기의 상태가 메롱메롱하기에 비상용으로 일회용 면도기도 하나 샀습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오늘밤을 보낼 San Agustin Urubamba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가이드인 Cheo가 기다리고 있다가 저희를 맞아줬습니다.
이 호텔의 분위기도 쿠스코처럼 독특하네요. 그리고 안이 굉장히 넓습니다. 저녁에 도착해서 사진을 몇 장 못 찍었는데 대체 어떤 분위기인지는 다음 여행기에서 보여드릴께요.
체크인을 하고 배정받은 방으로 들어가면서 뜨거운 물을 받아다 컵 쌀국수와 과일로 저녁을 먹고 간단히 씻은 뒤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닫기 * Puma Cha Yoc에서 산 페루 베이커리 : 5솔
* Pisac에서 산 주전부리
- 옥수수 : 4솔
- 갓 짠 오렌지 주스 2잔 : 5 X 2 = 10솔
* Potato Park에서 산 알파카털 장갑 : 20 X 3 = 60솔
* Parwa 레스토랑에서 주문한 오렌지 주스 : 5 X 2 = 10솔
* Ollantaytambo 유적 밖 유료 화장실 이용 : 1솔
* 운전기사 두 분 수고비 : 20솔
* 우루밤바 숙소 가는 길에 들른 마켓 장
: 일회용 면도기, 생수 2병, 초컬릿 1개, 오레오 쿠키 1개 = 23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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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sac을 떠나 도착한 다음 방문지는 가이드인 호세가 Potato Park라고 소개했지만 사실 원주민들이 살고 있는 일종의 Community입니다. 6천 명의 원주민이 6개의 community로 나뉘어 살고 있는데 각 community마다 전통적으로 담당하는 일이 다르다고 합니다. 저희가 방문한 곳은 감자 종자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은 community였습니다.
전통 복장을 입은 마을 사람들이 입구에 도열해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꽃잎을 뿌려줍니다. 뭐 이것까지는 참을 만 했는데 일일이 악수를 하며 들어가는 건 역시나.... ㅡ.ㅡ
족장님이 직접 페루 감자의 역사에 대해 아주 상세하게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해발 고도에 따라 3개의 구역으로 나누어 옥수수, 감자, 퀴노아를 심었다는 이야기까지 흥미롭게 들었고요.
페루가 감자의 원산지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정말 다양한 종류의 감자가 있더군요. 얼핏 봐서는 감자처럼 보이지 않는 감자가 많습니다. 당연하겠지만 감자의 종류에 따라 요리법도 다양하더라고요.
설명을 듣는 동안 갓 찐 감자를 대접받아서 맛을 봤는데 일반적인 감자와 맛이 다릅니다. 굉장히 풍미가 좋고 고소하더군요. 어렸을 때 처음 강원도 햇감자를 맛보았던 때와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감자를 심는 방법의 시연을 족장님이 손수 해 주셨는데 땅이 딱딱해서 호미가 잘 안 들어가는 바람에 능숙한 족장님이 당황하신 것이 웃음 포인트였죠.
마을 내에 습도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감자 종자 보관소가 있습니다. 예전 노르웨이 여행 때 방문했던 스발바르의 종자 보관소를 본떠 만들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 보관소와 종자를 상호 교환해서 보관하고 있고요.
얼핏 보기에는 되는대로 박스에 넣어둔 것 같지만 나름 온도, 습도, 통풍을 신경써서 관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다음은 자리를 옮겨 여성들이 알파카에게서 얻은 털을 세척하고 실로 자아내 염색하고 직물을 짜는 과정을 아주 디테일하게 보여줬습니다. 그야말로 아무데서나 보기 힘든 교육적인 내용이었죠.
그냥 관광객들에게 보여주려고 대충 시연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실을 자아내서 그걸로 제품을 만들더군요.
이렇게 바닥에 나무 막대를 박아서 세운 뒤 실을 감아서 타래를 만듭니다.
붉은색 염료인 코치닐을 다양한 재료와 섞어서 원하는 색은 무엇이든 뽑아낸다고 하더군요. 대충 보기에도 굉장히 다양한 색깔이 가능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관광객들이 쳐다보건말건 열심히 일하고 계십니다.
마을 장터 한쪽에는 언제든지 차와 감자 등의 간식을 즐길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임시로 열린 장터에서는 알파카 털로 만든 장갑 3개(각 20솔)를 샀습니다. 일부러 한곳에서 한꺼번에 사지 않고 기분 나쁘지 않도록 하나씩 따로 구매했습니다. 평소에 동물 성분으로 만든 제품은 구매도, 사용도 안 하지만 페루의 알파카는 다른 나라에서 대규모로 양털을 깎거나 거위털을 뽑아내는 것처럼 동물을 학대하지 않는다고 들은데다 부모님들 선물을 골라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잠시 마음이 약해져서 구매를 했네요. 반성합니다.
마을 한 켠에 알파카를 묶어 놨길래 일부러 구경하러 갔습니다.
알파카를 실제로 본 건 이번이 처음인데 세상 귀여움이 아닙니다. @.@
정면에서 보면 입을 '옴'하고 오므려 내민 것 같은 모습이라 더 귀엽습니다. 게다가 되새김질을 하면서 꿍얼꿍얼 소리까지 내니 거의 심쿵입니다. 하지만 겁이 굉장히 많은지 누워 있다가도 사람들이 조금만 곁으로 다가가면 벌떡 일어나기 때문에 가까이 다가가지는 못했습니다.
Community 투어를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하러 Huchuy Qosqo로 이동했습니다.
Parwa 프로젝트라고 GAdventures가 지원하는 지역 경제 살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라고 합니다.
주변 환경은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데 안에는 깨끗하게 잘 가꿔진 레스토랑이 있더군요.
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가벼운 주전부리로 감자를 통째로 썰어서 튀긴 감자칩이 나왔습니다. 맛이야 또 이야기하면 제 입만 아플테니 통과~
직접 기른 채소로 만든 샐러드입니다. 아주 신선한데다 정갈하게 담았네요. 맨 위에 뿌려진 붉은색 채소는 비트 같은데 확실하지 않습니다.
메인으로 나온 퀴노아 요리입니다. 퀴노아 볶음밥 느낌인데 향신료가 들어 있어 맛이 독특합니다.
구성은 조금씩 다르지만 페루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일종의 피클인데 새콤 달콤 매콤하기 때문에 입을 개운하게 해 줍니다. 페루의 옥수수, 감자가 아무리 맛있어도 많이 먹으면 목이 메이고 입이 텁텁하기 때문에 이걸 자주 함께 먹었죠. 우리 입맛에 맞는 맛입니다.
갓 짠 오렌지 주스도 2잔(1잔에 5솔) 주문했습니다. 신선한데다 양도 많네요. 얼음을 띄워 차게마셨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 정도로도 훌륭합니다.
후식으로 나온 일종의 과일 절임입니다. 생긴 것처럼 아주 달지는 않습니다.
요건 케익과 함께 나온 형태인데 케익 맛은 생각보다 별로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식사 비용은 투어 비용에 포함되어 있고 음료만 별도 지불이더군요.
점심을 먹고 나왔는데 정원 한 구석에 뭔지 모르는 나무로 만든 상자가 하나 있더군요. 호기심에 가까이 가 봤습니다.
이건 우리나라의 투호와 비슷한 원리의 페루 전통놀이인데 금화처럼 생긴 금속판을 가능하면 높은 점수를 낼 수 있는 구멍에 던져 넣고 점수를 합해서 승자를 가리는 겁니다. 여기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페루 전역에서 볼 수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다들 재미로 한번씩 던져보더니 금방 승부욕이 활활 불타올라서 저는 그냥 구경만 하려고 옆으로 물러서 있었는데 저보고도 던지라고 엄청 push했습니다;;;;;
레스토랑 밖에 세워져 있는 버스 뒤로 솟은 웅장한 산세를 보니 페루의 산들이 얼마나 큰지 실감이 납니다.
이제 오늘의 마지막 경유지인 '오얀따이땀보'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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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cwaywaman에서 40분 정도 더 차를 달려 Puma Cha Yoc에 도착했습니다. 설마 Puma가 그 Puma일까요?;;;;
Puma Cha Yoc은 전통 방식으로 화덕에 바나나빵을 굽는 꽤 유명한 베이커리입니다. 페루의 베이커리라....
보시는 것이 전통화덕이고 오른쪽에 구워진 빵이 보입니다.
몇 가지 종류의 빵이 있는데 바나나가 들어간 빵은 별로 끌리지 않아서 치즈가 들어가기는 하지만 살짝 맛이나 보자 하고 양파, 토마토, 치즈, 오레가노, 로즈마리가 들어간 전통빵을 1개만 샀습니다.
구워진 빵은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잘 덮어둡니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빵이 꽤 먹음직하죠. 1개에 5솔인데 고기가 안 들어간 대전 성심당 소보로빵하고 비슷한 맛입니다. '예전에 알던 그 맛'이어서 굳이 이 빵을 먹어보러 거기까지 가라고 권할 정도는 아닙니다만.
빵에 들어가는 재료를 담아서 말리고 있습니다. 잠시 쉬는 참에 뒤뜰에 기니아 피그 사육장이 있다고 해서 보러 갔습니다.
제가 예상했던 사육장의 모습은 아니네요;;;;;; 꽤 많은 기니아 피그가 살고 있지만 그리 지저분하지는 않습니다. 토끼 사육장에서 나는 냄새와 비슷한 정도입니다.
가까이 다가가니 밥을 주는 줄 알고 집안에 있던 기니아 피그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꾸이 꾸이" 소리를 내는데 정말 귀엽네요. 이렇게 귀여운 애들을 대체 어떻게 먹을 수 있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ㅠ.ㅠ
그리고 페루에서 왜 기니아 피그를 '꾸이'라고 부르는지 알았습니다. :)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음 목적지인 Pisac으로 향했습니다.
Pisac은 Sacred Valley에 속한 지역이라 대충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풍광이 장난이 아닙니다.
해외 여행을 꽤 많이 다녀봤지만 페루의 풍광은 뭔가 거대하고 압도적인 게 있습니다. 몽골에서 경험한 광활함과는 또 다른 느낌이죠.
론플에서는 Pisac을 Sunny Pisac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왜 그런지 알겠더군요. 햇살이 굉장히 강하게 내려쬐는 잉카 유적입니다. 선글래스, 모자, 자외선차단제는 필수입니다.
입구를 지나 오르막길 건너편에는 잉카인이 구축한 요새가 보입니다. 그건 그렇고 요새 위의 구름 모양이 흡사 용이 승천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
언덕 꼭대기의 요새에서 내려다보이는 계단 같은 건 모두 밭입니다. 그 당시 감자를 경작했던 흔적이죠. 이게 얼마나 거대한 밭인지는 사진 오른쪽 길을 따라 올라가는 사람의 크기와 비교해보시면 압니다.
요새라고는 하지만 거대한 성채와는 거리가 멉니다. 하지만 굉장히 정교하면서도 세심한데 사진 가운데 쯤에 튀어나온 정교한 돌계단을 보세요.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서 그런지 저희가 도착했을 때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한가롭게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성채에 올라왔는데 여기가 무려 해발고도 3,514미터입니다. 어쩐지 숨이 가쁘더라니. ㅠ.ㅠ
이건 제 반려인이 허락을 받고 찍은 현지인 사진입니다. 여성들이 하나같이 모자를 쓰고 있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과연 햇살이 강한가 봅니다.
슬슬 올라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워낙 유적이 크기에 붐빈다는 느낌은 안 듭니다.
성채에 걸터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입니다.
산들이 워낙 높아서 그런지 구름이 낮게 깔리는 느낌입니다.
유적 뒷편으로 가면 저 아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 건너편 절벽 절단면에 뭔가가 보이는데요.
바로 잉카인들의 동굴 무덤이랍니다. 사실이냐고요?
절벽을 확대해서 찍은 사진인데 초록색 느낌표가 있는 부분이 무덤이고요. 그 앞에 놓여 있는 유골이 보이시나요? 저거 실제 유골입니다. 앞선 여행기에서 미이라에 대해서도 설명드렸지만 페루 사람들은 fake로 만들어서 가져다놓지 않습니다. 모두 실제 미이라, 유골, 유품입니다. ㅡ.ㅡ;;;;
계단식 감자밭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입니다. 거의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수준으로 거대합니다.
성채 건너편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이 정도 높이라면 외적이 침입하러 올라오는 것조차 쉽지 않겠습니다.
아까 올라올 때는 없었는데 내려가는 길에 보니까 좌판도 하나 둘씩 눈에 띄고 관광버스도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주전부리로 옥수수 1개(4솔)와 오렌지 주스(5솔)를 2잔 샀습니다. 옥수수는 사카린이나 설탕을 하나도 넣지 않고 찌는 것 같은데 아주 달고 맛있습니다. 무엇보다 보시는 것처럼 알이 굉장히 굵어서 씹는 맛이 일품이죠. 역시 감자, 옥수수의 본고장이라고 부를 만 합니다. 페루에 가시면 감자와 옥수수는 원없이 드세요. 최고입니다.
다음 목적지는 Potato Park(?)입니다. 여기에서 페루 여행 처음으로 알파카를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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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침 7시 30분 출발 예정이라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났습니다. 페루 여행 내내 지금까지 계속 잠자리에는 일찍 들었기 때문에 새벽에 일어난다고 해도 절대 수면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쿠스코에서는 자다가도 숨이 가빠서 뒤척이다 자주 깼습니다. 확실히 고산 지역의 영향이 크네요. 가벼운 옷차림으로 누웠는데도 가위눌리는 것처럼 답답하니 편안히 잘 수가 없더군요. 나중에 티벳이나 히말라야 트래킹을 할 때 보통 문제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침대 옆 협탁에 그려진 문양도 쿠스코 답게 독특합니다.
객실 열쇠가 끼워져 있는 열쇠 고리의 뽀쓰도 만만치 않아요. 다만 너무 무거워서 갖고 다닐 수가 없는 게 에러라서 외출할 때는 항상 리셉션에 맡길 수 밖에 없습니다;;;;;
샤워실 벽의 문양과 색감도 예쁩니다. 씻고 짐을 챙겨서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습니다.
조식 뷔페로 이용하는 레스토랑은 저녁에는 Bar로도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뷔페 구성을 보니 grilled vegetable도 있고 구운 감자도 있는 걸 보면 평균 이상은 되는 것 같습니다. 해외 여행을 나오면 조식으로 먹을 수 있는 게 과일이나 샐러드로 국한되기 때문에 크게 기대하지는 않지만요.
쿠스코에 있는 호텔 아니랄까봐 분위기도 독특하고 소품도 독특합니다.
호텔에 딸린 작은 정원도 운치있는데 벽에 걸린 벽화가 눈에 띕니다. 나무가 가리지 않았다면 정원의 분위기를 좌우했겠는데요.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가 짐을 챙겨서 로비로 내려가 마추픽추 담당 가이드 호세와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아레끼빠 시티투어 가이드였던 리스와 비등한 수준으로 알아듣기 쉬운 영어를 사용하네요. 다행입니다.
호텔이 골목에 위치하고 있어서 차량이 호텔 앞까지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개인짐을 들고 대로변까지 내려가야 합니다. 동네 멍뭉이들이 한가롭게 아침볕을 쬐며 졸고 있습니다. 다들 착해보이지만 몸집들이 하나같이 너무 커서 차마 '쓰다듬'은 못했습니다.
오늘은 GAdventures 소속 차량으로 이동한다고 하네요. 가는 길에 Sacsaywaman을 들러 간다는데 사실 어제 오후 개인 일정으로 거기를 다녀올까 잠시 고민했었는데 안 가기를 잘했네요. :)
Sacsaywaman은 철자가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영어권 국가 여행자들이 농담삼아 'Sexy Woman'이라고 부르는데 퀘추아 말로는 'Satisfied Falcon'이라는 뜻입니다.
원래는 거대한 유적이었는데 스페인 점령군이 쿠스코 시내의 성당과 집들을 짓느라 돌을 다 빼가는 바람에 폐허가 되었고 현재는 원래 유적의 20% 정도만 남아있다고 합니다.
여행자들은 쿠스코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멋진 전망 때문에 이곳을 찾는데 광장으로부터 걸어서 1시간 정도 걸린다네요. 높은 건물이 거의 없고 지붕이 벽돌색으로 통일되어 있어서 높은 산, 낮게 걸린 구름과 어울려 그림같은 풍광을 자아냅니다.
