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PI-2/A 1-3-3-3 패턴이란' 포스팅에서 1-3-3-3 패턴이 나타날 때는 수검자 본인도 의식하지 못할 정도의 강력한 방어 기제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심리검사 결과를 액면 그대로 신뢰하지 말라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MMPI-2/A에서 1-3-3-3 패턴이 나타났을 때는 모든 심리검사 해석을 포기해야 하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처럼 무의식 수준에서 철저한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수검자는 기질/성격 역동을 살펴봐야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TCI/JTCI 결과를 봐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기질/성격 유형을 완전히 뒤집어 보는 겁니다.
예를 들어 MLH - HLH 유형의 수검자가 왔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잘 속는-영웅적 기질과 편집성 성격 유형 조합인데 기질/성격의 조합이 좀 이상하죠. 정이 많고 따뜻해서 다른 사람의 요구를 잘 거절하지 못하는 기질인데 사람을 믿지 못하고 타인을 비난하거나 원망하는 성격으로 발달했다는 해석이 됩니다. 물론 성장 과정에서 적절한 돌봄을 경험하지 못하고 수용적인 환경에서 자라지 못하면 충분히 가능하지만 중요한 건 현재 이 수검자가 MMPI-2/A에서 1-3-3-3 방어 패턴을 보이고 있어서 그렇게 해석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방어를 하는 수검자가 아니었다면 위처럼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한번 뒤집어 보겠습니다. MLH - HLH 조합을 뒤집어 보면 MHL - LHL, 즉 고립된-겁많은 기질과 의존적인 성격 조합이 됩니다. 이렇게 뒤집어 보니 이해가 되죠. 실제로는 겁이 많고 안전을 중시하는 기질인데 의존적인 성격으로 발달하여 항상 누군가의 도움을 구하는 사람으로 성장한거죠. 하지만 이를 노골적으로 드러낼 경우 나쁜 사람을 만나면 본인을 위험에 처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일종의 반동형성(reaction formation)처럼 반대되는 기질과 성격처럼 행동하는 겁니다. 이 때문에 MLH - HLH 조합처럼 서로 어울리지 않는 기질/성격 유형으로 나타나는거죠.
정리를 해 보자면,
* MMPI-2/A에서 1-3-3-3 패턴이 나타나면 강력한 무의식 방어기제가 발동하는 것일 수 있으니 심리검사 결과를 해석할 때 매우 주의해야 한다.
* 기질/성격 역동을 해석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수검자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TCI/JTCI 결과는 살펴봐야 한다.
* 이 때 기질/성격 조합이 어색하거나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완전히 뒤집어서 이해가 되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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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PI-2/A의 타당도 척도들이 모두 정상 수준에 머물러 있고 임상, 재구성 임상, 내용, 보충 척도군에서도 별다른 문제라고 할 만한 것들이 없지만 상담을 해 보면 뭔가 쎄한 느낌을 받게 되는 내담자들이 있죠.
이럴 때 확인해봐야 하는 게 1-3-3-3 패턴입니다.
바로 아래의 임상 소척도 4개를 묶어서 살펴보는 패턴입니다.
* Hy1(사회적 불안 부인) : 방어적 외향성
* Pd3(사회적 침착성) : 방어적 자신감
* Pa3(순진성) : 방어적 낙천성(근거없는 낙관적 사고)
* Ma3(냉정함) : 방어적 무관심
보시는 것처럼 이 네 척도는 모두 '방어적' 경향을 나타낸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물론 각 척도는 자신의 카테고리에서 나름의 해석 내용이 있지만 개별적인 해석보다는 이 네 개의 척도를 묶어서 살펴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방어적 태도를 취할 때 이 네 척도가 일관되게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각 척도가 카테고리 내에서 값이 얼마인지 따지지 말고 가장 높은 점수일 때, 즉 No.1 점수일 때 이를 1-3-3-3 code pattern이라고 부르는데 보통은 L, K, S와 같은 방어 척도가 상승하지만 때로는 타당도 척도가 전혀 상승하지 않아도 1-3-3-3 패턴을 보일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S척도 보다 더 강력한 무의식적 방어가 작동하고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Hy1이 'Over-socialized friendliness(Caldwell, 1988)'를, Pd3가 'Narcissistic syndrome'을, Pa3가 'Cynical attitudes(Ward et al., 1998)'를, Ma3가 'Performance-oriented pattern'을 상징하기 때문에 이들을 조합하면 뭔가 성격 역동을 드러낼 것 같지만 문제는 현존하는 어떤 심리검사도구로도 이들의 문제를 알아내기 어렵다는 겁니다. 실제로 1-3-3-3 패턴을 보이는 수검자에게 실시한 다수의 종합심리평가 결과를 면밀히 검토해 봤는데 해석할 만한 게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철저한 무의식적 방어를 사용하는 수검자로 잠정 해석하고 모든 심리검사 결과를 액면 그대로 신뢰하지 말고 심층 상담을 통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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