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원래 마추픽추에 오르는 걸로 예정된 날이라 8시에 집합하기로 해서 넉넉하게 잡아 6시에만 일어나면 되었는데 어제 Indio Feliz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온 뒤 기절하듯이 쓰러져 잠드는 바람에 새벽 4시에 일어났고 다시 잠을 청할까 하다가 자칫하면 못 일어날 것 같아서 그냥 기상했습니다. radiator가 빵빵하게 가동되기에 샤워하면서 여유롭게 모자와 바지를 빨아서 말리기까지 했죠.
짐을 챙기고 7시 15분 쯤에 식당으로 내려가 아침을 먹었습니다. 세삼스레 감자 요리가 맛있더군요. 페루에서 먹은 감자가 맛이 없었던 적은 없었지만요.
식당 뒤편에는 아보카도 나무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싸서 못 먹는 아보카도가 무슨 시골집 뒷뜰의 대추처럼 자라고 있습니다. 게다가 제 때 따지 않아서 바닥에 떨어진 아보카도가 그냥 썩어가고 있어요;;;;
오늘은 마추픽추를 둘러보고 쿠스코로 다시 돌아갈 예정이라서 더플백을 싸서 호텔에 맡겨 두고 버스로 마추픽추로 이동했습니다.
이게 아구아스 깔리엔테스와 마추픽추를 오가는 버스의 티켓입니다.
올라갈 때 녹색 티켓을 내고 내려올 때 빨간 색 티켓을 내면 됩니다.
각각 무려 24불이나 합니다. 아무리 마추픽추라고 해도 페루의 현지 물가를 감안하면 엄청난 가격이죠. 어제 따로 살 때와 달리 여행사를 통해 단체로 예매하면 할인이 적용되어 조금 싸지만 체감할 수 있는 정도의 차이는 아닙니다.
이건 마추픽추 입장권입니다. 입장료는 152솔입니다.
아침 일찍 올라갔는데도 인산인해입니다. 마추픽추 입구에 있는 화장실은 유료 화장실로 이용료가 1솔입니다.
어제의 쓰라린 경험이 있기에 오늘은 모기 기피 스프레이를 챙겨와서 미리 뿌렸지만 그래도 워낙 모기가 많아서 중간중간에 선크림을 바르듯이 뿌려줘야 했습니다. 여름철에 마추픽추를 오르는 분들은 모기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셔야 합니다.
오늘은 날씨가 화창합니다.
오늘은 로컬 가이드인 '호세'와 함께 올라와서 마추픽추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마추픽추는 1983년 쿠스코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고 2007년에는 세계 7대 불가사의에 선정되기도 했는데 보존을 위해 하루 입장객을 2,500명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마추픽추 곳곳에서 복원 작업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위에서 내려다 볼 때는 몰랐는데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니 까마득합니다. 대체 바퀴도 없던 시절에 어떻게 이 많고 무거운 돌을 이 험준한 곳까지 가져와서 쌓았는지 의문입니다.
저쪽 꼭대기에 보이는 것이 '망지기의 집'입니다.
마추픽추를 돌아다니다 보면 그 당시의 기술로 어떻게 이런 무겁고 거친 돌을 두부처럼 반듯하게 잘라서 이렇게 고르게 쌓아올렸는지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놀라운 건 또 있는데 그 당시에 만든 물길을 따라 지금도 물이 흐른다는거죠. 바꿔 말하면 지금도 사람이 살 수 있다는 이야기.
밑에서 올려다 볼 때도 까마득하게 느껴졌는데 위에서 내려다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찔한 기분이 절로 듭니다.
서부 지역인 하난(Hanan) 지역에 있는 건물인데 건물의 높이와 완성도, 내부 시설물로 비추어 신관이나 기타 신분이 높은 잉카인의 숙소였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네요.
마추픽추 내에서도 유명한 태양의 신전(Templo del Sol)입니다. 신전을 떠받치고 있는 기초석은 20톤이 넘는다고 하네요. 기초석을 다듬지 않고 그 위에 곡선으로 깎은 돌을 올린 걸 보면 정말 기술이 대단해 보입니다.
태양의 신전 기초석 아래는 파차쿠텍 왕실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곳이 있는데 3개의 계단이 보입니다. 3개의 계단은 저승과 죽음을 상징하는 뱀, 현생을 상징하는 퓨마, 천상을 상징하는 콘도르를 의미한다고 하네요.
태양의 신전에 있는 창은 정면에 보이는 산 봉우리를 통해 떠오르는 태양을 그대로 마주하게 축조했다고 합니다.