쿠스코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고 중앙에 광장과 대성당 등도 보이네요. 쿠스코에 있는 유일한 공장인 쿠스케나 비어 공장도 어디 있는지 가이드인 호세가 알려줬는데 지금은 잊어 버렸습니다;;;;
Sacsaywaman 정상에는 팔레스타인 사람(대체 왜!!)이 기증한 예수상이 서 있는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예수상을 본떠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구름이 예수님 손에서 뿜어나오는 '기' 같지 않습니까.
Sacsaywaman을 떠나 잠시 차를 달리다가 다시 멈추었는데요. 여기도 풍광이 만만치 않습니다. 물건을 파는 상인들이 많이 보이는 걸 보니 관광객들이 많이 들르는 포인트인가봅니다.
나중에 마추픽추 때도 보여드리겠지만 페루는 기본 사이즈가 원체 큽니다. 산이 워낙 높고 계곡 또한 깊기 때문에 공간감이 크죠.
아레끼빠의 산토도밍고 성당 외관에서도 느꼈지만 Sacred Valley 지역 산은 토양의 색깔도 검고 짙푸르기 때문에 굉장히 웅장하고 육중한 거인같은 느낌이죠.
마지막으로 파노라마 샷 한 장을 찍고 다음 행선지인 Puma Cha Yoc으로 이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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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Plaza de Armas)을 둘러보고 난 뒤에 기념품 구입을 원하는 일행이 있어 기왕 워킹 투어를 나온 김에 가보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같이 직물 샵으로 향했습니다.
공장을 겸하고 있는 shop인데 색감이 굉장히 강렬하네요.
공장 한 쪽에는 낙타와 비쿠냐 등 동물에 따라 모질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는 안내판이 붙어 있습니다. 가장 고급인 것이 비쿠냐 털이라는데 굉장히 비쌀 뿐 아니라 귀해서 보기가 힘들다고 하네요. 저도 못 봤습니다.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건 알파카 털로 만든 제품인데 목도리, 장갑 등이 있습니다. 한쪽에는 알파카, 라마, 비쿠냐 털을 어떻게 염색하는지 공정을 설명해 놨고 염색한 실을 쌓아 놨습니다.
공장 한 켠에는 이렇게 염색된 실로 직물을 짜는 베틀도 놓여 있습니다.
실제로 작동하는 베틀을 볼 수 있는데 굉장히 다양한 색깔의 실이 물려 있습니다. 사진 아래를 보시면 굉장히 화려한 색깔의 직물이 보이죠?
어떤 염료를 쓰면 어떤 색깔이 나오는지 설명해 놓은 곳입니다. 맨 위에 있는 것이 선인장에 사는 연지벌레인 코치닐로 염색한 실입니다.
저희는 어차피 동물성 제품을 살 생각이 없기에 사진만 몇 장 찍고 shop 밖으로 나와 문 앞에 앉아 일행이 나올 때까지 사진을 찍으면서 기다렸습니다. 다시 봐도 구름이 정말 예술이네요.
그런데 안에서 Cheo가 오늘 일정은 이게 끝이니 그 다음에는 알아서 개인 일정을 가지라고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미리 알았으면 먼저 일어났을 것을 괜히 30분 넘게 기다렸네요. ㅠ.ㅠ
처음엔 일단 호텔로 돌아갈까 하다가 어차피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되었기에 근처에서 비건 레스토랑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론플에 나온 비건 레스토랑을 찾으러 가는 길에 만난 골목길인데 마음에 드는 풍경입니다.
길가에 세워져 있던 피자집 배달 오토바이. 그런데 왠지 피자를 담는 배달통이 굉장히 낯익은데요? @.@
광장을 지나 골목길로 접어드니 조용한 골목이 나오고 작은 카페나 레스토랑들이 보입니다.
미니 버스의 랩핑도 색상이 강렬합니다.
목표했던 'CHIA'를 찾았지만 레스토랑이라기보다는 카페에 가까운 곳으로 오늘은 입맛이 당기지 않아 다음에 다시 오기로 하고 발길을 돌렸습니다(결국 못 갔습니다. ㅠ.ㅠ).
반려인이 갑자기 한국음식이 먹고 싶다기에 급선회해서 쿠스코에서 유명한 한국식당인 '사랑채'로 향했습니다. 다행히 가까운 곳에 있네요. 광장 바로 옆이라 찾기 어렵지 않습니다.
메뉴판입니다. 사진이 붙어 있어서 외국인도 고르기 쉽습니다. 한국인 여행자가 대부분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핫스팟입니다.
밑반찬이 푸짐하면서도 정갈하게 나옵니다. 비건이라고 말씀드렸더니 친절하게도 모든 재료를 비건용으로 바꿔 요리해 주셨습니다. :)
제가 주문한 김치 볶음밥(25솔)입니다. 깔끔합니다.
김치찌개(25솔)입니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우리나라에서 먹는 묵은 김치치개 느낌이어서 살짝 놀랐습니다.
음식 냄새를 맡으니 갑자기 식욕이 폭발하여 두부 김치(30솔)도 하나 시켰습니다. 페루 쿠스코에서 먹는 두부 김치 맛나네요~
점심을 배불리 먹고 다시 광장으로 나왔습니다. 그 새 구름이 꽤 짙게 깔렸네요.
대성당을 옆에서 보니 또 색다른 느낌입니다. 양쪽 탑이 워낙 크다 보니 뒷쪽의 건물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입니다.
대성당 옆에는 2층에 KFC가 있는데 테라스가 독특합니다. 아마도 스페인풍이겠지만 저는 볼 때마다 네팔이 생각나더군요. 네팔 여행 때 비슷한 테라스를 어디에선가 봤겠죠.
대성당의 정문도 오전에 볼 때와는 색감이 달라졌네요. 좀 더 가벼운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반대로 라 꼼빠냐 헤수스 성당은 색깔이 짙어져서 장중한 느낌이 강해졌습니다.
일단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로비에는 이렇게 코카잎을 쟁반에 담아 놔서 원하는 사람은 오고가며 코카잎을 씹을 수 있습니다. 고산 증세가 있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라서 저는 그냥 코카차로 마시기로 했습니다;;;;
잠시 눈을 붙였다가 저녁 6시 30분 쯤에 다시 나갔습니다. 주말이라서 그런지 워낙 쿠스코가 유명한 관광지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해가 졌는데도 어디나 엄청난 인파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도로에는 이미 교통 체증이 시작되었고요.
그런데 정작 쿠스코는 야경이 별로 볼품 없더군요. 보시는 것과 같습니다. 아레끼빠 대성당 야경만도 못해요. 쿠스코는 야경을 즐기기 위해서라면 굳이 나갈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저희도 일찍 철수했죠.
돌아오는 길에 약국에 들러 다이아막스 10알(21.4솔)를, 동네 마트에서 생수 2병(2X2솔)을 사서 호텔로 돌아와서 간단히 씻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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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크 업 비용 : 10솔
* 사랑채 점심값
- 김치 볶음밥 : 25솔
- 김치찌개 : 25솔
- 두부 김치 : 30솔
* 다이아막스 10알 : 21.4솔
* 생수 2병 : 2 X 2 = 4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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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침 국내 항공을 이용해 쿠스코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무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서 샤워하고 어젯밤에 싸 놓은 짐을 다시 한번 챙기고 나서 5시 40분 쯤 이른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습니다.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짐을 가지러 방으로 올라가기 전에 잠깐 호텔 근처 산책을 했는데 아레끼빠는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어 고요하기만 합니다.
아레끼빠에서 묵은 Casa Andina Classic 호텔입니다. 3성급 호텔이고 시설은 비교적 괜찮았지만 시내 중심가에서 좀 떨어져 있어 밤에 돌아다니기에는 살짝 부담스러웠던 게 단점이죠.
호텔 앞에 맨션이 한 채 있는데 온통 노란색으로 칠한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보통 노란색으로 건물색을 칠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페루는 노란색, 파란색 등 원색이라도 가리지 않고 칠하더군요.
호텔에서 아침 6시 30분에 출발했습니다. 공항까지는 대략 30분 정도 걸린 것 같네요. 오늘도 날씨가 참 좋습니다.
라탐 항공 직원들은 대체로 친절했는데 특이한 건 '해리포터' 영화에 나오는 호그와트 마법학교 재학생 같은 복장을 입고 있더군요. 그냥 흉내만 내는 게 아니라 망토까지 제대로 걸치고 있었습니다(사진이라도 한 장 찍을 걸...).
카운터의 담당 직원이 삼겹살을 좋아해서 자기도 쿠스코에 갈 때마다 한국 식당을 자주 들른다고 먼저 말을 걸어줘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티켓팅이 진행되었습니다. :)
아레끼빠 공항에서는 1층에서 발권, 2층에서 보안 검색을 한 뒤 게이트로 입장합니다. 아침부터 서둘렀기 때문에 대략 1시간 정도 여유가 생겨서 이메일 확인도 하면서 기다렸습니다.
8시 20분 쯤 보딩을 시작했는데 기내는 깨끗했지만 제가 싫어하는 3 X 3 항공기인데다 좌석 간격이 너무 좁아서 장거리 비행이면 불편했을 것 같습니다. 8시 40분 쯤 이륙했고 1시간 정도 비행한 것 같네요. 저가 항공이다보니 기내 음료도 유료입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움직였기에 앞좌석에 앉은 영국 여자애들이 끊임없이 떠들건 말건 귀마개 끼고 바로 잠을 청했습니다.
쿠스코 공항은 안데스의 관문답게 아레끼빠하고는 스케일 자체가 다릅니다.
공항 밖으로 나오자마자 호객 행위를 하는 택시 기사의 수부터 다릅니다. 이 사진은 기다리던 버스에 오른 뒤 찍은 것이기 때문에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공항에서 호텔까지는 20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Taypikala Hotel Cusco에 짐을 풀었는데 일단 오늘 하루를 여기서 묵고 마추픽추를 찍은 다음에 다시 돌아올 베이스 캠프이죠.
아직 체크인 시간이 안 되었기에 로비 한 쪽 구석에 짐을 놓고 가이드인 Cheo의 안내로 쿠스코 시내를 한 바퀴 둘러보러 나갈 준비를 했습니다. 웰컴 드링크도 코카차이고 로비 중앙에 산소 탱크가 비치되어 있는 것을 보니 드디어 고산 지역으로 들어왔구나 하는 실감이 났습니다.
쿠스코는 해발 3,600 미터 지역이라서 조금만 빨리 걸어도 숨이 차는 걸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 때까지는 몰랐는데 호텔 근처에 쿠스코의 핫스팟 중 하나인 산토도밍고 성당(Iglesia de Santo Domingo)이 있더군요.
호텔이 있는 블럭을 나와 돌면 곧바로 만날 수 있습니다. 고풍스러운 분위기도 그렇고 벽돌의 색감도 그렇고 맘에 쏙 듭니다.
왼쪽이 산토도밍고 성당이고 이 길 끝에서 오른 쪽으로 꺾어져 들어가면 광장이 나옵니다.
잉카의 태양신을 모시는 Qorikancha가 있던 자리에 세워진 성당이죠. 지금은 닫혀 있기도 하고 나중에 쿠스코로 다시 돌아올 예정이기 때문에 정 시간이 안 되면 그 때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성당 앞에 세워져 있는 십자가도 아레끼빠에 있는 그것에 비해 뭔가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입니다.
산토도밍고 성당은 이쪽에서 보는 뷰가 더 근사합니다. 중세의 성 같은 육중한 느낌이죠.
성당의 안뜰은 녹지와 연결되어 있는데,
검고 둔중한 느낌의 교회 건물과 울긋불긋한 색의 꽃나무들 색깔 조합이 아주 예쁩니다.
산토도밍고 성당 뒤쪽의 공터는 날씨가 맑은 날이면 광합성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저쪽에 보이는 도로가 쿠스코에서 가장 붐비는 메인 도로입니다.
산도도밍고 성당에서 광장으로 나가는 길입니다. 오른쪽은 주로 간단한 먹을거리를 파는 음식점이 밀집해 있습니다.
주로 감자 구이나 옥수수 같은 걸 많이 팔더군요.
산토도밍고 성당에서 광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로레또(Loreto) 골목이라는 곳을 지나야 하는데 보시는 것처럼 높은 석벽으로 둘러쌓여 있습니다.
굉장히 무겁고 큰 돌들을 종이 한 장 들어갈 틈도 없이 촘촘히 쌓아놨습니다. 고대 잉카인들의 기술이 놀랍네요. 나중에 12각 돌을 보시면 더 놀라실 겁니다.
광장에 면한 라 꼼빠냐 헤수스 성당(Iglesia de La Compania de Jesus)입니다. 스페인에서 본 교회 느낌과 흡사하네요. 스페인의 식민지였으니 아무래도 그럴 수 밖에 없겠지요?
광장으로 나오면 정면에 보이는 것이 대성당(La Catedral)입니다. 쿠스코에 처음으로 세워진 교회이고 1550년에 짓기 시작해 100년에 걸쳐 완공되었다고 합니다. 오래도 걸렸네요.
광장도 광장이지만 고산지대여서 그런지 낮게 드리운 구름이 예술이네요.
로레또 골목을 빠져나오면 오른쪽에 스타벅스가 있습니다.
스타벅스가 있는 건물의 발코니가 아주 예술입니다. 차 맛이 절로 날 것 같네요.
스타벅스 맞은편이 라 꼼빠냐 헤수스 성당(Iglesia de La Compania de Jesus)입니다. 정교하기 이를 데 없네요.
쿠스코가 페루 관광의 중심지 중 하나이고 아르마스 광장이 쿠스코의 중심이니 오가는 사람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광장의 정면에 위치한 대성당의 종은 남미 대륙에서 가장 큰 종이라고 합니다.
관광객 밀집 지역인만큼 정복 경찰들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여성 경찰관이 복장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페루 어느 광장과 마찬가지로 쿠스코의 아르마스 광장도 관광객과 현지인들로 북적입니다.
광장 한 쪽에 파차쿠텍 황제의 분수대가 보이네요. 파차쿠텍은 30년 만에 대 잉카제국을 건설한 정복자이죠. 몽골로 따지면 칭기즈칸과 같은 존재입니다.
날씨가 화창하니 성당 건물의 붉은색과 파란 하늘, 흰 구름의 색깔이 어울려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가이드인 Cheo의 뒤를 따라 광장을 둘러봤고 그 다음에는 직물 공장 견학을 가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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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30분쯤 호텔로 돌아와 일단 짐부터 쌌는데 뜨거운 햇볕을 받으며 돌아다니느라 지쳤는지 갑자기 맥이 풀리길래 일단 좀 쉬기로 하고 낮잠을 청했습니다.
3시간 쯤 자고 일어났는데도 피곤이 안 풀렸지만 그래도 저녁은 먹어야겠기에 일단 나가보기로 했습니다.
아레끼빠는 페루에서도 꽤 유명한 관광도시지만 중심가를 조금만 벗어나도 조명이 어두워져 살짝 무섭습니다.
원래는 호텔 근처에 Lakshmivan이라는 채식 레스토랑이 있다는 정보를 론플에서 챙겨 두었기에 구글맵을 켜고 돌아다녔지만 폐업을 한건지 도무지 못 찾겠더군요.
그래서 일단 대성당 근처의 번화가까지 내려가서 먹을 만한 게 있는지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호텔에서 다섯 블럭 정도 내려가니 대성당이 보이네요. 관광객들이 많아서 그런지 곳곳에 경찰이 배치되어 있어 치안 상태도 좋아 보였습니다.
대성당을 중심으로 형성된 번화가에는 피자헛이나 버거킹, KFC 등 다양한 패스트푸드 프렌차이즈를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저희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없었습니다.
대성당 주변은 저녁이 되고 해가 졌는데도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대성당은 낮에 봐도 웅장했지만 조명이 들어오니 더 화려하고 멋지네요.
음식점을 찾아 대성당 주변을 돌아다니다 호객 행위를 하고 있는 어떤 식당 직원에게 비건 메뉴를 물어보니 근처 채식 식당 위치를 알려줬습니다. 근데 조명이 어두워서 그런지 길 찾기가 정말 쉽지 않더군요.
찾다 찾다 포기하고 호텔로 올라가는 길에 그야말로 우연히 발견한 채식 레스토랑 Mandala입니다. 천만다행이었죠. 자칫했으면 쫄쫄 굶고 자야할 뻔 했거든요.
아주 허름하고 조명도 어두운 식당이라서 처음에는 영업을 하는지 의심할 정도였지만 그래도 나름 채식 전문 레스토랑입니다.
