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의 유병률이 갑자기 증가한 것도 아닐텐데 제가 수련받던 때와 비교해서 ADHD 의심으로 심리평가를 받으러 정신과나 관련 기관을 방문하는 사례가 최근 몇 년 사이에 말 그대로 폭증했습니다.
보건 복지부의 관련 예산이 증액되었다는 이야기도 솔솔 흘러나오고 있고 그러다보니 정신보건센터에서 학교마다 주의력을 측정할 수 있는 screening tool로 바다 밑바닥을 저인망으로 훑듯이 폭격하여 한 반에 주의력 문제로 further evaluation을 받으라는 권고를 받는 아이들이 많게는 20%에 육박한다는 말도 들려옵니다.
이 정도 되면 오히려 사람이 병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그건 그렇고 어쨌거나.
기왕 ADHD가 의심되어 심리평가를 받으러 왔다면 정확하게 평가해서 진단을 내려주는 것이 옳을 것이고 그래서 저는 아래의 검사는 꼭 실시하라고 합니다.
* 부모가 아동의 주의력 문제를 평가할 수 있는 관찰형 tool : KPRC, KPI-C, K-CBCL, Conners 등
* 지능 검사 안에 포함된 주의력 소검사 : '숫자 외우기', '산수'
-> 나중에 별도의 포스트에서 말씀드리겠지만 K-WISC-IV가 나오면서 이 부분이 골치아프게 되었습니다.
* 기구를 사용하는 주의력 전문 검사(CPT) : TOVA, GDS, ADS 등
이 세 종류의 검사를 모두 실시해야 주 양육자가 보는 아동의 주의력 문제 정도, 지능 검사에서 잡아낼 수 있는 수준의 주의력 문제 정도, 전문화된 검사로 측정한 주의력 문제의 정도를 한 자리에서 비교 검증할 수 있습니다.
ADHD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평가하는 관찰형 도구는 없어도 주의력 전문 검사는 반드시 실시해야 합니다. 간혹 기관에서 예산 부족으로 인해 주의력 전문 검사 도구를 확보하지 못해 대충 다른 검사만 실시하고 보고서를 내는데 그러면 안 됩니다. 다른 전문 기관에 의뢰해야죠. 심리평가가 장난입니까?
그럼 현재 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ADS를 중심으로 주의력 전문 검사를 어떻게 실시하고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른 심리검사도 마찬가지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ADS 결과도 아동이 최선을 다했다는 보장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러자면 당연히 검사자가 ADS 실시에 능숙해야 하고
전체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검사자가 ADS도 직접 실시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일부 정신과 의원에서 병원에 돌아오는 몫을 늘리겠다고 ADS를 분리해서 따로 처방하고 간호사에게 실시하라고 한다는데 그딴 식으로 돈 벌고 싶습니까? 게다가 임상심리학자보고 간호사들의 검사 실시 교육을 해 달라고 요구한다는데 이 정도면 무례함이 도를 지나친거지요.
개인적으로 저는 임상심리학자가 아닌 인력이 실시한 ADS 결과는 신뢰하지 않는 편이고 경험적으로도 해석 불가능한 profile이 많습니다. 결과가 이상해서 물어보면 여지없이 임상심리학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실시한 경우가 대부분이더군요.
임상심리학자가 ADS를 실시한다고 해도 결과를 신뢰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CPT의 특성 상 지루하고 반복적인 자극 제시가 계속되다 보니 검사자가 뒤에서 지능 검사나 질문지를 채점하거나 개인적인 용무를 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안 됩니다.
아동이 정확하게 도구에 반응하고 있는지 지속적인 경계를 게을리하면 안 됩니다. 아동의 반응 패턴을 제대로 읽어내지 않으면 결과가 주의력 문제를 반영하는지, 자극 자체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멍하니 앉아 딴 생각을 했기 때문인지, 피곤해서 졸고 있어서 그런 것인지 구분할 수가 없습니다.
또한 예전에
'ADHD의 ADS 및 KEDI-WISC의 반응 특성 연구 요약'이라는 논문을 다룬 포스팅에서 의구심을 표시한 것처럼
ADS 결과에서 반응시간 표준편차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한 경우(특히 누락, 오경보 오류가 WNL 수준일 때),
주의력 문제가 있다고 섣불리 해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반응시간 표준편차는 반응 패턴의 비일관성을 반영하는데 이 비일관성이 주의력 문제 뿐 아니라 아동의 검사 태도와 피로도 등도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반응시간 표준편차 척도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한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전형적인 ADHD가 아니며 주의력 문제로 해석한다고 해도 근본적인 주의력 상의 문제가 아닌 불안, 우울 등 정서적 문제에 의해 주의력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포스팅이 너무 길어졌는데 세 줄로 요약하겠습니다.
1) ADHD를 진단하려고 한다면 반드시 세 가지 영역의 주의력 검사를 모두 실시할 것2) ADS는 임상심리학자가 직접 실시하고 검사 시 아동이 Best Practice를 내도록 주의를 게을리하지 말 것3) ADS의 '반응시간 표준편차'가 유의미한 수준일 때 ADHD로 섣불리 결론내지 않도록 극도로 조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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