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2일에 남대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4 사행산업 건전화 국제 포럼에 다녀왔습니다. 모든 session에 다 참석한 건 아니고 1, 2 session은 전자 카드 관련 정책 포럼이라서 저는 지역사회 기반 치료 서비스 모형과 모니터링 체계에 대해 다루었던 session 3에만 들어갔고 이후 진행된 종합 토론까지는 들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지만 그 때 들었던 생각을 두서없이 정리해 보자면,
첫째, 사감위가 3년 동안 공을 들여 개발한 한국형 판별 도구인 KGBS를 사용하지 않고 그냥 묻어버릴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경기도박문제관리센터에서 상담한 사례 분석 결과를 보니 KGBS만 도박 중독으로 진단되는 비율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동안 KGBS를 개발만 해 놓고 욕 먹으면서도 여전히 CPGI 결과만 줄창 보여주는 이유는 KGBS로 측정한 유병률이 CPGI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일 겁니다. 제가 일하는 기관에서 자체 조사한 결과도 KGBS는 K-NODS나 K-MAGS-DSM보다도 오히려 낮은 유병률을 나타내니까요. 아무리 심혈을 기울여 개발했다고 해도 유병률이 너무 낮게 측정되면 지금까지 9%라고까지 과장하면서 했던 협박이 우습게 되니 KGBS를 이제서야 사용하는 건 상당한 부담이 될 겁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묻어버리는 방향으로 출구 전략이 짜인 것 같았습니다
둘째, 치료 효과 검증을 위한 도구로 GAMTOM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현장의 치료자들로부터 이미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듯이 우리나라 문화에 맞게 대폭 수정하지 않으면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무엇보다 문항이 너무 많아요. 서양에서는 material을 많이 줘야 내담자들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는다고 생각해서 선호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내담자들은 숙제 주는 걸 아주 싫어라 합니다. 내담자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고 그 저항에 맞서면서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왜곡되거나 과장된 정보가 포함될 확률도 상당히 증가할 겁니다.
셋째, 한국형 GAMTOMS를 만든다고 해도 Timeline Feedback(TLFB) 만큼은 포함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걸 사용하고 있는 외국 기관의 담당자도 그렇고 국내 교수들도 그렇고 이게 참신하고 기대되는 정보 수집 도구라고 생각하던데 저는 견해가 다릅니다. 제 예상으로는 아무리 우리나라 실정에 맞춰 도입한다고 해도 무용지물이 될 거라 예상합니다. 우리나라 도박자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이걸 빠짐없이 작성한다는 자체가 불가능하니까요. 못 믿겠으면 한번 해 보세요. 아마 안 될 겁니다.
넷째, GAMTOMS와 같은 치료 효과 평가 도구의 개발이 필요한 건 분명하지만 저는 그보다 조기 종결 비율을 낮추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GAMTOMS에 대한 자료에서도 조기 종결 비율이 굉장히 높게 나왔는데 정작 현지 관계자도 조기 종결 비율을 낮추는 방안에 대해서는 아이디어가 전혀 없더군요. 조기 종결을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낮추기 전까지는 치료 효과 평가 도구를 도입하더라도 평가 결과를 제대로 해석하기 어려울 겁니다.
다섯째, 토론에서 집단 상담이 개인 상담보다 효과적이라고 다들 이구동성으로 외치던데 글쎄요. 100회기 이상 집단 상담을 진행해 본 제 경험으로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도박 중독자가 굉장히 homogeneous한 집단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같은 연령대, 비슷한 social status, 비슷한 도박 유형까지 맞추고 거기에 개인 상담 20회기 정도 진행해서 변화 단계까지 얼추 비슷하게 matching했는데도 5명 이상의 집단 크기를 유지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제가 진행했던 반개방형 집단 상담에서도 두 분이나 재발했고요. 도박 중독 상담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전문 상담자의 공급이 뒤따르지 못하기 때문에 돌파구로 나온 방안이 집단 상담의 활성화 아닌가 싶은데 생각 다시 하셔야 할 겁니다.
여섯째, 발표 자료 중에 내방 상담자의 대부분이 변화 단계 중 준비 단계에 속한다는 말이 있던데 도박자의 보고를 곧이곧대로 믿은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좀 더 심층적으로 평가하면 거의 대부분이 전 숙고 단계(Pre-Contemplation Stage)에 속할 겁니다. 준비 단계에 도달한 도박자가 그렇게 많다면 현장의 상담자들이 얼마나 쉽고 편하게 일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죠.
일곱째, GAMTOMS 발표에서도 나왔지만 상담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는 평가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단 종결을 하고 난 뒤에는 대부분의 도박자와 가족들이 치료 기관의 접촉을 부담스러워합니다.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결혼 정보 회사의 도움으로 결혼에 성공한 부부들이 결혼 정보 회사의 연락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죠. 그래서 종결 후 6개월(이건 그나마 낫지만), 1년, 2년 정도 되면 연락이 닿지 않는(혹은 피하는) 사례의 수가 급등할텐데 어떻게 접촉 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겁니다. 저는 치료 효과 검증을 위해서는 평가 도구보다 이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여덟째, 종합 토론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현장의 상담자들이 GA를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관계자 분들이 꽤 많더군요.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개인 상담도 받고 GA도 열심히 다니고 종교 생활도 열심히 하면 도박 중독 치유에 더 좋을 것 같지만 제 책에서도 설명한 것처럼 이는 자전거 바퀴 수를 늘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안정감은 있을 지 몰라도 마찰력 때문에 현저히 속도가 떨어지게 되죠. 게다가 서로 치유 효과를 상쇄하는 것들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개인 상담과 GA입니다. 제 경험 상 GA와 개인 상담 모두 잘 맞는 도박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런 분이 있다면 그릇이 정말 크거나 행운아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는 치유 효과를 발휘하는 특성이 서로 많이 다르기 때문인데 아주 기본적인 치유 목표에서 있어서도 개인 상담과 GA는 꽤 다릅니다. GA는 완전한 치유란 없다고 가정하고 죽을 때까지 GA 모임을 빠지지 말고 나와야 한다고 하지만 저는 그건 불완전 회복 상태에서 치유를 멈추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완전한 탈도박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생각해 볼 부분은 가족과 같은 보호자에게 미치는 GA의 영향입니다. 무조건적인 인내와 희생 강요, 알코올과 같은 교차 중독의 간과 등이 과연 가족의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오히려 개인 상담자가 GA를 무조건 권장하는 분위기를 다시 한번 재고해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모든 치유 기법의 장, 단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도박자와 가족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박 중독 치유가 묻지마 관광은 아니지 않습니까?
회사에서 왜 휴일인데도 굳이 참석해서 들으라고 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제 기대에는 한참 못 미치는 포럼이었습니다. 휴무 대체로 2시간을 더 쉴 수 있게 된 것으로 만족하기에는 입맛이 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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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는 2010년에 이미 사행산업 이용실태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습니다. 기준 년도가 2009년이었으니 2012년에 하게 되면 3년 만에 다시 실시를 하게 되는 것이지요. 제가 알기로 중장기 발전 계획안에 이미 포함되어 있는 내용이고 한국의 도박 문제가 3년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보겠다는 취지에서 실시하는 조사입니다.
그런데 이번 사행산업 이용실태조사는 문제점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몇 가지만 짚어보자면,
* 태부족인 표본 수
일반인 표본 3,000명, 이용객 4,000 명 대상인데 소위 전국 실태조사라면서
일반인 표본보다 이용객의 표본 수가 더 많은 것도 코미디지만(사행산업체를 표적으로 삼았다는 게 너무 티나잖아!! 제목부터 전국 실태조사가 아님~), 둘을 합해도
7,000 명에 불과하다는 게 더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역학지표 추정 시 필요한 표본 수 산정 기준은 모집단의 수, 기대유병률(2010 사감위 조사의 문제성 도박 1.7%, 2009년 마사회 조사의 문제성 도박 1.4%), 신뢰 수준(보통 95%), 최대허용오차, 응답율 등의 산출 조건을 고려하여 표본 수를 산정합니다.