반려인이 주문한 비건 볶음밥(14솔)입니다. 역시 큼직한 옥수수 알갱이가 인상적입니다.
제가 주문한 비건 햄버거 세트(15솔)입니다. 고산 지대에 들어오고 난 뒤부터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아서 입맛이 없길래 결국 남기기는 했지만 보기보다 맛이 좋았습니다. 평소였다면 다 먹었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 직접 짜서 만든 오렌지 주스(5.5솔)와 레모네이드(6솔)를 음료로 주문해서 먹었습니다.
조명이 너무 어두워서 음식 사진이 참 맛대가리 없게 나왔지만 분위기는 사실 괜찮았습니다. 손님도 없어서 오붓하게 저녁 식사를 했죠.
저녁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다이아막스 반 알을 먹고 10시쯤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일어나야 하거든요.
닫기
* 야나우아라 전망대 매점
- 생수 1병 : 2솔
- 화장실 사용료 : 0.5솔
* 치즈가 안 들어간 치즈맛 아이스크림 : 3솔
* 성 까탈리나 수녀원 기념품 구입
- 장미 묵주 목걸이 : 50솔
- 장미 묵주 팔찌 : 15솔
* 현지 가이드 ‘리스’수고비 : 20솔
* 아레끼빠 시내 매점
- 생수 1병 : 1.3솔
- 잉카 콜라 1병 : 2.5솔
* Mandala 레스토랑 저녁 식사
- 채식 볶음밥 : 14솔
- 채식 햄버거 세트 : 15솔
- 오렌지 주스 : 5.5솔
- 레모네이드 : 6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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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까탈리나 수녀원을 나와 남쪽으로 내려갑니다. 벽에 새겨진 문구를 보니 아무래도 경찰서로 보이죠?
두 블럭 남쪽으로 내려오면 대성당(La Catedral)을 만나게 됩니다.
햐얀 화산석인 Silla로 만든 꽤 큰 규모의 성당입니다.
오전 입장 시간(07:00~11:30)이 끝났기 때문에 지금은 문이 닫혀 있습니다. 오후 5시가 넘어야 다시 문을 여니 내부를 보려면 천상 저녁 때 다시 와야겠네요(입장료는 무료).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종탑이 웅장합니다. 하얀색 종탑이라서 그런지 파란 하늘과 더 잘 어울리네요.
대성당 앞은 광장(Plaza de Armas)입니다. 관광객들 뿐 아니라 현지인으로도 항상 북적이는 곳입니다.
소풍을 나온 유치원생들도 많습니다.
세계 어디를 가도 아이들은 귀여워요. 뜨거운 페루의 태양을 가리려면 챙넓은 모자가 필수죠. :)
한 쪽 그늘에는 구두를 닦는 시민도 보이네요. 한가로운 풍경입니다.
광장을 떠나기 전에 파노라마 샷을 한 장 남겼습니다.
광장을 가운데 두고 대성당과 대각선으로 빗겨난 곳에 Iglesia de La Compania가 있습니다. 론플에 '대성당의 크기에 질려 좀 더 작고 아담한 교회를 원하는 여행자에게 딱'이라고 소개되어 있는 제수이트 교회입니다.
1660년대 스페인 스타일의 장식이라고 하네요. 그러고 보니 스페인의 알함브라 궁전이나 세고비아에서 본 고성과 비슷한 느낌인 것 같기도 합니다.
중앙 광장을 중심으로 1층은 식당과 기념품점이, 2층은 카페가 들어차 있어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습니다. 사진 중앙에 파라솔 4개가 펼쳐져 있는 곳이 오늘 쿠킹 클래스가 열리는 La Benita입니다.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고 해서 잠시 밖에 앉아서 기다렸습니다.
La Benita는 꽤 독특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입니다. 식당 밖도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네요.
식사 때와 겹쳐서 그런지 손님들이 정말 많습니다.
함께 음식을 만드는 정식 쿠킹 클래스는 아니고 주방장이 나와서 페루 전통 음식을 어떻게 만드는지 설명을 하면서 시연을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굉장히 성실하게 설명하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위생모도 꼼꼼히 쓰고 있네요.
쿠킹 클래스가 끝나고 나온 최종 결과물.
이건 치즈가 들어있는 요리로 제가 먹은 건 아닌데 비쥬얼이 예뻐서 찍었어요.
쿠킹 클래스는 채소를 갖고 진행했지만 이 식당의 특선은 기니 피그 요리거든요. 먹어본 멤버의 말로는 오리고기와 비슷한 맛이라고 하더군요. 이게 기니 피그로 만든 요리로 기억하는데요.
기니 피그가 워낙 귀여운데다 함께 여행한 멤버 중에는 집에서 반려동물로 기니 피그를 키우는 사람도 있어서 실제로 기니 피그 요리를 주문한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한 두 명을 빼고는 다들 평범한 요리를 먹었죠.
이게 아마 제가 먹은 감자, 채소 요리인 것 같은데요. 담백하고 맛있었어요.
이것도 또 다른 채소 요리인데 향신료 덕분인지 약간 새콤한 맛이었어요.
이건 단호박으로 만든 파이 같은 디저트인데 너무 달기도 달지만 식감이 묘해서 사람들의 외면을 받았죠. 저도 맛보느라 한입만 먹었습니다. 너무 달아요;;;; 대형 건포도의 압박~
이 집에서 마신 치차(Corn Beer). 치차 모라다보다 향과 맛이 더 좋더군요. 얼핏 '샹그릴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La Benita는 분위기도, 음식맛도 괜찮았습니다. 쿠킹 클래스도 진지하고 성의 있어서 좋았고요.
내일 아침에 국내 항공으로 쿠스코로 이동할 예정이니 새벽 6시 30분까지 집합하라는 Cheo의 이야기를 들은 뒤 일단 호텔로 돌아가서 짐을 싸기로 했습니다.
La Benita에서 호텔로 가는 길에 만난 성 어거스틴 교회입니다. 주택가를 걷다가 이처럼 정교한 형태의 교회가 툭 튀어나와서 깜짝 놀랐어요.
현지인 마트에서 생수(1.3솔)와 잉카 콜라(2.5솔) 1병을 사서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역시 생필품은 현지인 마트에서 사야 저렴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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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를 도니 성 까탈리나 수녀원의 입구가 나타납니다. 아레끼빠에 오면 꼭 들러야 하는 명소 중 한 곳입니다.
론플에서도 절대로 놓치면 안 된다고 소개한 곳이 성 까탈리나 수녀원이죠.
아레끼빠시의 한 블럭을 통째로 차지한 이 수녀원은 1580년에 세워졌는데 성벽처럼 보이는 높은 담으로 수녀님들을 속세와 분리해왔죠.
명소인만큼 입구에서부터 관광객으로 북적입니다. 수녀원의 넓이가 무려 2만 평방 미터나 되기에 그냥 둘러보는 것보다는 가이드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둘러보는데 대략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립니다.
입구에서 인원 체크를 철저히 하는 게 인상적이네요. 입구에 붙은 광고 포스터를 보니 야간 입장도 할 수 있는 것 같은데 보시면 아시겠지만 맑은 날씨의 낮 시간대에 둘러보는 게 낫습니다.
수녀님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머물렀던 개인 공간입니다. 단촐한 가구나 비품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하루의 거의 대부분을 이 공간에 갇혀 있어야 했다니 생각만 해도 숨이 답답해집니다.
투어는 일종의 박물관을 둘러보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당시 수녀원에서 사용하던 물건이나 성체 등을 전시해 놨는데 천정과 벽이 온통 노란색으로 칠해진 것이 독특합니다. 역시나 페루는 어디든 강렬한 색감을 자랑하죠.
대부분의 전시물은 유리 벽 뒤에 안치해서 만질 수는 없습니다.
인상적이었던 성체(이걸 정확히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습니다). 금으로 제작된 것인데 굉장히 크면서도 정교하게 세공이 되었더군요.
박물관에서 나오면 곧바로 수녀원의 입구입니다. 'Silencio'라고 씌어 있네요. 여기서부터는 정숙하라는 의미겠지요.
아레끼빠 건물의 대부분이 흰색이라서 그런지 벽돌색이 더 강렬하게 느껴지네요.
회랑의 내부로 들어오니 예쁜 벽화가 눈에 띕니다.
수녀원 내부는 어디나 온통 꽃으로 장식되어 있어서 걸어다니면서도 기분이 좋습니다. 하얀색과 벽돌색의 건물, 파란 하늘, 그리고 강렬한 꽃들.
붉은색이 강렬한 골목에도 역시나 꽃화분이 놓여 있습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걷다 보면 어느새 막다른 골목에 이르고 눈을 들면 작은 종탑이 보이고요.
사람이 보이지 않는 고즈넉한 골목의 귀퉁이를 돌면,
커다란 선인장이 서 있는 건물을 만나기도 합니다.
사람보다 훨씬 더 큰 선인장입니다. 붉은색 벽 앞에 서 있어 그런지 더욱 강렬한 느낌이네요. 여기가 멕시코라고 해도 믿겠더군요.
고풍스러운 연못 겸 분수대(분수대 안에 물고기들이 삽니다~)를 지나갑니다.
한쪽은 붉은색, 반대쪽은 흰색의 건물 사이에 난 가파른 계단을 올라갑니다.
방금 지나온 분수대가 보입니다. 건물들이 높지는 않아서 전망이 한 눈에 들어오네요.
눈이 닿는 저쪽 끝에 보이는 건 아무래도 차차니 화산 같은데 말이죠.
햇볕이 따갑기는 했지만 그래도 잠시 앉아 오래 걷기에 지친 다리를 쉬었습니다.
내려와서 입구쪽으로 가던 길에 만난 이상한 물길(?).
대체 이게 뭘까 싶었는데,
놀랍게도 노천 목욕탕이라고 합니다. 포탄 탄피처럼 생긴 게 목욕통이고 물길을 통해 물을 받아 몸을 담그고 씻는 곳이라는군요. 단체 생활을 하는 수녀원의 특성 상 목욕을 하는 날이면 한꺼번에 모여서 목욕을 했다고 합니다.
정원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잘 가꾸어 놨습니다.
파란색의 기둥과 빨간 꽃의 조화가 강렬합니다.
수녀원을 나가기 전에 입구에 있는 기념품 샵에 들렀는데
실제 장미 꽃잎을 압축해서 만든 묵주를 팔길래 천주교 신자인 지인을 위해 목걸이(50솔)와 팔찌(15솔)를 하나씩 선물로 샀습니다.
수녀님들이 직접 만드신 것이고 나중에 공항 기념품점에서 본 것에 비해서도 가격도 저렴한데 완성도는 더 낫습니다. 천주교 신도라면 구매를 고려해보세요.
성 까탈리나 수녀원 투어를 마치고 나니 점심 시간이 되었기에 예정되어 있는 쿠킹 클래스(이름처럼 거창한 건 아니고;;;)를 경험하러 이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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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이른 아침 7시에 저절로 일어났기에 씻고 일찍 식당에 내려갔습니다. 식당은 넓지만 건물 안쪽 구석에 있고 채광이 안 되어 답답한 느낌이라 최대한 입구 쪽 자리에 앉아서 아침을 먹었습니다. 조식은 Casa Andina 호텔 체인이라 그런지 구성이 똑같더군요.
아침 식사 후에 방으로 올라가 오늘 들고 다닐 짐만 챙겨서 내려왔습니다. 오늘도 이 호텔에 묵을거라서 메이크 업 하지 말라는 팻말을 걸어 두었고요. 어제 밤에 페루에 와서 처음으로 간단한 손빨래를 해서 널어두었는데 밤새 다 말랐네요. 정말 건조한 듯 합니다.
아레끼빠부터 해발 2,500미터 이상 지역에 들어가기 때문에 고산병을 조심해야 합니다. 물도 일부러 자주 마시기 시작했고요. 원래 다이아막스는 쿠스코에서부터 먹거나 그 전에는 몸 상태가 안 좋으면 먹으려고 했는데 예방 차원에서 아레끼빠에서부터 아침, 저녁으로 반 알씩(125mg) 먹어두기로 했습니다.
미리 약속한 아침 9시에 로비에 모이니 아레끼빠 전문 투어 가이드 '리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만난 현지인 가이드 중에서 영어로 하는 말을 가장 알아듣기 쉽네요. 오늘은 귀가 좀 편할 것 같습니다. :)
오늘 일정은 아레끼빠 시티 투어라서 멀리 이동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호텔 앞에 콤비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데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고 무엇보다 새 차입니다~
첫 번째 코스는 아레끼빠 시 외곽의 야나우아라(Yanahuara) 기념지구의 전망대입니다. 날씨가 참 좋네요.
멀리 보이는 것이 차차니(ChaChani) 화산입니다. 6,075미터 높이의 화산으로 차차가 옷, 니가 new라는 뜻이라서 합치면'새옷'이라는 뜻이라네요. :) 봉우리의 만년설이 인상적입니다.
차차니 오른쪽으로 보이는 것이 그 유명한 엘 미스티(El Misti) 화산입니다. 5,822미터 높이인데 이 화산은 휴화산입니다. 아레끼빠시에서 불과 13km 밖에 안 떨어져 있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이 화산이 폭발했을 때마다 아레끼빠가 초토화되었다고 하죠. 페루 사람들 입장에서는 공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산입니다.
두 산을 한 화면에 담아 보았습니다. 원래는 엘 미스티 화산 옆에 피츄 피츄(Pichu Pichu)라고 5,664미터짜리 화산이 하나 더 있습니다만 사진을 찾아보니 안 찍은 것 같습니다. 사진이 없네요(안 예뻤나?;;;;).
파노라마 샷. 저기 오른쪽 멀리에 피츄 피츄산이 보이네요. 역시나 별로 예쁘지 않아서(또는 멀어서?) 안 찍은 것 같습니다.
햇살이 장난 아니기에 아무래도 물을 많이 마시게 될 것 같아 전망대 가게에서 생수를 한 병(2솔) 사고 미리 화장실(0.5솔)도 다녀왔습니다.
조금 내려오면 안달루시아(Andalucia) 양식의 건축물을 볼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아레끼빠의 건축물들은 페루 남부의 화산석인 실라(Silla)로 만들어져 흰색으로 빛나는데 그래서 아레끼빠를 'The White City'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어딜가나 녹지가 풍부해서 푸르르고 흰색의 건물들과 대조를 이뤄 청량감을 주죠. 우거진 야자수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전망대에서 주거 지역으로 들어가는 문입니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흰색의 건물이 유독 눈에 많이 띄는 것 같습니다.
전망대 옆에는 성당이 있는데 역시 화산석으로 만들어져 환한 느낌을 주는데다 외벽에는 온통 정교한 문양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꼭 대만에서 본 산호 조각 같았습니다.
성당 옆에는 예수상이 세워져 있는데 페루의 예수상은 전신이 아닌 얼굴을 중심으로 십자가를 사다리, 창으로 장식한 형태가 많더라고요. 정말 그런지는 나중에 다른 곳에서 보여드릴테니 비교해보세요.
전망대 멀리 엘 미스티 화산이 보입니다. 화산이 커서 그런지 아니면 워낙 가까워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선명히 보이네요.
야나우아라 전망대 근처에서는 인근의 명물인 치즈맛 아이스크림을 맛 볼 수 있습니다. 특이한 건 치즈가 전혀 안 들어있는데 치즈맛이 난다는거지요. 맛있으니 한번 드셔보세요.
1개에 3솔이고 전통 복장을 입은 아가씨가 팔고 있습니다. 미소가 매력적인데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해도 기분좋게 응해줍니다.
골목길을 따라 내려갑니다.
예쁜 꽃화분으로 장식된 호젓한 골목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면 아레끼빠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성 까탈리나(Santa Catalina) 수도원에 이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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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페루 여행 중 처음으로 하루 종일 길에서 보내는 날이라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샤워하고 짐을 싸서 문 앞에 내놓고 5시 50분에 식당으로 내려갔습니다. 6시 30분에 떠난다고 해서 말이죠;;;;
그래도 부지런히 아침을 먹고 나니 잠시 짬이 나서 호텔 근처를 산책했습니다. 아침 6시인데도 해가 떴는지 환합니다. 사진만 보면 저녁 무렵 같네요. 떠오르는 햇빛에 시내가 군데군데 황금빛으로 물들었습니다.
일행을 기다리면서 호텔 간판을 찍었습니다. 로고가 토속적이어서 그런지 친근하네요.
