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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하면서 또 상담 supervision을 하면서 애착의 문제가 의심되는 사례를 너무나 많이 접하게 되더군요. 이는 Reactive Attachment Disorder(RAD) 진단을 받는 아동들에 국한되지 않고 시한폭탄처럼 잠재되어 있다가 나중에서야 폭발해 고통을 받게 되는 성인들에게서 오히려 더 많이 의심됩니다. 하지만 아동 ADHD에 대해서는 구체적 개입법이 다양하게 제시되지만 성인 ADHD에게는 약물 치료를 제외하고는 체계적인 치료법이 마땅치 않은 것처럼 성인 애착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인의 애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마땅한 개입에 대한 consensus도 없고 전문가도 거의 없으니까요.
우리나라가 저출산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핵가족의 수는 계속 늘 것이고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태어난 아이와 부모가 건강한 애착을 형성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에 제가
'월덴지기가 예상하는 임상심리학의 블루 오션'이라는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아동 애착 문제 뿐 아니라 성인 애착 문제에 대한 수요도 점차 증가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Wallin의 이 책, 'Attachment in Psychotherapy(2007)'는 성인 애착 치료에 목마른 임상가들에게 해갈까지는 아니어도 목을 축일 정도의 단비는 됩니다. 지금도 애착으로 검색을 해 보시면 나오는 몇 권 되지 않는 책들은 거의 아동 애착 장애에 대한 것이고 성인에 대한 것은 그야말로 전무한 실정이거든요.
이 책은 1부에서는 Bowlby와 Ainsworth를 이어 등장한 Main과 Fonagy에 이르기까지 애착 이론의 전개를 세세하게 다루고 있고 2부에서는 다양한 애착 관계와 이에 따라 달리 발달하는 자기(Self), 그리고 정서 조절과 애착 전략을, 3부에서는 애착 이론의 임상 실제 적용에 대한 내용을, 4부에서는 심리치료에서 나타나는 애착 유형을, 5부에서는 비언어적 영역에서 애착의 문제를 다루는 방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방대한 내용이 상당히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자가 마음 챙김에 꽂혀서 그런지 몰라도 지나치게 마음 챙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다소 거슬리지만 정신화(mentalizing)의 상호보완책으로 제시한 시도만큼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애착 문제가 있는 성인을 상담할 때 상담 장면에서 건강한 애착의 재형성을 추구한다는 것쯤은 대부분의 상담자가 알지만 실제로 애착 유형에 따라 어떻게 달리 접근하는 것인지 막막했던 임상가라면 감을 잡게 도와주는 좋은 책입니다(사실 유일한 책에 가깝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내담자의 애착 유형 뿐 아니라 상담자의 애착 유형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는 접근 방법까지 짚고 있어서 읽다가 좀 놀랐습니다.
애착 치료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한 권쯤 소장하고 참고하면 좋은 책입니다. 추천합니다.
덧. 제 성에는 안 차지만 세 명이 공동 작업한 것치고는 그래도 번역이 잘 된 편입니다. 최근에 읽은 하드커버로 된 전공서 중 제일 괜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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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내공을 인정하는 몇 안 되는 현장 전문가 중 한 분인 이보연 선생님의 책입니다.
원래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치료자라도 대중 매체에 노출되게 되면 방송에 고정 출연하거나 고정 칼럼을 쓰게 되는 식으로 현장과 점점 멀어지게 되고 나중에는 허명을 유지하려고 알지도 못하는 내용을 아는 양 설레발을 치게 됩니다.
그런데 이보연 선생님은 대중성을 유지하면서도 임상 현장과 접점을 잘 유지하는 극소수의 전문가 중 한 분입니다.
저는 국내 심리학자들이 쓴 책을 거의 신뢰하지 않는 편인데 그 이유는 현장 경험도 없으면서 외국 서적 몇 권을 짜깁기해서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뭔가 있어보이지만 현장을 아는 사람이 보면 아무런 내용도 없는 콜라같은 책들이죠.
그런 점에서 저자의 현장 경험과 노하우가 그대로 녹아 들어 있는 이런 책이 얼마나 반갑겠습니까. 게다가 제가 요새 아주 중요한 주제인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다룬 적이 없어 안타깝게 생각하는 '애착'에 대한 책이니 더 말 할 필요가 없지요.
일단 이 책을 읽어야 할 주 대상은 자녀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부모들입니다. 애착을 다룬 책들은 단순히 낯선 상황 실험을 통해 아이들의 애착 유형을 구분하는 정도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책에서는 이를 유발하는 부모의 유형,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해결 방법까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고급 육아 정보가 넘친다고 해도 세 살 이전에 결정되는 애착 경험의 중요성까지 염두에 두고 챙기는 부모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에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죠.
요새 주의력 문제를 호소하는 아동이 많은데 대부분의 부모들이 ADHD를 먼저 떠올리지만 저는 많은 경우가 애착 문제에 기인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도 이보연 선생님이 제 생각과 같은 이야기("애착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한 아이들한테서 쉽게 발견되는 주의력 문제나 충동조절 문제는 바로 이 무문별한 탐색행동의 결과다")를 하고 계시네요. ^^
아동/청소년의 모든 문제가 불안정 애착때문에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임은 틀림 없습니다. 특히 부모 자신에게 애착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는 것이 아주 중요하죠.
유아를 자녀로 둔 부모님들에게는 필독 도서이고 아동/청소년을 자녀로 둔 부모님들도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덧. 이보연 선생님은 내적 작동 모델(internal working model)로 설명하셨지만 제가 전에
'포스팅했던 것'처럼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으로 설명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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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살 이전의 자녀를 둔 부모의 보살핌에는 치명적인 분리 경험을 주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긍정적인 애착을 형성하지 못해 안전감을 얻지 못한 아이가 가장 타격을 받는 부분이 바로 세상을 탐색하는 행동이다. * 반복적으로 되풀이되는 말과 행동이 자녀의 '내적 작동 모델'을 추론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 긍정적인 내적 작동 모델을 형성하려면 두 가지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충족되어야 한다. '아이가 부모에게 지지와 보호를 청했을 때 부모가 잘 반응해주었는가, 그리고 아이가 부모에게 충분한 지지와 도움을 받았다고 느꼈는가?'* 안정 애착을 위한 부모의 조건 : 민감성, 의미있는 대화* 문제가 되는 의사소통 방식을 부모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일상 생활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 바로 이것이 부모와 아이가 불안정한 애착을 형성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 집착형의 애착 경험을 가진 부모들이 육아로 말미암은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고 사랑도 듬뿍 주고 싶지만 부모 자신의 유아적 욕구가 제대로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에 막상 아이가 요구하고 도움을 청할 때는 어른다운 관대함과 배려심으로 돌봐주지 못하고 귀찮아하거나 당황해하며 쉽게 지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 '배척형' 엄마의 자녀는 '회피적' 애착을, '집착형' 엄마의 자녀는 '저항적' 애착을 형성할 확률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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