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평소에 이어폰을 두 개 갖고 다닙니다. 출, 퇴근 시에는
Bang & Olufsen의 A8을 사용해 음악을 듣고 사무실에서는 아이폰의 번들 이어폰을 물려 놓습니다. A8에는 마이크가 없어 사용 중 통화를 할 수가 없거든요.
그런데 3주 전인가 퇴근길에 A8 왼쪽 이어폰의 소리가 끊겼습니다. 들렸다 안 들렸다 하면서 지지직하다가 끊긴 것이 아니라 한순간에 안 나오더군요. 순간 단선이라는 감이 왔습니다.
기내 면세품으로 구매한 A8은 무상수리 기간이 더 짧아 1년이라는 걸 사전에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수리 비용이나 알아보자는 마음에 대한항공 기내 면세품 A/S 센터로 연락했습니다.
그런데 단순한 단선 수리 비용이 7만 7천 원(!!!)이나 하는데다 진동판이 고장난 것이면 8만 8천 원이 추가된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최대 15만 7천 원이라는 수리비가 나올 수 있다는 건데요. 참고로 제 A8 이어폰은 2010년 12월 쿠바 여행에서 돌아오는 대한항공 기내에서 16만 1천 원을 주고 산 거거든요. 그러니 그냥 새 것을 사라는 말이나 다름없는거죠.
그래서 사설 수리 기관의 도움을 받기로 했습니다.
수도권을 기준으로 이어폰 수리의 양대 산맥은 프론티어 전자와 낙성대 AV인데 낙성대 AV는 사장님이 다른 일을 하시는 분으로 이어폰 수리 기술을 썩히는 것이 아까워서 오후에 3시간 정도만 일을 하시고 가게도 자주 옮기시기 때문에 저로서는 도저히 시간을 맞춰서 방문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조금 멀기는 하지만 쉬는 날에 프론티어 전자에 가 보기로 했죠.
프론티어 전자는 인천지하철 부평시장역 3번 출구 바로 앞에 있습니다.
3번 출구로 나가자마자 5시 방향으로 우회전하면 출구 바로 앞에 있습니다. 아예 이어폰, 헤드폰 수리점이라고 써 있네요;;;;
내부 역시 단촐합니다. 간단한 액세서리나 부품을 판매하기는 하지만 주 업무가 미니기기 수리이므로 디스플레이를 하는 것도 없습니다. 예전 전파상의 모습과 흡사합니다. 그래도 사진 오른쪽 중단에 앉아서 수리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탁자와 의자는 있습니다. ^^
증상을 이야기하고 이어폰을 드리니 딱 5분 걸렸고 완벽하게 수리해 주셨습니다. 청음을 해 보니 소리는 오히려 수리 전보다 더 좋아진 듯 느껴지더군요.
수리 비용은 단돈(?) 1만 원. 게다가 간 김에 아이폰 번들 이어폰의 조작 패널 수리도 부탁드렸는데 수리 비용은 둘째치고 그러면 모양새가 예쁘지 않다면서 차라리 조금 불편하더라도 그냥 쓰다가 새 번들 이어폰을 사는게 낫다고 조언까지 해 주시더군요. 사장님이 불필요한 수리는 안 하시는 분이었습니다.
제가 기다리는 중에 한 여성분이 수리를 맡겼던 고가의 헤드폰을 찾으러 오셨는데 정품이 아닌 것 같다면서 감정까지 해 주셨습니다. 여성분 살짝 멘붕 오신 듯;;;;;
무상 보증 기간이 끝난 이어폰의 단선 문제로 고민하는 분들은 저렴하면서도 깔끔하게 해결해주시는 프론티어 전자에 한번 맡겨보세요.
* 홈페이지 : wemd.kr* 영업시간 : 10:00~13:00, 15:00~18:00(평일만 일하고 토, 일, 공휴일 모두 쉽니다;;;;;)* 전화번호 : 032-504-9991
개인적으로 아주 만족합니다. 거리만 조금 가까우면 더 할 나위 없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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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왕년에(?) 마이마이(삼성 제품이 아니라도 보통 명사처럼 마이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곤 했습니다. 저는 주로 AIWA 제품 사용)로 음악을 듣고 다닐 때 꿈 꿔 볼 수 있는 최고의 이어폰은 소니의 MDR888이었습니다. 극악의 내구성 때문에 돈 많은 집 자제들만 outdoor용으로 사용할 수 있었던 엄청난 이어폰이었죠. 그나마 가난한 학생 신분으로는 살 수가 없었기 때문에 제가 사용해 본 가장 좋은 이어폰은 888보다 한 단계 아래의 MDR868이었습니다. 제게는 이 정도도 감지덕지였습니다만...