버스 정류장에 장식되어 있는 나즈카 문양도 그리울 것 같습니다. 안녕 나즈카여~
오늘 하루종일 신세 질 메뚜기 버스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정확히 새벽 6시 30분에 출발했고 1시간 쯤 달린 후 잠시 멈췄습니다. 그냥 잠시 쉬는 줄 알았는데 보여줄 게 있다고 다 내리라네요.
멋진 풍광이긴 한데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아주 많이 추웠습니다. 하루종일 차 안에서 보낼 줄 알고 가벼운 복장에 양말도 안 신고 아쿠아 슈즈만 신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결국 오래 버티지 못하고 따뜻한 차 안으로 철수했죠. 스타워즈 영화에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풍경이었지만요.
계곡을 떠나자 곧 해안가 도로가 시작되는데 그 때는 몰랐지만 거의 3시간 가까이 이런 아찔한 풍광이 펼쳐집니다.
나즈카에서 아레끼빠로 갈 때 차량을 이용하실 분들은 반드시 오른쪽 창가 좌석에 앉으셔야 합니다. 왼쪽에 앉으시면 후회하실거에요. 저는 운이 좋아서 내내 이런 풍광을 보며 갔습니다.
도로에 경계석조차 없는 곳이 많습니다. 아스팔트 포장 바로 밖은 보시는 것처럼 그냥 흙더미가 쌓여 있고 그 옆이 바다입니다. 푸른 바다에서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가 부서져서 만드는 하얀 포말만 넋놓고 바라봐도 좋은 풍경입니다.
차량이 절벽에 바짝 붙어서 이동하기 때문에 나이트 버스 이용은 추천하지 못하겠습니다. 10시간 넘게 타야 하는데 졸음 운전이라고 하면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너무 위험해요.
이런 도로가 대부분이에요. 보는 건 멋지지만 사실 좀 아찔합니다. 실제로 도로 곳곳의 사고 장소마다 추모 사당이 많이 세워져 있습니다.
중간에 도로 공사를 크게 하는 구간이 있어서 꽤 오래 정차했습니다.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것 같으니 동네 구경도 하고 몸도 풀라고 해서 버스에서 내렸죠. 나중에 보니 한 40분 정도 머물렀던 것 같네요.
도로 양 쪽으로 운전자나 여행자들을 위한 작은 식당만 몇 개 있는 시골 마을이었는데요.
저쪽에 바다가 보이길래 한번 가보기로 했습니다. 사람이 사는 것 같기는 한데 뭔가 쇠락한 느낌을 주는 동네였습니다.
나뭇잎 하나 달리지 않은 나무에 작은 새 한 마리가 앉아서 날개를 쉬고 있습니다.
하늘을 보니 콘도르가 날고 있던데 그래서 새들이 날지 못하고 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리마에서도 느꼈지만 페루의 집들은 배색이 참 강렬합니다. 붉은색과 노란색, 파란색을 많이 사용해요.
어떤 이유인지 포장 도로가 끊겨 있습니다. 처음에는 활주로인 줄 알았는데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원래 도로가 지나갔어야 할 곳이 커다란 공터로 남았습니다. 저쪽에 바다가 보이네요.
뒤를 돌아보면 리마에서 본 것과 비슷한 민둥산이 있고 산 아랫자락에 빈민촌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황량한 빈민촌을 뒤로 하고 광활한 푸른 바다를 마주 하고 서 있으니 현실감이 없더군요. 이상한 세상에 떨어진 느낌이었습니다.
현지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삼발이 택시입니다. 사고가 나면 크게 다칠 것 같기는 하지만 나름 귀엽습니다. 좁은 골목길을 오가는데 안성마춤이겠지요.
정체가 풀려 출발했습니다. 밀린 화물차들이 많아 추월하느라고 곡예 운전을 하더군요. 시간에 맞춰 도착해야 하니 그런 것 같습니다.
1시간 정도 더 달려 잠시 멈추었는데 페루에 몇 개 안 되는 올리브 주산지 근처라고 합니다. 화장실도 가고 올리브 시식도 하면서 잠시 쉬었습니다. 페루 올리브는 모두 유기농이고 열매가 크고 실한데다 맛을 보니 훌륭하기에
올리브 페스토, 올리브 피클하고 호기심에 코카잎, 코카 사탕도 몇 개 샀습니다. 다 해서 24솔 밖에 안 되네요. 정말 착한 가격입니다.
페루 가시는 분들은 올리브도 꼭 사오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특히 칠리를 갈아넣은 올리브 페스토를 강추합니다.
코카차를 우리는 걸 옆에서 보니 적당량의 설탕을 넣어야 떫지 않고 맛있더군요. 여기서 코카차 티백을 좀 샀는데 집에서 마실 때 설탕을 좀 넣어봐야겠습니다.
아직 여행 초반이지만 가이드 Cheo가 센스가 있다고 느껴지는 이유가 휴게소나 식당을 들를 때마다 화장실에 가 보면 깨끗하고 관리가 잘 되어 있어요. 저는 화장실이 더러우면 기분이 쉽게 상하는 타입이라서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또 다시 길을 달렸습니다. 해안 도로를 벗어나니 갑자기 풍광이 바뀝니다. 사진의 건너편이 그동안 버스가 달려온 곳인데 안쪽으로 갑자기 강이 흐르고 농작물이 자라는 지역이 나오네요. 깜놀~
지나온 지역은 황량한 산악 지역인데 이쪽은 무슨 곡창 지대처럼 밭도 보이고 강물도 흐르네요.
푸른 녹음과 건너편 황량한 산이 대조를 이뤄 상당히 생경해 보입니다.
늦은 점심은 El Oasis라는 뷔페식 식당에서 먹었습니다. 구색은 잘 갖추었지만 역시나 저희가 먹을 음식 종류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샐러드, 채소 볶음, 감자가 있어서 배를 채울 수는 있었죠. 그냥 평범한 외관과 달리 화장실이 너무나 깨끗한 게 인상적이었고 귀여운 고양이가 있어서 호감도가 급상승했습니다. 닭고기를 일부러 덜어와 나눠줬습니다(밥 먹이느라고 사진을 못 찍었는지 아무리 찾아봐도 냥이 사진이 없습니다. ㅠ.ㅠ).
점심을 먹고 나오는데 식당 입구에서 현지 아낙들이 수공예 인형을 적극적으로 팔고 있습니다. 1개에 15솔이라는데 저는 별로 끌리지 않아서 사지 않았는데 역시나 저희 일행 중 할머니들은 하나씩 사줍니다. 정이 많은 분들이에요.
그동안 번갈아 운전을 해 오신 드라이버 두 분이 여기까지만 함께 한다고 해서 일행들이 수고비를 거둬서 드리고 감사를 표했습니다.
이후로 몇 차례 휴게소에 섰던 것 같은데 반려인의 화장실 사용료 때문에 주머니의 동전을 찾느라고 잠시 깼던 걸 제외하고는 계속 잤습니다. 새벽부터 이동해서 꽤 피곤했나 봅니다.
이후로도 2시간을 더 달려 저녁 7시 30분이 다 되어 아레끼빠에 입성했습니다. 도로 정체 때문에 기다렸던 시간을 빼더라도 거의 12시간을 달린거더군요. 거리 상으로는 나즈카에서 아레끼빠까지 420km 정도 되는데 제한 속도에 맞춰 이동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린거지요.
나즈카에서와 마찬가지로 아레끼빠에서도 Casa Andina 체인 호텔에 묵었습니다. 시설이 아주 흡사하네요. 다만 나즈카에서와 달리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짐을 편하게 옮길 수 있습니다.
늦은 시간에 도착했기 때문에 내일 일정만 듣고 곧바로 해산했고
아레끼빠부터는 고산 지역이기 때문에 Cheo에게 부탁해 고산병 치료제인 다이아막스를 사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타이레놀을 갖고 오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예방 차원에서 먹어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아레끼빠에서는 10정에 17솔 가격으로 구할 수 있습니다.
하루종일 차를 타고 오느라 피곤하기도 해서 식당에서 텀블러에 뜨거운 물을 얻어다가 미소 된장국을 풀고 코카차와 과일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닫기* 올리브 구입
: 올리브 페스토, 코카차 티백, 코카 사탕 = 24솔
* El Oasis 점심
: 콜라 추가 5솔
* 드라이버 수고비
: 100 X 2 = 200솔
* 휴게소 이용료
- 화장실 이용료 1솔
- 잉카 콜라 2.5솔
* 다이아막스 10정 : 17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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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점심식사 후 숙소로 돌아올 줄로 알고 옷과 짐을 가볍게 챙겨왔는데 중간에 여성 local 가이드를 태우더니 곧바로 Pre-Inca 유적으로 향하더군요.
유적으로 가는 길에 잠시 차가 섰을 때 길 위로 삐죽하니 나와 있는 걸 보고 Cheo에게 저게 뭐냐고 물어보니 땅에 구멍을 파고 사는 올빼미(가족)라고 합니다. 망원렌즈를 갖고 갔으면 당겨서 찍었을텐데 아쉽네요. 아이폰으로는 최대 당겨도 이게 최선입니다. ㅠ.ㅠ
Pre-Inca 유적에 도착했습니다. 안내판을 보니 입장료는 8솔이네요. 물론 저희는 프로그램 안에 포함되어 있지만요. 꽤 넓은 구역에 있는데 생각보다 보존 상태가 후덜덜합니다.
이 지역은 비가 내리지 않기 때문에 길도 포장할 필요가 없고 그냥 방문객이 지나다닐 수 있는 길을 돌을 쌓아서 만들어 놨고 각 유적(사실은 무덤)마다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간단한 지붕을 올린 게 끝입니다;;;;
원래 형태를 그대로 보존하겠다는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무덤에 안장되어 있던 미이라까지 그대로 놔 둔겁니다.
저 미이라는 1,500년이 넘었는데 흔히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fake가 아닙니다. 실제 무덤을 발굴할 때 안장되어 있던 실제 미이라에요. 뭔가 보호를 하기 위한 장치(유리돔이라든가)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저리로 내려가서 만지거나 손상시켜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이건 다른 무덤 유적 옆에 놓여 있던 아기 미이라입니다. 저도 놀랐지만 서구에서 온 다른 여행자들은 그야말로 경악을 금치 못하더군요. 그냥 노상에 방치되어 있어요.
가이드가 워낙 박식해서 Pre-Inca 시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줘서 많이 배웠지만 여전히 왜 유적을 저렇게 관리하는지(과연 돈이 없어서인지)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가이드에게 물어볼 걸 그랬네요.
각종 부장품들도 발굴된 당시의 상황 그대로 놓여 있습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는 Pottery Studio를 들러 local artist의 전통 페루 도자기 제작 과정 시연을 보고 소핑도 했습니다. G Adventures의 프로그램은 강매가 없어서 참 좋습니다. 뭘 사라고 권하지도 않고 안 사도 인상 한번 구기지 않아서 부담이 안 되거든요. 물론 미국 어르신들은 들르는 곳마다 작은 소품이라도 하나씩은 사셨지만요.
저도 도자기 장식품을 참 좋아하고 이 studio에서 가장 비싼 게 120솔이라서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아직 여행 초반이라서 갖고 다니기 불편할 것 같고 아무래도 깨지기 쉬워서 잘 안 사게 되더라고요. 이 장식품은 워낙 인상적이어서 잠시 마음이 흔들렸습니다만;;;;
다시 차를 타고 호텔로 돌아와 내일 일정에 대해 설명을 듣고 해산했습니다. 저녁은 자유 일정이었거든요. 일단 방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 입고 저녁을 먹으러 나가기로 했습니다.
나즈카에 위치한 호텔 답게 로비에 나즈카 전역을 정교하게 구현한 모형이 전시되어 있어서 한 눈에 볼 수가 있는데 경비행기를 타고 돌 때는 몰랐는데 정말 넓네요.
요건 경비행기 코스에 포함되지 않아서 못 봤지만 왜가리인 것 같네요.
일단 호텔 근처의 현지인 마켓에 들러 내일 이동 중에 간식으로 먹을 원숭이 바나나, 배, 너트, 생수를 사서 어디서 저녁을 먹을까 둘러보다가 호텔 맞은 편 길 건너에 위치한 작은 레스토랑이 마음에 들어 충동적으로 거기에 갔습니다(사진은 다음 날 아침 일찍 찍은 거라서 문이 닫혀 있습니다).
이건 페루 식당에서 주전부리로 주는 옥수수 볶은 건데 식감은 바삭하지만 너무 건조해서 많이 먹으면 금방 목이 마릅니다. 처음에는 별로였는데 자주 먹다보니 고소해서 중독이 되는 맛이네요.
이건 28솔짜리 베지테리안 피자입니다. 사진만 봐도 아시겠지만 토핑이 아주 푸짐합니다. 별로 기대 안 했는데 굉장히 담백하고 맛있어서 만족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잘 안 먹는 콜라도 주문했습니다. 피자에는 역시 콜라니까요. 전채로 고기를 뺀 퀴노아 스프도 주문했지만 너무 묽은데다 무엇보다 스톡을 사용한 것 같은 냄새가 진해서 이건 별로였습니다.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 짐부터 쌌습니다. 내일은 아레끼빠로 하루 종일 차를 타는 여정이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야 하니 일부러 10시에 잠을 청했습니다.
닫기 * 나즈카 경비행기 투어 승무원 팁 : 20 X 2 = 40솔
* Antonini 박물관
- 입장료 : 15 X 2 = 30솔
- 사진 촬영 허가비용 : 5솔
= 35솔
* 주전부리 쇼핑 : 물, 펩시콜라 = 6솔
* Pre-Inca 투어 가이드 팁 : 20솔
* 현지인 마켓 간식 구입
- 원숭이 바나나 1다발 : 3.09솔
- 배 2개 : 2.77솔
- 너트 믹스 : 4.50솔
- 625미리 생수 1병 : 1.30솔
= 11.66솔
* 저녁 식사
- 베지테리안 피자 미디엄 사이즈 : 28솔
- 콜라 2병
- 퀴노아 스프
- 팁 5솔
= 55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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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서 쉬다 만나기로 한 시간에 맞춰 로비로 내려갔는데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을거라는 제 예상과 달리 버스를 타고 30분이나 이동하더군요.
근처에 인가도 없고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라서 뭔가 토속적인 느낌의 전통 음식점으로 갈거라고 예상했는데 그건 아니었고요.
San Marcelo 호텔이라고 굉장히 외진 곳에 있는 호텔의 레스토랑이었습니다. 생각보다 호텔이 큰 편인데 투숙객이 많지 않은지 전반적으로 한산한 느낌이었고 식당의 손님도 저희 뿐인 것 같았습니다.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식당 뒤로 가 보니 보시는 것처럼 새로 만들어진 흙더미가 보였습니다. 오늘 점심은 폴리네시안 스타일로 만든 '파차망카(Pachamanca)' 요리를 먹는다고 합니다.
가이드 Cheo가 파차망카 요리의 유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Cheo 때문에 파차망카 요리가 묻힌 곳이 멕시코 마약상의 암매장지처럼 보이네요. ㅡ.ㅡ;;;
파차망카를 만드는 법은 뜨거운 돌을 40분 정도 가열해서 구덩이 아래에 넣고 여러가지 재료를 보시는 것처럼 바나나 잎에 싸서 1시간 30분 정도 묻어두어 돌의 열기로 익히는 거라고 합니다.
흙을 걷어내고 포대(?)를 치우니 위에 얹은 바나나 잎이 보입니다.
예전에는 화롯불, 요즘에는 캠프파이어 할 때 호일에 싼 고구마, 감자를 묻어서 익혀 먹는 것과 흡사합니다.
점심을 먹을 사람 수가 많다보니 묻어놓은 것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릇에 옮겨 담고 있습니다. 위에는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이고 아래는 고기가 깔려 있더군요.
저는 고기쪽은 얼씬도 할 필요가 없기에 고구마, 옥수수, 감자 쪽으로 왔습니다.
양념을 해서 묻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식재료(?)의 풍미가 그대로 살아 있고 보시는 것과 같은 소스를 찍어서 먹는 겁니다.
페루는 감자의 원산지인만큼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감자가 있는데 요리에 사용하는 감자가 다 다릅니다. 당연히 맛도 다르고요. 페루의 옥수수는 우리나라 것과 달리 알갱이가 굉장히 큽니다. 근데 아주 달아요.
반려인은 아직 생선을 먹기 때문에 생선도 한 토막 올렸습니다. 토속적인 느낌이 물씬 나네요.
