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HHL 유형으로 분류되는 경계성 기질은 대체 무엇일까요?
저는 이 유형이 이름 그대로 모든 기질의 경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DSM의 성격 장애 category를 사용하여 증명해 보겠습니다.
우선 B군입니다.
* HLL : 반사회성
* HLH : 연극성
* HMH : 자기애성
보시다시피 TCI에서 나타나는 B군의 공통 특징은 자극추구기질이 모두 high level이라는 겁니다. 위험회피와 사회적 민감성 기질의 공통 부분은 없죠. 그럼 C군은 어떨까요?
* LHL : 강박성
* LHH : 의존성
* MHH : 회피성
TCI에서 나타나는 C군의 공통 특징은 위험회피기질이 모두 high level이라는 겁니다. 역시나 자극추구와 사회적 민감성 기질의 공통 부분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A군을 보겠습니다.
* LLL : 분열성(기질)
* LLH : 분열형(성격)
* HLH : 편집성(성격)
A군의 경우 분열성은 기질 유형이고 분열형과 편집성은 성격 유형이기 때문에 공통점을 한 눈에 알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A군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분열성 기질을 보면 A군의 공통 특징이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low level이라는 걸 추정할 수 있습니다.
낮은 자극추구기질이 특징이라면 이는 C군(강박성, 의존성)과 겹치고 낮은 위험회피기질이 특징이라면 B군(반사회성, 연극성)과 겹치기 때문이죠. 따라서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낮은 것이 A군의 특징이라고 보는 게 타당합니다. 실제로 A군은 사람을 포함한 외부 환경보다는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대상이나 내면의 세계에 몰두하는 경향이 강하니까요.
그럼 경계성 기질을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H H L
보시는 것처럼 경계성 기질은 높은 자극추구기질을 B군과, 높은 위험회피기질을 C군과, 낮은 사회적 민감성 기질을 A군과 공유합니다. 그러니까 A, B, C군의 공통된 기질 특성을 모두 갖고 있는 것이죠. 따라서 경계성 기질은 세 군의 경계에 위치한 기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각 차원의 점수에 따라 굉장히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죠.
* 자극추구기질 : 90%ile
* 위험회피기질 : 71%ile
* 사회적 민감성 기질 : 29%ile
첫 번째 예에서 위험회피기질과 사회적 민감성 기질은 각각 high, low level에 속하기는 하지만 극단적인 수준의 점수는 아닙니다. 하지만 자극추구기질은 극단값이라고 볼 수 있죠. 그래서 똑같은 HHL 유형이라고 해도 이 경계성 기질의 소유자는 B군처럼 자극추구기질이 높은 모습을 보입니다. 자극추구기질의 하위차원을 확인해 보면 좀 더 detail하게 분석할 수 있겠죠. 그럼 다른 예를 보겠습니다.
* 자극추구기질 : 75%ile
* 위험회피기질 : 75%ile
* 사회적 민감성 기질 : 5%ile
이 경우도 HHL 기질 유형임에는 틀림없으나 자극추구, 위험회피기질은 극단값이 아닙니다. 사회적 민감성이 매우 낮은 것이 특징적이죠. 그래서 이 경계성 기질의 소유자는 A군 기질처럼 세상에 관심이 별로 없는 모습을 보이기 쉽습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사례는 둘 다 경계성 기질의 소유자이기는 해도 TCI 결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겉모습만 보면 같은 기질의 소유자라고 짐작하기 어려울 겁니다. B군과 A군의 차이만큼 벌어질테니까요. 따라서 HHL(경계성 기질) 기질은 A, B, C군 모두에 발을 걸친 말 그대로 경계성 기질이기 때문에 자극추구, 위험회피, 사회적 민감성 기질의 점수값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하위차원 값까지 면밀히 살펴봐야 하는,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 기질이라는 걸 감안하셔야 합니다.
요약하면,
* HHL(경계성) 기질 유형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Borderline Trait이 아니다
* 오히려 A, B, C군 모두에 발을 걸치고 있는 말 그대로 경계성 기질이다.
-> 높은 자극추구기질은 B군과, 높은 위험회피기질은 C군과, 낮은 사회적 민감성 기질은 A군과 겹친다
* HHL 기질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각 기질 차원과 그 하위차원의 점수에 따라 면밀한 분석을 해야 어떤 유형에 가까운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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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가들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DSM-5 기준으로 C군에 속하는 성격은 강박성, 회피성, 의존성입니다. 이들을 TCI 기준으로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보는 게 C군 성격의 특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오늘 포스팅은 그에 맞추어 해보려고 합니다.
강박성, 회피성, 의존성은 TCI에서 다음과 같은 유형으로 분류됩니다.
* 강박성 : LHL
* 의존성 : LHH
* 회피성 : MHH
즉, C군은 위험회피기질이 높다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많은 분들이 착각하는 게 강박성 성격이라는 말을 들으면 자동적으로 강박 장애(OCD)를 떠올리거나 완벽주의를 생각하는데, 물론 그런 면도 있지만 강박성 성격에서 가장 중요한 건 C군의 공통 특징인 위험회피기질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C군의 기질을 가진 사람에게 공통된 가장 강력한 행동 동기는 위험을 피하는 것이죠.
그럼 C군 기질 들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가장 먼저 구분해야 하는 건 의존성,회피성입니다. 그리고 의존성과 회피성은 연극성과 자기애성 기질만큼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 연극성 : HLH
* 자기애성 : HMH
연극성과 자기애성은 다른 건 동일하고 위험회피기질이 낮으냐 중간 수준이냐의 차이만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의존성과 회피성은 자극추구기질이 낮으냐 중간 수준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위험회피기질과 사회적민감성 기질이 모두 매우 높다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그래서 위험을 피하기 위해 높은 사회적민감성 기질에 맞춰 사람을 필요로합니다. 아, 물론 하위차원의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관계 영역인 의존, 친밀감만 낮을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이 포스팅에서는 다루지 않겠습니다)에 일단은 대체로 그렇다는 정도로만 이해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럼 의존성과 회피성은 어떤 차이가 있냐 하면 의존성은 사람에게 매달리는 방식으로 위험을 피하고자 하고 회피성은 사람을 방패 삼아 위험을 떠 넘기는 방식으로 위험을 피하고자 합니다. 사람이 필요한 건 동일하지만 사용하는 방식이 다른거죠.
이와 달리 강박성은 사회적민감성 기질이 낮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신변의 안전만 확보되거나 충분한 경제력만 확보되면 오히려 사람이 필요없기도 합니다. 그래서 본인이 대인 관계 문제를 호소하더라도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닐 가능성이 크죠. 경제적/물리적 안전이 확보되면 굳이 대인 관계가 필요하지 않고 친밀감, 의존 하위차원이 낮을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이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C군 기질의 공통점 : 위험회피기질이 높아서 위험을 피하려는 것이 행동의 주요 동기임
* C군 기질의 차이점
- 회피성과 의존성은 위험을 피하기 위해 사람이 필요하나 의존성은 사람에게 매달리는 방식으로, 회피성은 사람을 방패 삼아 회피하는 방식을 사용함
- 강박성은 기본적으로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으나 환경적인 안전이 충족되지 않으면 사람에게 의존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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