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심리주식회사가 임상심리학회 정회원 명의로 회원들에게 발송한 메일 내용의 일부분입니다.
내용인즉슨 지금까지 무료로 사용해오던 BDI, BAI, BHS 등의 저작권을 당사에서 샀으니 이제는 정식으로 출시된 질문지를 사서 써야 하고 무단으로 사용할 시에는 저작권법 위반으로 법적인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일단 저는 저 메일에 포함된 협박조의 문구 정도로도 굉장히 기분이 나쁩니다만 BDI, BAI 검사 소개 페이지의 내용은 정도가 더 심합니다.
'불법 인쇄물을 사용한 의료행위, 임상검사, 논문작업, 상담활용, 연구행위, 보험료청구는 추후 해당감독기관을 통하여 법적인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인터넷, 방송, 신문, 잡지 등 불특정인이 볼 수 있는 어떤 매체에서든 본 척도의 문항전부 또는 일부를 노출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합니다'라고 되어 있고요.
홈페이지에 가면 그 법적인 불이익이란 게 무엇인지 아주 상세하게 팝업창으로 띄워 놨습니다.
불법 제본, 불법 스캔, 불법 복사를 집중 감시하고 있는데 적발 시 저작권보호센터에 고발조치하여 5년 이하의 징역 혹은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게 하겠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에 더하여
소속 기관 및 해당 학회의 윤리위원회에 정식 공문을 통하여 실명을 밝히고, 항의조치 하도록 하겠다고 하네요. 아예 밥줄을 끊겠다고 대놓고 협박입니다.
더 치사한 건
이러한 불법현장을 당사에 신고 시 사안에 따라 소정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으니 많은 참여 바란다고 고발 유도를 하는 겁니다. 하는 짓이 아주 역겨워요.
그런데 이번에 출시했다는 Beck 척도 시리즈를 보면 BDI-2는 모르겠지만 BAI, BHS는 규준 작업을 새로 한 것도 아니고 문항도 기존 문항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무료로 잘 사용하던 것을 내가 판권 샀으니 이제부터는 동일한 quality의 척도를 나한테 돈내고 쓰라는 거지요.
BDI-2, BAI, BHS 각각 부 당 1,200원인 것도 터무니없이 비싸게 느껴지는데 MMPI-2, TCI 등과 달리 부 당 구매를 할 수가 없고 최소 구매 수량이 100부(12만 원)입니다. 개인 구매는 아예 생각도 말라는 걸까요?
예전에 (주) 마음사랑에서 MMPI-2/A를 출시했을 때에도 말이 많았지만 지금과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MMPI가 워낙 문제가 많았던 도구라서 많은 임상가들이 MMPI-2의 도입을 기다려왔는데다 우리나라 규준이 적용된 표준화 작업을 대대적으로 진행해서 상당히 완성도가 높은 검사 도구가 개발되었고 이후로도 사용자 편의성에 맞는 MMPI-RF 버전을 개발하고 해석 보고서나 통계 보고서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솔직히 한국심리주식회사가 BDI, BAI, BHS의 척도 개발, 연구, 표준화, 보급 등에 무슨 기여를 했습니까?
연구자가 애를 써서 개발한 검사 도구를 제대로 된 비용을 지불하고 이용하는 거야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마는 지금까지 무료로 이용하던 척도를 별다른 개선 노력도 없이 저작권만 사서 그럴싸하게 포장한 뒤 예상을 웃도는 가격으로 파는 것도 모자라 지금까지 니네가 불법을 자행해 왔으니 반성하고 앞으로도 계속 그러면 법으로 처벌하겠다며 출시 초반부터 채찍질에만 열광하는 꼬라지가 아주 기분 나쁩니다. 그동안 BDI, BAI, BHS를 사용해 온 연구원, 임상가, 학생들이 모두 잠재적 범죄자입니까?
제가 이 회사의 대표였다면 절대로 이딴 식으로 출시를 알리지는 않았을 겁니다. 판권 계약을 통해 정식 출시한다고 알리면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비전을 제시하고 임상가들에게 협조를 당부했을 겁니다.
솔직히 제 경험 상 BDI와 BAI는 허위 긍정 오류가 많아서 사용을 꺼리는 도구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각각 CES-D와 STAI를 사용하라고 권하는 편이고 차라리 MMPI-2/A가 종합적인 선별 평가도구로 훨씬 나으니 이걸 쓰면 됩니다.