한 접시 더 가져왔습니다. 접시 위쪽에 담긴 꽃잎처럼 보이는 건 양념 피클 같은 건데 새콤매콤합니다. 입맛을 자극하는 맛이죠. 음식점마다 흔하게 볼 수 있는데 페루 여행하면서 자주 먹었습니다.
이건 저희가 고기를 못 먹는 게 불쌍하다며 주방장이 특별히 만들어 주신 페루식 빈대떡입니다. 브로콜리가 들어 있는데 모르고 먹으면 정말 돼지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빈대떡 맛이 납니다.
근처에 사는 미묘냥이 야옹거리면서 자기도 점심 먹겠다고 다가왔습니다.
옥수수와 감자가 맛있다고 많이 먹어서 배가 부르기에 빈대떡을 많이 나눠줬습니다. 잘 먹네요. 페루 사람들은 동물들에게 음식을 나눠준다고 전혀 싫어하는 티를 내지 않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페루의 전통 음료인 '치차 모라다'를 마셨는데 향은 아주 좋았지만 맛은 향에 못 미치는 편(약간 닝닝함)이어서 살짝 실망했습니다. 원래 이런 맛인가 싶었는데 나중에 마신 치차 모라다는 맛있던 걸 보면 이 치차 모라다가 맛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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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전에 일정을 짤 때 나즈카시에 고고학 박물관이 있다는 건 론플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방문을 할 계획은 없었는데 나즈카 경비행기 투어가 생각보다 일찍 끝난데다 점심 시간까지 2시간이라는 애매한 시간이 남아서 뭘 할까 살짝 고민하던 참에 가이드인 Cheo가 그 박물관이 괜찮다고 추천하는 바람에 즉흥적으로 거기를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나즈카시에서 묵은
Casa Andina Standard Nasca 호텔 전경입니다. 대로변에 접해 시끄러울 것 같지만 객실은 안쪽 깊숙히 위치하고 있어 생각보다 조용했어요.
나즈카시는 그래도 꽤 개발된 관광 도시인데다 지금도 계속 새로운 건물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나즈카 라인 관광으로 먹고 사는 도시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라서 도시 곳곳이 나즈카 라인의 문양으로 넘실거립니다.
사람들의 생각이 모두 같을 수는 없어서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곳도 물론 있습니다. ㅠ.ㅜ
Antonini 박물관은 시내 끝에 있는데 호텔에서 6블럭 정도 떨어져 있기에 산책 삼아 걸어서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나즈카 시내는 현대식 건물은 별로 없지만 청소를 열심히 해서 그런지 거리는 깨끗한 편입니다.
햇볕이 뜨겁기는 하지만 워낙 건조해서 그런지 그렇게 덥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정표도 많지 않아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문이 닫혀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관람을 마치고 나와서 찍은 사진이라 문이 열려 있습니다.
길거리에서 말을 걸어오던 현지 여성분이 아니었으면 그냥 돌아갔을 것 같습니다. 그 여성분의 도움을 받아 벨을 누르면 안에서 문을 열어준다는 걸 알게 되었죠.
Antonini 박물관은 일주일 내내 오전 9시에서 저녁 7시까지 문을 엽니다. 입장료는 1인 당 15솔이고 사진을 찍으려면 5솔을 추가로 내야 합니다.
입구에 전기로 작동하는 신발 털이개가 놓여 있습니다. 노르웨이 여행 때도 비슷한 걸 봤는데 아무래도 먼지가 많은 나라라서 그런지 이 기계를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박물관 규모가 생각했던 것보다 작기도 하고 나름 아기자기하게 전시물들을 구성했음에도 시설이 많이 낡아서 그런지 조금은 실망스러웠습니다.
정작 더 실망스러운 것은 영문 설명이 하나도 없어서 관람하면서도 굉장히 답답했다는거지요. 그러면 여기가 현지인만을 위한 박물관인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게 현지인들은 거의 오지 않는 곳 같았습니다. 방문자들이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들이에요.
특별히 찾는 유물이 없다면 이 박물관은 패스해도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익살맞은 토기들이 더 흥미로웠습니다. 어디 만화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 같은 생생한 표정의 캐릭터들이 인상적이었거든요.
토우가 들어 있는 집 모형도 인상적이었고요.
impact가 매우 컸던 전시물. 처음에는 저게 뭐지? 싶었고, 그 다음에는 모형이지? 했는데 알고 보니 실제 미이라랍니다;;;; 생생한 것도 좋지만 그래도 시신인데 고인에 대한 예우 같은 건 전혀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오후에 방문할 Pre-Inca 유적은 여기보다 더 합니다. 차라리 여기에 있는 미이라가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낄 정도였어요. 그건 나중에 다른 포스팅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박물관이 워낙 작아서 그런지 느긋하게 둘러보고 천천히 걸어서 돌아왔는데도 12시 40분 밖에 안 되었네요. 호텔 근처 편의점에서 생수, 콜라 등을 구입해서 일단 방으로 올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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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쯤 일어났습니다. 어제 와카치나 sand dune에서 무리를 했는지 중간에 한번도 깨지 않고 푹 잤습니다. 오늘은 경비행기로 나즈카 라인을 둘러볼 예정이기 때문에 얼른 씻고 아침을 먹으러 일찍 내려갔습니다.
사진의 오른쪽 세 번째 방이 'Casa Andina Standard Nasca' 호텔에서 묵은 방입니다. 3층인데 보시는 것처럼 볕이 아주 잘 듭니다.
가운데 지붕이 뚫린 형태로 모든 층의 객실이 직사각형 회랑을 둘러싸고 배치되어 있어 전반적으로 채광이 좋은 편입니다.
중앙 회랑에는 열대수를 빼곡히 심어놓아 휑하지 않고 무슨 정글의 한가운데 호텔을 지은 느낌입니다.
식당이 있는 1층으로 내려왔습니다. 나무를 구획을 지어 심어놨기 때문에 그렇게 답답하지는 않습니다.
조식 뷔페가 차려진 식당 밖에는 이렇게 근사한 원형 풀도 있지만 정작 뷔페의 내용이 좀 부실한 편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페루에서 묵었던 대부분 호텔이 그런 듯 싶은데 그래도 대체로 커피가 맛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집합 시간인 9시에 맞춰 짐을 챙겨 호텔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래도 나즈카라고 버스 정류장의벽에 나즈카 라인의 명물들을 상징물로 조각해 놓았습니다. 이건 콘도르 같네요.
계약한 항공사에서 보내준 차량을 타고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경비행기 투어를 할 Maria Reiche Neuman Airport는 나즈카 시의 남서쪽 4km 지점에 위치한 공항입니다. 매우 가깝기 때문에 금방 도착했습니다.
대합실이 있는 건물인데 10여 개의 경비행기 회사가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습니다.
여기가 저희가 이용한 Air Majoro의 부스입니다. 일단 여권을 내고 부스 안에 있는 체중계에 올라서 체중부터ㅗ 잽니다. 비행기가 워낙 작기 때문에 태울 사람의 몸무게를 계산해서 한쪽에 쏠리지 않도록 배치하는 것 같습니다. 특이한 건 카메라는 들고 재라고 하네요. 아마도 비행 중에 카메라는 계속 사용하기 때문에 그런가봅니다. :)
부스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잠시 기다리면 비행기가 준비되는대로 이름을 부릅니다.
조종사를 따라 활주로로 나갑니다. 저는 8인승 경비행기를 탔습니다. 나중에 말씀드리겠지만 나즈카 라인을 좀 더 가까이서 잘 보시려면 가능한 한 작은 비행기를 타야 합니다. 대신 그만큼 멀미가 심해지겠지요. ㅠ.ㅠ
이 녀석이 오늘 저희들의 생명을 맡길 경비행기입니다. 케냐 라무섬을 갈 때 탔던 경비행기보다는 크지만(응?) 그래도 작습니다. 8인승이라고 해서 그렇게 크지 않아요.
승무원은 조종사와 부조종사 2명입니다. 비행기 조종은 주로 조종사가 하고 부조종사는 지상의 문양이 나타날 때마다 설명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천정에 달린 판넬에는 깨알같이 '팁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5개 국어로 씌여 있습니다;;;;
제가 앉은 자리가 조종석 바로 뒤라서 계기판을 자세히 볼 수 있었습니다. 일단 시동이 걸리면 엔진 소리가 엄청나기 때문에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의 말소리도 잘 안 들립니다. 그래서 헬리콥터를 탈 때처럼 모두 헤드셋을 써야 합니다.
나즈카의 주요 관광 사업이라서 그런지 서비스가 아주 좋습니다. 이륙 전에 비행기를 배경으로 찍어주는 통상적인 구도에 조종석까지 앉게 해서 기념 사진을 일일이 다 찍어줍니다.
나즈카 라인은 나즈카 시의 북쪽 20km에 위치한 유네스코 자연유산(1994년 지정)으로 넓이가 무려 500평방 킬로미터 정도 됩니다. 여기에 약 300여 개의 문양이 그려져 있는데 이 중 대표적인 문양들이 밀집되어 있는 구역만 길이가 약 10km에 이릅니다. 이 대표적인 문양 10여 개를 살펴보는 것이 유명한 나즈카 경비행기 투어 내용입니다.
대부분의 나즈카 문양이 100미터가 넘는 크기이기 때문에 지상에서는 전체 모습을 알아보기가 어렵고 지상 300미터 이상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개발된 관광 상품이죠.
출발하기 전에 나눠준 brochure의 비행 경로대로 비행하면서 보여주지만 워낙 높은 곳이라서 잘 보이지는 않습니다. 저도 일단 사진을 찍고 나중에 내려와서 확대해서 보고는 이게 그거였구나 하고 알아차린 것도 많았어요.
대표적인 거 몇 개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건 거미(46미터)입니다. 당연히 확대한 사진이고 상공에서는 이렇게 선명하고 크게 보이지 않습니다.
이건 콘도르(136미터)입니다.
이건 원숭이(110미터)입니다.
이건 아무리 찾아봐도 뭐였는지 모르겠네요. 기록도 안 되어 있고. 아시는 분은 제보를;;;
일단 상공으로 올라가면 양쪽에 앉은 승객들이 모두 볼 수 있도록 하나의 문양을 두 번씩 선회하면서 보여주는데 이 때 급선회를 너무 자주 하기 때문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승객이 멀미를 경험합니다. 게다가 비행기 안이 굉장히 덥기 때문에 멀미에 최적인 환경입니다. ㅠ.ㅠ
총 40분 정도 비행하는데 급기야 함께 탔던 일행 중 할머니 한 분은 멀미를 못 이기고 중간에 토하셨습니다. 저도 좀 힘들었는데 나중에 지상으로 내려와서 물어보니 다들 힘들었다고 하더군요. 비행기를 타기 전에는 40분 비행이면 좀 짧지 않나 생각했는데 오히려 오래 비행하면 견딜 사람이 없을 듯 합니다.
그래도 승무원들이 하나라도 더 보여주려고 애를 많이 쓰고 서비스 정신도 투철하기에 지상으로 내려와서 각각 팁도 챙겨줬습니다.
등록한 순서대로 탔기 때문에 저희가 탄 비행기가 내려왔을 때도 아직 비행 중인 일행이 있어서 대합실에서 30분 정도 기다렸습니다. 다들 어지러워서 화장실 다녀오고 차도 마시면서 정신을 차렸죠.
여행사 한 군데의 장식장에 각종 휘장이 빼곡히 붙어 있는 게 멋져보여서 기다리면서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나중에 내린 일행까지 모아서 차량으로 데려다줬는데 호텔에 도착한 시간이 11시 40분이었습니다. 점심 식사 시간이 1시 30분이라 시간이 애매하게 남더군요.몸이 좋지 않은 몇몇 일행은 각자 방으로 돌아가 쉬고 몸 상태가 괜찮은 사람들끼리 산책 겸 시내 끝에 있는 박물관을 휙 둘러보고 오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즈카 라인 경비행기 투어를 하실 분들을 위한 팁을 다시 한번 정리해 봤습니다.
* 나즈카 경비행기 투어 요령
- 가능하면 작은 비행기를 탈 것. 그래야 낮게 날기 때문에 문양을 가까이서 선명하게 볼 수 있음
-> 다만 비행기가 작아질수록 멀미 확률이 증가하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해야 함
- 아침 식사를 가능하면 일찍 마쳐서 소화가 다 되고 난 뒤에 비행기를 탈 것
- 멀미약 복용 필수
- 비행기 내부가 굉장히 더우니 최대한 가볍고 시원한 복장(반팔, 반바지) 추천
- 몸을 조이는 옷 입지 말 것. 멀미에 좋지 않음
- 기내가 좁기 때문에 DSLR 같은 장비 사용이 불편함. 그냥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것이 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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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Ica)는 페루 남서부에 있는 작은 도시로 저 같은 여행자는 이카에서 5km 떨어진 와카치나를 방문하기 위해 주로 들릅니다. 와카치나는 모래언덕인 Sand Dune을 오르기 위해 나즈카로 가는 길에 잠시 들르는거구요.
와카치나로 진입하는데 오른쪽 차창으로 얼핏 보이는 Sand Dune의 존재감이 장난 아니네요. 벌써 점심 시간이 지났기에 일단 식사를 하고 Sand Dune에 오르기로 했습니다.
점심 메뉴로는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를 메인으로 골랐고 베지터블 샐러드라는 게 있길래 호기심에 주문했더니 사진과 같은 비주얼의 음식이 나왔습니다. 메뉴판을 보니 페루의 전통 에피타이져 같은데 겉보기에는 스시롤 비슷하지만 겉에 싼 옥수수 피가 카스테라 식감입니다. 부드럽지만 조금 짜서 속에 든 채소와 함께 먹어야 합니다. 입맛을 돋우기에는 좋네요.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는 사진을 못 찍었지만 새우 대신 버섯을 넣어달라고 했더니 꽤 만족스러운 요리가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달걀을 넣어서 갖고 왔는데 미안하다 우리는 달걀도 안 먹는다고 했더니 아무래도 다시 새로 만든 것 같았습니다. 일행이 주문한 음식 중에서 가장 늦게 나왔거든요. 조금 미안했습니다. 파스타 2개와 샐러드 합쳐 74솔.
점심 식사를 한 뒤 원하는 사람만 Dune Buggy를 타고 Sand Dune에 올랐는데 저희 일행 중에서는 열정 호주 어르신인 '샬롯' 커플과 Chinese-Canadian인 막내 '유지', 그리고 저희 커플만 신청했습니다.
체험 프로그램 가격은 1인 당 45솔이고 Sand Dune 입장료 포함입니다. Sand Dune 입장료는 2016년 론플 기준으로 4불이고 별도로 내야 한다고 소개하고 있지만 제가 갔을 때는 체험 프로그램 가격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비용을 지불하고 짐을 챙겨 레스토랑 뒷마당으로 가니 육중한 Dune Buggy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스타워즈 영화에 나올 법한 외관인데 정말 딱정벌레처럼 생겼더군요. Dune Buggy는 4륜 오프로드인 자동차에 9~10인승이고 거의 놀이공원에서 타는 롤러코스터에 버금가는 안전벨트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앞에는 안전바까지 있더군요. 안전벨트를 결속하면서 왜 이렇게 타이트하게 조이는거냐고 투덜거렸는데 Sand Dune에 오르자마자 그 이유를 단박에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운전석 바로 뒤에 앉았는데 내부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차 보다는 군에서 사용하는 전차나 험비에 더 어울리는 인테리어지요. 천정바에 새겨진 깨알같은 'Tips for Driver' 문구가 인테리어의 포인트입니다;;;;
중간에 현지인 관광객 커플을 태워 총 7명이 체험 프로그램에 동승했습니다. 와카치나 시내를 주행할 때는 속도를 높이지 않고 안정적으로 갑니다. 와카치나 시내를 벗어나 Sand Dune에 도달하면 입장료를 징수하는 게이트가 나오고 거기를 통과하면 곧바로 속도를 올려 질주하는데 슬슬 사막을 돌아다니면서 투어하는 걸 예상했던 저는 그야말로 깜놀했습니다. 모래 언덕을 무섭게 질주하는 것도 모자라서 언덕을 롤러코스터타듯이 올라가 곧바로 다운힐을 감행하면 비명이 절로 나옵니다. 스릴감이 보통이 아닙니다. 이거 안 했으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것 같습니다. 스트레스가 확 풀려요.
시속은 3~40킬로미터 정도에 불과하지만 지붕이 없고 사방이 개방되어 있어 바람이 휘몰아치기 때문에 체감 속도는 그야말로 아찔한 수준입니다.
