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을 빠져 나오니 외벽이 스커트를 펼친 모습같아 '대성당의 귀부인'으로 불리는 Cathedral을 만나게 됩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보니 정말 스커트를 넓게 펼친 모습처럼 보이네요.
시간도 없고 해서 Cathedral에는 들어가지 않고 바로 앞 Mayor 광장의 노천 카페에서 가이드님이 사 주신 아이스 커피를 마시면서 잠시 쉬었습니다.
지나다니는 스페인 사람들을 보니 남자들은 유럽 사람치고는 키가 별로 크지 않던데 그래서 그런지 위압감이 덜하네요. 게다가 터키 여행 때와 달리 훈남보다는 배가 볼록 나온 남자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여자들도 전반적으로 체형이 크고 골반이 넓더군요(자세히도 봤다;;;). 육식을 많이하는 식습관 때문에 그런걸까요?
한국에서는 거의 그런 적이 없는데 가을철의 스페인은 확실히 엄청 건조한가 봅니다. 하루도 안 지났는데 입술이 터서 따갑더군요. 가을철에 스페인 가시는 분들은 립밤이 필수품일 것 같습니다.
잠시 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로마 수도교를 보러 갔습니다.
늦은 오후의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햇살은 따갑습니다;;;
저는 좁고 오래된 골목길을 참 좋아합니다. 앵글도 마음에 들고 스쳐가는 바람 냄새도 마음에 들고 고요한 정적마저도 사랑스럽거든요. 그래서 골목길을 만나면 자동적으로 카메라에 손이 갑니다.
로마 수도교(El Acueducto)는 생각보다 훨씬 웅장했고 경관이 압도적이었습니다. 수도교는 말 그대로 다리 위에 물길을 만든 것인데 저 지평선에 보이는 산으로부터 물을 끌어왔다고 합니다(다리의 맨 윗층이 물길). 론플에는 전체 길이가 894m(다른 가이드북에는 728m)라고 나와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2만 여개의 벽돌을 접합재나 접착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쌓아올렸다는 것이죠. 1세기 후반의 건축물인데도 전혀 손상되지 않았습니다.
가장 높은 부분이 29m나 된다고 하는데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아찔합니다.
어느새 해가 서산에 걸렸습니다. 확실히 가을철이라서 그런지 그늘에만 들어오면 서늘합니다.
오후 6시 30분차를 타고 마드리드로 출발했습니다. 세고비아에 갈 때는 시간을 재는 것도 잊어버렸는데(가이드 투어의 폐해;;;) 돌아올 때 체크해보니 대략 1시간 30분 정도 걸리네요.
마드리드에서 버스를 이용해 세고비아로 가시는 분들은 참고하세요.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862
세고비야시의 로터리에 있는 동상인데 아마 시장(Mayor)의 것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접시로 자를 만큼 새끼돼지 통구이가 연하다는 걸 강조하는 것 같죠. 예전에는 접시로 잘라 서빙하고 벽에 던져서 깨뜨리는 퍼포먼스도 했다고 하는데 요새는 안 합니다. 당연하겠지요. 접시값이 아까우니;;;;
멀리 카테드랄(Catedral)이 보입니다. 언덕길은 그리 가파르지 않지만 직사광선이 강렬해서 좀 덥기는 합니다. 그래도 점심을 먹고 슬슬 걸어갈만한 거리입니다. 세고비아는 작은 도시라서 어디든 도보로 이동할 정도입니다.
카테드랄 옆의 골목길로 걸어가다보면 반대편에 보이는 올리브 숲입니다. 가끔 빈집도 보입니다.
거리는 한산하고 조용합니다. 오랜 역사가 그대로 느껴지는 골목길이죠.
일본인이 얼마나 많이 방문하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표지판입니다. 이런 걸 볼 때마다 국력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아쉽고 그렇습니다.
여기서 가이드가 문제를 내더군요. 벽에 뚫린 구멍의 기능이 무엇인지, 적을 막기 위한 총안구다, 끓는 기름을 부어서 적을 물리치던 구멍이다 이런 저런 아이디어가 많았지만 정답은 성벽을 쌓을 때 인부들이 발을 디디는 널판지를 꽂았던 구멍이라고 합니다(별 거 아니잖아!!). 그 구멍에 비둘기가 둥지를 틀기 때문에 틀어 막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동물 보호 차원에서 놔두기도 한다고 합니다.
