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 한 구석에 짐을 쌓아두고 한 손에는 캠코더, 다른 손에는 디카를 들고(무슨 쌍권총도 아니고~ -_-;;;) 슬슬 걸어서 내려갔습니다. 햇볕은 따사롭고 2월 초인데도 살랑거리는 바람에서 봄냄새가 나더군요.
앞에서 말씀을 안 드렸지만 이번 일본 여행은 평소와 달리 찍어온 사진이 많지가 않습니다. 제가 게을러서가 아니라 일본의 전압이 110V라서 2박 3일의 짧은 일정을 핑계삼아 충전기를 들고 가지 않았더니, 아뿔싸~ 그새 디카에 꽂아둔 것을 포함해 예비 배터리까지 방전이 되어 여행 내내 간당간당 하더군요. 그래서 최대한 아껴서 찍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특히 긴린코 호수에서는 바람이 심하게 부는 통에 기온이 내려가 그나마 불안정한 배터리가 계속 먹통이 되더군요. 쩝...
어쨌거나 이점 감안해주시고...
유후인은 인력거와 자전거를 비롯해 다양한 탈 것을 이용할 수 있지만 걸어다녀도 충분할 정도의 넓이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곳저것을 누비면서 진면목을 캐보기를 권해드립니다. 저희도 중간 중간에 지도를 펴서 목적지만 확인했을 뿐 온통 골목길을 누비며 돌아다녔습니다.
저희가 묵었던 호테이야 료칸에서 긴린코 호수가 가까웠기 때문에 우선 거기부터 들르기로 했습니다. 긴린코 호수는 온천수가 흘러들어 만들어진 호수이기 때문에 한겨울에도 물이 따뜻합니다. 새벽녘에는 기온과 수온의 차이로 생긴 안개가 호수를 감싸면서 몽환적인 풍경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그것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 호수를 찾는 관광객이 많죠. 저희는 그렇게까지 부지런을 떨지는 않았습니다만...
하여간 저희가 도착한 무렵에도 자욱하지는 않았지만 안개가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흩날리는 모습이 멋지더군요. 호수 주위에는 예쁘게 생긴 카페들과 샤갈 미술관(당연히 짝퉁이고 기념품 상점이라고 봐야 하지만)이 빙 둘러 있습니다. 온천수임에도 불구하고 물고기들이 살고 있어서 좀 놀랐습니다. 수온에 맞는 물고기를 풀어 넣은 것인지.
호수를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캠코더의 이미지 촬영 기능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ㅠ.ㅠ 보시다시피 커다란 거위들이 주위를 돌아다닙니다. 이 녀석들 사람을 무서워하기는커녕 가는 길을 막고 꼼짝도 않는데다가 오히려 먹을 것을 달라고 따라다니기까지 합니다. 애들이 기겁할 정도로 크더군요.
호숫가를 돌아다니다보니 다리도 잠시 쉴 겸 맛있는 커피가 생각나더군요. 호숫가에 카페들이 많지만 뭐랄까요~ 너무 틀에 박힌 노천 카페 분위기라서 좀 색다른 곳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호기심 많은 보니데 덕분에 이번 여행의 최대 수확인 Caravan Cafe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크하하~ 이 Cafe 정말 강추인 곳입니다. 유후인에 가시면 반드시 들러보셔야 합니다. 그럼 소개 들어갑니다.
긴린코 호수에서 샤갈 미술관 뒷편으로 나와 걷다 보면 길가에 안내 표지판이 하나 보입니다.
골목 안쪽에 건물이 보입니다. 사실 웬만한 호기심이 아니면 들어가 보게 생기지 않았죠. 역시 대단한 보니데... 들어가 보니 오오~ 멋지게 생긴 아저씨 한 분이 정원에서 전지 가위로 가지치기를 하고 있습니다. 아저씨에게서 풍기는 분위기의 오오라가 장난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기로 했습니다(뭐얏~).
무려 1975년에 문을 연 카페라니 이게 사실이라면 32년이나 되었네요. @.@
Caravan Cafe는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 카페로 주인 아저씨가 가지치기를 하던 정원도 있습니다. 햇빛이 따뜻할 땐 정원에 나와 커피를 마셔도 좋겠더군요.
입구가 보이는 안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아저씨가 가지치기를 하던 정원입니다. 겨울 끝무렵이라서 그런지 화사하지는 않습니다만 햇살은 정말 따사롭네요.
테이블도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각종 화초와 에쁜 장식품, 방명록까지 준비되어 있습니다. 실내에는 감미로운 클래식 음악(선곡도 good입니다)이 흐르고~
모든 커피는 커피콩을 바로 갈아서 그 자리에서 dripping을 해서 줍니다. 그리고 커피콩도 따로 팝니다(900엔). 사진에 보이는 빨간색 봉지가 판매하는 커피콩입니다. 저희도 한 봉지 사와서 가끔 커피 생각이 나면 갈아서 내려마시곤 합니다.
짜잔~ 멋쟁이 주인 아저씨입니다. 잘생기셨죠? 수염도 멋집니다. 분위기가 아주 제대로인데다 친절하고 위트까지 넘칩니다.
카페 안이 정말 예쁩니다. 한쪽 구석에는 다양한 악세서리와 소품도 구경하고 구입할 수 있는 코너가 있습니다. 저희는 카페오레(600엔), 카라반 블렌드(450엔), 베트남산 루비마운틴(600엔)하고 아저씨가 추천해주신 브랜디 조각케익(250엔, 정말 환상적인 맛입니다. 강추!!!)을 주문했습니다. 한국 사람이 번역을 해 주었는지 한국말로 된 메뉴가 따로 있더군요. 중간 중간에 어색한 번역을 여러 번 고친 흔적이 있더군요. 들르는 한국 사람마다 덧붙였나 봅니다. ^^
방명록에 글도 쓰고 여유롭게 오전의 여유를 즐겼습니다.
누군가 그려준 주인 아저씨의 초상화도 벽에 걸려 있어 운치를 더하고,
화장실 문앞의 장식도 범상치 않습니다.
아아~ 세면대마저도 예쁩니다.
나중에 은퇴해서 이런 카페를 북카페로 만들어서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꿈꾸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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