초반에 어땠는지 아이폰으로 동영상을 찍어서 유투브에 업로드하고 트위터에 링크로 걸어 두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어느 정도의 속도감인지 간접 체험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 페루 와카치나 Sand Dune의 Dune Buggy 체험 동영상~
와카치나로부터 떨어져 사막 속으로 완전히 들어왔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다른 Dune Buggy와 근처에서 샌드 보딩을 하는 사람들이 개미처럼 보입니다.
몽골 여행 때 고비 사막의 홍고링 엘스에서도 Sand Dune에 올랐지만 그 때는 이렇게 넓은 느낌이 아니었거든요. 아무래도 폭이 좁아서 그렇게 넓다고 느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질주하다가 포토존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에 들어가면 드라이버가 사진을 찍으라고 친절하게 안내 해 줍니다.
높은 언덕에 서면 샌드 보딩도 경험해 보라고 뒷좌석에 실어둔 보드를 꺼내줍니다. 바닥에 왁스를 문질러서 마찰력을 줄인 뒤 배를 깔고 타는건데 포복 자세로 엎드리면 드라이버가 언덕 아래로 밀어줍니다. 얼굴을 아래로 하고 타기 때문에 처음에는 살짝 무서웠는데 이것도 재미있습니다. 모래가 들어가지 않도록 입을 다물고 타야 하는데 절로 비명이 나오거든요. 사진에 보시는 게 초급 코스이고 두 번을 더 탔는데 마지막 최상급 코스에서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마지막에 울퉁불퉁한 모래 바닥을 통과하느라 배에 충격을 좀 받았는지 조금 울렁거리더군요.
샌드 보딩은 보드만 빌려서 할 수도 있지만 내려올 때는 즐거워도 보드를 들고 다시 올라가는 걸 고려하면 별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Dune Buggy를 탈 때 샌드 보딩도 함께 할 수 있는데 기사가 핫 스팟으로 데려다주기 때문에 초, 중, 고급 코스에서 한번씩 해 볼 수 있습니다.
Dune Buggy의 속도감에 질려서 샌드 보딩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여기 아니면 언제 해 보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고 함께 간 일행이 자꾸 권하길래 눈 딱 감고 시도했는데 안 했으면 이것도 후회할 뻔 했습니다. 페루 와카치나 가시는 분들은 Dune Buggy 시승하고 샌드 보딩은 놓치지 말고 꼭 경험해 보세요. 최고의 activity였습니다.
샌드 보드를 타고 내려가 언덕 아래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Dune Buggy가 내려와 태우고 다음 코스로 갑니다.
이곳은 1년 내내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완전 건조 지역으로 예전에는 와카치나 주변에 7개의 오아시스가 있었지만 대부분 말라서 현재는 2개만 남아 있다고 하네요. 여긴 마른 오아시스 중 하나입니다.
늦은 오후가 되니 사진 찍기에 좋은 골든 타임이 되었습니다. 사막의 풍광은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마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전 사막이나 초원을 참 좋아라 합니다. 몽골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이제 슬슬 돌아갈 시간입니다. 푹푹 빠지는 모래가 아니라고는 해도 여기에서 길을 잃으면 자력으로 빠져나가기 쉽지 않을 것 같네요.
와카치나 외곽으로 돌아왔습니다. 여기가 사진찍기 근사하다고 드라이버가 다시 차를 세워주네요. 와카치나(Huacachina)는 '아름다운 여인', '우는 여자'라는 뜻으로 300m 높이의 모래언덕으로 둘러싸인 오아시스 지역입니다. Dune Buggy들이 계속 출발하는 게 보이네요.
와카치나를 둘러싼 모래 언덕이 특히 높기 때문에 샌드 보딩을 즐기는 사람들이 꽤 있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별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한번 탈 때는 재미있겠지만 다시 언덕을 올라가는 게 보통 일이 아니거든요.
출발했던 레스토랑으로 돌아온 뒤 모래 때문에 일부러 두고 갔던 지갑을 챙겨 친절했던 드라이버에게 팁을 주려고 들른 사무실에서 귀여운 모형 Dune Buggy를 만났습니다.
와카치나 activity와 관련된 준비물과 유의할 사항은
'와카치나 Sand Dune을 방문하실 분들을 위한 팁' 부분을 참고하시고요.
버스에 올라 오늘 묵을 Casa Andina Nasca로 향했습니다. 사막 지역이라서 그런지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평선에 걸렸습니다.
금방 도착할 줄 알았는데 거의 두 시간이나 걸렸네요. 나즈카 시내 한복판에 있는 체인 호텔이고 꽤 큽니다. 호텔 사진은 다른 여행기에서 보여드리겠습니다.
저녁 6시 쯤 도착해서 가이드 Cheo에게 내일 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방 열쇠를 받아 해산했습니다. 역시나 엘리베이터가 없기에 포터에게 부탁해서 짐을 옮겼습니다.
저녁을 먹으러 시내로 나갈까 하다가 어차피 내일도 나즈카에서 묵는데다 오늘 체험 때문에 몸이 고되었기 때문에 한국에서 싸온 건조 콩나물 국밥과 과일로 대충 저녁을 때우고 일찍 쉬기로 했습니다.
나즈카에서는 이틀을 묵기에 빨래도 간단히 해서 널고 깨끗하게 샤워도 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닫기 * Ballestas 섬 투어 가이드 팁 : 10솔
* 빠라까스 호텔 메이크 업 룸 비용 : 10솔
* Ica 와이너리 투어 쇼핑
: 커피가 들어간 와인, 미니어쳐 술 1박스 = 73솔
* 와카치나 점심 식사
: 알리오 올리오 2개, 베지터블 샐러드 1개 = 74솔
* 와카치나 Dune Buggy 시승 체험 : 45 X 2 = 90솔 + 가이드 팁 20솔 = 110솔
* Casa Andina Nasca 포터 팁 : 10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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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로 돌아와 부리나케 짐을 싸고 40분 후 쯤 체크아웃을 했습니다.
11시쯤 Ica Valley로 출발했습니다. Ica Valley는 페루에서도 유명한 와이너리들이 밀집한 곳이라서 winery tour를 하러 많이들 찾아오는 곳입니다.
확실히 나즈카 지역이라서 그런지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좀 황량하네요.
빠라까스를 떠난 지 1시간 쯤 지나 도착한 Ica Valley 초입 풍경은
라오스 여행 때 루앙 프라방 근처의 술마을에 들렀을 때와 비슷합니다.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중 하나인 'Tres Generaciones'에 들렀습니다.
굉장히 다양한 와인이 있는데 대부분의 와인이 말이 와인이지 도수가 40도가 넘는데다 맛도 거의 보드카에 가깝습니다. 예상과 전혀 다른 와인(와인 맞남???)인데다 시음하라고 이 술 저 술 계속 주기때문에 나중에는 다들 불콰하니 취했습니다. 나름 술이 세다고 자부하는 저도 알딸딸했을 정도니까요. 술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최고의 와이너리 투어인듯;;;;
기념품으로 진열장 아래에 있는 커피가 들어간 술(이거 맛있습니다. 시음할 때 반했어요)과 위쪽 진열장 중간에 보이는 미니어쳐 세트 1박스를 샀습니다.
이 와이너리 뿐 아니라 주변에도 와이너리가 많은데 관광객들이 시음하느라 끊임없이 드나듭니다.
시음(이라고 쓰고 부어라마셔라 라고 읽는다;;)을 마치고 와인을 제조하던 전통 시설을 견학하러 이동 중입니다.
포도밭은 안쪽에 있나 봅니다. 스페인어를 모르는 이상 겉만 봐서는 와이너리라고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한눈에 포도를 압착하는 기계인걸 알겠더군요.
으깨서 압착한 포도를 증류하는 구역입니다. 왼쪽에 어디서나 마피아 포스를 뿜뿜 뿜어내는 가이드 Cheo가 보이네요;;;
사진 찍느라고 설명을 제대로 못 들어서 지금도 사용하는 시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얼핏 봐서는 그냥 관광객 관람용으로 유지하는 것 같지만요.
피스코(Pisco)라는 말은 와인을 담는 용기라는 케차우 말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피스코'가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사진만 봐도 느껴지지만 햇볕이 정말 뜨겁고 강렬하기 때문에 기온이 높지는 않아도 그늘을 벗어나면 오래 서 있기 힘듭니다.
피스코 와이너리 투어를 마치고 와카치나로 향했습니다. Ica에서 가까운 곳이기 때문에 차량으로는 금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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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lestas섬으로 가는 도중에 여러 섬을 들렀는데 보시는 것처럼 해안가 바위 위에서 일광욕을 하는 바다사자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심심치 않은 정도가 아니라 나중에는 좀 많다 싶을 정도로 바다사자를 쉽게 볼 수 있지요. 케냐에서 기린이나 얼룩말을 봤을 때처럼 처음에는 와~ 했지만요.
이 해역은 수온이 낮아 바다사자의 천적인 상어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햇볕이 조금이라도 닿는 바위 위에는 어김없이 바다사자들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바위가 울퉁불퉁해서 꽤 불편해보이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느긋하게 낮잠을 즐기는 녀석들이 많습니다.
보트가 접근하자 아직 잠이 덜 깼는지 바다사자 한 마리가 고개만 뒤로 돌려서 쳐다봅니다.
그 자세로 다시 잠에 빠져들었네요;;;;
혼자서 고고하게 햇볕을 즐기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무리와 상당히 멀리 떨어져서 혼자 있는 녀석도 보입니다.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려보이는 바다사자들 몇몇은 물 속으로 뛰어들어 수영을 하기도 하고 놀기도 합니다.
다른 섬의 해안가를 둘러보다가 흄볼트 펭귄 몇 마리를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새들에 비해 흄볼트 펭귄은 개체수가 점점 줄고 있어서 보기가 쉽지 않다고 하네요.
흄볼트 펭귄을 제외한 다른 새들은 많습니다.
이 머리가 큰 녀석들은 아마도 갈매기 종류인 것 같네요.
이건 다른 종류의 펠리컨 같은데 오른쪽 아래에 귀여운 애기 펠리컨이 보이네요. :)
예전에 접안 시설로 사용했을 것 같은 선착장에는 수많은 새들이 둥지를 틀고 있습니다. Ballestas섬 이외에도 인근의 모든 섬들은 새로 가득차 있습니다. 그야말로 새들만의 낙원이라고 할 수 있겠더군요.
드디어 멀리 Ballestas섬이 보입니다.
자세히 보면 새들이 무리지어 날다가 앤쵸비를 사냥하기 위해 한꺼번에 수면으로 다이빙하는 장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새가 얼마나 많은지 상상도 못했습니다.
Ballestas섬은 '빈자의 갈라파고스섬'으로 불리는데 유기농업분야에서 각광받는 세계 최고 품질의 새똥 비료, 구아노(Guano)를 채취하기 위한 전진기지가 있는 곳입니다.
이 섬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우리 보트에 태워 같이 갔죠. 아마도 교대 근무자이거나 휴가를 마치고 복귀하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섬이 온통 깎아지른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보트를 정박할 접안 시설이 보이지 않습니다.
응? 설마 저건 아니겠지요? 하지만 직원이 나와 있고 밧줄 사다리가 드리워져 있는 게 제 예감이 맞을 것 같습니다.
아 놔~ 역시나 불행한 예감은 딱 들어맞는다더니... 저걸 타고 올라가야 하네요. 팔 힘이 부족하면 여기서는 일 못하겠습니다.
직원을 올려주고 보트를 돌려 섬으로부터 조금 떨어지니 갑자기 새들이 날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헉~ 이건 무슨 히치콕 감독의 영화 '새' 촬영지도 아니고;;;;;
이건 많아도 너무 많은 거 아닙니까?
마구 날아다니는 새도 많지만 기러기처럼 대형을 갖춰 날아다니는 새들도 많습니다.
Ballestas섬도 그렇고 인근 섬도 마찬가지인데 배가 근처에만 접근해도 새똥 냄새가 진동합니다. 저는 그리 역하다는 느낌을 못 받았지만 비위가 약한 분은 스트레스를 좀 받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날아다니는 새의 숫자가 워낙 많기 때문에
머리 위로 떨어지는 새똥 폭격을 조심해야 합니다. 모자를 꼭 쓰셔야 하고 물티슈 정도는 가져가는 게 좋겠죠.
그래도 다행히 한 방(?)도 안 맞았네요.
오늘 투어에서 평생 볼 수 있는 새를 다 본 것 같습니다.
빠라까스로 돌아가기 위해 보트를 돌렸습니다. Ballestas섬 인근을 벗어나도 새는 계속 볼 수 있고 헤엄치는 바다사자도 꽤 보입니다. 빠라까스 선착장에 도착할 때까지 보이는 걸 보면 정말 개체 수가 많은가 봅니다.
선착장에 도착해 팁을 걷어서 고생한 가이드에게 건네고 서둘러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오늘은 일정이 빡빡하기 때문에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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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45분 쯤 일어나 일찌감치 샤워하고 짐을 대충 싸 놓은 뒤 아침을 먹으러 식당으로 내려갔습니다. Emacipador 호텔의 식당은 투숙객을 모두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넓지만 조식 뷔페의 구성이 다양하지는 않았습니다. 과일은 종류가 많지만 비건에게 가장 중요한 샐러드가 없고 사이드 디쉬도 좀 부실한 편이네요. 그냥 훌륭한 전망에 만족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침을 먹고 7시 45분 쯤에 선착장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시내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 보이지만 선착장은 Ballestas섬으로 가는 사람들로 북새통입니다.
인간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해안가는 여유가 넘칩니다.
선착장에 도착하니 8시쯤 되었고 오늘 투어를 이끌 새로운 가이드를 만나 보트에 올랐습니다. 저희는 선착장 이용료가 투어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지만
별도로 선착장을 이용할 분들은 5솔을 준비하셔야 합니다.
20인승 스피드 보트라서 양 쪽으로 한 명씩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갈 수 있었습니다. 구명조끼도 새 것이네요.
가이드가 능수능란하게 설명하는 것과 별개로 스피드 보트인데도 마이크와 앰프가 장착되어 있어 한결 알아듣기 쉽더군요.
항구에 정박된 보트에는 어디나 펠리칸과 갈매기가 떼를 지어 앉아 있습니다.
무거운
150-500mm 망원렌즈를 힘들여 가져온 보람이 있습니다. 쉽게 당겨서 찍을 수 있네요.
항구를 빠져나오자 보트가 서서히 속력을 내기 시작합니다. 빠라까스에서 Ballestas 섬까지는 20km 정도 거리인데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느낌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보시는 것처럼 이런 섬이 계속 나타나기 때문이죠.
아마도 채석장이나 그런 공장이 있는 곳인 것 같은데 해안가에는 펠리칸들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주로 부리가 빨간 녀석들이 대부분인데 가끔 배가 하얗고 머리가 갈색인 녀석들도 섞여 있습니다.
볕을 쬐면서 털을 고르는 녀석들을 줌으로 당겨서 보면 안 보는 척 하면서 이쪽을 노려보는 녀석도 있습니다. 덜덜덜....
보트를 타고 가다 저 문양을 처음 봤을 때는 관광객용으로 일부러 그려놓은 그림인 줄 알았는데 아니랍니다. 실제 나즈카 라인에 속한 문양 중 하나라고 하네요. 나즈카 라인이 얼마나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있는지 실감했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나무처럼 생겼는데요. 사진의 왼쪽 아래에 보이는 보트와 비교해 보면 이 문양이 얼마나 큰 것인지 대번에 아실 수 있습니다. 이 지역은 비가 내리지 않기 때문에 모래 언덕에 만들어진 나즈카 문양도 손상되지 않고 그대로 자리를 지킬 수 있다고 하네요.
해안가로 다가가니 나즈카 문양 아래쪽 절벽에는 역시나 새들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해안가에는 어디나 새들을 볼 수 있는데요.
주로 펠리칸과 갈매기들입니다.
아주 드물게 흄볼트 펭귄이 섞여 있습니다. 사진 중간 왼쪽에 한 마리 있고 중앙 위쪽에 한 마리가 걸어오는 게 보이네요.
이 사진을 찍을 때까지만 해도 '새가 참 많구나'했는데요. 곧 엄청난 착오였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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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라까스(Paracas) 시내 중심에 작은 광장과 주차장이 있는데 거기에 버스를 주차하고 조금 걸어서 해안가에 있는 식당으로 이동해 거기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뭘 형상화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배색이 참 예쁘네요. 제가 이런 문양을 참 좋아라합니다.
점심을 먹은 해안가 레스토랑 Juan Pablo.