도박 중독 분야에서 시행된 국가 차원의 도박중독 유병률 조사의 표본은 인구대비 평균 0.038% 정도 됩니다. 이를 적용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최소한 1만 명 이상을 표집해야 합니다. 그래서 2009년 마사회 전국실태조사에서는 2만 명을 표집했던 것이고요. 그래서 현장 전문가들이 2010년 조사 때에도 표본 수를 늘려야 한다고 그렇게 건의했건만 싹 묵살했고 이번에도 역시나 턱없이 모자라는 표본을 추출하겠다고 합니다. 그래놓고 또 전국 실태조사 결과라고 구라치겠지요? 참으로 낯뜨거워서 얼굴을 못 들겠습니다.
* 측정도구 문제
현재 사감위에서 도박 중독을 진단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게 바로 CPGI입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도구라서 사감위를 빼고는 아무도 이 척도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중간에 K-CPGI로 바뀌기까지 했죠. 그래도 유병률 과다 추정 문제가 계속 제기되자 3년에 걸쳐 KGBS라는 변별 척도를 개발했습니다. 작년에 아주 자랑스레 발표를 했죠.
그런데 정작 2012년 실태조사에서는 CPGI를 다시 사용한답니다. 2010년 결과와 비교를 해야 한다나요. 그래서 그럼 KGBS를 main 척도로 하고 CPGI를 sub로 사용하라고 했더니 이미 결정되었기 때문에 변경할 수 없답니다. @.@
근데 웃긴 건 KGBS 개발 당시에 연계 타당성 검증을 위해 CPGI도 자료를 수집했거든요. 그랬더니 CPGI의 cut-off score(기준점)가 문제성 도박의 경우 11점에서 8점으로, 중위험 도박의 경우 5점에서 3점으로 낮아졌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건 사감위에서 정식으로 발표한 보고서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9점이나 10점으로 측정된 사람은 사실 문제성 도박자가 아닌데 2010년 실태 조사에는 문제성 도박자로 분류가 되었다는 것이죠. 이 말은 곧
도박중독 유병률이 과대 추정되었다는 고백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러니 2010년에 사용한 CPGI를 2012년 연구에도 사용해서 추이 분석을 하려면 2010년 결과의 기준점을 상향 적용하여 한국의 도박중독 유병률을 재발표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사감위가 공포 마케팅을 한 것이 만천하에 드러나기 때문에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요. 당연히 2012년 CPGI의 기준점도 하향 조정된 상태에서 비교할 겁니다. 그렇게 공을 들여 개발한 KGBS의 연구 결과를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죠. 이런걸 삽질이라고 하지 않으면 뭘 삽질이라고 하겠습니까. 그것도 국민의 세금 들여서 하는 삽질이죠.
* 표본 추출 방법 문제
사감위는 이용객을 대상으로 표본을 추출할 때 사행산업의 매출 규모를 고려하여 추가 배분하겠다고 말합니다. 이건 곧 베팅액이 크면 도박중독 유병률이 높다는 전제하에서 하는 것인데 이 전제는 검증된 것이 아닙니다. 그냥 근거도 없이 제멋대로 하는거에요. 오히려 실태조사는 인구집단 연구이기 때문에 이용자 수를 고려하여 비례배분하거나 Blazczynski & Nower(2002)가 제안한 접근성과 가용성 등의 생태적 환경기준에 따라 전국 장외 및 지점(매표소)의 수를 고려하여 비례배분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수천 개에 이르는 스포츠 토토와 로또 판매점, 복권방이 포함되기 때문에 그렇게 안 하는겁니다. 그저 자료 수집하기 좋고 때리기 좋은 사행산업체만 두들겨 패는 것이죠.
그 밖에도 소소한 문제점까지 다 이야기하면 밤을 새야 하니 이 정도만 하겠습니다.
시작부터 이런데 나중에 결과 나오면 자료 조작해서 얼마나 유병률을 뻥튀기 할런지 참 한심합니다.
덧. 어제(2월 2일) 사감위는 자문단, 감리단, 사행산업체의 전문가들을 모두 불러 모아놓고 공청회를 했습니다. 당연히 제가 위에서 정리한 사안들이 모두 제기되었는데 사감위 담당 사무관의 공식 답변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조달청에 의뢰하여 갤럽과 이미 계약된 상태이므로 실무적으로 표본 수, 조사 척도의 변경은 불가능하다입니다. 그러니까 이미 이렇게 저렇게 하기로 다 정해놓고 바꿀 수도 없는 상태에서 유관 기관 다 불러모아서 들러리 세웠다는 말이죠. 울트라 그레이트 빅엿을 대놓고 처 먹인 겁니다. 뭐 예상 못한 바도 아닙니다만...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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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의 엉터리 기사 전문은 위의 링크를 확인하시고요. 왜 엉터리 기사인가 하면 사감위 관계자의 말을 사실 확인 절차도 없이 그냥 그대로 받아적었기 때문입니다. 요새는 기자를 받아쓰기 능력으로 뽑는 것 같네요(비웃음).
뭐 처음부터 끝까지 자가당착에 아전인수격인 내용이라 비판할 거리가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몇 가지만 뽑아서 '까'보자면,
* '국무총리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가 충남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지난 6~7월 우리나라 만 20세 이상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국내 사행산업 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도박 중독 유병률은 6.1%로 나타났다'-> 새로 타당화를 한 도구라고는 하지만 보고서를 보니 아직 완성도가 신뢰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척도의 변경으로 인해 유병률의 차이가 실제 현장의 모습을 반영하는지 도구의 차이에 기인하는지 구분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또한 작년에 한국 마사회가 고려대학교에 연구 용역으로 발주해 전국 표본 2만 명(무려 2만 명입니다!)으로 추정한 유병률은 0.9%였지요. 그 당시 연구에서 비교를 위해 CPGI로도 추정했는데 1.6%에 불과했습니다.
저 기사에서 사용한 6.1%는 도박 중독 문제를 부풀려 과장하기 위해 문제성 도박자와 중위험 도박자를 합산한 결과입니다. 임상 현장에서는 CPGI의 문제성 도박을 도박 중독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간주합니다. 그러니 중위험 도박자는 따로 구분해서 제시해야 맞죠. 한국판 CPGI의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포스팅한 내용이 있습니다(
'한국판 CPGI의 문제점' 참조).
* '도박 중독 유병률은 '특정 모집단에서 도박 중독자가 차지하는 비율에 대한 추정치'를 일컫는 말로, 우리나라 성인 인구 3천 700만여명 가운데 200만명이 도박 중독 문제를 안고 있다는 의미다.'-> 저 기사대로라면 4인 가족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1천만 명이 도박중독의 직접 피해자라는 이야기인데 전체 인구를 5천만 명이라고 잡더라도 5명 중 1명은 도박 중독의 직접적인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게 믿겨지시나요? 뻥을 쳐도 좀 상식적으로 쳐야지 원...
* '특히 이중 50만명(1.7%)은 치명적인 중독 위험에 노출돼 있어 당장 시급한 치료가 필요한 사람으로 분류된다.'
-> 이 1.7%라는 수치가 바로 문제성 도박자(정신과적 용어로 병적 도박자에 해당하는)입니다. 위에서 소개한 한국 마사회 연구 용역에서 나온 수치인 1.6%와 비슷합니다. CPGI로 측정한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도박 중독 유병률은 1.6~7%인 것이죠.
