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장면에서 일하는 임상가들이 주요우울장애 진단을 위해 MMPI 결과에서 주로 확인하는 건 2-7-0 code pattern의 유무입니다.
사실 2-7-0 또는 2-7 code pattern이 우울 장애인 경우보다는 PTSD(그 중에서도 Delayed PTSD)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저는 2-7-0, 2-7 code pattern이 의심되면 PTSD를 먼저 변별하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실제로
'우울을 호소하나 Delayed PTSD를 의심해야 하는 수검자의 MMPI-2/A 양상' 포스팅에서처럼 알고 봤더니 Delayed PTSD로 진단해야 하는 사례가 훨씬 더 많습니다.
그렇다면 주요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로 진단할 수 있는 전형적인 MMPI-2 검사 sign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MMPI-2로 국한해 설명하는 이유는 MMPI-A를 적용해야 하는 건 17세 이하 청소년인데 청소년을 주요우울장애로 진단하는 건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 상 약물 치료가 동반되어야 하는 주요우울장애의 전형적인 검사 sign은 다음과 같습니다.
* 타당도 척도 : 정상 수준
: F 척도군도 전혀 상승하지 않는, 그야말로 normal profile이 나옵니다. F, F(B) 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건 수검자가 적극적으로 심리적인 고통을 호소한다는 의미인데 주요우울장애에 속하는 수검자들은 그런 호소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힘들 때가 많습니다.
* 임상 척도 : 2번 척도 단독 상승(Spike 2)
: 0번 척도가 함께 상승해서 2-0 code pattern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0번 척도의 상승은 기질/성격 때문인 경우가 많고 이는 대부분 TCI 결과로 설명이 됩니다. 또한 2번 척도의 상승폭만큼 9번 척도의 하강폭도 중요합니다. 주요우울장애의 경우 9번 척도가 낮을수록, 정확하게는 2번 척도와 9번 척도의 차이가 클수록 우울 정도가 심한 것이고 9번 척도가 30T에 근접할수록 약물 치료를 해야 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 재구성 임상 척도 : RC2 척도 단독 상승
: 2, 9 임상 척도의 관계처럼 RC9 척도가 낮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또한 간혹 RC2 척도는 유의미하지 않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2번 척도가 depressed mood(-요인의 상승)를 측정하는 것에 비해 RC2는 low positive emotion(+요인의 하강)을 측정하기 때문에 항상 2번 척도와 함께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 성격 병리 척도 : INTR 척도 단독 상승
: 2, 9 임상 척도의 차이처럼 AGGR 척도 점수가 30T에 근접하고 INTR척도와 차이가 커질수록 증상이 심한 겁니다.
'INTR, SOD(A-sod), Si 척도를 통한 내향성 이해'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INTR 성격 병리 척도는 우울 취약성을 드러내는 성격 병리 척도이기 때문에 INTR 척도가 상승하면 우울 장애 가능성이 커집니다.
* 내용 척도 : 신경증 척도군에서 ANX, DEP 척도만 상승
: 이 경우에도 ANX 척도보다 DEP 척도 점수가 더 높습니다. 신경증 관련 내용 척도가 상승하는 경우 대개는 ANX 점수가 가장 높기 때문에 DEP 척도가 더 높은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후반부의 척도 중에서는 LSE 척도가 매우 높게 상승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우울 정도가 심해집니다. LSE 내용 척도가 인지 삼제(cognitive triad)에 해당하는 척도이기 때문에 그렇죠. 나머지 내용 척도는 유의미한 척도가 드뭅니다.
* 보충 척도 : R 척도의 상승
* 임상 소척도 : D1, D2, D3 척도 조합의 상승
: D4, D5 소척도까지 모두 65T 이상으로 상승했을 수도 있지만 이 경우도 쉽게 구분이 될 정도로 D1, D2, D3 점수가 D4, D5 점수보다 높은 양상을 보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임상 소척도는 대부분 유의미하지 않은 경향을 보입니다.