분위기는 그냥 저냥 괜찮습니다. 화장실은 이용하지 않아서 깨끗한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먹은 야채볶음밥(20솔)입니다. 달걀을 빼달라고 했더니 대신 채소를 조금 더 넣어줬습니다. 양이 곱배기라서 평소라면 남겼겠지만 늦은 점심이라 싹 비웠습니다. 소이소스로 간을 해서 먹을 만 하더군요. 특이한 건 옥수수(병에 든 것이 아니라 통 옥수수) 낱알이 들어 있더군요. 저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반려인은 칼라마리(40솔)를 주문했는데 이것도 괜찮았다고 하네요. 저는 Cuba Libre라는 칵테일(20솔)도 한 잔 주문했는데 딱 '잭 코크' 맛이었습니다.
음식은 전반적으로 괜찮았는데 관광지 식당이라서 그런지 일반적인 페루 물가를 고려하면 좀 비싼 것 같더군요. 다른 식당도 대체로 이 정도에서 음식의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이동하기 전에 빠라까스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는 가이드 Cheo. 비주얼만 보면 멕시코 마피아 같지만 사람이 참 듬직하고 맏형 같은 느낌을 줍니다. 발 아래 보이는 멍뭉이는 동네에 사는 녀석 같은데 갑자기 난입해서 털푸덕 눕더니 우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잠에 빠져들더군요;;;;
오늘 묵은 Emacipador 호텔(3성급)은 시내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세 블럭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걸어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Emancipador 호텔은 호텔보다는 살짝 리조트 분위기가 납니다. 오른쪽 건물의 2층 방이 제가 묵은 객실이었는데 역시나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짐을 옮기는데 포터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욕실이 좀 좁기는 하지만 사용하는데 큰 불편은 없습니다.
바다를 면한 객실이라 채광이 좋아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은 테라스도 있네요.
리마에서 타고 온 버스가 마당에 주차되어 있습니다.
바다와 면한 건 아니지만 2층 이상 객실에서는 바다가 잘 보여서 전망이 좋은 편입니다.
4시 쯤 체크인을 했는데 볕이 있을 때 빨래를 할까 살짝 고민했는데 그러면 못 나갈 것 같아서 짐만 풀고 산책하러 나왔습니다.
호텔을 등지고 직진하면 백사장으로 나오게 되는데 돌아보니 박물관 비슷한 건물이 보이네요.
빠라까스는 바다사자와 펭귄을 보러오는 곳이라서 해변은 많이 개발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모래는 고운 편이나 별도로 관리를 하지 않는지 쓰레기가 널려 있어서 산책하기에도 별로네요.
해안가에 면한 도로에는 요트를 연결한 캐리어가 줄을 지어 서 있습니다.
내일 Ballestas섬으로 가는 배를 탈 선착장입니다.
오랜만에 펠리칸을 봐서 반가웠는데 내일 보게 될 새에 비하면 이건 댈 것도 아닙니다. 물론 이 때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죠.
저녁이 되자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습니다.
빠라까스는 해안가 도로와 상점가를 중심으로 관광구역을 조성해놨습니다. 식사, 음주, 쇼핑을 이 거리에서 모두 해결하는 것 같습니다.
해안가에 인접한 호스텔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오후의 햇살을 즐기고 있습니다......만 사실 햇살이 워낙 강렬해서 그냥 태닝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자외선 차단제와 선글래스는 필수에요.
여행자들을 빠라까스로 불러모으는 일등 공신 중 하나인 바다사자를 철근을 이용해 동상으로 만들어 놨습니다. 펭귄 동상은 못 봤는데 돌고래도 있고 몇 개의 바다생물 동상이 더 있더군요.
여기는 수제맥주를 파는 펍 같습니다. 노란색 벽에 맥주를 brewing하는 과정을 그림으로 그려놓으니 재미있기도 하고 눈에 확 띄네요.
선착장 끝까지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동네 마트에 들러서 잉카 콜라 1리터, 쿠스퀘나 맥주, 미네랄 워터를 사서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체크인 할 때는 몰랐는데 호텔에서 운영하는 베이커리도 있기에 꽈배기(4솔), 초코 슈크림 빵(3솔), 치즈 용과케익(10솔)을 사서 방으로 올라왔습니다. 반려인이 계산대 위에 놓인 바다사자 모양의 호텔 기념품을 유심히 보고 있었더니 직원이 기념으로 가지라면서 그냥 선물로 줬습니다. 럭키~
손에 들고 있는 게 바로 그 기념품입니다. 지금은 거실 책장의 한 켠을 장식하고 있죠.
방으로 돌아와서 테라스에 앉아 석양을 보면서 호텔 베이커리에서 사 온 빵과 빠라까스로 오는 길에 산 과일로 저녁을 먹었습니다. 쿠스퀘나 맥주도 종류가 여러가지인데 오늘 마신 건 레드 라거라서 향이 좀 강한 편이었지만 제 입맛에는 맞더군요.
잉카 콜라는 처음 마셔봤는데 색이 강렬한 노란색인 것과 달리 맛은 딱 예전 '암바사'의 그것입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맛이어서 좀 놀랐어요. 제 입에는 좀 달더군요.
내일은 새벽부터 Ballestas섬 투어가 예정되어 있기에 씻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닫기 * 리마 -> 빠라까스 이동 중에 산 주전부리
- 바나나 4개 : 3.7솔
- 사과 6개 : 6.98솔
- 탄산수 : 1.5솔
= 12.18솔
* Asian Market에서 산 주전부리
- Inca Chips : 6.5솔
* Juan Pablo 식당 점심
- Cuba Libre 칵테일 : 20솔
- 칼라마리 : 40솔
- 야채볶음밥 : 20솔
= 80솔
* 포터 tip : 10솔
* 빠라까스 산책 중 장 본 것
- 잉카 콜라 1리터
- 쿠스퀘나 레드 라거
- 미네랄 워터
= 13솔
* 호텔 베이커리
- 꽈배기 : 4솔
- 초코슈크림빵 : 3솔
- 치즈용과케익 한 조각 : 10솔
= 17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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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잠을 많이 잔데다 시차 적응이 안 되어 새벽에 계속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결국 6시 쯤 일어났습니다. 일어난 김에 씻고 아침을 먹으러 일찍 식당으로 내려갔습니다.
너무 일찍 내려갔더니 사람이 많지 않아 여유있게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저녁을 안 먹고 자서 그런지 시장해서 4접시나 먹었네요;;;; 특히 커피가 너무 맛있어서 텀블러에도 담았습니다.
아침을 먹고 시간이 남아 호텔 근처로 산책하러 나갔습니다. 이슬비가 조금씩 내리기는 했지만 윈드 브레이커의 후드를 쓰니 그냥 맞으면서 다닐 만 했습니다.
호텔을 나서면 처음 만나는 교차로에 위치한 건물입니다. 우리나라의 '코즈니' 같은 유형의 상점 같더군요. 벽 색깔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한국은 여름인데 여기는 살짝 초가을 같은 느낌입니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옷차림도 그렇고 나무들도 그렇고요.
Miraflores 지구는 리마의 다른 지역에 비해 살짝 부촌 느낌이 납니다. 거리의 분위기도 그렇고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여행 막바지에 들른 리마 센트로와 차이가 많이 나네요. 부자 동네라서 좋다는 것 보다는 아무래도 좀 안전할 것 같다는 느낌 때문에 안심이 되더군요.
Miraflores 지구는 확실히 개의 지역이더군요. 어디나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신주마다 개오줌 냄새가 나는 듯해서 산책길이 아주 유쾌하지는 않았습니다.
근처 동물 병원입니다. 건물 색깔이 참 강렬하죠.
파란색과 노란색을 원색으로 사용하는 건물이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상점 벽에도 이런 예쁜 그래피티를 그려넣은 곳이 많아서 지나다니면서도 눈이 즐겁습니다.
초상권 보호 때문에 얼굴을 가린 두 남자가 서 있는 곳 바로 옆이 나중에 소개드릴 유기농 샵인데 어찌나 물건 가격이 싼 지 정신줄 놓고 싹쓸이를 할 뻔 했더랬죠.
요기는 여행 마지막 날에 마지막으로 티타임을 가진 카페 'Passion for Fruit'입니다. 카페 분위기도 좋고 친절한 훈남 직원이 서빙해서 좋았지만 사실 별로 추천할 수준은 아니었죠.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보니까 호텔 출입문을 낮 시간에도 잠궈두고 투숙객이 드나들 때마다 경비원이 문을 열어주더군요.
보시는 것처럼 모르고 지나치면 그냥 가정집처럼 생긴 호텔입니다. 한쪽에서는 보강 공사를 하고 있네요.
잘 몰랐는데 지금 보니 담장 위에는 전기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네요. 치안이 좋지 않아서 그런 것 같지는 않고 철저히 대비를 하는 것 같습니다. Miraflores 지구는 아주 작은 아파트라도 경비원이 상주하면서 출입자를 통제하더군요.
산책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 양치하고 짐을 챙겨서 로비로 내려가 체크아웃했습니다. 처음으로 이번 여행의 메인 가이드인 Cheo와 인사를 했죠. 나중에 보여드리겠지만 Cheo의 생김새는 페루인보다는 멕시코 마피아 같습니다. 노련함이 남달라 보이지만 문제는 영어 발음이 굉장히 알아듣기 어렵다는 거;;;; 이번 여행에 애로 사항이 꽃필 것 같은 첫 느낌이었습니다.
다른 투어 멤버들과도 인사를 한 뒤 기다리던 25인승 버스에 올랐습니다. 벤츠 버스인데 차량 뒤쪽에 화장실도 있습니다(물론 한번도 이용하지 않았지만;;;). 이번 여행에서 하루종일 차로 이동하는 날이 이틀이나 되기 때문에 편안한 차량의 중요성이 큰데 첫 출발부터 산뜻하네요.
정확하게 9시에 출발했습니다. 특이한 건 차 안에 속도계가 있는데 시속 90km를 넘으면 경고음이 울립니다. 이 때 속도를 늦추지 않고 계속 주행하면 GPS 장치를 통해 차량의 위치와 속도 위반 사실이 자동으로 발송되어 벌금 통지서가 발부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페루 어디에서나 정속 주행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도 도입되면 좋을 시스템이네요.
오늘은 리마에서 빠라까스까지 약 285km의 거리를 4시간에 걸쳐 이동할 예정인데 드라이버가 두 명입니다. 장거리 운전을 하면 안전 운행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교대로 운전한다고 하네요. 이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시내 주행 중에 발견한 정류장 광고판. 맥도널드의 세트 메뉴인데 8.9솔이면 대략 3,000 원이니 확실히 우리나라보다 싼 것 같습니다.
Cheo가 아직 환전을 못한 사람이 있는지 묻더니 리마 시내를 벗어나기 전에 환전상을 태우고 이동하는 버스 내에서 환전을 하게 해 주었습니다. 보시는 것 같은 조끼를 입은 사람들은 정부에서 허가를 내 준 공식 환전상입니다. 길에서 환전할 수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버스로 이동하면서까지 환전을 할 수 있다는 건 저도 몰랐네요.
나중에 여행을 마치고 리마로 돌아왔을 때 다시 한번 보여드리겠지만 리마도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보도 위에 만든 것도 아니고 도로 위에 별도 포장을 해서 자전거만 다니게 해 놨더군요. 스페인 여행 때 바르셀로나에서 보고 부럽다고 생각했는데 리마도 잘 해놨습니다.
리마 시티 투어 버스입니다. 랩핑을 예쁘게 했네요.
리마 외곽으로 나가면 보시는 것과 같은 언덕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정상에는 송전탑이 빼곡하고 중턱부터는 빈민촌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비라도 오면 산사태가 나지 않을까 걱정되겠지만 사실 리마는 세계에서 2번째로 건조한 수도이고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분들이 뭐하는 사람들일까요? 복장을 보면 환경미화원인 것 같기도 하고 장비를 보면 농약을 살포하는 분들 같기도 한데요.
사실 이 분들이 하는 일은 거리에 있는 화분에 물을 주는 겁니다. 물이 귀한 곳이기 때문에 살수차나 소화전을 이용하지 않고 이동식 살수 기구를 갖고 다니면서 물을 주고 있습니다.
리마를 벗어나면 보시는 것처럼 특이한 식물들도 가끔 볼 수 있지만 대부분은 황량한 풍경입니다. 시 외곽으로 나가자마자 주전부리를 사라고 대형 마트에 내려줬습니다. 바나나 4개(3.7솔), 사과 6개(6.98솔), 생수(1.5솔)를 샀는데 마실 때 보니 탄산수네요. 페루에서 생수를 살 때는 'con gas'라고 쓴 것이 탄산수, 'sin gas'라고 쓴 것이 생수입니다. 나중에는 병뚜껑만 봐도 구분할 수 있지만요.
2시간 정도 이동한 뒤 커다란 Asian Market에 내려줬습니다. 화장실을 가라는 배려이죠. 일부러 현대적이고 화장실이 깨끗한 곳으로 온 듯 합니다. 사진에 보이는 건 칩에다 여러가지 소스와 고명을 얹어서 먹을 수 있는 주전부리 같네요. 시간이 없어서 try 못 해봤습니다만...
대신 갑자기 감자칩이 먹고 싶어서 Inca chips라는 현지 감자칩을 하나 샀습니다. 6.5솔이니 그렇게 싸지는 않은데 지금까지 먹어본 감자칩과 달리 덜 짜고 덜 기름져서 맛있네요. 맥주와 함께 먹으면 안주로 그만이겠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거지만 페루는 감자의 원산지라서 감자로 만든 건 뭐든지 기본 이상은 합니다.
2시간 정도를 더 달려서 빠라까스 시내에 진입했습니다. 총 4시간 30분 쯤 걸린 듯 합니다. 점심 시간이 훌쩍 지났기에 체크인을 하기에 앞서 빠라까스 시내에서 점심을 먹고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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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에서 첫 날을 묵을 호텔은 리마에서도 관광 구역으로 분류되는 Miraflores 지구에 위치한 'Hotel Antigua Miraflores'였습니다. 공항에서 차량으로 30분 정도 걸립니다.
Hotel Antigua Miraflores는 론리 플래닛에도 소개되어 있는 3성급 호텔로 제가 예약할 당시에는 트립어드바이저 기준 리마 소재 호텔 35위에 올라 있었습니다. 이번 여행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한 호텔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면면이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차 있었거든요. 하나씩 보여드리겠습니다.
철문으로 된 정문을 통과하여 들어가면 곧바로 작지만 잘 가꿔진 정원을 만나게 됩니다. 흡사 우리나라 가정집의 정원 같습니다.
겉모습만 보면 정말 우리나라 가정집 같습니다. 1층에 리셉션이 있는 건물만 보면 작아 보이지만 이 호텔은 안으로 깊어지는 건물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막상 들어가보면 꽤 큽니다.
너무 일찍 도착했기에 짐을 맡겨 놓고 나갈까 살짝 고민했는데 장거리 비행에 지쳐 너무 피곤했기에 early check-in하는 비용을 물어보니 아침 식사를 포함해서 46불이라고 하기에 대뜸 그렇게 하자고 수락하고 체크인
했습니다.
포터에게 짐을 부탁하고 방을 찾아 들어가는데 입구부터 우아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것이 제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제가 원래 작고 전통적인 부띠끄 호텔을 좋아라 하는데 딱이었거든요.
1층 한 켠에 마련되어 있는 응접실입니다. 저녁에 삼삼오오 모여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기 좋습니다.
2층 복도의 모습입니다. 곳곳에 놓인 엔틱 가구도 가구지만 어디나 그림이 잔뜩 걸려있는 게 좋더군요.
보시는 것처럼 벽에 빈 공간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그림이 많이 걸려 있습니다. 2008년 여행지였던
체코 프라하의 Hoffmeister 호텔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좋아라 하는 구조 중 하나인 중앙 회랑. 나중에 노르웨이 여행기 때도 보여드리겠지만 올레순에서 묵은 호텔이 이 구조라서 아주 좋아라 했죠. 그러고 보니
대만의 Le Suites Ching Cheng Hotel도 이런 구조였네요.
제가 이 호텔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입니다. 중앙에 분수를 둘러싼 작은 정원을 중심으로 객실이 원형으로 배치되어 있는 구조이죠. 각 객실 창가에 화분이 하나씩 놓여있는 것도 깨알같네요.
여긴 2층 어느 객실 앞 테라스인데 요런 작은 테라스도 제가 엄청 애정하거든요. 오후에 이런 테이블에 앉아 새소리를 들으며 애프터 눈 티를 마시면 천국이 따로 없죠.
