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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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Road'로 2007년 퓰리쳐 상을 수상한 Cormac McCarthy의 1984년 작인 '핏빛 자오선'이 2008년 11월에 뒤늦게 국내에 소개되었습니다. 아마도 Road의 호평으로 인해 전작들이 뒤늦게 번역된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1848년 미국과 멕시코의 영토 분쟁에서 미국이 승리함으로써 국경선이 그어졌지만 멕시코 곳곳에서 인디언 반란이 횡행했고 거주민 보호를 위해 멕시코 정부에서 내건 상금을 노리고 달려든 미국의 용병들은 인디언도 닥치는대로 학살했지만 나중에는 멕시코인, 미국인 가리지 않고 머릿가죽을 벗겨서 상금을 약탈해갔지요.
이 소설은 그 암울한 시기를 시대의 격랑에 휩쓸린 한 소년의 냉혹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Road에 비해 훨씬 오래 전에 씌여진 소설이라서 그런지 문체는 좀 어색하지만 오히려 길이 덜 든 칼날을 맨 손으로 쓰다듬는 것처럼 등골을 찌르르 흐르는 듯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대신 원서의 표현이 그런지 아니면 역자가 그렇게 번역해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풍경을 묘사하는데 있어 지나치게 은유와 비유를 남발해서 한 눈에 들어오지 않더군요. 특히 초반에 그런데 속도감 있는 전개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좀 답답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마음을 내려놓고 천천히 눈으로 씹어가면서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미국의 평론가들은 McCarthy가 초현실적인 언어를 사용했다고 평했지만 저는 반대로 너무 현실적이라서 더 이상 덧붙일 묘사가 없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죽음을 이렇게 일말의 감정 투사도 없이 건조하게 묘사할 수 있는 작가가 또 있을까요?
구역질나는 인디언 학살 장면을 묘사한 부분을 읽으면서도 목이 졸려서 비명 한 자락을 토해낼 수 없는 그런 갑갑함이 느껴지는 소설입니다. 그런데도 그게 또 이 소설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 Road에 비해 완성도는 좀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Road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덧. 이 소설도 본 아이덴티티의 감독 리들리 스콧이 영화화한다고 합니다. 그래도 Road에 비해서는 기대감이 좀 덜하네요. ^^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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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대문학의 대표 주자 Cormac McCarthy의 소설 '로드(The Road)'를 북 크로싱합니다.
이 책에 대한 내용은
리뷰를 참고하시고요.
리뷰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매우 훌륭한 소설이기는 하지만 워낙 분위기가 어둡기 때문에 심적인 타격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취향이 아닌 분은 신중하게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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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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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끝없는 절망의 심연을 흘러가는 한가닥 희망의 불꽃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 절망의 심연이 너무나 깊어서 읽는 도중에도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고 꿈자리를 어지럽히고, 화창한 아침해를 맞으며 출근하면서도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희망의 불꽃이 꺼질까봐 노심초사하는 마음에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대재앙인지, 핵전쟁 이후인지 모르는 어느 미래의 지구에서 살아남은 부자의 여정을 그린 이 책은 아무 것도 살아있는 것이 없는, 생기라고는 그야말로 조금도 없는 차갑고 어두운 암흑의 땅에서 그나마 살아있는 생명체라고는 인간들인데 그 인간들마저 생존의 기로에 놓이면서 서로를 잡아먹을 수 밖에 없는 끔찍한 세상에 아버지와 아들을 던져 놓습니다. 게다가 아버지는 불치병을 앓고 있습니다. 그리고 점점 죽음을 향해 다가갑니다. 그리고 머잖아 이 참혹한 땅에 어린 아들만이 남겨질 겁니다. 아버지는 자신이 아들을 지키지 못하게 되어 아들이 잡아먹히기 전에 아들을 죽이고 자살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끊임없이 자문합니다.
산 자가 죽은 자를 부러워해야 하는 세상, 끊임없이 먹을 것을 찾아 움직여야 하고, 미치도록 외롭지만 섣불리 대답을 구하려하다가는 누군가의 밥이 될 수도 있는, 그래서 아무도 믿을 수 없고 끊임없이 의심해야 하는 궁극의 두려움이 지배하는 세상...
작가는 정말 끔찍한 현세의 지옥을 창조해 놓았습니다.
2007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이 책은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원작자이기도 한 Cormac McCarthy가 썼습니다. Cormac McCarthy는 윌리엄 포크너, 어니스트 헤밍웨이, 허먼 멜빌을 계승한 작가로 불리는 미국 현대문학의 대표주자입니다.
지금 영화화되고 있는데 '반지의 제왕'에서 아라곤으로 열연한 비고 모르텐슨이 주연이랍니다. 샤를리즈 테론 또한 어떻게든 배역을 맡고 싶다고 했는데 이 책에는 대사가 있는 여자라고는 두 셋 정도 나오는게 다입니다. 그나마 아이의 엄마인데 역시나 거의 대사가 없습니다. 샤를리즈 테론이 엄마 역을 맡으면 각색을 많이 해야겠네요.
이 영화가 나오면 저는 꼭 볼 생각입니다만 그 어떤 하드고어물보다도 참혹한 영상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심적인 대비를 단단히 해야할 것 같습니다.
Cormac McCarthy의 글빨은 실로 대단합니다만 읽기 전에 마음을 단단히 잡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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