* '하지만 정부가 운영 중인 센터는 서울과 경기, 부산 등 전국적으로 3곳에 불과하다'
-> 제목에 치료센터가 단 3곳이라고 악의적으로 썼지만 엄밀히 말하면 정부에서 운영하는 치료센터가 단 3곳이라고 해야죠. 그나마 원래는 광화문에 있는 센터 단 하나였지만 사행산업체가 운영하는 센터가 계속 늘고 있으니 한 달 전에 부랴부랴 부산과 수원에 날림으로 설치한 겁니다. 이것도 웃긴 것이 마사회에서 운영하는 유캔센터에서 부산과 인천에 새로 센터를 연결하고 전문가를 채용했던 시기와 지역이 비슷합니다. 뭔가요. 유치하게~ 사행산업체에서 운영하는 센터들은 그동안 이구동성으로 사감위에서 센터를 직영하면서 현장의 어려움을 직접 체험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맨날 돈만 걷어갈 생각을 하지 제대로 된 치료를 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도 사감위는 2007년부터 3년 간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광화문의 센터만 고집했는데 광화문 센터는 상담을 받을 만한 시설과 분위기가 아닙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방문해서 눈으로 확인하세요. 그게 상담실인지 아니면 취조실인지. 참고로 마사회가 운영하는 유캔센터에서 전국적으로 직영 또는 네트워크 형태로 연결한 센터 및 병원이 몇 개인가 하면 2010년 9월 11일 현재 전국에 직영 센터 5개, 네트워크 센터 12개, 네트워크 전문병원 14개, 총 31개소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시설로 모든 도박 중독자의 치료와 재활을 커버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사실은 사실 그대로 이야기를 해야죠. 정부 운영 센터 3개가 다 인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 '상담 전문가들은 현행 부담금 제도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중독예방치유센터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에 따라 국가와 사행산업 사업자가 절반씩 사업비를 부담해 설립되는데, 이 같은 관계 법령을 개정해 사업자가 더 많은 부담금을 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현장에 있는 전문가 중 현행 부담금 제도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보는 사람은 없습니다. 만약 있다면 도박 중독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이비 '교수'이거나 사감위 소속 전문가들(제가 이분들을 좀 아는데 아마 이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겁니다)일겁니다. 현장에서 직접 도박 중독자를 5년 이상 치료한 전문가를 대상으로 물어보면 정반대의 대답을 들을 수 있습니다. 도박 중독의 문제가 합법적인 사행산업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행사업자에게 100%(사감위는 니네가 몽땅 부담하라고 요구하고 있죠) 부과하는 것이 정당하느냐의 형평성 문제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그 돈을 사감위가 제대로 쓸 수 있는 조직이냐입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사감위의 비겁한 국고매칭제도 폐지 꼼수'를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 '강원랜드와 한국마사회 등 사업자들이 자체적으로 중독예방치유센터를 운영하고는 있지만 제대로 된 상담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며 "정부가 예산을 확보해 직접 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 이건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이 딱 어울리는 헛소리인데 이것과 관련해서도 올린 글(
'사감위 중독예방치유센터'는 그 쉬운 5회 이상 개인 상담을 과연 얼마나 하고 있을까' 참조)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도박 중독 문제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옥상옥 기구인 사감위를 해체하는 것입니다. 사감위가 얼마나 무능한 조직인지에 대해서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손 안대고 코 풀려고 하는가'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사감위가 전자 카드 도입과 같은 뻘짓(이것과 관련해서도 쓴 글이 있습니다
'출입 제한을 해지하는 조건으로 실시하는 의무 상담이 과연 효과있을까?' 참조)만 안 하고 가만히 있어도 도박 중독 문제 해결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워낙 삽질을 잘하는 사감위라서 써 놓은 글꼭지도 만만치 않게 많네요. -_-;;;
사감위는 음지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 언플로 음해하는 거 때려치우고 너나 잘 하기 바랍니다. 이 바닥에서 너만 잘 하면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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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도박 중독 국가이므로 사행산업 전반에 대대적인 수술을 감행해야 한다고 2007년 발족한 이후로 지금까지 순진한 국민들을 상대로 공포 마케팅을 해 왔습니다.
이러한 공포 마케팅을 위해 2008년 도박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문화관광정책연구원에 연구 용역을 발주하여 완전히 엉터리 연구(지금까지도 원자료 공개를 극구 반대하고 있습니다, 반면 마사회는 2009년 연구 결과의 원자료를 완전히 공개하였을 뿐 아니라 이 원자료를 바탕으로 2010년 연구 과제를 공모할 예정)를 진행하였고 이 연구가 얼마나 엉터리인지는 저만 해도 이미 다음과 같은 포스팅을 통해 수 차례 문제를 제기한 바 있습니다.
* 한국판 CPGI의 문제점* 사감위가 주장하는 검사-재검사 신뢰도 r=.352(p<.000)의 의미* 사감위가 타당도 검증의 근거로 주장하는 KMO와 Bartlett 구상 검정치의 의미 * British Columbia를 영국으로 착각하는 한심한 사감위
그런데 2009년에 KRA(한국 마사회)가 고려대학교 한성열 교수팀에게 발주한 '전국민대상 도박이용실태 유병률 조사' 결과 지금까지 사감위가 국민들을 얼마나 기만적으로 속여왔는가가 백일하에 드러났습니다.
이 연구는 사감위의 10배가 훨씬 넘는 2만 명(20,175명)의 유효 표본 수(이는 성인 인구 대비 0.053%로 다른 선진국의 실태 조사 표본 규모와 동일한 수준)를 확보하였으며 무엇보다도 연구 절차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보장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사전 시뮬레이션 연구 -> 본 연구 -> 연구 감리 용역의 3단계를 거쳐 모든 오차를 최소화한 연구 프로젝트입니다.
기본적인 연구 결과만 살펴보더라도
1) 우리나라의 도박 중독 유병률은 0.9%로 중국(1.78%), 싱가포르(2.1%)에 비해 현저히 낮아 아시아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으며 미국(1.1%)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나 사감위가 그동안 얼마나 도박 중독률을 과대포장해왔는지가 낱낱이 밝혀졌습니다. 2) 유병률만큼이나 중요한 참여도는 58.1%로 뉴질랜드(86.2%), 캐나다(86.6%)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었으며 미국이나 싱가포르와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도박 중독 국가가 아니었던거지요. 여기서 내용을 오독하고 딴지를 걸 사람들이 있어서 미리 첨언하면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도박 중독 문제를 방치해도 되는 수준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양비론으로 물타기할 분들은 사감위 홈페이지(pgcc.go.kr)로 가시길...
그동안 사감위는 도박 문제 해결이라는 반대하기 어려운 대전제의 뒤에 숨어 사실을 호도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그 대전제의 충족 자체를 방해하였습니다. 의도야 어떻든 지금까지 총량제, 전국 600개 상담센터 설립 계획, 전자카드 도입 등 하는 족족 도박 중독 문제 해결에 방해만 되는 제도적 장치를 고집하여 도박 중독 분야의 퇴보를 부채질하였습니다. 그동안 현장의 전문가들이 진실을 밝히기 위한 싸움을 하느라고 정작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을 위해 매진하지 못하고 소진한 노력의 양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겁니다. 이 모든 소모적인 싸움의 책임은 반드시 사감위가 져야 합니다.