* 내용 소척도 : DEP 척도 내 소척도들의 상승
: 특히 DEP1(동기 결여), DEP2(기분 부전) 소척도의 상승이 두드러집니다. 임상 척도에서 0번 척도가 동반 상승한 경우는 SOD 척도 내 소척도들도 함께 상승합니다. LSE 척도에서는 LSE1(자기 회의) 소척도가 유의미합니다. 나머지 내용 소척도들은 대부분 유의미하지 않은 경향을 보입니다.
노파심에서 당부드리자면 위에 소개한 조합은 주요우울장애로 의심할 만한 지극히 전형적인 검사 sign들을 제시한 것이니 이 조합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주요우울장애가 절대로 아닌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 조건들을 모두 만족한다면 주요우울장애가 아닐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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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사회성 성격장애나 품행장애인지 정확하게 확인하려면 TCI/JTCI를 함께 실시하는 것이 최선이기는 하나 여러가지 사정으로 TCI 실시가 어려운 경우 MMPI-A만으로도 품행 장애인 것을 알아내는 게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고려하는 건 A-con2(반사회적 태도) 내용 소척도의 유의미한 상승인데 의외로 이 척도가 상승하는 품행장애가 많지 않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이 척도의 상승을 너무 기대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워낙 품행장애 청소년들이 L척도 같은 방어 관련 타당도 척도를 띄우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지적 제한이 동반되는 청소년들도 많아서 K척도보다는 L척도를 띄우는 경우가 더 흔합니다) 자신의 반사회적 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품행장애가 많지는 않아서 그렇습니다.
그럼 품행장애 청소년들의 의식적인 자기검열망을 피하면서 평가자가 품행장애를 찾아낼 수 있는 척도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AGGR 척도의 유의미한 상승
:
'MMPI-2/A AGGR 성격 병리 척도의 해석'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AGGR 척도는 반사회성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지표입니다. 물론 자극추구기질의 '자유분방' 하위 차원과 관련지어 해석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이 척도의 상승을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척도도 함께 상승할 때가 많기 때문에 구분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그래서 AGGR 성격병리 척도가 상승했다면 일단 품행장애 또는 이와 관련된 기질 상 취약성을 의심해 보는 게 좋습니다.
* Pd2 소척도의 유의미한 단독 상승
: 원래 Pd2(권위불화) 임상 소척도는 Pd1(가정 불화) 척도와 동반 상승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왜냐하면 Pd1 소척도가 측정하는 가정 불화는 수검자와 부모의 직접 갈등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Pd2 소척도가 측정하는 내용이 권위적인 대상에 대한 불화이기에 이 두 척도가 동시 상승하는 경우 원 가족 내에서 권위를 가진 대상(가부장제 사회인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아버지)과 일으킨 갈등을 반영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Pd2 소척도만 유의미하게 상승할 때는 불화를 일으키는 권위 대상이 가족이 아닌 외부 사람이라는 이야기이고 이는 수검자가 반사회성 기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충돌을 일으킨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그 기질을 물려준 부모 중 한 명 또한 반사회성 기질일테니 감히 그 부모와 갈등을 일으킬 수가 없죠). 그래서 4번 척도 중 Pd2 소척도가 단독으로 상승하는 경우에는 품행장애 또는 이와 관련된 기질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게 좋습니다.
* Ma1 소척도의 유의미한 단독 상승
: 원래 조증 또는 경조증 상태일 때는 Ma1, Ma2, Ma4 소척도가 동반 상승하는 것이 통상적입니다. Ma3 소척도는
1-3-3-3 code pattern에 속한 방어 척도이기도 하고 나머지 척도들과 역상관이니 Ma1, Ma2, Ma4 소척도가 일관되게 상승하는지 확인하면 됩니다. 이 때 Ma1 소척도는 기분이 up된 상태에서 여러가지 일을 벌이다보니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다른 사람을 착취하게 되는 상황을 반영한다고 해석하지만 Ma1 소척도만 단독으로 상승했을 때는 기분 상승과 상관없이 자신의 이득을 위해 다른 사람을 착취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것을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품행장애 또는 이와 관련된 기질일 가능성을 확인해봐야 합니다.