그럼 B/O A8은 어느 정도 수준이었냐하면 그야말로 꿈의 이어폰이었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요새야 50만 원이 넘는 엄청난 가격의 이어폰들이 즐비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A8은 언감생심이었죠. 그런 기억(이라고 쓰고 트라우마라고 읽는다)이 있는 제게 A8은 기기 성능을 떠나 상당한 정서가가 내재되어 있는 물건입니다.
네팔 여행을 갔을 때 우연히 집어든 대한항공 기내 면세품 목록에서 A8을 40% 세일한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만만치 않은 가격 때문에 지름신을 물리쳤는데 이번 쿠바 여행을 다녀오면서 또 보게 되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승무원에게 기내에서 곧바로 살 수 있는지를 물어봤던 것이 화근이 되어 결국
'천원 모으기'로 질렀습니다. 40% 할인인데도 무려 161,000 원!! 번들 이어폰으로 상당히 괜찮은 음질을 들려주는 애플 이어폰이 4만 원이니 무려 4개나 사고도 남은 돈으로 붕어빵까지 사 먹을 수 있는 가격이죠. 어쨌거나 어렵사리 제 손에 들어왔습니다.
사실 저는 주로 아이폰으로 음악을 듣기 때문에 장기간 통화를 할 염려가 없는 장거리 이동에서나 주로 사용하게 되더군요. A8로 음악을 듣다가 전화가 오게 되면 아이폰의 아랫 부분에 있는 수신부를 입에 대고 통화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연출되는 문제가 있어서리~
볼륨 조절 및 조작 버튼이 붙어 있는 아이폰 번들 이어폰을 쓰다보니 리모컨이 없는 A8은 아무래도 불편합니다. 랜덤하게 음악을 재생해놓고 꽤 오랫동안 이동하면서 책을 읽거나, 집에서 음악 들으면서 청소하거나, 또는 밤에 운동하러 나갈 때처럼 한정된 상황에서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A8의 알흠다운 자태입니다. 지금은 꽤 흔한 스타일이 되었지만 출시 당시만 해도 파격적인 디자인때문에 화제가 되었죠. 귀에 밀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지대가 A8 디자인의 포인트입니다.
귀에 딱 맞도록 자유롭게 회전하고 걸이도 늘어납니다. 하지만 착용하는 것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자칫하면 반대 방향으로 귀걸이를 장착할 수도 있습니다(네, 바로 제가 그랬습니다;;;;). 그리고 안경을 쓰는 분들은 귀걸이 부분이 안경 다리와 겹치기 때문에 착용감이 아주 좋지 않습니다.
요즘 흔히 볼 수 없는 Y자형 이어폰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상관없습니다. 성능의 차이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요. 그보다 오히려 접속 단자가 ㄱ자형이 아니라 일자형이라는게 더 문제입니다. 아이폰에 꽂은 뒤 아이폰째로 주머니에 넣으면 어디에 걸려서 접촉 불량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더군요. 아무래도 아이폰의 몸체와 직각으로 꽂게 되니까요.
A8의 우월한 디자인 감각을 말아먹는 최악의 파우치입니다. 일단 가죽같지도 않은 재질(내부는 더 한심합니다)이 너무 딱딱한데다 완충 효과도 거의 없어서 오히려 이어폰을 꺼내다 몸체에 흠집이 나지 않을까를 더 걱정해야 하는 수준인데 엄청 뻣뻣하고 사용하기 불편합니다. 또한 이어폰 줄을 수납하는 곳이 따로 없기 때문에 그냥 둘둘 감아놔야 하니 그야말로 기분 꽝입니다.
가장 중요한 이어폰 음질은 주관적인 취향을 고려한다고 해도 상당히 맑은 소리를 들려주기 때문에 음질 자체는 만족하지만 다른 몇 가지 단점들 때문에 도저히 다른 사람에게 추천은 못하겠네요.
장점
* 깔끔한 음질
* 뽀대나는 디자인
* 동급대비 적절한(?) 가격
단점
* 귀걸이때문에 안경을 쓰는 사람은 좀 불편할 수 있음.
* ㄱ자형이 아니라서 아이폰에 장착하고 주머니에 집어넣으면 어디에 걸려서 단선되지 않을까 살짝 걱정됨.
* 귀걸이 부분이 먼지와 때가 잘 묻는 재질이라서 상당히 지저분하고 신경쓰임
* 극악 수준인 파우치 재질 및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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