멀리 알카사르(Alcazar)가 보입니다.
성벽을 따라 조명을 설치해서 밤에는 멀리서 보면 근사할 것 같습니다.
사진에는 잘 안 보이지만 햇살이 워낙 강렬해서 거의 대부분의 창문에는 창문을 모두 가릴 만큼 커다란 차양이 달려 있습니다. 낮에도 방이 어두컴컴하겠더군요.
알카사르 앞에 있는 기념품 점입니다. 사실 이 사진은 3층의 꽃으로 장식된 창이 예뻐서 찍은 것인데 가이드가 세고비아에는 원래 악기가 없는데 어떤 유래인지 세고비아 기타가 유명하다는 말이 어디에서부터인가 퍼지면서 그 때부터 세고비아의 기념품점에서 기타를 팔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해 줘서 재미있어서 올렸습니다.
알카사르에서 본 세고비아시의 초입 모습입니다. 상당히 황량한 벌판에 도로만 연결되어 있지요. 스페인에는 높은 나무가 별로 없고 거의 낮은 올리브 나무만 주로 자라기 때문에 경관이 대체로 좀 쓸쓸합니다.
알카사르의 외성 모습입니다. 디즈니사의 만화 백설공주 성의 모델이라고 하는데 사실 콜럼버스가 투옥되기도 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가까이 가 보니 멀리서 볼 때처럼 그렇게 우아하지는 않더군요.
외적을 막기 위한 해자라고 하지만 이건 그냥 뭐 절벽 위에 성을 쌓고 다리를 놨다고 해야죠. 덜덜덜~
알카사르(Alcazar)의 입장료는 1인 당 4.5 유로입니다. 론플을 비롯한 모든 가이드북에서 4 유로라고 했는데 그새 올랐네요. ㅠ.ㅠ
알카사르의 입장 시간은 오전 10시에서 오후 7시(동절기에는 6시)입니다.
닫기
무기 전시실입니다. 아이들이 입는 전신갑주가 인상적이었어요.
말까지 갑옷으로 완전무장했네요. 갑옷의 무게로 장거리 이동은 불가능했을 듯. 저러니 날랜 이슬람 경기병대에 박살이 날 수 밖에 없었겠죠.
테피스트리입니다. 테피스트리는 털실로 짠 그림인데 예술품이면서 겨울의 찬 바람을 막기 위한 방한 도구로도 사용되었다고 하네요.
화로(?)
천장이 참 아름답죠. 자세히 보면 이슬람 문화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독특한 문양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사벨라 여왕과 대공이 앉았던 자리입니다.
이사벨라 여왕의 침실입니다. 중후한지는 몰라도 분위기가 참 무겁더군요.
스테인드글라스가 참 아름답더군요. 대성당에 있는 것들처럼 화려하지는 않아도 색감이 참 강렬하게 느껴졌습니다.
환기구인지 지하감옥으로 향하는 통로인지 헷갈렸던 구멍~ 들여다봐도 너무 컴컴해서 바닥이 보이지 않더군요.
알카사르 끝에 마련되어 있는 정원입니다. 참 아기자기하고 아담하죠.
성의 반대편 역시 거대한 해자(거의 계곡 수준)로 둘러쌓여 외적이 쉽게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방어탑의 위용~
가이드에 따르면 까를로스 5세가 직접 사용했던 석궁이라고 하네요. 왕이 사용하던 것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엄청 정교하고 화려해보입니다.
알카사르에 있는 군사 박물관에는 대포와 같은 병기 뿐 아니라 그 당시의 전장을 묘사한 다양한 미니어쳐가 진열되어 있습니다. 나중에 보니 기념품점 등에서 팔기도 하더군요;;;;
알카사르가 세고비아의 서쪽 끝에 위치하고 있어 걸어서 다시 시내 중심가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골목이 좁다보니 마을 버스도 이처럼 도로폭에 맞는 앙증맞은 크기입니다. 귀엽죠?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