당연히 위에 설명드린 척도들 중 유의미한 척도의 수가 많을수록 품행장애일 가능성이 더 커지는 겁니다.
덧. 그 밖에 MMPI-A는 아니지만 JTCI의 위험회피기질 중 예기불안/낙천성 하위차원이 -1SD 이하로 낮을 때, 즉 낙천성이 지나치게 높게 나타나는 경우에도 품행장애인 경우가 많습니다. 원래 위험회피기질이 낮은 유형 중에 HLL, MLL, HLM 유형들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지만 특히 insight가 부족한 품행장애들이 낙천성 하위차원에서 낮은 경우가 많으니 이 부분도 함께 살펴보시면 좋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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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GR 성격 병리 척도는 18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높은 점수는 목표 달성을 위해 사전에 계획된 도구적 공격성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방어적이거나 반응적인 공격성을 충동적으로 표출하는 것이 아닌 반사회적 의미의 공격성을 측정하는 것이죠.
MMPI-2 뿐 아니라 MMPI-A에서도 AGGR 성격 병리 척도가 상승하는 건 공세적이고(offensive), 도구적인(instrumental) 공격성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 척도에서 65T 이상의 높은 점수를 얻는 청소년들은 폭행, 공격 등의 비행 행동을 저지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AGGR 척도는 Morey 등(1985)이 제작한 성격장애 척도 중에서 자기애성, 연극성, 반사회성 척도와 유의미한 상관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시다시피 이들은 모두 TCI에서 자극추구기질이 높은 유형이죠. 특히 Wygant와 Sellbom(2012)에 따르면 AGGR 척도는 반사회성향과 강한 상관을 보인다는 결과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AGGR 성격 병리 척도는 일반적인 공격성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척도인 ANG, TPA, Ho 척도와 상관이 유의미하지 않거나 매우 낮습니다. 즉, 공통 요인이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는 거지요. 따라서 AGGR 척도는 격렬한 분노보다는 우월감, 주도성, 가학성, 복수심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잔인한 분노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AGGR 성격 병리 척도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저는 다음과 같은 해석 전략을 제안합니다.
1. AGGR 척도의 단독 상승
: 타당도, 임상, 재구성 임상, 내용 척도 모두 정상 수준으로 해석할 내용이 거의 없어 보일 때 AGGR 척도만 단독으로 65T 이상 상승했다면 가장 먼저 의심해야 하는 건 반사회성 성격 장애입니다. 타당한 profile이고 객관적이든 주관적이든 심리적 불편감을 전혀 호소하지 않았다는 건 자아 동질적(ego syntonic)이라는 이야기이고 이는 성격 장애를 의심해야 하는 중요한 sign입니다. 실제로 TCI를 추가 실시해 보면 반사회성 성격 장애인 경우가 많습니다.