보시는 것처럼 저 두 봉우리 사이의 갈라진 틈으로 태양이 떠오르는데 그 태양빛이 정확히 태양의 신전으로 들어온다고 하네요. 그리고 햇빛이 비치는 위치를 보고 농사의 절기를 가늠했다고 합니다. 꽤 과학적이죠?
태양의 신전에서는 어제 올랐던 선 게이트(Sun Gate)도 보입니다. 태양의 신전이라고 하지만 일종의 해시계 역할을 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곳은 주신전 지역(Sector de los Templos)으로 중요한 의식 행사를 진행하던 곳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정교하게 쌓아올린 돌들도 세월의 무게는 이기지 못하겠는지 조금씩 무너지고 있네요.
여기는 '3개 창문의 신전(Templo de las Tres Ventanas)'으로 불리는 곳입니다. 잉카인들이 영혼을 위해 제사를 지내던 신전이라고 하네요.
이건 아무래도 해시계 같습니다. 경사도도 그렇고 방향도 그렇고 말이죠.
마추픽추의 메인 광장입니다. 예전에 잉카인들의 장이 서는 곳이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메인 광장을 지나 앞쪽으로 돌아오면 알파카를 풀어놓은 곳을 만나게 됩니다.
날씨가 더워서인지 몰라도 다들 퍼져 있는 모습이어서 방문객들에게 웃음을 줍니다.
귀에 식별표가 있는 걸 보니 관리를 받는 알파카 같습니다.
다들 따사로운 햇볕을 쬐며 평화롭게 졸고 있습니다.
페루 현지인들은 선명한 색상을 참 좋아하는 것 같더군요. 빨간색과 파란색을 거침없이 사용합니다.
마추픽추를 한바퀴 돌며 설명을 듣고 난 뒤에 호세가 한 자리에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는 자유 시간을 줍니다.
오후 2시 30분까지 기차역에 집합해야 하는 걸 감안하여 계산해 보니 잉카 브릿지까지 다녀올 시간이 얼추 될 것 같습니다. 어제는 선 게이트를 다녀왔으니 오늘은 잉카 브릿지를 다녀오는 걸로 마추픽추 일정을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잉카 브릿지로 가는 길은 깎아지른 절벽길이기 때문에 풍광에만 정신팔려 발이라도 헛디디면 큰일납니다.
잉카인들은 대체 이런 절벽을 깎아서 어떻게 길을 낼 생각을 했는지 의아하기만 합니다.
예상했던 것만큼 좁거나 위험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험한 길이기 때문에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걸어야 합니다.
보시는 것처럼 길 바깥쪽에 안전망이나 지지대가 없기 때문에 떨어지면 그대로 사망입니다;;;;;
그래도 거의 다 와 갑니다.
왕복 30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잡아먹지는 않습니다.
잉카 브릿지 바로 앞은 막혀 있어서 더 나아갈 수 없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절벽 위에 난 길 중간에 통나무로 다리를 만들어 걸어놨는데 저기는 정말 위험하겠죠? 저기를 걸어가다가 떨어지면 정말 답이 없거든요. 그래서 막아놓은 것 같습니다.
잉카 브릿지로 가는 길에는 초입에 체크 포인트가 있어서 이름, 나이, 국적, 체크인 타임을 꼼꼼히 적어야만 통과할 수 있고 돌아올 때도 자기가 적었던 곳 옆에 체크아웃 타임과 서명을 해야 합니다. 체크 포인트가 하루일과를 마치고 닫힐 때 서명이 안 된 곳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는 불상사가 생긴 것이니 구조대가 출동하겠지요. 덜덜덜...
돌아오는 길에 슬슬 빗발이 날리기 시작합니다. DSLR은 가방에 넣고 방풍 점퍼를 꺼내 입고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오후 시간이라 그런지 마추픽추 앞 버스 정류장에도 사람이 많습니다. 줄이 엄청나게 길기는 한데 차가 자주 오기 때문에 한 30분 정도만 기다리면 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마을에 도착해서 시간을 보니 오후 2시쯤 되었는데 잉카 브릿지를 다녀오면서 긴장해서 그런지, 버스를 오래 기다려서 그런지 지쳐서 그 짧은 이동 시간에 깜박 잠이 들었네요.
Cheo가 이야기한 시간이 2시 30분이었기 때문에 아르마스 광장 주변에 밀집한 식당 중 눈에 띄는 한 곳을 얼른 들어가 small size 피자를 주문했습니다. 피자에는 음료 하나가 서비스로 나온다고 해서 치차 모라다를 선택하고 오렌지 주스만 한 잔 추가했죠. 전부 해서 30솔이니 역시 살인적인 아구아스 깔리엔테스 물가답네요. ㅠ.ㅠ
허겁지겁 음식을 밀어넣고 부리나케 기차역으로 이동했습니다. 짐에 깨질 것이 많으니 조심해 달라고 Cheo에게 미리 부탁했는데 포터 두 분이 신경써서 날라주셨기에 감사의 마음으로 흔쾌히 별도의 수고비를 드렸습니다.