사감위에서 언론에 실린 이 연구 결과에 대해 곧바로 반박 보도문을 냈던데 반박 요지는 2008년 사감위 연구에서 유병률 산출에 사용한 CPGI에서는 중위험 도박자와 문제성 도박자를 합쳐 9.5%로 산출하였는데 2009년 마사회 연구에서는 NODS의 병적 도박자만 사용하여 0.9%로 추정하였으니 비교 불가하다는 것입니다. 일견 일리가 있는 말처럼 들리지만 자세히 뜯어 보면 억지쓰기에 불과합니다. 2009년 마사회 연구가 2008년 사감위 연구를 비판한 점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유효 표본 수가 너무 적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엉터리 진단 척도인 CPGI를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2009년 마사회 연구에서 비교 분석을 하기 위해 CPGI로도 자료 수집을 했음에도 정작 유병률은 NODS로 산출한 것이지요. 즉 노골적으로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2009년 마사회 연구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2008년 사감위의 연구 용역이 유효 표본 수의 태부족, 엉터리 CPGI를 사용한 것이기 때문에 터무니없이 높게 나온 유병률을 믿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사감위는 2008년 연구에서 NODS를 이용해 추정한 1.1%를 우리나라의 도박 중독 유병률로 발표했어야 한다는 거지요. 그런데 엉뚱한 다리를 긁고 있네요.
9.5%라는 유병률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 하면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 인구 2,700만 명에 대입을 했을 때 8명 중 1명, 약 360만 명이 도박 중독자라는 말이 되고 이는 4인 가족 기준으로 1,440만 명이 도박 중독의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우리나라 인구를 5천만 명으로 잡는다고 해도 3~4 명 중 한 명은 도박 중독의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주장인데 이게 정녕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무리 눈가리고 아웅 한다고 해도 하늘은 절대로 가려지지 않습니다. 그 사람만 병신 인증하는 것이죠.
현장 전문가(어디까지나 현장에서 직접 도박자를 만나는 전문가들만 해당) 어느 누구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엉터리 연구 결과를 내놓아 국민을 호도하고 잘못된 정책을 입안해 시행함으로써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국력을 소모하는 기관이 바로 사감위입니다. 사감위는 도박 중독 분야의 수치입니다. 정말 창피해서 어디 가서 말도 못 꺼내겠습니다.
이번 반박문을 보니 사감위도 격년으로 실태 조사를 실시하는데 올 6월에 결과가 나온다고 하네요. 여전히 1천 명 남짓한 유효 표본에 또 그 엉터리 CPGI를 사용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별로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제가 장담하건대 사감위의 이번 연구 결과에서 2008년보다 유병률이 낮게 나오면 사감위가 일을 잘 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자화자찬을 할 것이요, 반대로 유병률이 높게 나오면 사행산업체가 딴지를 걸어 제대로 된 정책을 시행할 수 없어 이런 결과가 나왔으니 사감위법을 개정해 단속과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겁니다. 이미 결론 내놓고 실시하는 연구라는데 10만 원 걸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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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도박중독 현장에서 사용하는 도박중독 진단척도는 크게 4가지입니다.
가장 오래된 것이 SOGS인데 유병률이 과다추정되는 문제가 드러나 단독으로는 사용하지 않으며 다른 척도와 병행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기관의 경우 교차 진단을 위해 K-MAGS, K-NODS와 함께 사용합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K-MAGS-DSM(혹은 K-MAGS)으로 미국정신의학진단편람인 DSM-IV-TR의 진단 기준을 활용한 척도입니다. 병원에서 주로 이 척도를 사용하며 사실 상 가장 널리 사용되는 척도입니다.
그리고 K-NODS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개발된 척도로 가장 최근에 나왔죠. 1년 유병률과 평생 유병률을 나누어 측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문항이 좀 많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 밖에 GA(익명의 단도박 모임)에서 AA의 문항을 변형하여 만든 GA20문항이 있습니다. 이 척도는 GA에서만 사용합니다.
CPGI는 사감위만 사용하는 척도로 이전 포스팅(
'한국판 CPGI의 문제점')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엉터리 척도입니다. 도입하는데 들인 돈이 아까워서 그런지 창피함을 무릅쓰고 꾿꾿이 사용하고 있습니다(웃음).
이순묵 & 김종남 선생님은 최근에 publish한 논문(관련 포스팅 '
[논문] 도박중독 문제의 본질에 충실한 평가/진단 및 비율 산정')에서 도박자의 부인 경향을 차단하기 위한 filter 문항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으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별로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제 생각이고 굳이 도입을 하고자 한다면 병원의 입원 병동에만 국한해 도입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정신과 병원의 보호 병동에 입원하는 경우 많은 도박 중독자들이 자신의 문제를 부인하는 경향을 강하게 보이기 때문에 도박 중독 척도를 사용하는 경우 정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초기 라포 형성의 어려움, 생각했던 것과 다른 입원 환경에 대한 불만, 다른 입원 환자와 동일하게 취급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 현장에서는 도박자의 부인 경향이 거의 나타나지 않습니다. 제가 일을 시작한 이래로 초기 평가에서 도박 중독자가 정상으로 보이기 위해 진단 척도를 왜곡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이러한 양상은 도박자가 자발적으로 방문하든, 가족의 강권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방문하든 차이가 없습니다.
2005년부터 저는 도박 중독자에게 MMPI-2와 사회적 바람직성을 측정하는 척도인 MCSD를 함께 제공해왔습니다. 혹시라도 있을 지 모르는 반응 왜곡 경향을 탐지하기 위해서이죠. 도박자들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게 보이려는 경향은 높은 편이나 부인 경향은 거의 없습니다. MMPI-2의 타당도 척도에서도 이상 반응을 보이는 도박자가 없고요. 상당히 솔직하게 답하는 편입니다.
따라서
정신과 병원의 입원 병동을 제외하고는 도박 중독 진단 척도에 도박자의 부인 경향을 탐지하기 위한 문항을 굳이 포함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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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9월 4일 토론회에서 사감위가 제시한 '해외에서도 문제성 도박자와 중위험 도박자를 합쳐 도박 중독 유병률을 산정한다'는 반박 논리 중 일부입니다.
'영국 포함, 해외에서도 도박 중독 유병률 조사 시, 문제성 도박자(Problem Gambler)와 함께 중위험 도박자(Pathological Gambler)를 포함하여 도박 중독 유병률을 측정한다'
'문제성 도박자와 중위험 도박자를 포함하여 CPGI로 유병률 측정 사례
- 영국 콜롬비아 문제성 도박 유병률 조사(2003)
- 브리티쉬 콜롬비아 문제성 도박 유병률 조사(2003,2008)
- 캐나다 도박문제 전 국민조사(2005)
- 온타리오 문제성 도박 조사(2005)
-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 문제성 도박 유병률 조사(2006)'
여기에서 첫 단락의 Pathological Gambler(병적 도박자, DSM-IV에서 사용하는 분류 기준)를 Moderate Risk Gambler(중위험 도박자)와 헷갈리는 것은 차라리 애교 수준입니다. 뭐 정신줄을 놓으면 스펠링을 틀릴 수도 있죠(웃음).
사소한 실수를 하나 더 지적하면 CPGI를 사용했다면서 CPGI 분류에서는 사용하지도 않는 '도박 중독 유병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군요. 엄밀하게 말하면 문제성 도박 유병률이라고 해야죠. 자기네들이 사용하는 측정 도구의 사용법도 모르나요?
위의 실수들은 제한된 시간에 날림으로 자료를 작성하느라고 생긴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만 아래의 실수는 더 어이가 없습니다.
문제성 도박자와 중위험 도박자를 포함하여 유병률을 측정한 사례로 든 것들을 하나씩 살펴보자면,
'영국 콜롬비아 문제성 도박 유병률 조사(2003)'가 가장 압권인데 영국의 경우 문제성 도박 유병률 조사를 199년과 2007년 2차례에 걸쳐 실시한 바 있습니다. 2007년의 조사에서 1999년 조사 결과와 비교한 자료도 함께 내놓았죠. 2003년에는 조사를 실시한 바 없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영국 콜롬비아? 영국에 그런 지명이 없을텐데요. 알고보니 이 사람들이 캐나다 British Columbia 주에서 2003년에 실시한 유병률 조사를 British라는 말이 들어가니까 영국인 줄 알고 영국 콜롬비아 문제성 도박 유병률 조사라고 한 것이었습니다(바보 아냐?).