2. AGGR 척도 이외의 다른 척도도 동반 상승
: 전형적인 반사회성 성격 장애가 아닐 경우에도 AGGR 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할 수 있는데 이 때는 다른 척도도 함께 상승합니다. 해석의 포인트는 어떤 척도가 함께 상승하느냐가 아니라 AGGR 척도가 단독 상승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입니다. 그러니까 반사회성 성격 장애가 아닌데 왜 AGGR 척도가 상승하냐인 것이죠. 이는 TCI 자극추구기질이 상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특히 '자유 분방' 하위차원이 1SD 이상일 때가 대부분입니다. 위에서 AGGR 척도가 ANG, Ho 척도와 상관이 거의 없다는 연구 결과를 말씀드렸지만 AGGR 척도가 반사회성 성격 장애를 시사하지 않을 때는 ANG, Ho 척도도 함께 상승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결과가 그저 분노 조절이 어려운 기질 상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는 당연히 자율성, 연대감도 낮아서 이러한 기질 상의 취약성을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에 AGGR 척도가 유의미한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AGGR이 DISC 성격 병리 척도와 동반 상승할 경우 대부분의 문헌에서는 이를 굉장히 병리적으로 해석하지만(PSYC 척도까지 상승하면 더더욱) 2번 해석 전략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라면 단지 자극추구기질의 상승(AGGR은 자유분방, DISC는 충동성)을 반영하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물론 성격이 기질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다면 여러가지 행동화 문제가 나타날 수는 있겠지만요.
그러니 AGGR 척도만 단독 상승한 것이냐, 다른 척도와 동반 상승한 것이냐에 따라 다른 해석 전략을 적용하시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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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우울 장애라고 판단하는 MMPI-2/A 결과는 2-7-0 code pattern이지만 이런 단순한 접근은 수많은 다른 문제를 간과하게 만듭니다. 대표적인 것이 Delayed PTSD(특히 애착 외상에 의한)이죠.
그렇다면 우울 장애, 특히 약물 치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주요 우울 장애를 알아볼 수 있는 MMPI-2/A 검사 sign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정리해봤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아래의 기준 중 겹치는 부분이 많을수록 우울 장애일 가능성이 큽니다.
* D 임상 소척도 : D1, D2(+D3) 척도의 동반 상승
: D 척도에는 5개의 소척도가 있습니다. 그 중 우울 장애 진단 기준에 대한 부합도가 높은 소척도는 D2와 D3입니다. 이들 척도가 65T가 넘으면, 특히 D2 척도가 65T가 넘으면 약물 치료가 필요한 우울 장애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사실 D2와 D3(Hy4가 낮은데도)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했다면 다른 모든 소척도도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진단 자체가 어렵지는 않습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D2 소척도가 약물 치료 병행 여부를 주관하는 주요 소척도라고 해도 D1(주관적인 우울감) 소척도가 동반 상승하지 않은 상태에서 혼자서 상승하는 경우는 대개 우울 장애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치료가 필요한 신체 질환이 있거나 TCI의 위험회피기질 중 '쉽게 지침' 하위 차원이 상승하여 스태미너가 부족한 저질 체력이라서 상승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해석에 주의해야 합니다.
* INTR 성격 병리 척도의 상승
: INTR 척도는
'INTR, SOD(A-sod), Si 척도를 통한 내향성 이해' 포스팅에서 우울에 취약한 성격 병리를 나타내는 척도라는 설명을 이미 드린 바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INTR 성격 병리 척도는 내향성과 거의 상관이 없습니다. 이 척도가 상승하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우울 장애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하는 게 좋습니다. 일종의 타고난 취약성에 가까운데요. 물론 TCI/JTCI에서 위험회피기질이 높은 사람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일반화 할 수는 없습니다. 어쨌든 INTR 척도가 65T 이상 상승했다면 우울 장애에 걸리지 않도록 평소에도 스트레스를 줄이고 환경을 개선하는 등 노력을 해야 합니다.
특히 INTR이 높은 만큼 AGGR이 낮을수록 위험성이 더 증가합니다. 그러니까 INTR 척도만 상승한 경우보다는 AGGR이 낮을 때 더 우울에 취약합니다. 원래 AGGR 척도의 낮은 점수는 해석하지 않기 때문에 왜 AGGR이 낮을 때 우울 장애에 더 취약한지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제 경험으로는 그냥 INTR 척도만 상승한 수검자보다는 AGGR이 낮을 때 우울 장애가 더 심각한 상태일 때가 더 많았습니다.