왼쪽이 제가 묵은 306호입니다. 여기도 공용 테라스가 있어서 언제든 원할 때 밖으로 나와 바람을 쐴 수 있습니다. G Adventures를 통해 묵는 투숙객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전망이 좋고 넓은 옥탑방을 줬더군요.
이 호텔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큰 캐리어를 가져 가면 포터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가 없다는 점하고 어떤 방은 습해서 곰팡이 냄새가 좀 난다는 점 정도입니다. 이건 복불복이겠죠. 첫날 묵은 방은 채광이 좋고 통풍이 잘 되어 괜찮았거든요.
옛날 다리미를 활용해 개조한 걸 책상 스텐드 등으로 사용하는 것도 독특했습니다. 소품 하나하나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나중에 보니 안전금고도 전자금고가 아닌 열쇠를 이용하는 제품이던데 어느 호텔에서도 보지 못한 스타일이었습니다.
슬리퍼가 없고 조명이 좀 어두운 걸 제외하면 방 인테리어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침 식사가 10시에 마감된다고 들었기에 짐만 대충 부려놓고 9시 40분에 부리나케 내려갔습니다.
3층에서 내려다보니 더욱 마음에 드는 view네요.
식당이 호텔 가장 구석에 위치하고 있어서 찾는데 애 좀 먹었죠. 옛날 재봉틀을 이용해 탁자로 꾸민 센스 좀 보세요.
식당을 구획으로 나눠놨는데 이쪽은 약간 응접실 분위기가 나도록 꾸며놨네요.
이쪽은 약간 현대적인 느낌이 나는 구역이고요. 식당도 그렇고 호텔 곳곳에서 저렇게 허브나 오일을 담아놓은 병을 볼 수 있습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건 '따말레'라고 부르는 건데 일종의 연잎밥 같은 겁니다. 안에는 옥수수로 만든 밥 같은 것이 들어있는데 고기나 생선 등을 으깨서 넣었죠. 페루 사람들이 간식처럼 많이 먹는 음식이라서 길거리에서도 파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치즈하고 햄을 썰어둔 게 보이고 저는 왼쪽의 샐러드가 맛있었습니다. 토마토와 버섯도 맛있었지만 가운데 보이는 채소 절임 같은 게 굉장히 맛있습니다. 칠리를 넣어서 살짝 매운데 입맛을 돋우는 효과가 있거든요. 페루 전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데 여행하면서 보기만 하면 꼭 가져다 먹었습니다.
한 켠에는 각종 빵과 과일이 준비되어 있고 시리얼을 먹을 수도 있습니다.
준비된 음식의 종류가 다양하지는 않지만 감자와 빵이 맛있어서 아침에 먹은 기내식이 부실했던 참에 잘 먹었습니다. 특히 깔끔하고 정갈한 느낌을 주는 식당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위를 올려다보니 천장에 매달린 조명도 범상치 않습니다. 범선의 돛대와 닻을 가져다가 조명으로 바꾸어 놓은 것 같네요.
벽에도 문인지 창문인지를 붙여 놓았는데 벽돌벽과 색감이 잘 어울립니다.
조금 늦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객실로 돌아온 뒤 원래는 조금만 쉬고 나가려고 했는데 너무 지쳤는지, 시차 적응이 안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깊은 잠에 빠져들어 무려 저녁 7시에나 일어났습니다.
원래 오늘 저녁에 투어에 참가하는 사람들과 사전 미팅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간단히 씻고 로비에 나가보니 저녁 6시에 이미 미팅을 했고 우리만 참석을 안 했는지 게시판에 붙은 명단의 우리 이름 옆에 내일 아침 9시에 출발한다고 적혀 있더군요;;;;;
어쨌거나 언제 출발하는지는 알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돌아와 다시 잠을 청했습니다.
닫기 * 공항버스비 : 8,800 X 2 = 17,600 원
* 인천 공항 저녁식사(비빔밥) : 8,900 X 2 = 17,800 원
* 지인이 부탁한 Belief 아쿠아 밤 : 54,100 원
* LA 공항 저녁식사(Larcer)
- 크로와상 2개 : 8.80불
- 제로 코크 캔 1개 : 3.59불
- Berry 모둠 : 7.02불
- Vegan Cob 샐러드 : 16.46불
= 35.87 + 3.32(tax) = 39.19불
* Hotel Antigua Miraflores 얼리 체크인 + 아침 식사 : 46불
* 포터 tip : 10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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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은 출발편이 저녁 8시에 출발하는 비행기라서 한결 여유가 있기는 했지만 방심을 했는지 너무 여유를 부리다가 4시가 넘어서 집을 나섰습니다. 다행히 공항버스가 금방 도착했고 오랜만에 긴 여정의 여행을 앞두고 긴장했는지 버스에 타자마자 금방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5시 50분에 인천 공항에 도착해 대한항공 발권 카운터로 곧장 향했죠. 라탐 항공과 코드쉐어만 해서 그런지 그다지 배려받지 못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아주 늦은 것도 아니었는데 만석이라고는 하지만 좌석을 붙여 앉지 못하는 것은 물론 아예 열 자체가 달랐거든요. 쩝...
그런데 정작 문제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발권 카운터의 직원이 반려인의 항공권 예약 이름 철자 하나가 여권과 다르다는 걸 알려줬거든요. 이게 얼마나 큰 문제인지 잘 알고 있기에 정말 모골이 송연해지더군요. 지금까지 여행을 꽤 오래 다녔지만 한번도 없던 실수인데 이게 왠일이랍니까.
다행히 대한항공에서는 본인 확인 후 도장을 찍어서 표시를 해 주었지만 LA에서 라탐 항공을 타고 리마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LA에서 조치를 취해야 할거라고 경고해 주시더군요. 지금 와서 고민해봤자 소용없는 일이고 일단 LA에 가서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이 황당한 실수와 극복담은
'항공권과 여권의 이름이 다를 때 대처 방법' 포스팅을 참고하세요.
어쨌거나 발권을 하고 시간이 좀 남아 2층의 전문식당가로 가서 비빔밥(8,900 원)으로 조금 이른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혹시나 해서 따로 나온 고추장을 살펴봤는데 역시나 고기 가루가 들어있어서 일반 고추장으로 바꿔 달라고 해서 먹었습니다. 비행기에서 기내식이 나오겠지만 채식 기내식을 라탐 항공에 신청해 둔 터라 코드쉐어인 대한항공에서 어떤 음식이 나올지 확신할 수 없었거든요.
저는 예전에
시드니 출장 갈 때 자동출입국심사신청을 해 두었는데 반려인은 아직 못했죠. 그런데 언제 바뀌었는지 19세 이상은 기존에 등록된 정보로 자동출입국심사가 가능해졌더군요. 물론 여권 커버 벗겨서 스캔하고 지문 찍고 사진 촬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줄이 길면 오히려 더 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있기는 합니다만...
7시 30분 보딩인데 출국심사장 바로 옆인 10번 게이트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막간 짬을 이용해 부탁받은 면세품 화장품도 하나 샀습니다. 저도 헤어 에센스를 하나 살까 하다가 연말에 몰디브 갈 때 사기로 마음을 바꾸었죠. 여행 초장부터 물건을 쟁여놓기 시작하면 긴 일정 내내 귀찮게 들고다녀야 할 게 뻔하니까요.
시간이 되어 비행기에 탑승했는데 역시나 만석입니다. 제 경험 상 미국으로 들어가는 비행기는 항상 만석이었던 것 같습니다. 기내에서 부탁해서 자리를 바꿔보려고 했으나 앞 뒤 자리로 나눠진 가족이라서 인정 상 도저히 바꿔달라고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LA까지는 따로 앉아 가기로 했죠.
역시나 대한항공이라서 슬리퍼와 세면도구를 나눠 줘서 가는 동안 유용하게 썼습니다. 이륙은 예상보다 늦어진 8시 30분 경이었고 비행 시간은 10시간 40분 정도 예정이었습니다.
예상대로 이륙 후 곧바로 기내식이 나왔는데 엄격한 서양 채식(VGML)이었습니다. 엄격한 서양 채식은 항상 실패했기에 자포자기하고 있었는데 함께 나온 토마토 소스에 비벼 먹으니 식감이 별로인 퀴노아도 먹을 만 했습니다. 이미 저녁을 먹고 탑승했기에 샐러드와 과일만 다 먹고 메인 요리는 좀 남겼지만 저녁을 안 먹고 탔으면 다 먹었을 듯 싶네요.
식사가 끝나고 한글로 된 세관신고서를 나눠주는데
LA에서 경유만 해도 모두 세관신고서를 작성해야(영어로) 한다고 안내하던데 아닙니다. 경유만 하실 분들은 작성하지 않아도 됩니다. 세관신고서를 처리하는 창구 자체가 없어요.
일정 상 LA로 가는 비행기에서는 자야 하기 때문에 클린징 티슈로 대충 얼굴을 닦고 챙겨 간 '피지오 겔'만 바른 뒤 안대를 하나 달라고 해서 착용한 후 잠을 청했습니다.
LA 공항에 착륙하기 2시간 전에 나온 아침 식사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식재료인 감자, 시금치, 두부, 버섯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별다른 소스는 없었지만 짭짤한 맛으로 먹었습니다. 미니 메이플 시럽은 왜 줬는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이것도 챙겨가서 여행 중에 아침마다 빵에 발라먹으면서 요긴하게 썼습니다.
10시간 40분의 비행을 마치고 무사히 LA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군기가 바짝 들어있어서 그런지 기내에서도 식사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화장실에 가서 양치질을 하고 와서는 영화 한 편 안 보고 계속 잤네요.
LA 공항에 내리니 곧바로 ESTA 줄이 나타납니다. ESTA를 현장에서 어떻게 수속하는지는 따로 정리해놓은 포스팅(
'미국 전자 여행 허가제(ESTA), 현장에서 어떻게 수속하나')이 있으니 참고하시고요.
미국은 경유만 해도 입국하는 것과 동일하게 ESTA처리를 해야 하는데 짐도 곧바로 연결편에 실리지 않고 일일이 baggage claim에서 찾아서 다시 부쳐야 합니다. 이 때 주의할 점은 짐을 다시 스캔하기 때문에 인천 공항에서 붙인 tag를 떼면 안 됩니다. 습관적으로 이걸 떼려가다 식겁했죠.
연결 항공편을 이용하기 위해 connecting flights 섹션으로 가면 보안 검색을 하는데 짐 스캔도 그렇지만 3차원 스캐너로 온 몸을 훑고 더듬이 수색까지 다 합니다. 슬리퍼를 제외한 모든 신발은 다 벗어야 하고 주머니 속의 코 푼 휴지도 일일이 다 확인합니다. 미국의 테러 공포증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했네요. 앞으로 미국은 가능하면 경유지로도 피해야 할 듯 합니다. 항상 기분이 상하거든요.
보안 검색이 끝나면 곧바로 면세 구역으로 나오게 되는데 티켓을 수정하려면 발권 카운터가 있는 바깥으로 나갔다 다시 들어와야 하고 발권 카운터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리마까지 가는 걸 운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무사히 리마에 가게 되면 돌아오는 티켓은 리마에서 처리하기로 했죠.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별거 아닌 것 같은 이 결정이 신의 한 수였습니다. 만약 밖으로 나가서 정상적으로 티켓을 처리하려고 했다면 비행기를 못 타거나 엄청난 가격으로 같은 항공권을 재구매했어야 할 수도 있었습니다.
리마로 가는 라탐 항공기 게이트 앞에 있는 Bar인데 와이파이를 잡아서 무료한 시간을 잘 보냈습니다. 저녁 8시 30분 보딩이라서 게이트 앞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7시쯤 간단히 저녁을 먹기로 했죠.
반려인이 너무 졸립다고 잠깐만 눈을 붙이겠다고 벤치에 누웠는데 그게 좀 늦어져서 8시에 깨는 바람에 뒤늦게 부랴부랴 근처의 스넥바로 달려갔지만 이미 주방이 문을 닫았다고 해서 따뜻한 음식은 놓치고 'Larcer'라는 샐러드 바에서 크로와상 2개(8.8불), Berry 모둠(7.02불), 제로 코크캔 1개(3.59불), Vegan Cob 샐러드(16.46불)를 주문해서 게이트 앞 자리로 돌아와 먹었습니다. 사 온 것 중에서는 Vegan Cob 샐러드가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아보카도, 병아리콩, 고구마, 비트 등 몸에 좋은 식재료로 꽉 차 있더군요. 양도 많고. 그래도 나중에 살펴보니 tax 3.32불까지 붙어서 거의 40불이나 되더군요. 아무리 공항이지만 정말 비싸네요. ㅠ.ㅠ
8시 30분부터 보딩이 시작되었습니다. 가만히 보니 대한항공 코드쉐어로 리마까지 가는 승객이랑 전일본항공 코드쉐어로 칠레 산티아고까지 가는 승객이 섞여 있더군요. 재미있는 건 리마보다 더 남쪽에 있는 산티아고로 가는 승객은 비행기가 리마 공항에 도착해서 승객들이 내리는 가운데에도 그냥 앉아 있었습니다. 보통은 일단 비행기를 비우고 주유와 정비를 한 뒤 다시 태우는데 KTX도 아니고 그냥 앉아 있어서 내리면서 신기하다고 생각했죠. 다행히 게이트에 있는 라탐 항공 직원들은 철자가 다른 걸 알아차리지 못해 무사히 보딩에 성공했습니다.
라탐 항공의 비행기는 입구부터가 좀 넓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층고가 높죠. 보시는 것처럼 천정이 매우 높아서 답답한 느낌이 덜하더군요(저 푸르스름한 조명은 어쩔~). 승무원은 남녀를 막론하고 바지를 착용하고 있어서 움직임이 자유로워보였고 남자 승무원 중 한 명은 영화배우 하비에르 바르템을 꼭 닮아서 볼 때마다 절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좌석 간격은 좁은 편이나 짐칸이 넓은 비행기라서 모든 기내 수화물을 짐칸에 보관할 수 있으니 발을 뻗는 게 자유롭더군요.
라탐 항공은 대한항공에 비해 손이 정말 느려서 9시 30분에 출발하는 비행기의 보딩을 한 시간 전부터 시작했는데도 정작 거의 10시가 다 되어 이륙했습니다.
라탐 항공의 기내식은 대한항공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생각보다는 괜찮았는데 다른 항공사처럼 비건식을 먼저 주지 않고 순서대로 주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아침 기내식은 다른 승객과 뒤바뀌는 실수가 있었고 아래에 보시는 것처럼 오믈렛이 나왔습니다. 아마도 그 승객이 오보 베지테리안이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번 여행은 초유의 비행 시간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일부러
'밸런스 시트 포터블'을 가져가서 비행 뿐 아니라 육로 이동 시에도 사용했는데 확실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허리가 약한 여행자라면 거의 필수품이라고 생각해요.
8월 27일 아침 7시 50분에 드디어 페루 리마의 Jorge Chavez 국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곧바로 입국 심사대입니다. 입국심사관에게 여권을 내밀면 보딩 패스 보여달라고 하고 얼마나 체류할거냐고 물어보는 걸로 입국 심사가 끝입니다.
예전 가이드북에는 입국카드의 절취선 아래 부분을 돌려받는데 출국 때 회수하기 때문에 여행 중 잘 보관해야 한다고 씌여있지만 그런 거 없습니다. 예전에는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입국했을 때는 그런 절차가 없었습니다. 염려하실 필요 없습니다.
입국 심사대 바로 앞에 면세구역이 있고 통과하여 baggage claim에서 짐을 찾은 뒤 공항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됩니다.
흥미로운 건 baggage claim 바로 옆에 환전소가 있어 짐 나오는 걸 기다리면서 환전할 수 있더군요. 저도 여행 동안에 쓸 돈을 1천 불 환전했습니다(환율 3.13, 3,036.10솔).
환전을 마치고 짐도 찾아서 출국장으로 나오니 G Adventures의 직원이 팻말을 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른 비행기로 온 모녀 여행자(LA 딸, 마이애미 엄마)와 합류하여 대기하고 있던 차량을 찾아 주차장으로 갔습니다.
날씨는 살짝 흐리고 기온은 선선한 정도였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현지인들도 긴 팔을 입고 다닙니다. 듣던 대로 택시 호객 행위가 극성이네요.
대기하고 있던 검은색 밴을 타고 호텔로 출발했습니다. 드디어 페루에 왔네요. 시작부터 파란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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