그렇다면 캐나다 British Columbia주의 문제성 도박 유병률 조사 결과는 과연 어떨까요? 얼핏 보면 문제성 도박 유병률과 중위험 도박 유병률을 합한 수치를 사용한 것처럼 보입니다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문제성 도박 유병률을 '고위험 도박 유병률'과 '중위험 도박 유병률'로 구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37p의 표에서 'Moderate/Severe Problem Gambler'라는 범주로 구분을 하고 있고 본문에서도 대다수의 문제성 도박자가 중위험 범주에 속한다는 사실을 강조해서 제시하고 있습니다. 2003, 2008년 자료 어디에도 두 유병률을 합한 수치만을 제시한 곳이 없습니다. 아주 지 마음대로 인용했네요.
다음으로 캐나다 도박문제 전 국민 조사(2005)입니다. 여기에서도 표면적으로는 두 유병률을 합쳐 제시했습니만 역시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면 1990년대에 캐나다에 급속하게 번진 VLTs(Video Lottery Terminals)의 영향에 따른 캐나다 각 주의 유병률 비교를 목적으로 실시한 조사이기 때문에 연구 편의 상 두 유병률을 합쳐 제시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215p Table 2). 그러면서 연구자들은 두 범주를 하나로 합쳐 제시한 것이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CPGI 범주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종단 연구와 population-based study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제한점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연구에서는 혼란을 막기 위해 문제성 도박 유병률과 중위험 도박 유병률을 각각 구분해서 표로 제시(215p Table 1)하고 있죠. 그러니 두 유병률을 합쳐서 제시한다고 주장하기에는 근거가 빈약합니다.
이러한 경향은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 문제성 도박 유병률 조사(2006)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이 연구에서는 2001년 SOGS를 사용해 수행된 유병률 조사 결과와 비교(114p)하기 위해 임상 집단에 사용하는 SOGS와 일반 인구 집단에 사용하는 CPGI를 수평 비교할 목적으로 임의로 문제성 도박 유병률과 중위험 도박 유병률을 합쳐서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다른 측정 척도와 비교하기 위해 표준 점수로 변환하는 것과 유사하게 비교를 위해 임의로 유병률을 합쳐 제시한 것이라는 것이죠. 이러한 비교 목적이 없는 경우 CPGI를 사용한 세계 어느 유병률 조사에서도 두 유병률을 합쳐 하나의 수치로 제시하지 않습니다. 하다못해 이 연구에서도 SOGS와 비교가 필요없는 부분에서는 두 유병률을 분명히 구분하여 제시하고 있습니다(114p Table 4.3, 115p Table 4.4 등).
마지막으로 밑에서 두 번째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문제성 도박 조사(2005)는 확인해보니 문제성 도박 유병률(0.8%)과 중위험 도박 유병률(2.6%)을 각각 구분해서 기술하고 있더군요(8p & 45p table 4.1.0).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그냥 발표했네요. 무식하면 이렇게 용감해질 수도 있네요. 대단해요~
사감위에서 문제성 도박 유병률과 중위험 도박 유병률을 합쳐서 제시했다고 내놓은 자료는 이처럼 뒤집어 보면 하나도 근거가 없는 것들 뿐입니다.
제가 review해 본 바에 의하면 CPGI가 개발된 이후에 문제성 도박 유병률과 중위험 도박 유병률을 따로 구분하여 제시하는 유병률 조사 연구만 해도 영국(2007), 호주 Tasmania주(2005), 호주 Queensland주(2006~7), 호주 Victoria주(2004), 캐나다 Quebec주(2002), 캐나다 Manitoba주(2006), 캐나다 Saskatchewan주(2002), 캐나다 New Brunswick주(2001), 캐나다 Ontario주(2005), 캐나다 Newfoundland & Labrador주(2005)에 이를 정도로 많습니다.
사실
제가 황당해하는 부분은 이 자료를 작성한 실무진의 실수 내용이 아닙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자료가 그대로 외부로 발표될 정도로 사무처 직원, 사감위원, 사감위 전문위원들 어느 누구도 제대로 검증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 정말 문제이죠. 보고도 그대로 발표하게끔 통과시켰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사감위는 정말 희망이 없으니까요.
제가 일하는 기관의 경우 외부에 발주한 연구 용역이라고 하더라도 세 명의 전문가가 중간 중간 진행 과정을 검수하여 필요한 부분을 제언하고 중간 보고서와 최종 보고서 모두를 점검하여 잘못된 부분을 확인, 공유하고 그 윗선에서 다시 한번 점검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우리나라 도박중독문제를 총괄하는 국가 조직이 일개 기관의 검증 시스템만도 못한 모습을 자꾸 보여준다면 그런 어설픈 조직을 누가 믿고 따를 수 있겠습니까?
좀 더 분발해 주세요.
덧. 지금 하고 있는 꼴을 보면 그다지 희망이 보이지는 않습니다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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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9월 4일 토론회에서 CPGI의 타당도 검증을 제대로 했다는 사감위의 또 다른 반박 논리입니다.
'요인 분석을 실시한 결과, 표본 적합도(KMO)는 .909, Bartlett의 구상 검정치는 3939.808, 유의확률은 .000으로 나타났으며, 단일 요인 구조로 확인됨'
KMO(Kaiser-Meyer-Olkin) 측정치는 변인 쌍의 상관 관계가 다른 변인에 의해 얼마나 잘 설명되는가의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이 수치가 작으면 요인분석을 위한 요인의 선정이 좋지 못한 것이죠. 보통 .90이상이면 매우 좋은 편, .50 미만이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판정합니다.
.909라고 했으니 요인분석을 위한 요인의 선정은 제대로 했다는 것 이외에 특별한 정보는 없습니다.
또한
Bartlett 구상 검정치는 요인분석모형의 적합성 여부를 나타내는 수치로 상관관계행렬이 단위행렬이라는 영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측정치입니다. 영가설을 기각해야 요인분석모형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죠.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에서 영가설을 기각했으니 이제 제시한 요인분석모형을 사용할 수 있겠군요.
그래서요? 뭐 어쩌라고요?
요인분석을 위한 준비가 되었으니 이제 요인분석방법의 선택, 회전 방식의 선정과 근거 제시, 요인 회전 후 각 요인의 설명변량 제시, 각 문항의 요인 부하량과 공통분, 고유치의 결과표 제시와 문항 선택의 기준, 요인 분석 결과표를 제시해야죠.
달랑 KMO와 Bartlett 구상 검정치만 제시하고 단일 요인 구조로 확인되었다?
이거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도 유분수지, 통계 방법론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작성한 반박 논리 맞습니까?
더 웃긴 것은 그나마 제시한 논리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타당도 검증을 제대로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단일 요인 구조라고 했는데 미안하지만 DSM-IV를 기초로 제작되어 한국판 표준화 작업이 완료된 K-NODS의 경우 최소 4개의 요인(금단증상, 내성, 충동조절능력의 장애, 일상생활기능의 부적응이나 손상)으로 구성되어 있거든요.
CPGI가 단일 요인 구조라면 도박 중독이 아닌 다른 개념을 측정하는 것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도 타당도 검증이 되었다고요?
토론회에서 사무처장이 인정하지 못하는 소수를 이해시키기 위해 마련된 자리가 아니라고 윽박지르던데 그 자리에서 다른 어떤 토론자도 제대로 된 의견을 내지 않더군요. 그렇다면 다들 이런 엉터리 논리를 인정하고 받아들였다는 말인데 솔직히 교수로서 X 팔리지 않나요? 제가 사감위와 관련된 교수라면 얼굴도 못 들 것 같은데 말이죠.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는 쉽지 않지만 최소한 괴물은 되지 말아야죠. 그렇지 않나요?