* R 보충 척도의 상승
: R 보충 척도는 Welsh가 일찌기 1956년에 개발한 척도이며 척도의 명칭 상 심리적 불편감을 무의식적으로 억압(Repression)할 거라는 기대와 달리 척도에 포함된 문항 내용이 '내재화 경향', '처리 속도가 느림', '내향성', '신체적 호소' 등이기 때문에 우울 장애의 구성 개념과 일치도가 높습니다. 물론 R 보충 척도가 상승하면 곧바로 우울 장애를 시사하지는 않으며 제 경험 상 INTR 성격 병리 척도와 함께 상승하였을 때 우울 장애였던 적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MMPI-A의 결과지에는 성격 병리 척도와 보충 척도가 함께 제시되기 때문에 INTR와 R척도가 두 개의 봉우리처럼 솟아올랐을 때에는 우울 장애 가능성을 가장 먼저 염두에 두고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정리해보면,
* D1, D2(+D3)가 65T 이상으로 동반 상승할수록,
* INTR(AGGR이 낮고)과 R이 동반 상승할수록,
우울 장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살펴보셔야 하며 겹치는 부분이 많을수록 약물 치료가 필요한 우울 장애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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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PI-2의 많은 척도 중 가장 많은 오해를 받고 지금까지도 곧잘 잘못 해석되는 척도를 꼽으라면 단연코 Pd(4번) 척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과거 MMPI를 사용할 때 4번 척도가 70T로 단독 상승했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반사회성 성격(내지는 성격 장애까지)으로 formulation하던 무식한 시절도 있었죠. 지금도 4 spike code pattern을 반사회성 성격으로 생각하는 임상가가 계시다면 지금부터라도 생각을 바꾸셔야 합니다.
병원의 응급 장면은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기능 수준을 유지하는 반사회성 성격 장애라면 MMPI-2의 결과만으로 진단하는 게 거의 불가능합니다. 최소한 TCI 결과로 교차 검증하셔야 하고, 그래도
반사회성 성격 문제를 의심케 하는 척도를 하나만 추천하라면 저는 성격 병리 척도 중 AGGR을 꼽겠습니다(거기에 Pd3 소척도의 하강과 매우 낮은 수준의 R 보충 척도까지 나타난다면 가능성이 더 커집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NEGE, INTR 성격 병리 척도는 상승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행동화 경향이 있다면 DISC 척도 정도는 동반 상승할 수 있지만요. 오히려
Pd 척도가 단독 상승했다면 성격 문제보다는 아래 경우와 같은 상황적 스트레스를 먼저 의심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4번 척도가 단독 상승했을 때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냐면 반드시 임상 소척도 연결 분석을 하셔야 합니다.
상담 장면에서는 거의 대부분 Pd1(가정 불화) 척도가 압도적으로 상승하고 간혹 Pd2(권위 불화)가 동반 상승하는데 전자는 family problem이고 후자는 trouble maker가 아버지일 가능성을 의심해야 합니다.
간혹
Pd4(사회적 소외), Pd5(내적 소외) 두 척도가 4번 단독 상승 profile을 견인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때는 애착 외상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Pd4는 광범위한 불신(Pa척도와 중복되는 문항이 많음), Pd5는 삶을 즐길 역량을 제한하는 죄책감을 측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D척도의 소척도 연결 분석 결과를 함께 보시는 게 좋습니다.
RC4 재구성 임상척도는 Pd(4) 척도의 고유한 특성을 반영하기 때문에 반사회성을 측정할 것(척도 이름이 반사회적 행동으로 붙은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사실은 ASP2와 상관이 높음)처럼 보이지만 그건 이어서 설명할 ASP 척도가 함께 상승했을 때나 그렇고 ASP 척도가 정상 수준이라면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그냥 4번 척도의 소척도 연결 분석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 정도가 커진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니까 4번 단독 상승인데 Pd1 척도만 70T 이상이고 RC4 척도도 70T 이상이라면 그냥 가정 불화나 부모-자녀 관계 문제로 해석하면 됩니다.