조금 기다리니 오얀따이땀보로 돌아가는 기차가 도착했고 다행히 올 때와 달리 정방향 좌석이었네요. 모두 4인승 테이블 좌석만 있는 줄 알았는데 2인승 테이블도 있었고 운좋게 거기 앉아서 편하게 이동.....할 줄 알았는데 누가 바닥에 물을 흘렸는지 좌석 아래에 놓아둔 장비백이 젖어서 안에 있던 내용물을 다른 가방으로 옮겨 담느라 부산을 떨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도착한 오얀따이땀보역에는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렸는지 억수같은 비가 내리고 있었고요. 다행히 챙겨간 우산이 진가를 발휘해서 많이 젖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우루밤바 호텔에 맡겨둔 짐을 찾으러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도 계속 잤습니다.
우루밤바 호텔에서 짐을 싣는 동안에는 거리의 화가에게 마음에 드는 그림도 한 두 점 샀고요. 짐을 싣고 출발한 버스가 쿠스코에 도착한 게 대략 저녁 7시쯤이었습니다. 마추픽추에서 무리를 했기 때문에 내일 저녁까지는 자유 일정이었죠.
사실 계속 잠을 잤던 게 나중에 알고 보니 몸이 피곤해서 그렇기도 했지만 마추픽추에서 비를 맞으며 돌아다닌데다 땀이 식으면서 체온을 빼았겼고 점심을 허겁지겁 먹으면서 급체를 했기 때문이더군요. 쿠스코에 도착하니 이미 몸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저는 원래 여행 중에 식욕이 떨어지는 적이 거의 없는데 쿠스코에서는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더군요. 이 때 어느 정도 감을 잡았습니다. 사실 그냥 호텔에서 자고 싶었지만 반려인이 한식을 먹고 싶다기에 사랑채까지 가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저는 된장찌개를 주문했는데 두 입 먹고 거의 남겼습니다. 사진에는 김치전이 안 나왔는데 김치전도 남아서 싸 갖고 왔죠.
숙소로 돌아와 씻는 둥 마는 둥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 마추픽추 요약
- 마추픽추 안에는 화장실, 쓰레기통이 없습니다. 입구에 유료 화장실이 있으나 워낙 사람이 많아서 사용하려면 오래 기다려야 합니다.
- 마추픽추 안에는 일방통행 보도가 많아 뒤로 돌아갈 수 없어서 자칫 길을 잘못 들면 꽤 먼 길을 돌아서 다시 와야 하기 때문에 길을 잃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시간을 엄청 잡아먹거든요. 물론 일일권을 갖고 있다면 실수로 마추픽추 출구로 나갔다고 해도 입구로 몇 번이든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염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 강력한 모기 기피제가 필수품입니다. 아주 작은 모기들이 극성인데 물리면 피가 맺힌 뒤 나중에 엄청 가렵습니다. 현지에서 파는 모기 기피 스프레이는 20솔이나 하지만 향만 강할 뿐 모기를 쫓는 효과가 약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강력한 것으로 가져가는 걸 추천합니다.
- 출발할 때 날씨가 맑아도 마추픽추에 오르면 갑자기 구름이 몰려들어 소나기가 내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산 또는 우비는 반드시 가져가야 합니다.
- 등산용 스틱은 갖고 들어갈 수 없습니다.
- 잉카 브릿지와 선 게이트는 마추픽추를 기준으로 반대 방향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위치 상 한번에 다 보기가 어렵기 때문에 두 번 오르는 걸 추천합니다.
- 잉카 브릿지로 가는 길이 훨씬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가 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절벽으로 접근하는 길이 좁아서 위험하게 느껴질 뿐이지 선 게이트로 가는 길이 훨씬 멀고 체력 소모가 컸습니다.
닫기 * 마추픽추 화장실 사용 : 1솔
* 가이드 호세 수고비 : 50솔
* 아구아스 깔리엔테스 아르마스 광장 식당 점심 식사
- small size 피자
- 오렌지 주스 1잔
= 30솔
* 포터 수고비 : 10솔
* 우루밤바 숙소 앞 거리화가 그림 구입비 : 100솔
* 쿠스코 사랑채 저녁
- 된장찌개
- 비빔밥
- 김치전
- 콜라 1잔
= 88솔
* 2리터 생수 구입 : 5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