사감위의 삽질은 앞으로도 쭈~욱 계속 됩니다.
덧. 사감위 때문에 포스팅거리가 끊길 일은 없겠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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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9월 4일 토론회에서 CPGI의 신뢰도 검증을 제대로 했다는 사감위의 반박 논리입니다.
'사행산업 이용실태 조사 및 총량 조정 연구(2008)'에 참여한 200명의 표본을 대상으로 2주 후 재조사를 실시하여 검사-재검사 신뢰도를 측정하였고 그 신뢰도가 r=.352(p<.000)가 나왔으니 검증이 되었다
타당도, 신뢰도 검증이 되었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 찾아낸 결과가 겨우 이것이라는 사실이 우선 안습이고 그나마 찾아낸 결과라는 것이 도리어 이 연구가 얼마나 엉터리인지를 입증하는 결과가 된다는 사실이 또 한번 안구의 쓰나미죠. 대체 사감위에는 바보들만 모인 건지, 이런 말도 안되는 수치를 맞다고 하는 위원, 전문위원들은 또 뭐랍니까?
물론 사감위의 신뢰도 계수는 통계적으로는 유의미합니다. 그래서 자랑스럽게 들고 나왔겠지요. 하지만 한꺼풀 벗겨보겠습니다.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통계 분석에서 상관계수를 제곱한 후 100을 곱하면 설명량이 %로 산출됩니다(이해를 돕기 위해 아주 간략하게만 설명하겠습니다). .352를 제곱하면 0.123이 나오고 여기에 100을 곱하면 12%가 됩니다. 이게 무슨 의미냐 하면 2주 전에 실시한 CPGI 결과는 2주 후에 실시한 CPGI 결과를 12%만 설명한다는 말이 됩니다. 그럼 88%는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설명하지 못하는 겁니다.
즉
사감위에서 사용하는 CPGI로 측정을 했더니 2주 전에는 문제성 도박자로 나왔는데 2주 후에 똑같은 사람에게 다시 실시해 보니 정상으로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죠. 이런 고무줄 같은 잣대가 제대로 된 도구라고 계속 빡빡 우깁니다. 12%의 검사-재검사 신뢰도를 보이는 검사 도구를 뭐하러 사용합니까? 그냥 동전 던지기로 정하는 것이 낫습니다. 앞면이 나오면 도박 중독자, 뒷면이 나오면 정상이니까 계속 도박을 하라고 하면 됩니다.
참고로 사회과학분야에서 인정하는 검사-재검사 신뢰도는 최소 r=.79에서 .99입니다(Lisa Friedenberg, 2004). 사감위원이나 전문위원이 이런 기본적인 것을 알고도 모른 척했다면 직무 유기요, 정말 몰랐다면 자격이 없는 것이죠. 이 정도의 통계적 상식도 없는 사람이 무슨 교수랍니까?
그럼 2004년도에 한국마사회 용역으로 실시해 한국판 표준화가 된 도구인 K-NODS의 검사-재검사 신뢰도는 얼마일까요? r=.893입니다.
r=.352의 검사-재검사 신뢰도를 신뢰도 검증의 결과라고 내놓는 사감위를 보면 대가리를 땅에 파묻고 사냥꾼이 지나가기만을 바라는 들꿩이 생각나서 참으로 안쓰럽습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_-;;;
사감위의 안쓰러운 좌충우돌 횡설수설기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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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예상했던 대로였습니다. 제 예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더군요(그러게 자료부터 공개한 다음에 참석해야 한다니까 ㅠ.ㅠ).
공청회에서 계획안의 토대를 이루는 연구의 문제점을 지적한 토론자가 거의 대부분 참석했지만 그토록 한 목소리로 요구했던 연구 자료는 하나도 공개하지 않았으며 공청회에서 지적한 사항에 대한 사감위의 반박 자료만 현장에서 배부되었습니다. 사전에 자료를 받은 사람, 기관이 하나도 없더군요. 그렇게 자료를 미리 달라고 이야기를 했건만 바뀐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기획총괄팀의 담당 직원이 진행을 한답시고 마이크를 잡더니 공청회에서 문제를 제기한 토론자들에게 그 때 제기한 문제를 다시 한번 이야기해보라고 (고압적으로) 이야기했다가 한양대 김종 교수에게 서두부터 한소리를 들었습니다. 쯧쯧쯧.... 토론자를 청해놓고 그러면 안 되죠. 면박 주려고 부른 것이 아니잖아요? 그 날 공청회에서 기분들이 어지간히 상했나 봅니다.
결국 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류광훈 실장(아마도 반박 자료를 만드신 듯)이 공청회에서 제기된 문제점과 그에 대한 반박 논리를 설명하고 토론자들이 이를 이어받아 토론하는 식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유병률 문제와 총량 조정 문제 두 가지만 다루겠다고 했는데 사실 상 유병률과 총량조정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분들이 많다 보니 역시나 토론이 계속 겉돌았습니다.
해당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박터지게 써도 모자라는 천금같은 3시간을 이런 지엽적인 주제로 시간을 낭비한다는 성토(토론 주제가 그것인데 그렇다면 대체 왜 나오신건지),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을 위해 무엇을 감수해도 모자란다는 감정적인 주장(그걸 누가 모른답니까? 지금 이 상황에서 그 이야기를 왜 또 꺼낸답니까? 혼자만 착한 사람 되려는 것도 아니고 이건 순진하다고 해야할 지)도 역시나 빠지지 않았습니다. 규모만 작았지 공청회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습니다.
가장 황당한 것은 토론자의 자료 요청에 대해 거의 실소로 응수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대체 어디에서 코딩 자료까지 공개를 하느냐더군요. 관례 상 없답니다. 제가 이래서 교수를 싫어하는 겁니다. 학문, 연구에 대해 논하는 것도 인신공격으로 받아들이는 교수가 많거든요. 제가 알기로 학위 논문만 하더라도 연구 원자료는 5년 이상(정확한 것은 아닙니다만) 보관해야 하고 필요 시 언제든 제출해서 검증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제 학위 논문만 하더라도 원자료를 7년 보관하고 폐기했습니다. 코딩된 통계 분석 자료는 아직도 보관하고 있고요. 그런데 하물며 우리나라 도박 중독 분야의 앞날을 좌지우지할 중요한 계획안의 근간을 이루는 연구인데 자료 공개를 안 하다니요.
여기에서 개인적인 이야기 좀 하겠습니다. 제가 요새 아는 선배님이 공군의 프로젝트를 하나 맡아 진행하는 것을 돕고 있습니다. 연구비가 2천만 원도 안 되는 작은 프로젝트입니다. 모든 프로젝트에는 담당관이 matching되어 일체의 프로젝트를 관할할 뿐 아니라 프로젝트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연구가 제대로 진행되는지 공군사관학교의 방법론 담당관이 모든 원자료를 점검하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조만간 내용 분석자료와 2차에 걸친 pilot study, 그리고 통계 분석 결과를 정리해서 중간 제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이게 당연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사감위는 왜 그렇게 못 믿느냐, 각자의 이익을 떠나서 신뢰하라고만 합니다. 도박 중독자도 말로는 도박을 끊을 수 있다, 나만 믿으라며 큰소리 탕탕치지만 도박에 탐닉하는 행동을 그만두지 못합니다. 그러니 도박 중독자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그를 평가할 수 밖에요. 뭐 그렇다고 도박 중독자와 사감위가 동급이라는 것은 아니고요.