정작 반사회성 문제를 드러내는 건 ASP 내용 척도입니다. ASP 척도가 반사회성 구성 개념을 가장 잘 반영하거든요. 심하게 말하면 ASP 척도가 뜨지 않으면 반사회성 문제는 고려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AGGR 척도가 상승하거나 TCI에서 반사회성 기질이 관찰되는 경우는 예외). 이 때도 내용 소척도 연결 분석을 해야 하는데
ASP1(반사회적 태도)가 ASP2(반사회적 행동)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
실제 상담 현장에서 ASP 내용 척도가 상승할 때는 ASP2 때문인 경우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그러니까 반사회적 태도나 가치관 등은 없지만 겉으로만 여러가지 문제 행동을 보이는 건데
이 때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가설은 '파괴적 관심 끌기'입니다. 특히 Hy2척도가 40T이하 또는 60T 이상이거나 HEA2가 70T 이상이라면 파괴적 관심 끌기일 가능성이 더 커집니다.
자, 이제 정리를 해 보겠습니다.
* 반사회성 성격 문제(장애)를 의심해야 하는 MMPI-2 profile
- Pd, RC4, ASP가 전혀 상승하지 않지만 TCI에서 반사회성 기질(내지는 성격 장애)로 평가
- AGGR 성격 병리 척도 단독 상승(DISC 상승, R 하강, Pd3 하강 조합일수록 행동화 위험 증가)
- ASP 내용 척도 상승(ASP1 소척도 상승 필수) : 드묾
* 반사회성 성격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닌 MMPI-2 profile
- Pd(4) 척도 상승 + RC4 척도 상승 + ASP 척도 상승(ASP2 척도만 70T이상, ASP1 척도는 정상)
: 실제 문제의 원인은 Pd척도의 소척도 연결 분석 결과를 보면 알 수 있음. Pd1 단독 상승이면 가정 불화 문제이고 ASP2 소척도 상승이 동반되면 파괴적 관심 끌기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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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종합심리평가에 포함된 6가지 검사 도구만으로는 성격장애를 진단하기에 부족하다고 생각(로샤와 TAT도 충분치 않다고 생각함)하기에 대안 중 하나로 TCI를 추천하곤 합니다.
Cloninger가 애시당초 자극 추구, 위험 회피, 사회적 민감성 기질 차원의 조합을 통해 전통적인 성격장애 진단 가능성을 타진했죠. 이 중에는 DSM 체계에 속하는 성격 장애가 5개(
반사회성, 연극성, 경계선, 분열성, 강박성)나 포함되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 반사회성 성격장애를 TCI와 MMPI-2의 조합으로 진단하고, 또 어떤 양상을 보이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TCI에서
반사회성 성격장애 기질 유형은 HLL 유형입니다.
자극추구 : High
위험회피 : Low
사회적민감성: Low
물론 HLL 기질은 모험가 타입도 포함하기 때문에 각 기질의 점수가 극단적으로 높을 때에 한해 반사회성 성격장애로 진단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제 경험 상으로는 반사회성 성격장애이면서 점수가 높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더군요. 대개 극단적인 백분위값을 나타냅니다.
그렇다면 극단값을 갖는 HLL 기질 유형은 모두 반사회성 성격장애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제 경험 상으로는 반사회성 성격장애의 TCI 성격 유형은 다시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유형에 따라 나타나는 양상이 조금씩 다릅니다. 성격 차원도 자율성은 극단적으로 높고, 연대감은 극단적으로 낮은 것은 공통적이며 자기초월 차원의 차이에 따라 양상이 달리 나타납니다.