K-WAIS-IV, K-WISC-IV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이 검사도구들의 문제도 곧 포스팅 할 예정입니다) BDI, BAI, BHS는 가능하면 적극적으로 사용을 피할 예정입니다. 다른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이거 영 기분이 나빠서 말이죠. 쓸 때마다 기분이 나빠질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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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에서 수가 문제로 많이 두들겨 맞는다고 요새 울상이지만 다른 과에 비해서는 아직도 멀었습니다. 그동안 비급여 수가로 잘 먹고 잘 살았지요.
약물 치료 부분은 제가 잘 모르니 심리평가 부분에서 환자/피검자를 등쳐먹는 대표적인 몇 가지 경우를 고발할까 합니다.
검사 비용을 일정 수준 맞춘다는 명목 하에 환자를 등쳐먹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전혀 엉뚱한 급여 검사를 추가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검사 내용이 중복된 비급여 검사를 추가하는 방법입니다. 두 가지 방법 모두 환자에게 불필요한 검사를 무리하게 시킴으로써 환자의 귀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고 그러면서도 그 비용을 환자에게 부담시키는 아주 악랄한 짓입니다.
실제로 어떻게 하는지 설명드리겠습니다.
첫째, 엉뚱한 급여 검사를 추가하는 방법입니다. 이것은 작년 4월에 포스팅 한
'전두엽 관리기능 검사(EXIT)를 모든 피검자에게 실시한다고?'에서 이미 말씀드렸는데 급여 검사이기는 하지만 그 환자에게는 불필요한 검사를 추가하는 것이지요. EXIT의 경우는 전두엽 기능을 측정하는 검사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전두엽 기능을 측정해야 하는 특정 장애가 의심되지 않는 한 실시해서는 안 됩니다. 환자들이야 심리검사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니 병원에서 해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하는 것으로 알고 비싼 검사비를 부담하지만 아는 사람이 보면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는 것이죠. K대 병원에서 이런 짓을 많이 하는데 거기에서 수련받고 갓 전문가가 된 supervisor가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는 소문을 최근에 들었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자기가 배운 그대로 검사 battery를 구성하고 있다면 무능한 supervisor일 것이고, 알면서도 그런다면 임상가로서의 자질이 없는 형편없는 인간이죠.
둘째, 내용이 중복된 비급여 검사를 추가하는 방법입니다. 주로 자기 보고형 질문지를 추가하는 방식을 씁니다. 자기 보고형 질문지는 초진을 보고 검사 예약을 한 뒤 집에서 작성해 오도록 미리 줄 수 있어 환자의 불평이나 의심을 줄이는 효과도 있죠. 착취당하는 것도 모르고 심리평가비가 비싼데 이것 저것 하게 해 준다고 좋아하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_-;;; 예를 들어 MMPI-2만으로도 충분한 것을 우울 관련 질문지인 BDI, CES-D, HAM-D 질문지를 몽땅 시키는 방법(이 검사지들이 급여 검사에 추가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수련받을 때에는 모두 비급여 항목이었습니다)을 씁니다. 게다가 구조화된 면담을 실시한다고 하면서 이마저도 몽땅 검사 비용에 포함시키는 곳도 있습니다. 이 방법은 연구를 많이 하는 종합병원급 병원에서 많이 사용하는데 제약 회사의 fund나 국책 과제의 연구비를 받는 연구를 수행하면서도 연구 자료는 자료대로 모으고 이 때 발생한 검사 비용을 환자에게 청구하는 파렴치한 짓을 하는 곳도 있습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이 두 가지 방법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병원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주 일반화된 방법이고 두 가지 방법을 한꺼번에 사용하는 정신과도 꽤 됩니다.
심리평가에 포함된 심리검사 도구의 수가가 현실화되지 않아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면 힘을 합쳐 정부와 싸울 일이지 그게 귀찮고 힘들다고 병들고, 돈 없는 환자의 등을 칩니까?
덧. 조만간 월덴3에 심리평가에 포함된 검사 도구와 비용의 적절성을 익명으로 심사하는 신고 센터를 운영할 예정입니다. 병원과 임상심리학자들이 대오각성하지 않으면 소비자인 환자/피검자를 통해 단매를 치겠습니다. 나중에 손해배상 청구소송 당하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정신차리기 바랍니다.
덧2. 최근에 제가 자꾸 정신과와 임상심리학계의 실태를 고발하는 포스팅을 하는데 이니셜로 표시할 때 정신차리기 바랍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점점 표시하는 강도를 올릴 예정이니까요. 이미 법적 자문을 위한 변호사도 확보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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