미안하지만 사감위는 지금까지 믿을 만한 행동을 보여준 것이 별로 없습니다. 사감위에게 실망했던 사건만 정리해도 책 한 권까지는 못해도 소책자 한 권은 나올 겁니다. 그래서 자료 공개 요청을 하는 것인데 정말로 끝까지 하지 않으려나 봅니다.
외부 교수로 참석하신 분들도 개인적으로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오늘 토론회의 주제와 맞지 않는 예의 그 재활 이야기를 또 꺼내거나(물론 나중에 유병률 관련해서 좋은 말씀도 있었지만 Shaffer의 2004년도 연구를 잘못 이해하고 계시는 것 같더군요. 그건 나중에 이야기 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왜 유병률 문제로 갑론을박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발언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건 이 토론회가 왜 열리게 된 것인지에 대한 배경에 대해 모르고 참석했다는 것인데 개인적으로 참 암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바는 아니지만 사행산업체의 입장에서 교수님이 이해하시기 편하게 작금의 상황을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갑자기 교육부에서 요새 상아탑의 학력 저하가 심각하니 문제가 되는 교수의 수를 줄이겠다고 발표합니다. 그런데 그 방법이 '대종평'이 아닌 학부모 인기투표를 통해서 매년 1/10의 교수를 강제로 자르겠다는 것이지요. 그런 상황에서 '아니 실력 없고 학생들의 등록금만 축내는 교수를 내보내서 학력 신장을 하겠다는 것인데 왜 갑론을박하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한다면 어떠시겠습니까?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입장과 명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소한 상대방의 입장에서 역지사지를 하고 인식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마음가짐이 없다면 공청회든 토론회든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물론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지요. 왜 사감위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느냐고, 시간과 비용의 제약을 감안하고 대안을 이야기하라고.. 옳은 말씀입니다. 저도 역지사지를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렇게는 못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이 계획안은 사감위를 위해서가 아니라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의 미래가 걸려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돈이 많이 들고 시간이 많이 걸려도 핑계대지말고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토론회가 끝나고 참석자들이 서로 인사하고 사담을 나누는 시간에 듣게 된 이야기인데 사감위 계획안을 만드는데 사용된 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2008년도 연구 결과 보고서가 아직도 안 나왔답니다. 사감위원들의 치열한 난상토론과 고심을 거쳐 나온 계획안을 떠 받치는 연구 결과 보고서를 분과 위원장도 아직 본 적이 없답니다. 그렇다면 대체 무슨 자료를 갖고 계획안을 만드신 것인지 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 못하겠습니다.
게다가 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류광훈 실장 말이 더 기가 막힙니다. 아직 인쇄 중이랍니다.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그 연구 6월에 이미 종료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2달 동안 인쇄하고 있나요? 그래서 문서 파일이라도 달라고 했더니 역시나 절대로 안 된답니다. 왜 안되는지는 며느리도 모릅니다. 별들에게 물어봐도 아마 모를겁니다.
사행산업체를 파국으로 몰아가고(시뮬레이션 결과가 그렇습니다. 사감위에서는 계획안에 대한 시뮬레이션 조차 안했죠) 그러면서도 도박 중독자 수를 정말 줄일 수 있을 지 심히 우려되는(개인적으로 이 계획안대로라면 불법 도박 시장이 엄청 팽창할거라 예상합니다) 종합 계획안을 만드는데 사용된 연구 보고서를 사감위의 어느 누구도 본 적이 없답니다. 역시나 제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불가입니다.
도박 중독에 대해서, 도박 중독 현장에 대한 경험이 거의 전무한 사람들이 모여서 끝도 없이 하는 변죽을 울리는 이야기들... 그리고 결론은 없고, 자꾸 배는 산으로 가는 것 같은데 정작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은 핵심에서 빠져 있는 이야기들.... 이제는 좀 지겹고 지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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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준화 절차를 거쳤다고 하면서 소개한 사감위의 번안절차입니다: 1차 번안(한국문화관광연구원) -> 전문가 자문(선행연구 수행 전문가) -> 유관기관 의견수렴 -> 최종 확정
-> 이것 참 어디에서부터 설명을 해야 할 지 모르겠는데 일단 위의 절차는 번안(adaptation)이 아닌 단순번역(translation)입니다. 일반적인 번안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번역자와 역 번역자의 전문성 유무, 그리고 과정의 절차정당성 확보입니다. 1차 번역을 도박 중독 평가 도구에 대해 문외한인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에서 했다는 것부터가 에러입니다. 당연히 해당 전문가가 했어야죠. 그리고 전문가 자문을 받았다는데 보통 대규모의 표준화 작업에서는 위원회를 만드는 것이 통상적(보건복지부의 '2001 주요 정신질환의 한국판 진단도구의 개발과 역학적 연구' 참조)입니다. 그런데 도박 중독 전문가가 아주 드문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제가 모르는 전문가 pool이 만들어졌을리가 없는데 저는 제 주변의 어느 누구도 그런 자문을 수행했다는 말을 들은 바가 없습니다. 게다가 선행 연구 수행 전문가가 누굽니까? 2006년도 연구를 수행했던 연구원인가요? 저는 모르겠습니다. 유관기관 의견수렴이라는 것은 더 어처구니없는 것이 달랑 개인 메일에 첨부 파일로 번역문을 보내놓고는(그것도 다른 기관에만 보낸 것을 알게 되어 보내달라고 졸라서 받았습니다. 안 졸랐으면 안 보내려고 했나 봅니다), 내일까지 회신 없으면 의견 없음으로 처리하겠다고 해서 그날 제가 일하는 기관의 모든 전문가가 밤늦게까지 의견서를 작성했습니다. 그게 의견 수렴입니까? 그리고 나서 곧장 최종 확정? 역-번역은요? 동등성 검토 과정은요? 문항 평가는요? 이래놓고 표준화가 잘 되었으니 믿어라? 대체 신뢰할 수 있게 행동해야 안심하고 사감위를 믿고 제 본연의 일에 집중할 수 있지요. 저도 그만 신경쓰고싶습니다. 제발 그렇게 좀 해주세요!!!
* 영국을 포함해 해외에서도 도박 중독 유병률 조사 시 '문제성 도박자'와 '중위험 도박자'를 포함하여 도박중독 유병률을 측정한다고 주장합니다.
-> 일단 영국에서 2007년(현재 가장 최근에 나온 prevalence survey입니다)에 내놓은 'British Gambling Prevalence Survey 2007'을 보면 문제성 도박자와 중위험 도박자를 엄격하게 구분해서 사용하고있습니다. CPGI에서는 8점이 넘어야 문제성 도박자로 분류되는데 이 report에서는 아예 표에서 8점에 구분선을 그어 문제성도박자와 그 나머지를 구분하고 있습니다(79p table 4.5 참조). 류광훈 실장은 2003년 영국 콜롬비아 문제성 도박 유병률 조사를 근거로 들고 있는데 이 자료는 제게 없어서 확인 불가능하지만 2003년에는 포함하다가 2007년에는 구분하고 있다면 어느 연구를 근거로 삼는 것이 타당한가요? 아이들도 답할 수 있는 문제라고 봅니다.
-> 또한 2006년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문제성 도박 유병률 조사도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것도 제게 없어서 확인을 못했습니다만 2005년 조사는 있어서 살펴 보니 구분하고 있더군요. 1년 사이에 포함하는 것으로 바뀌었나 봅니다. -_-;;;
-> 캐나다 도박문제 전 국민조사(2005)도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건 제가 갖고 있어서 확인을 해 봤습니다. 이 조사는 류광훈 실장 주장대로 문제성 도박과 중위험 도박을 함쳐 combined prevalence를 산출해 사용하고 있습니다.그런데 자세히 보면 문제성 도박으로 분류되는 집단의 sample size가 너무 작기 때문에 중위험 도박 집단과 합쳐 제시한다고 되어 있고 bootstraping을 통해 중위험 도박 집단에서 역으로 문제성 도박 유병률을 추정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그러니까 문제성 도박과 중위험 도박을 합쳐 제시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도박 중독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도 아니고 단순히 문제성 도박 집단의 표본 크기가 너무 작아서 기술적인 사용 상의 편의를 위해 중위험 집단과 합쳤다는 것이죠.