1. HLH 성격 유형 : 편집성(paranoid)
자율성 : High
연대감 : Low
자기초월 : High
HLH 성격 유형은 얼핏 보면 편집성 성격장애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처음 볼 때는 살짝 헷갈립니다. 상담을 요청하는 이유도 대부분은 관계사고나 피해의식 때문이며 심한 경우는 박해망상의 수준을 보이기도 합니다. 일이 잘못되면 관계사고의 대상인 사람에게 모든 원인을 귀인하고 책임을 돌려 탓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과 갈등을 일으키고 민원 제기, 법적 소송 등으로 물의를 일으킵니다. 특정 인물들이 나름의 비밀 결사를 만들어서 자신을 의도적으로 박해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 이유는 자신이 너무 공정하고 착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2. HLM 성격 유형 : 괴롭히는
자율성 : High
연대감 : Low
자기초월 : Medium
자기초월 차원에서 균형감을 잃지 않고 있어 겉보기에는 별로 문제없는 듯 보이지만 자기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아랫사람을 희생시켜도 된다는 식이기 때문에 무차별적으로 밀어붙이면서도 일의 성공을 위해서라고 둘러대지만 정작 성공하고 나면 자신의 공헌만을 뻥튀기하고 다른 사람의 노력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승부욕이 매우 강해서 지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며 동료, 후배, 부하 직원 할 것 없이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는 스타일입니다. 그래도 아래의 HLL 유형처럼 노골적으로 거만하지는 않습니다.
3. HLL 성격 유형 : 독재적인(Autocratic)
자율성 : High
연대감 : Low
자기초월 : Low
말 그대로 독재자의 면모를 보이는 유형입니다. 자기초월 차원이 극단적으로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지극히 속물적이며 자기 중심적이고 권위적인 특성을 많이 보입니다. 목적 의식이 분명하고 목표 지향성이 뚜렷하기 때문에 일이 잘 돌아갈 때는 자신의 행동을 효율적으로 통제함으로써 굉장히 능력있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관대함이나 참을성이 거의 없고 실수를 잘 용납하지 못하기 때문에 혹독히 처벌하는(그러면서도 자신은 절대로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입니다. 전형적인 화이트 컬러 반사회성 성격장애가 바로 이런 사람이죠.
그래서 상담 장면에서 만날 수 있는 경우 중에서는
HLL 기질 유형과 HLL 성격 유형 조합이 전형적인 반사회성 성격장애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MMPI-2에서는 어떨까요? 미안하지만 범죄자가 아닌 사회 적응이 어느 정도 가능한 반사회성 성격장애의 경우 흔히 예상하듯이 Pd2(권위불화) 임상 소척도, ASP1(반사회적 태도), ASP2(반사회적 행동) 내용 소척도가 상승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 척도들이 노골적으로 상승한 사람들은 이미 범죄 경력이 있거나 아예 교도소에 있거나 하겠죠. 당연히 상담을 받으러 오지도 않을 겁니다.
오히려 예상 밖으로 상승하는 척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성격병리척도 중 AGGR 척도가 상승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고 특히 HLH 성격 유형인 경우 실제 행동화 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 폭력을 휘두르지 않아도 신체적인 위협이나 협박을 흔히 사용합니다.
DISC 성격병리척도가 동반상승하면 더욱 위험.
HLL 성격 유형의 남성인 경우
GM, ES 보충척도가 동시 상승(70T 이상)한 경우 마초적 기질이 농후하고 굉장히 완고하며 고집 또한 세기 때문에 상담자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겉으로는 순응적으로 보이지만(특히 S척도 상승 시), insight가 없기 때문에 상담 진행에 애로가 많습니다.
함께 살펴본 것처럼 MMPI-2만 갖고 반사회성 성격장애를 진단하려고 한다면 굉장히 좌절스러운 결과를 맞게 됩니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반사회성 관련 척도가 상승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진단은 TCI의 반사회성 기질과 HLH, HLM, HLL 성격 유형 조합으로 하고 MMPI-2를 통해서는 일상 생활에서 이들이 어떤 행동 양상을 보일지에 초점을 맞추어 formulation하는 것이 훨씬 나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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