-> 류광훈 실장이 근거로 댄 survey가 5개인데 그나마 근거가 빈약하죠. 저는 최소한 문제성 도박 유병률과 중위험 도박 유병률을 구분해서 사용한 prevalence survey를 당장 30개는 댈 수 있습니다. 뭐 양으로 압도해서 어떻게 해보자는 것은 아닙니다(웃음).
-> 보다 근본적인 차이를 간과해서는 안 되는데 외국의 경우 문제성 도박 유병률과 중위험 도박 유병률을 합쳐서 사용해도 상관이 없는 이유가 유병률이 사행산업체를 규제하거나 기금을 각출하는 근거로 사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병률은 일반인들의 도박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예방 계획 수립 등의 실태 자료로 사용될 뿐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죠. 그러니 사행산업체의 종사자들이 길길이 뛰면서 제대로 된 도구와 수치를 사용하라고 요구하는 겁니다. 거기에다 대고 유병률이 6.5%면 어떻고,9.5%면 어떠냐는 무책임한 말을 하면 돌 맞습니다.
* CPGI가 아닌 NODS나 MAGS를 사용하더라도 우리나라가 외국보다 2~3배 이상 도박 중독 유병률이 높다
-> 이거 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류광훈 실장이 자신있게 이야기한 내용이고 토론회의 참석자들도 대부분 긍정하던데....서구하고 비교했을 때만 그렇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아시아권에서 조사된 survey의 결과는 우리나라가 더 낮습니다. 예를 들어 MAGS 기준으로 싱가포르 4.1%(2004), 마카오 4.3%(2003), 홍콩 5.3%(2005)인데 비해 우리나라는2.6%(2004), 3.8%(2008)로 현저히 까지는 아니더라도 도박 산업이 존재하는 인근 아시아권 국가에 비해 낮은 수준입니다. 참 궁금한 것이 우리나라는 아시아권에 속해 있는데 왜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미국같은 서구 국가하고만 비교를 하나요?
더 반박하고 싶지만 자료 공개를 안 하는 상황에서는 억측이 될 수 있어 이 정도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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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사감위에서 내놓은 종합발전계획안의 핵심은 도박 중독 유병률을 줄이는 것이며 실제로 총량제 설정의 보정 기준으로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사감위 계획안에서 도박 중독 유병률을 측정하기 위해 사용한 측정 도구는 CPGI인데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면 이 한국판 CPGI는 너무나 문제가 많기 때문에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첫째, 표준화의 문제가 있습니다. 2001년에 Ferris & Wynne이 캐나다에서 CPGI를 개발할 당시 자국의 사회적, 문화적, 정서와 배경이 반영되도록 심혈을 기울여 무려 3년에 걸친 연구 기간과 엄밀한 타당화 과정을 거쳤습니다. 특히 이들은 다른 언어 사용 국가에서 CPGI를 사용할 경우에는 자국에서 개발하는 정도의 과정을 거치도록 엄중히 권고하고 있는데
국내의 CPGI는 이런 표준화 과정을 제대로 거친 것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사감위의 일각에서는 표준화 과정을 거쳤다고 주장하지만 2006년 문광연 연구에 대한 문제 제기 이후 2008년 2월에 관련 기관에 검토를 요청한 CPGI 번역문을 보면 '번안'이 아닌 단순 '번역'에 그치고 있으며 그마저도 적절한 '번역-역번역', '동등성 검증', '번역자 전문성 검증' 등의 과정을 제대로 밟지 않고 생략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2006년 연구에서 내적 일관성 신뢰도만 산출한 것에 대한 비판을 받고 이를 수정했다고는 하나 교차 타당화를 비롯해 제대로 된 신뢰도, 타당도를 산출하지 않았을 것으로 의심됩니다. 사감위에서 이 부분에 대해 떳떳하다면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검증을 받으면 됩니다.
둘째, 척도 자체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CPGI를 제외한 국내 도박 중독 진단 척도는 모두 '그렇다/아니다'의 이분 척도(dichotomous scale)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K-NODS, K-MAGS의 경우에는 모두 10 가지 진단 기준 중 5 가지 이상에서 '그렇다'고 대답해야 병적 도박자로 진단되는 데 비해 CPGI는 '간혹 그렇다'라는 애매한 범주에 1점이 부여되고 '대체로 그렇다'에 2점이 부여되므로 9문항 중 단 3문항에만 '간혹 그렇다'로 응답하면 이미 기준인 3점이 넘어 '중위험 도박자'로 분류되는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즉 CPGI를 사용할 경우 이미 유병률이 과다 추정되는 것으로 알려진 SOGS와 마찬가지로
유병률 과다 추정의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사감위 계획안에서는 CPGI가 이분 척도가 아닌 4점 Likert 척도이기때문에 타당성이 높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 주장이 얼마나 근거가 취약한 지는 기존 국내 연구만 살펴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K-NODS, K-MAGS의 경우 도박 중독 유병률이 2~5%로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비해 CPGI는 최근 연구만 봐도 1.6%(2006)에서 9.5%(2008)에 이르기까지 6배까지 차이가 나고 있어
안정성이 매우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셋째, 적용 대상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원래 CPGI는 개발할 당시 DSM-IV의 병리적 기준을 일반인에게 적용하는 것에 대한 비판에 의해 대안적인 도구로 개발된 것으로, 진단보다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예방정책의 수립 및 시행에 대한 도움을 얻기 위한 목적이 강하므로
일반인을 대상으로만 사용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사감위 계획안에는 총량제 설정의 보정 기준으로 사행산업 별 이용자의 문제성 도박 비율을 추정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데 그렇게 사용하면 안 됩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사행산업 별 문제성 도박자의 비율을 산출해 정책에 반영하는 나라가 없습니다. 또한 그 수치를 유병률이라고 명명해서도 안 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룸살롱만 대상으로 조사해서 산출한 알코올 중독자의 비율을 알코올 중독 유병률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넷째, 사용 범위의 문제도 있습니다. 이번 계획안에 가장 많이 인용되는 도박 중독 유병률은 2008년 문화관광정책연구원에서 내놓은 9.5%인데 이는 '문제성 도박자'와 '중위험 도박자'의 비율을 합산한 수치입니다.
CPGI를 사용한 세계 어느 유병률 조사를 보아도 '문제성 도박자'와 '중위험 도박자'의 비율을 합산한 수치를 사용한 연구가 없습니다. CPGI 8점 이상인 문제성 도박자의 유병률만 대표적인 수치로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런 선진국의 선례를 따르자면 9.5%가 아니라 2.3%라고 해야 합니다. 이는 비슷한 시기에 다른 측정 도구에 의해 측정된 유병률에 비해 오히려 낮은 수준입니다. 사실 이것도 CPGI 문제성 도박자 범주와 다른 진단 도구의 병적 도박자 범주가 개념 상 동일한 것인지에 대한 검증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CPGI의 문제성 도박자 범주를 유병률 추정에 사용해도 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개발된 다른 측정 도구와 달리 CPGI는 '내성'과 '추격매수'를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기존의 다른 진단도구들과 겹치는 부분이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문제가 많은 한국판 CPGI는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제가 일하는 기관에서도 도박 중독 평가 도구로 K-MAGS, K-NODS를 사용하고 참고 삼아 SOGS를 사용하지만 CPGI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정말로 문제가 많은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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